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사는게 뭐라고

지은이: 사노 요코

출판사: 마음산책

읽은날짜 : 18.04.19~27

페이지: 255 Pages

 

  그리 길지 않은 책인데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남편과 같이 숲속의 작은집 1화를 보고 남편이 소지섭씨가 읽던 '죽는게 뭐라고'라는 책을 빌리러 같이 도서관에 가기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내가 빌린게 아니다. 남편이 죽는게 뭐라고/사는게 뭐라고 시리즈를 빌리고는 죽는게 뭐라고 먼저 읽고 있길래 우연히 읽게 된 책이다.

 

  숲속의 작은집이 인기가 있는지 '죽는게 뭐라고'는 바로 예약이 되서 기한이 만료되자마자 남편은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하였다. 다행히 '사는게 뭐라고'는 예약이 안 되서 연장을 하고 와서 다 읽었다.

 

  가끔 살아가다보면 내가 살아간다는 생각보다는 살아진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이 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내다가 문득 뒤를 보면 아 내가 벌써 30대구나 결혼을 했구나 조금 있으면 애기 엄마가 되는구나 난 아직도 중고등학생 같은데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책들에서도 보면 나이 많은 저자들도 본인이 부족하고 철이 없고 소년, 소녀인 것 같다고 묘사를 할 때가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도 그저 살아 있는 시간을 평범한 일기 형식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는 일본 한자나 고유명사가 많고 비교적 산만하게 나열된 문장들 때문이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치매 환자로 저자 역시 약간의 치매 초기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목수 역의 OO이 마음에 든다. 나는 OOOO만큼이나 화사하다. 등의 문장이 나올 때는 정말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늙은이의 보고서 정도로 참고해달라는 문구를 보고 아 늙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가끔 수학문제를 풀다가 엄마, 아빠한테 갑자기 물어보면 공식을 까먹었다고 한적이 있었다. 그 때는 이해가 안되었는데 지금 나도 근의 공식이라던가 인수분해라던가 하는 수학 공식들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또 인터넷 뱅킹이나 E-mail 비밀번호를 아빠가 자주 까먹어 핀잔을 준 적이 많았는데 나 역시도 잘 들어가지 않는 사이트들의 비밀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아 비밀번호 찾기를 할 때가 많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을 한다.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맘충.. 전업주부.. 워킹맘 욕하는 사람들은 아마 아이가 없어서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일 것이다. 노인들도 엄마들도 찬란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이해가 안갔던 것들이 나중에는 이해가 가겠지 나도 엄마 아빠가 이해가기 시작하는 걸 보면 나이가 먹긴 먹었구나 싶다.

 

  아직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저자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가면 나도 알 수 있을것 같다. 그저 평범한 일상의 합이 삶이라는 것을 너무 의미있게만 특별하게만 살려고 하지 말자. 지금 있는 내 삶을 그저 즐기고 행복감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자.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을 기록하는 지금의 내 블로그 일기도 그때쯤까지 쓰고 있다면 나에게는 특별한 기록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공감가는 문구]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꽃 한송이의 생명조차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아는 것이라고는 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죽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돈을 받으니까 일할 때는 회사 소유야. 나라는 사람은 없어. 그렇잖아, 대가를 받는걸. 노동을 파는 거야"

 

"뻔히 질 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도망치는 인생은 비겁하다. (중략) 프로는 먼 곳을 바라본다. 패 건너편의 희망을. 인생은 도중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눈 앞의 욕망에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먼 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현재를 성실히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몇 년이나 남았나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2년 정도일까요?" "죽을 때까지 돈이 얼마나 드나요? " 1천만 엔" "알겠어요. 항암제는 주시지 말고요. 목숨을 늘리지도 말아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내게는 지금 그 어떤 의무도 없다. 아들은 다 컸고 엄마도 2년전에 죽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죽지 못할 정도로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 수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 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 없다."

 

"나 자신이 죽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까운 친구는 절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죽음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찾아올 때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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