어머님이 어제 잠깐 다녀가시면서 형님네 줄 국과 떡을 두고 가셨는데 형님네 가족들이 어머님이 맡기신 음식을 찾으러 우리집에 놀러오셨다. 오늘도 양손 가득 사오셨는데 우선 저녁으로 먹으라며 꼬막 비빔밥과 게튀김, 그리고 유건이 장난감을 사오셨다.

  그중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단연 강아지 인형이었다. 유건이가 강아지띠(개띠)인만큼 애착인형으로 딱 좋을 것 같았다. 사실 라인 프렌즈의 브라운이나 코니 인형으로 애착인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형님이 사오신 인형을 보자마자 바로 마음이 바뀌었다.

  유건이에게 쥐어주며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유건이와 애착인형의 조합이 제법 잘 어울린다. 유건이 자체만으로도 귀염귀염하지만 애착인형으로 귀여움지수가 올라간 것 같다.

  형님과 함께 온 남편의 조카는 외동딸인데 동생이 없어 동생 대신 집에서 콩콩이 같은 인형돌보기 놀이를 많이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기돌보기사가 꿈이라고 했다. 오늘은 우리 유건이가 살아있는 콩콩이가 되어서 사촌누나의 케어를 받게 되었다. 유건이가 울려고 시동을 걸 때마다 조카는 비닐봉지로 백색소음을 내주기도 하고 딸랑이도 흔들며 바쁘게 움직였다. 너무 열성적으로 돌봤던 나머지 볼까지 새빨개졌고 힘들어서 쉬어야겠다고 했다. 우리 유건이가 사촌누나의 꿈을 좌절시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유건이가 누나랑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만 않았어도 더 살갑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다. 만약에 둘째를 갖게 된다면 우리 유건이도 사촌누나가 해줬던 것처럼 동생을 잘 돌보는 좋은 형 또는 오빠가 될 수 있겠지?

  드디어 유건이가 태어난지 50일째 되는 날이다. 태어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0일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이전부터 예약해둔 50일 사진을 찍기 위해 남편도 반차를 낸 상태라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잠은 10분도 못자고 분수토에 배고프다고 찡찡거리는 우리 유건이... 컨디션이 너무 안 좋은 것 같아서 과연 오늘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걱정까지 되었다. 유건이를 안고 달래느라 오늘따라 나도 너무 힘들어서 유건이가 5분이내로 잘 때마다 2~3분씩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밥을 못할 것 같아서 남편에게 점심을 사다달라고 부탁을 한 후 유건이의 손을 잡고 나도 같이 잠이 들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30분을 자준 유건이 덕분에 나도 30분을 푹 잘 수 있었지만 피로는 가시지 않았다.

  떡볶이와 김밥, 쫄면을 사서 퇴근한 남편이 퀭한 내 얼굴을 보며 졸려보인다며 점심 먹고 조금이라도 누워 있으라고 했다. 혼자 유건이를 보면 아무래도 긴장을 하고 있어서 자도 잔 것 같지 않은데 남편이 있으니 안심이 되는 것 같다. 덕분에 좀 쉴 수 있었다.

  스튜디오 예약시간에 맞춰 유건이 분유도 미리 먹이고 출발했다. 형님이 사주신 우주복을 입혔는데 옷만 볼 때는 딱 맞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컸다. 내년에도 입힐 수 있을 것 같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었지만 그래도 날씨가 따뜻해서 겉싸개 없이 우주복만 입혔다. 차를 타자마자 유건이가 울어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오랜만에 외출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차에서 울다 잠든 유건이를 데리고 스튜디오로 가는 중 햇살이 좋아 입구에서 사진을 찍었다. 유건이와 처음 찍는 야외사진인만큼 유건이가 깨어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쉬웠다.

  스튜디오에 도착 후 컨셉을 선택했다. 컨셉에 맞게 옷을 갈아입은 후 촬영을 시작했는데 옷은 총 4벌이나 입었다.  예약된 촬영시간이 원래 유건이가 낮잠을 잘 시간이라 그런지 유건이는 촬영에 비협조적이었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아직 목을 못 가눠서 엎드린 자세도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도 사진작가님께서 유건이가 목의 힘이 좋은편이라 다른 아이들보다는 엎드린 자세를 무난하게 촬영했다고 하셨다. 옷도 뜨게질한 것 같은 까실까실한 니트재질이고 평소 모자도 안 쓰는 편이라 그런지 유건이가 갑갑해하는 것 같았다. 우는 아이를 휘파람이나 소리로 달래가며 겨우 촬영을 맞췄고 생각보다 촬영은 빨리 끝났다.

  사진 3장을 골랐고 완성본은 3~4주 뒤 연락이 가면 방문 후 찾아가면 된다고 하셨다. 사실 이전에 촬영해둔 만삭사진만 아니였으면 스튜디오를 빌려 셀프로 촬영하려고 했는데 다양한 옷도 입고 나름 이것도 추억이니까 촬영하길 잘한 것 같다. 유건이가 자꾸 울어서 매력포인트인 큰 눈망울을 못살린 것은 아쉬웠다.

  유건아 50일 사진 찍느라 너무 고생 많았어 ^^ 100일 사진은 아빠가 멋지게 찍어주실거야!! 앞으로도 우리가족 좋은 추억을 사진으로 많이 많이 남기자 사랑해 우리아들 ♥

 
  오늘은 조선일보에 우리 유건이의 기사가 실린 날이다. 평소 조선일보를 보던 남편이 유건이가 태어나면 '아이가 행복입니다'에 신청을 하겠다고 했었는데 덜컥 당첨이 되었다.

  간만에 우리 돈딩턴이 또 한건했다. 유난히 유건이와 관련된 이벤트는 잘 당첨이 되곤 하는데 이번에도 해피랜드 아동복 교환권, 파리바게트 케익 모바일 상품권, 매일유업 마더박스와 함께 유건이 기사가 1면에 실리도록 편집한 소장용 조선일보 PDF 파일이 선물로 주어진다고 했다.

  다른 선물도 좋지만 기사 1면으로 편집한 PDF 파일은 나중에 유건이에게도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신문기사로 나온 것이 유건이의 탄생을 축복해주는 것 같아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가야 찰칵에도 조만간 남편이 도전할듯 :)

  다음에는 또 어떤 행운이 우리 유건이를 기다리고 있을까? 항상 우리 유건이 인생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래본다. 사랑해 우리아들 ^^♥

덧1) 남편이 출근 후 책상 위에 신문을 펴두고 유건이가 신문에 나왔다고 자랑을 했다고 한다. "대전일보, 충청일보 이런 지역신문이 아니고 조선일보 일간지에 나온거에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는데 너무 웃기다.

덧2) 우리 유건이 신문에도 나오고 전국구 스타네~ 할 때마다 유건이가 배시시 웃는다. 너무 귀엽다 ^^

덧3) 남편의 회식
  남편의 회식이라 긴장했는데 유건이도 생각보다 얌전, 남편도 별탈없이 집에 도착했다. 지난번 119 신고 이후 회식날에는 어머님께서 꼭 연락하라고 하셨는데 남편의 극심한 반발로 회식임에도 시부모님께 연락을 드리지 않았지만 우연히 걸려 남편은 어머님께 혼남 ㅋ 항상 시댁식구들은 내편이라 든든하다. ♥ 다만 나혼자 목욕을 시킬 수 없어 태어나고 처음 목욕 못한 유건이 꼬질꼬질하게 재워서 엄마가 미안해 ㅜ

덧4) 안녕 배냇저고리
  먹성 좋은 유건이의 몸무게 증가가 빠른편이라 배냇저고리는 오늘까지 입히고 빠이빠이~마지막 배냇저고리와 갈아입힌 우주복 ^^

  컴포트케어로 분유를 바꾼 후 가스는 좀 덜 한것 같았지만 2일동안 응가를 하지 못했다. 컴포트케어가 유당을 줄여 가스를 덜 차게 하긴 했지만 대신 변비가 생긴다고 한다. 이는 컴포트케어보다 유당이 더 낮은 노발락AC 분유도 마찬가지... 진작 알았으면 분유 바꾸는 것을 좀 더 고려해봤을텐데 아쉽다. 가스가 덜하더라도 2일째 변을 못보니 유건이도 찝찝하고 결국에는 가스도 생기는 것 같다. 계속 울고 오늘따라 많이 보채는게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남편이 출근 전 분유를 타주었는데 정량보다 조금 많게 분유를 타줬다. 이 방법은 지난번에도 이틀간 변을 못봤을 때 썼던 방법이었는데 효과가 만점이었다. 거기에다가 배마사지도 해줬는데 가스가 찼을 때 배마사지를 해주면 너무 자지러진다. 이런 방법들 덕분인지 오늘은 응가를 했다. 처음 9시에 응가를 했을 때는 잘했다고 좋아했는데 12시에 한 번 더 했다. 이때까지는 며칠 못했다고 두번하는구나  생각했는데 2시 30분에 또하고 기저귀를 갈아주자마자 또 응가를 했다. 4번의 응가를 닦고 물로 씻기고 나니 엄마도 기진맥진 힘든 하루였다. 그래도 가스 때문에 안울고 유건이 속이 편할 걸 생각하니 힘들어도 기분 좋은 하루였다.
  어제 오후에 시부모님이 잠깐 오시고 밤에는 엄마가 오셔서 그런지 유건이의 수면시간이 9시간도 되지 않았다. 밤에 잠은 잘 자주지만 전반적으로 잠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은 유건이다. 신생아 시절에도 평소에는 13시간 정도만 자고 주말에 16시간씩 몰아자던 유건이라 걱정했는데 9시간도 안되다니... 나중에는 점점 낮에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질텐데 낮동안 독박육아하는 내 체력이 걱정된다.

  어제 국가부도의 날의 한시현 팀장을 보고 든 생각은 자기관리를 잘하자였다. 네이버캘린더에 시간대별로 동작분석을 해보니 생각보다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유건이가 오늘은 많이 자준 덕분이기도 하지만 집안일도 말끔히 끝낼 수 있었다. 예전에 도우미 이모님께서 애기가 잘 때 엄마도 무조건 자야한다고 안 그러면 엄마가 잘 시간이 없다고 했는데 낮에 자면 밤에 잠을 잘 안 자게 되는게 맹점인 것 같다. 멍하게 의미 없이 인터넷 서핑하는 시간을 줄이면 좀 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서 살짝 우울했는데 오늘 동작 분석을 해보니 조금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유건아 하루 하루 잘 커줘서 고맙고 우리 아들 덕분에 엄마도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 유건이가 커가는 만큼 엄마도 열심히 관리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께 사랑해 :)
  우리 유건이는 정말 순딩순딩한 아이다. 내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남편 출근 때문에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서인지 벌써 수면 패턴도 잡혀서 밤에 분유 한 번 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울거나 깨지 않는다. 가끔 용쓰기나 속이 불편해 낑낑거릴 때가 있어 안아주긴 해야하지만 그래도 많이 수월한 편인 것 같다. 분유텀도 140씩 하루 딱 6번을 먹어주는데 적게 먹거나 안 먹는 경우도 거의 없어서 정말 기특하다.

  우리 유건이가 기특한 것 중 또 하나는 바로 먹놀잠이다. 육아 관련 검색을 하다보면 먹놀잠이라는 단어를 많이 보게 된다. 먹고 놀고 자는 패턴을 유지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 유건이는 정확히 말하면 먹잠놀잠먹인데 먹고 5~30분 자고 1시간 ~ 2시간을 놀다가 자고 다시 먹는다. 이렇게 3시간 30분 ~ 4시간 정도의 분유텀을 유지해준다. 사실 나는 왜 먹놀잠해야하는지 이유도 잘 모른다. 그냥 유건이가 그렇게 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 먹놀잠이라는 단어는 똑게육아라는 책에서 처음 나온 개념이라는데 부모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한 육아서라고 한다. 작가님 이력도 대단한데 올해 목표 중 육아서 10권 읽기가 포함되어있는만큼 조만간 똑게육아를 읽어야겠다.

  그런데 말 못하는 유건이랑 놀아주는 것은 너무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모빌도 보여주고 딸랑이도 흔들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책과 국기카드도 보여주지만 아직은 유건이가 진득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뭘 해줘야할지 감이 잘 안서는 것 같다. 월령에 맞게 놀아줘야하는 놀이를 못해줘서 발달에 영향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요즘 유건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는 쪽쪽이를 빨다가 뱉고 다시 넣는 놀이인데 아직은 손 사용이 어려워 늘 내가 넣어줘야한다. 그래도 재미있게 놀거리가 하나 있어서 다행이다.

  유건아 너무 순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유건이 덕분에 엄마, 아빠의 육아가 조금은 쉬워졌단다. 엄마가 태교를 잘해서 그런거라고들 하는데 유건이를 임신기간동안 너무 행복했고 결과적으로 유건이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많이 뿌듯한단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줘 사랑해 ^^♥

덧1) 양가의 반찬지원
오후 4시쯤 시부모님이 오셔서 묵은지, 김치콩나물국, 어묵, 깻잎, 키위를 가져다주셨고 9시에 가게를 마치고 엄마가 오셔서 소고기와 모유를 늘려주는 돼지족, 꼬막, 우엉, 장조림과 레드향, 딸기를 사오셨다. 내가 요리할 틈이 없는 것 같다. 감사하면서도 죄송할따름 부지런히 챙겨먹어서 정성껏 준비하신 음식들을 버리는 일은 없도록 하자
 

 
  일요일 아침이다. 남편과 아침 식사를 하는데 평소와 달리 유건이는 찡찡거림 없이 우리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그냥 지켜봐주었다. 덕분에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느긋하게 기다려준 유건이가 너무 기특했다.

  의젓한 유건이의 모습을 보니 문득 아들내미가 어느새 부쩍 큰 것 같다. 아직 45일차지만 4시간의 수유텀을 꼬박 지켜주고 있고 새벽에도 수유시간 외에는 거의 깨는 일이 없다. 또 표정이 생기고 옹알이도 시작했다. 예전에는 울 때 이외에는 소리가 없었는데 찡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유건이에게 가보면 옹알이와 함께 웃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시력도 제법 자리를 잡았는지 관심 없었던 모빌을 보며 좋아하기도 한다. 이제 신생아 시절의 부숴질 것 같은 여리여리함은 사라졌다. 좀 더 머물러 있어주길 바라면서도 조금 커서 같이 여행도 다니고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출산하고 처음으로 집에서 영화를 봤다. 남편이 미디어팩 가입자라 매달 TV포인트가 생기는데 무슨 영화를 볼까하다가 국가부도의 날을 봤다. 보는 내내 화가 나고 마음이 무겁다. IMF 사태 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서민들의 삶이 붕괴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국민의 혼란을 막는다는 핑계로 당연히 알아야 할 국가부도 소식을 기득권에만 알리는 모습이 씁쓸하다. 사실 항상 경제가 어렵다 소리만 들어 경제 호황기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신기하다. 만약 나도 그 시절에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이였다면 내 삶도 붕괴되었지도 모르겠다. 극중 김혜수씨가 연기한 한시현 역의 카리스마가 인상 깊었다. 나도 한시현 같은 멋진 커리어우먼이자 금융인이 되고 싶었었는데 영화를 보며 한시현의 능력과 리더십, 그리고 용기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세력 앞에서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했지만 그것 역시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았다.

  국가 부도의 날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항상 깨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이라는 나레이션이 나온다. 주입식 교육을 받아서인지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이런 사태에 두 번 당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좀 더 세상의 흐름에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지금과는 다른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육아를 하는 것도 힘이 들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새벽에 분유 먹을 때를 제외하고 숨소리도 없이 꿀잠을 잔 유건이를 보고 남편과 분유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컴포트케어 분유는 가격이 꽤 나가기 때문에 남양몰에서 정기배송으로 할인 받아 구입했다. 하지만 샘플 분유가 얼마 남지 않아 배송 전까지 못버틸 것 같아 남편이 오후에 운동 갔다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분유를 사오기로 했다.

  남편이 오후에 운동을 가면 내가 혼자 유건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오전은 남편이 보고 나는 좀 더 늦잠을 잤다. 10시쯤 일어나보니 남편과 유건이가 잠들기 직전이라 추가로 잠을 더 잘 수 있었다. 거의 1시에 일어났는데 출산 후 이렇게 늦게 일어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운동을 마치고 마트에 간 남편이 큰일났다며 메신저를 보냈다. 내용인 즉 터미널 롯데슈퍼에 아이엠마더 컴포트케어가 없어 홈플러스에 들렀다 오겠다고 했다. 잠시 후 홈플러스에도 없고 서청주 롯데마트에도 전화를 했는데 없다고 연락을 받았다.

  갑자기 불현듯 아기 있는 부모들은 쿠팡을 이용하게 된다는 말이 생각나 검색을 했고 내일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배송이 가능했다. 바로 마트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 쿠팡으로 주문을 해달라고 했다. 기존의 먹던 분유도 거의 다 먹었었기에 쿠팡의 로켓배송이 아니였으면 기존분유를 사서 며칠만 먹고 버릴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아기를 키우다보니 정신도 없고 미리미리 준비할 수 없는 변수들도 많은데 앞으로 종종 쿠팡과 친해질 것 같다. 땡큐 쿠팡 로켓배송!! 얼마전에 구입한 아이엠마더 분유는 바로 반품해야겠다.

 
  요 며칠 모유를 짜내고 어제 유축기로 유축을 했더니 젖양이 늘어 가슴이 뭉치고 아팠다. 젖몸살인지 근육통처럼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었다. 12시에 분유를 먹이고 남편과 유건이 돌보기 순번을 바꾼 후 마음 편하게 잠이 들었다.

  잠을 자고 유건이가 우는 소리에 깨서 일어나보니 벌써 새벽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남편이 유건이를 달래주고 있었는데 나한테 짜증을 많이 부렸다. 내가 유건이가 우는데도 안일어나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유건이가 울 때 내가 남편을 툭툭 치면서 "빨리가, 빨리가" 라고 짜증을 냈다고 했다. 난 잠결이라 전혀 기억도 없는데 남편은 내가 1군일 때도 한 번도 짜증내지 않고 도와줬는데 서운하다고 했다. 내가 몸이 아파서 그랬나보다고  사과를 했지만 남편은 짜증을 내며 등을 휙 돌리고 잤다.

  평소에 잘 자던 유건이가 오늘은 새벽 2시30분부터 계속 못자고 있어 남편이 거의 2시간을 달래고 나도 4시부터는 어제 유축했던 모유와 분유를 먹이며 계속 달랬다. 남편이 출근할 때가 되어 깨우고 밥도 차려줬지만 분위기가 냉랭하다. 나도 잠을 거의 4시간 밖에 못자서 예민해진 상태라 그대로 아무말도 없이 밥을 먹었다.

  남편이 출근을 했고 유건이는 오전내내 가스때문에 짧게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급기야 분유를 토하고 먹기를 거부까지 해서 분유먹이는데도 20분이나 걸렸다. 평소 유건이의 먹성이라면 절대 그럴리가 없는데 속이 엄청 불편한 것 같다. 결국 모태안문화센터에서 샘플로 받았던 소화가 잘 되도록 만들어진 아이엠마더 컴포트케어를 생각해냈고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비해 남편이 퇴근한 이후 먹여보기로 했다.

  남편이 남양 고객센터에 전화해 컴포트케어에 대해 하기와 같은 정보를 얻었는데 기존에 아이엠마더를 먹고 있는 유건이의 경우 크게 부작용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1. 배앓이에 원인이 유당분해를 잘 못하는 아가라면 효과가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크게 효과는 없고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함

2. 컴포트케어와 아이엠마더는 성분이 똑같아 분유를 갈아탈 때 섞여먹일 필요는 없고 부득이하게 섞여먹이더라도 2~3일 이상은 섞지 말고 먹일 것

3. 컴포트케어는 쓴맛이 있어 분유를 갈아타려고 해도 안 먹는 아기들이 있음

  속이 불편한지 3번이나 응아를 하는 유건이를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고 남편이 퇴근을 한 후 바로 컴포트케어 스틱 1개 (100ml) + 아이엠마더 40ml를 조합해 분유를 먹였다. 분유가 맞는지 아니면 응아를 많이해서인지 유건이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잠을 자줬다. 중간중간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할 정도였다. 아무튼 잘자는 유건이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아들 항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 사랑해 :)

덧1) 우울감을 느끼다.
오전에 유건이가 너무 울어서 달래주며 창문을 보았다. 장미가 폈던 따뜻한 5월 유건이가 딩턴이었던 시절에 임신한 몸으로 뉴에이지를 들으며 산책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유건이를 임신했을 때 너무 행복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또 슬퍼지기도 한다. 나랑 한 몸이었던 아이가 지금 내 눈에서 자라고 있는데 가끔은 내 몸 속에서 함께하고 있을 때가 그리워진다. 바깥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자유로운데 나는 집 안에만 있는 것도 좀 답답하다. 이런 우울감 때문인지 집에 온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하던 중 울어버렸다. 남편은 별 생각없이 한 말이었는데 새벽에 있었던 냉랭함과 나 자신을 위해서는 별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은 현실에 따뜻하지 못했던 말투 자체가 더 서운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결국 남편의 사과로 화해는 했지만 이 우울감은 내가 극복해야할 과제인 것 같다.

 
  오늘은 남편의 새해 첫 출근날이다. 간만에 유건이를 혼자보게 되니 너무 긴장이 되었는지 마치 월요병을 앓는 사람처럼 잠을 설쳤다.

  남편이 출근한지 얼마 안된 아침 7시부터 유건이가 울기 시작했다. 악 소리를 내며 계속 발을 구르는게 아무래도 가스가 찬 것 같아 베이비마사지도 해주고 분유도 주지 않았다. 크라잉베베 어플로 조회를 해도 가스참과 트림이 번갈아 가면서 떴다. 속이 편안해질때까지 기다렸다가 분유를 주려고 계속 대기했는데 유건이가 너무 울어서 혹시 배고픈데 내가 안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분유를 줬더니 분수토를 했다. 괜히 더 아프게 한 것 같아 유건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기가 뭘 원하는지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도 엄마의 능력인 것 같다. 그저 울음으로 밖에 의사표현을 못하는 유건이를 위해서라도 엄마가 빨리 우는 원인을 찾아야하는데 그나마 크라잉베베 어플이 있어서 다행이다. 옛날에는 울음분석기도 없고 인터넷 검색도 없고 분유포트도 종이 기저귀도 없이 도대체 어떻게 아기를 키웠을까? 오늘도 육아를 하다가 지금 나보다 더 힘들었을 환경에서 나를 키워준 부모님께 감사하고 표현을 많이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 나중에 유건이도 나처럼 표현 못하는 무뚝뚝한 자녀가 되겠지? 그래도 지금 너무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유건이를 기억하면서 엄마는 서운해하지 않을께. 건강하게 자라줘 우리 예쁜 아들 ♥

덧1) 유축
보건소에서 빌려온 해피맘 유축기와 조리원에서 사용하던 내 깔때기가 맞지 않아 남편 친구 와이프에게 각시밀 유축기를 빌려서 유축을 했다. 20분에 30cc 많은 양은 아니지만 거의 나오지 않았었는데 확실히 막걸리를 마시고 짜낸 것이 젖양을 늘려버렸다. 유건이에게 계속 물려야할지 걱정이 된다. 그런데 깔때기를 억지로 맞춰서 그런지 압이 높았는지 가슴이 너무 아팠다. 유축은 다시는 안해야겠다.

덧2) 도시가스 점검
오전 내 깊게 잠을 못 자던 유건이가 2시부터 3시간 동안 쭉 잠이 들었고 밥을 먹은지도 5시간 30분이 지났다. 4시부터 도시가스 점검이 오기로 되어있었기에 언제 유건이가 일어나 분유를 찾을지 몰라 긴장하고 있었다. 아기가 있어 벨을 누르지 말아달라는 글을 현관에 붙이고 왔다. 점검시간은 피해서 일어났으면 했는데 귀신같이 점검오기 직전에 일어나 울어대는 유건이다. 잠시 유건이를 눕혀두고 분유를 타는 중에 점검까지 와서 진땀을 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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