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을 많이 못잤다. 새벽 2시 정도에 잔 것 같은데 늦게 일어나기도 했고 밥을 미리 안해서 자버리면 아침을 챙겨주지 못할 것 같았다. 사실 아침 한 끼 안 먹는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닌데 일요일 저녁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다음주에는 일이 정말 많아서 걱정이야" 라고 말하는 남편을 보니 안쓰러워서 꼭 아침을 챙겨주고 싶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같이 일하는 상사가 수술로 일주일정도 공석 예정이라고 한다. 험난한 일주일을 시작할 남편이 아침을 먹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3시간만 자고 일어나 응원의 의미를 담아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침은 남편이 좋아하는 청국장을 끓여주었다. 늘 먹던대로 사과도 챙겨주고 남편이 오늘 특별히 기분 좋게 출근을 했겠지?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모아뒀던 양말을 삶음모드로 빨아 빨래건조대에 널었다. 오랜만에 대구에 사는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후배는 졸업하고 공공기관에서 청년인턴을 하다가 대구에 내려가 대기업 파견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노무사를 준비중인데 이번에 실수를 많이해 1, 2문제 차이로 1차 시험에 낙방했다고 했다. 내년에는 아예 서울에 가서 공부할 계획인 듯 했다. 그래도 전혀 법학 계열의 공부를 한 적이 없는데 인턴 시절에 접한 노무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도전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시험 뿐만 아니라 노무사라는 직업 자체가 험난할텐데 합격을 하게 되면 잘 지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진짜 열심히 한 친구인 만큼 좋은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날씨가 너무 좋아 잠깐 집 앞 산책을 했다. 아파트들 주변으로 전부 장미가 둘러싸여있다. 간간히 지나갈 때 나는 꽃 냄새에 기분이 좋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산들거리고 적당한 햇빛과 조지윈스턴의 뉴에이지 음악을 들으며 딩턴이와 대화 나누는 산책길이 여유롭고 평화롭게 느껴졌다. 더 더워지기전까지는 산책길에 매료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집에 돌아와서 아침에 남은 청국장에 밥을 챙겨먹고 이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예술태교책을 집어들었다. 태교책 중 이 책의 구성이 진짜 너무 맘에 든다. 하루에 1챕터씩하면 13일을 할 수 있는데 처음에 화가의 그림이 나오고 동시대 음악가와 음악가의 작품 중 산모에게 좋은 음악을 소개해준다. CD에는 음악도 수록되어있는데 도서관책이라 CD는 빌려오지 못해 지니뮤직에서 검색해 들었다. 다음장에는 신체활동이 포함되어 있어 간단한 체조나 마사지를 따라할 수 있다. 그 뒷페이지에는 화가의 다른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고 색칠을 할 수 있는 컬러링북의 기능도 포함되어있다. 하루 1챕터씩 따라만해도 풍성한 태교활동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기 때문에 복사를 해서 색칠을 했다. 오늘 색칠한 작품은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있는 소녀들을 그린 메리커셋의 그림인데 색칠을 하면서  딩턴이에게 아빠랑 바다에서 바나나보트를 탄 것, 갯벌에서 사진을 찍은 이야기들을 태담으로 들려주었다. 또 색칠할 때 이건 검정색이야 라며 색깔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태담도 많이하고 시각적으로도 훌륭한 태교 같다.

  남편은 저녁에 약속이 있어 저녁을 간단히 먹고 인터넷 강의를 보고 간만에 책도 읽었다. 남편이 10시쯤 들어왔는데 오늘 부부의 날이라고 장미꽃 한송이와 옛날통닭 한마리를 사왔다. 이전에 로즈데이때 장미꽃 한송이도 안사왔다고 면박을 줘서인지, 11년 전 성년의 날에 장미꽃 한 다발을 안겨준 기억때문인지  그냥 오늘은 꼭 꽃을 사주고 싶었다는 남편, 남편은 밥도 많이 먹고 술도 좀 먹고와서 피곤해보였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다 먹을 때까지 앉아서 기다려주었다. 왠지 오늘은 남편이 내 생각을 많이 한 하루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언제나 이렇게 서로 위하고 아끼며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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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오늘도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7시 30분 기상이다. 남편은 이미 6시에 일어나 푸르미에 가서 운동도 하고 왔다. 운동을 가기 전 남편이 밥을 예약해둬서 오자마자 같이 밥 먹자고 날 깨우는 것이다. 어제 먹었던 콩나물불고기가 남아 아침으로 먹었다. 하루 지나서 그런지 어제보다 맛이 별로다. 밥을 먹고 난 또잤다. 아무리 깨워도 그냥 잤다. 일어나니 11시다. 잠을 많이 잔다고 남편이 타박이다. 새벽에 늦게 자서 그런지 너무 피곤하다. 오늘도 꿈을 꿨다. 딩턴이를 출산한 것 같은데 산모가 회복되면 데리고 오겠다고 보여주지 않았다. 출산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편안하고 수월하게 낳은 것 같은 꿈이었다. 실제로도 순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딩턴이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들인지 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주에 병원가면 알 수 있으려나 딩턴이 성별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어제 TV를 돌리다가 맛있는 녀석들에서 민물매운탕이 나왔었다. 남편이 어제 민물매운탕이나 도리도리뱅뱅 또는 어죽국수를 오늘 점심으로 사먹자고했었다. 이전에도 계속계속 요청했는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메뉴들이라 계속 거절했었다. 그래도 이미 몇 번이나 먹자고했기에 알겠다고 했는데 가자고하니 그냥 남편이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싶다고 한다. 아마도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걸 알아서 먹지 않는다고 한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그냥 가서 먹어도 된다고해도 극구 사양하며 남편이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라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임신중이라 가급적 먹지 않으려 했는데 딩턴이한테 안 좋은 음식을 먹은 것 같아 미안하다.

  라면 먹고 남편이 날씨도 좋고 가까운데 드라이브나 가자고 했는데 계속 밍기적거리니 나가지 않는다고한다. 어제 날씨면 화창하고 좋은데 오늘은 좀 흐릿하고 추워보인다. 남편과 드라이브 대신 산책을 가기로 했다. 산책이라고 해봐야 동네 한 바퀴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핫도그를 사주려했는데 한사코 먹지 않는다고 한다. 밖은 역시나 가디건을 입었음에도 쌀쌀한 날씨다. 팔에 온통 닭살이 덮혔다. 산책중에 집 앞 탑골드 금은방에 들러 남편의 시계 2개의 배터리를 교체했다. 원래 지웰시티까지 가야하는데 집 근처에도 시계약을 교체해주는 곳을 발견해서 다행이다. 사실 남편은 기어핏을 차면서 시계도 반대쪽에 차고 다니는데 기어핏도 시계 기능이 분명 있는데 왜 그러는지 악세사리를 답답해하는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계약을 갈면서 보석들을 구경했는데 반짝반짝 예쁘다. 어차피 사도 끼지 않지만 반짝반짝 한 악세사리들을 보니 기분이 좋다. 돌반지도 있고 미니 금 숟가락도 있었는데 돌반지보다는 숟가락 쪽이 더 귀여웠다. 나중에 남편 친구 부부네 아기 돌 때 사줘야하니 눈여겨보았다. 금은방에서 나와 롯데슈퍼에 들러 사과와 저녁거리들을 산다. 사과는 특대사이즈 8개에 1만원인데 집에와서 사과를 한개 먹으니 정말 새콤달콤 맛있다. 잘 구매한 것 같아 뿌듯하다.

  돌아와서 30분 정도 더 자고 저녁을 만들었다. 몇 가지 재료를 덜 사와 남편에게 추가로 구입요청을 하고 계란말이, 두부김치, 골뱅이무침을 했다. 밥은 따로 먹지 않았는데 양이 상당하다. 3가지 요리를 한 번에 하니 계란이 살짝 탈 뻔했다. 소면을 삶았는데 돌돌말이가 잘 안되었고 남편이 그릇에 막 담아 생각보다 모양이 안 예뻤다. 내가해도 뭐 별 수 없었겠지만 아무튼 남편은 임신한 나를 배려해서 특별히 내가 싫어하는 밤 막걸리를 마신다며 생색이다. 나도 술은 잘 못하는 편이지만 특히 느린마을 막걸리는 좀 좋아했는데 안주만 먹자니 아쉬웠다.

  오랜만에 둘이 앉아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저녁을 먹었다. 예전에 미국 갔던 사진들도 보고,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그보다 더 어렸을 때 우리가 서로 모르던 시절 있었던 이야기들도 나눴다. 남편과 엊그제 본 인사이드 아웃처럼 우리의 핵심기억이 있고 버려진 기억이 있고 드문드문 가끔 떠오르는 기억도 있는데 우리가 어른이 되었지만 어릴 때를 기억하는 것처럼 우리 딩턴이도 나중에 그렇게 기억을 할테니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주자고 약속했다. 꼭 비싼돈 들여 외국에 가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딩턴이를 많이 아끼고 사랑했다는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또 우리가 이제 만난지 11년이 되었는데 오래 만나서 함께 공유할 추억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그때 그랬었잖아 하면 다 통하는 우리는 정말 소중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니 10년 뒤, 20년 뒤 나중에 늙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우리 예전에 그랬었잖아 하는 좋은 기억들을 많이 쌓아갔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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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는 좀 늦게 일어나고 싶지만 남편은 늘 일찍자고 일찍 일어난다. 그래도 1시간 정도는 먼저 일어나서 기다리다가 밥을 하고 깨우는걸 알기에 꾸역꾸역 일어났다. 나가보니 다된 밥과 어제 먹은 두부찌개, 김을 꺼내 밥을 차려놨다. 아침을 먹고 정리를 했다.

  남편이 원래 아침에 운동을 갈거라고 했었는데 갑자기 저녁 먹기 전에 가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래서 아침 9시 40분부터 같이 머리를 자르기로 하고 집 앞 미용실에 간다. 이른 시간에 갔는데도 미용실에 손님들이 한 가득이다. 4군데에 들러 퇴짜 끝에 듀크헤어에서 머리를 잘랐다. 남편도 나도 꾸미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기에 남편도 무조건 짧게고 나도 묶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짧게다. 원래 말끔히 머리를 정리할 수도 있지만 집에서 더 잘 생각이었기에 그냥 대충 말려주세요라고 말한다. 미용실에 우리 같은 손님만 있으면 편할 것 같다. 머리를 자르니 한결 가벼운 느낌이다.

  남편과 집에서 유튜브를 보는데 청주에서 만난 인생 볶음밥이 인기동영상으로 검색된다. 남편한테 재생해보라고 하니 영국인들이 찍은 청주 작은백로식당의 영상이다. 백로식당 안 간지도 꽤 됐는데 갑자기 땡겨서 버스타고 시내갈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집 근처 하복대 백로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하복대 가는 길에 미세먼지도 없고 하늘이 파란게 날씨가 너무 좋아 기분이 좋았다.

  백로식당에 도착해 2인분을 시키고 밥도 볶아 먹었다. 한방맛이 강하기에 약간 한방족발 같은 맛도 났다. 오랜만에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아침에 유튜브를 보길 잘 한 것 같다. 볶음밥은 땡밥이라고 부르는데 남편이 인터넷에서 검색해봤을때는 밥을 볶을 때 호일을 싸서 밥 그릇을 얹고 다 되면 숟가락으로 땡하고 치고 먹기 때문에 땡밥이라고 하는데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밌는 이름이다. 밥을 먹고 있는 중에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들어왔다. 아기는 머리에 리본을 하고 있었는데 좀 작아서 어쩌면 딩턴이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부부가 밥을 먹는데 울지도 않고 유모차에서 혼자 노는데 너무 얌전해서 부러웠다. 보통은 한 명은 전투적으로 먹고 급하게 교대하는데 여유있게 먹는 부부를 보니 괜시리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 그 부부에게는 육아에 시달리다가 얼마나 간만에 외식이겠나. 우리 딩턴이도 얌전한 아이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백로식당에 갔다가 롯데마트에 들렀다. 어머님이 보름 전에 주신 콩나물이 아직도 남아 소진을 위해 콩나물 불고기를 만들 예정이다. 불고기용 뒷다리와 파채를 구입했다. 최근 요리를 많이해서 고춧가루와 고추장도 떨어져서 함께 구입했다. 사실 가게에 가면 많이 얻어올 수 있는데 살짝 돈이 아까워서 최소량만 구입했다. 조만간 가게에 가서 챙겨와야겠다.

  시장을 본 후 집에 돌아와 낮잠 타임을 갖는다. 가만히 보면 진짜 몇 번씩 쪼개서 잠을 자는 것 같다. 남편도 같이 잤는데 나보다 40분 정도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왔다고 한다.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벌써 5시다. 오늘은 음악회에 갈 예정이기 때문에 서둘러 저녁을 차린다. 집에 있는 콩나물 몽땅 넣고 파채와 양파, 고기를 투입하고 양념 넣고 볶으면 끝이다. 처음하는 음식인데 생각보다 쉽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이전에 무료로 예매한 불멸의 베토벤 충북 & 세종 챔버 오케스트라 합동 공연을 보러 청주 아트홀에 갔다. 원래 남편 친구네 부부도 함께 가려고 했었는데 일정상 참석이 어렵다고해서 남편과 둘만 가게 되었다. 이번 공연 참석 연주자만 110명 정도인 대규모 무대였다. 이전에 간 청주시립교향악단의 대공연장보다 청주 아트홀의 음향시설이 훨씬 좋은지 베토벤 음악 특유의 웅장함이 잘 나타난 것 같다. 공연을 가기 전 지니뮤직에서도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유튜브로도 연주모습을 찾아봤었는데 지휘자님이 저희들은 아마추어들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감상하는 것이 그 어떤 유명 영상보다 큰 감동을 주었다. 자리도 6번째 줄이라 비교적 가까워서 연주자들의 표정까지 보일 정도였다. 나는 베토벤의 황제 교향곡 1악장이 특히 좋았는데 김민식 연주자의 물 흐르는 듯한 피아노 연주소리가 너무 좋았다. 남편은 기타를 쳐서 그런지 현악기 소리를 원래 좋아하는데 손지연 연주자의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 유명한 운명 교향곡도 좋았고 사회자의 해설까지 곁들여 있어 별도 공부를 하고 가긴 했지만 좀 더 이해를 도와줬다. 무료공연이라 앵콜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연주된 음악도 앵콜로 공연해주었다. 그 음악도 밝은게 마음에 들었는데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연관람을 마치고 남편과 관람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솔직히 우리에게 어려운 클래식 음악이지만 악기 연주가 주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것 같다. 종종 기회가 되면 같이 공연을 보러가기로 약속했다. 남편은 클래식 공연 덕분인지 집에 돌아와서 씻고 평온하게 잘 자고 있다. 나도 클래식 음악을 듣고오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딩턴이 덕에 하는 태교지만 나와 남편까지 힐링되는 느낌이다.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딩턴이가 태어나면 좀 클때까지는 못갈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임신 기간동안이라도 열심히 연주회에 쫓아다녀야겠다.

  자려고 누웠는데 12시가 좀 넘으니 화재경보기가 울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을 다급히 깨우고 남편도 119에 화재신고가 있었는지 확인을 했다. 다행히 오작동인 것 같았다. 회사에서도 화재경보가 울릴 때가 간혹있었는데 무시한 적이 많았었다. 이제 딩턴이도 있고 남편도 있으니 소중한 일상이 화재나 기타 사고로 인해 깨진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불안한 마음에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삼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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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씻는 소리에 깨서 보니 6시 25분이다. 밥을 챙겨주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 콩물 갈은 것과 요거트, 사과를 챙겨주고 나도 같이 먹었다. 밥을 전혀 먹지 않았는데도 왠지 아침을 먹은 것 같은 든든함이다. 그래도 아침 못 챙겨준게 내심 미안해 어제 만든 술빵 2개를 챙겨주었다. 남편을 보내고 블로그 일기를 작성하고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12시 10분이다. 남편이 메신저로 오늘 술빵 인기 폭발이다. 회사 사람들이랑 나눠먹었는데 다들 너무 맛있다고해서 남편은 2조각밖에 못 먹었다고 한다.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음식이 맛있다고하니 뿌듯하고 남편 직장동료들 몫까지 챙겨주니 내조의 여왕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일어나서 술빵 1개와 오렌지쥬스 1잔을 점심으로 먹었다. 처음 찐 것과 다르게 뒤에 것들은 건포도를 많이 첨가했더니 내 입에는 좀 달았다.

  점심을 대충 챙겨먹고 TV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마땅히 볼 만 한게 없다. 홈쇼핑에서 오토물걸레 광고를 하는데 여름철에는 매일 바닥을 닦아야됩니다. 라고 한다. 요리, 빨래, 설거지 등은 그래도 하는 편이지만 청소는 정말 익숙하지 않다. 거의 남편이 틈틈이 치우는 편이었다. 특히 청소기는 결혼한지 1년 반이 되었는데 한 번도 돌려본 적이 없을 정도다. 회사 다닐 때는 딱히 더럽다거나 치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못했는데 집에만 있다보니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져있으면 조금씩 거슬린다. 밖에 비도 왔고 날씨도 후덥지근한게 왠지 바닥도 습한 느낌이라 청소를 했다. 청소용 테이프 크리너로 머리카락 등을 제거하고 청소기와 물걸레질을 하고 에어컨을 제습으로 켠다. 훨씬 뽀송뽀송해졌다. 내친김에 빨래도 했다. 오늘은 집안일을 주로 한 하루였다.

  청소를 마친 후 남편에게 금요특식으로 해주기로한 두부두루치기를 하기위해 마트에 가 두부와 목살 300g을 사왔다. 남편이 원하는 것은 전지적 참견시점에 나온 대전식두부두루치기였는데 백종원 두루치기는 돼지고기와 김치를 별도로 만들어 두부에 싸 먹는 식이여서 다른 레시피를 찾아야했다. EBS 홈페이지에 가서 최고의 요리비결도 검색했는데 결제를 하지 않아 15% 맛보기 밖에 보지 못했고 역시 남편이 원하는 방식과는 다른 레시피였다. 만개의 레시피라는 어플도 받았는데 마땅한 걸 찾기가 어렵다. 네이버 블로그를 뒤져서 그나마 비슷한걸 찾아 만들었는데 두부찌개가 되버렸다. 대실패다.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은 실패 아니고 맛있네 하면서 잘 먹지만 나는 원래하려던 음식이 아니라 좀 찝찝한 마음이다. 다음에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밥을 먹고 정리를 하고 잘라놓은 수박을 먹으며 영화 인사이드아웃을 봤다. 

  인사이드 아웃은 인간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5가지 감정들이 나오는데 기쁨이(Joy),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이다. 이들은 주인공인 라일리의 감정을 컨트롤 한다. 기쁨이가 5가지 감정 중 리더급으로 라일리가 행복하기위해서는 기쁨이가 꼭 필요하다. 그러던 어느날 슬픔이가 핵심기억을 건드려 기쁜 기억이 슬픔으로 변화하려할 때 조이가 이를 막고자하다가 슬픔이와 함께 본부 밖으로 빨려 나가게 되고 이들은 라일리가 다시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픽사가 제작하고 디즈니가 배급하였는데 소재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우리 딩턴이가 클 때도 이런 5가지 감정을 가지고 성장하겠지? 어느 정도 딩턴이가 크면 같이 보고싶은 애니메이션이다. 딩턴이 머릿속에도 5가지 감정들이 컨트롤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딩턴이 마음을 이해하면서 키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BS 강의에도 인사이드 아웃을 원서로 공부할 수 있는 강의가 있는데 킹목달 신청하며 받은 무료쿠폰으로 수강해야겠다.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는 자막 없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토이스토리가 너무 좋아 원어로 1만번 보고 영어를 잘하게 된 사례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 딩턴이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저 좋아서 자연스레 영어에 노출되어 영어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어떻게 키워야할지 걱정은 되지만 항상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위로가 되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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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먹은 김치찜에 밥을 먹고 남편은 출근했다. 엊그제 오후부터 쉬어서 일이 많이 밀렸을텐데 오전에 회의 2개에 오후에는 옥천으로 출장까지 있다고 한다. 어제 일을 했어야하나? 업무 스케줄을 분단위로 짜서 몇시까지 뭐하고 끝내면 되겠다 하면서 출근을 했다. 내가 회사다닐 때는 이렇게 바쁘게 쫓겨다니는 게 싫었었다. 업무 특성상 급하게 계획을 바꿔야할때, 급하게 보고 자료를 만들거나 수정할때가 더러 있어 순발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시간 내 업무를 끝내고 업무 처리를 빨리빨리하면서 집에서는 일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는 남편의 업무 스타일 덕분에 그래도 남편은 일이 할만 한 듯 하다. 매일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불평이나 짜증을 부리지 않아 고맙다. 술만 줄이면 참 좋을텐데 아침에도 선서를 시켰다.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

1. 밖에서는 술을 1병 이상 먹지 않는다.
2. 집에는 찾아온다.
3. 불필요한 자리는 가지 않는다.

  남편을 출근 시키고 콩을 불린 후 설거지를 하고 소화겸 블로그를 마저 정리하고 심슨을 10분 정도 봤는데 바로 잠들어버렸다. 일어나니 1시 40분이다. 헐 1시 40분이라니 맙소사 어쩌다 이 시간까지 잔걸까? 얼른 일어나 불려둔 콩물을 삶았다. 콩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40분을 삶았는데 약불로 줄이는 것을 잊어버려 조금 눌러붙었다. 콩을 삶고 통에 한 가득 담아두니 든든하다.

  콩물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바로 술빵 반죽을 했다. 막걸리 2컵, 설탕 1컵, 소금 약간, 우유 50ml를 넣고 설탕과 소금이 녹을 때까지 잘 저어준 후 밀가루 4.5컵, 계란 2개를 넣어 반죽을 만들었다. 반죽은 바로 담요를 덮어 발효되도록 놓아두었다.

  반죽을 만들어두고 바로 저녁밥 준비에 돌입했다. 너무 늦게 일어나서인지 바쁘게 움직였다. 저녁은 아침에 먹고 남은 김치찜과 김으로 준비했고 파김치와 지난번 수육먹고 남은 부추를 몽땅 썰어 김치전을 만들었다. 파김치 냉파에는 김치전이 최고인데 혹시나 맛이 없을까 싶어 김치도 조금 섞어주었다. 파김치의 파가 부드러워서 더 맛있는 김치전이 되었다. 남편은 김치전을 안주삼아 술빵 만들고 반병 정도 남은 막걸리를 다 비웠다.

  저녁밥을 먹고 빵을 찔 틀을 사기 위해 남편과 롯데슈퍼에 갔는데 마땅한게 없다. 괜시리 토레타와 콜드쥬스, 요거트만 추가로 구매하였다. 혹시 몰라 집 앞 마트에 가니 적정한 빵틀 발견, 기름칠 할 수 있는 솔까지 같이 구매했다. 남편은 작은 방 형광등을 갈기 위해 형광등도 2개 구입하였다. 마트 내부가 너무 더워서 갑자기 쓰러질 것 같았다. 집에 얼른 가자고 보채고 집에 도착해서 잠깐 누워있었다. 순간 괜히 반죽을 만들었나 싶기도 했다.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잘 발효된 반죽에 강낭콩과 건포도를 투입했다. 틀에 기름을 발라 반죽을 채우고 찜기에 넣고 빵을 쪄냈다. 빵은 총 6개 정도 만들어졌다.

  개당 25분씩 찌는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빵을 찌며 또 먹으며 나의 아저씨 최종회를 봤다. 90분으로 특별편성되어 끝날 때쯤 빵 찌는 것도 마무리 되었다. 너무 재밌게 본 나의 아저씨, 처음부터 보지 못해서 나중에 생각날 때 처음부터 차근차근 봐야지. 마음 따뜻했고 위로도 된 힐링드라마이다. 엔딩 크레딧도 보통 드라마는 '그 동안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른 프로가 방송됩니다.' 정도 였는데 나의 아저씨는 '우리 모두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엄청. 모두 편안함에 이를 때까지 화이팅'이라고 드라마 대사를 인용해 위로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아저씨를 보고 인터넷 강의를 보고 자려고 누웠는데 여운이 계속 남는다. 나도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 남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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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시 30분이다. 오늘은 남편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어제 술을 진탕 먹어서 밥 안 챙겨먹으면 속쓰릴텐데 남편을 깨웠다. 밥 안먹고 잔다고 한다. "회사 안가?" "안간다고 했어" 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경조휴무라고 한다. 어제 그래서 맘 놓고 마셨구나 뭔가 괘씸하다. 억지로 깨워서 육개장을 먹였다. 이것으로 어머님표 육개장은 다 먹었다. 남편한테 어제 있던 일이 녹음된 파일을 들려주는데 10초도 못 듣고 꺼달라고 한다. 잘못한건 아나보다. 남편이 핸드폰을 가져다달라고 해서 가져다주니 통화목록을 확인한다. 아버님 어머님께 술 취해서 전화를 걸었다. 바로 그 새벽에 두 분께 전화를 드린다. 술 먹지말라고 1차적으로 혼난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다고해서 일단 더 자라고 하고 나도 더 잤다.

  12시 30분에 어머님 전화 소리에 깨서 전화를 받았다. 남편 오늘 회사 안갔냐고 점심시간 이용해서 혼내려고하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셨다. 남편 술 많이 먹었냐고 전화가 바로 끊겨서 잘 모르겠지만 술 많이 먹은 목소리는 아니라고 하셨다. 어제 공단오거리까지 출동해서 찾아온 사연을 말씀드렸다. 그 사이 남편은 깼는지 눈 감고 웃으며 씰룩거린다. "어머님 오빠 일어났어요. 옆에서 씩 웃고 있어요", "당장바꿔 요놈의 자식 혼나야되겠어." 전화로 남편에게 "와이프가 홀몸도 아니고 스트레스 받으면 안되는데 신경 쓰이는 일 하지말라니까 니가 정신이 있냐 앞으로 그런 자리 가지도 말아라" 2차적으로 또 혼나는 남편이다.

  실컷 욕 먹고 배고프다고 짬뽕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도 아침에 밥을 먹여서 속이 많이 풀렸다고 고맙다고 하는 남편, 아 요즘 면이 먹기 싫었는데 집 근처 이비가 짬뽕에 간다. 오랜만에 외식이다. 남편은 이비가 짬뽕 2단계, 나는 순한짬뽕을 먹었다. 면은 남편한테 조금 덜어줬다.

  남편과 밥 먹을 때 장례식장에서 친척들이 아기는 있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제 임신 3개월이라고 하니 축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중 고모님과 남편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고모님 아들 즉 남편 사촌 동생은 5급 공무원이고 와이프도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고모: 와이프 임신했니? 축하한다. 회사는? 그만둬야지 회사 다니면 엄마도 아기도 몸 힘들고 좋을 것 하나 없다.

남편 : 안 그래도 지난 달부터 그만두고 쉬고 있어요. 사촌 동생은 소식 없어요?

고모 :  걔네는 바빠서 아직 없는 것 같아

남편 : 그만두라고 해요.

고모 : 얘는 화폐발행하는 중앙은행 다니는데 어떻게 그만두니? 얼마나 좋은 직장인데

남편 : 저희 와이프도 철웅이네 회사 다녔어요. 대기업 그룹사 다니는데도 그만뒀어요. 와이프가 엄청 착한데 애기도 엄마 닮았는지 입덧도 안하고 순해요.

  남편의 승리인 것 같다. 편들어주고 고맙긴한데 좀 씁쓸하다. 퇴사한 덕에 행복하고 스트레스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뭔가 아무런 직함 없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지금은 일 할 때가 아니다. 언젠가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라고 마음을 다 잡아본다.

  밥 먹고 도서관에 들러 책 반납하고 연장하고 그림책을 빌리러 갔는데 갑자기 지진대피 훈련을 한다고한다. 에잇 그냥 나가버려야겠다. 길에서 파는 참외가 맛있어보여 참외를 사고 마트에 들러 수박과 건포도와 막걸리와 돼지고기 뒷다리도 샀다. 오늘은 김치찜 만들고 내일 술빵 만들어먹어야지 집에가는 길에 급 생각이 나서 약국에 들러 비타민D도 구입한다.

  집에 와서 또 다시 한숨잔다. 사실 어제 많이 놀랬는지 하루종일 기운도 없고 밥맛도 없다. 아침에도 아무것도 먹지 못해 남편이 사온 편의점 김밥 3개와 딸기우유를 마셨다. 2시간 가량을 더 자고 수박은 잘라서 냉장고에 두고 묵은지도 한 포기만 정리해서 잘라두었다. 묵은지가 많이 남은지 알았는데 딱 네 포기 남았다. 집에 있으면서 있는 재료들로만 계속 요리하니 이제 거의 냉장고가 많이 비었다. 회사에 다녔으면 계속 쌓였을텐데 식비도 많이 줄고 음식쓰레기도 줄이고 건강도 챙기는 것 같아 뿌듯하다.

  김치찜은 원래 등갈비로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비싸구나. 구매해온 뒷다리살과 3배의 가격차이가 난다. 김치랑 고기 넣고 1시간 10분을 끓여 맛있는 김치찜 완성. 요즘 닭도리탕, 수육, 돼지고기김치찜, 콩국수, 짬뽕 등 살이 많이 찔 것 같은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아침마다 콩을 갈아먹어 그런지 1.4킬로가 빠졌다. 남편이 흰강낭콩도 인터넷에서 추가 구매를 해줬는데 꾸준히 먹어야겠다.

 

  김치찜도 역시 꽃게탕의 아성을 이기지 못하고 공동 2위가 되었다. 남편은 내게 강서동 장금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밥 먹고 정리하고 어머님께 김치찜 사진을 보내드렸다. 바로 전화하셔서 너무 잘해먹는다고 칭찬을 받고 남편은 아버님께 집에 못찾아올정도로 술먹지 말라고 3차로 혼났다.  나의 아저씨 본방사수 후 오늘은 인터넷 강의도 못 보고 그냥 잤다.  남편도 일해야한다고하고 그냥 계속 자고 있다. 뭐 아무것도 안하고 맛있는거 먹고 쉬는 날도 있어야지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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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서 남편은 육개장을 데워주고 나는 어제 남은 콩나물배추 된장국을 먹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났지만 특별히 피곤하지도 않았고 오랜만에 기운 있는 하루였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나는 책을 좀 보다가 문득 어제 회사동생이 알려준 고백부부의 원작웹툰 한번 더 해요를 3시간에 걸쳐 완결까지 봤다. 한번도 안 쉬고 원스탑으로 읽은 것을 보면 나도 참 집요한 성격인 것 같다. 이번달 23일부터 유료로 바뀐대서 읽었는데 19금이 포함되어 있어 야하지만 스토리가 좋다. 특히 결혼한 기혼 입장이라 그런지 공감가는게 많다. 다만 처음에 드라마로 먼저 접해서인지 드라마의 발랄하고 짠한 스토리 설정이 조금 더 맘에 든다.

고백부부 원작웹툰

  드라마 고백부부는 남편이 회사 직원의 추천을 받아 같이 보자고 권유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CC로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했기에 더 공감이 갔었다. 그 시절로 돌아가도 나는 남편과 잘 만나고 결혼했겠지?  날 제일 많이 사랑해주고 이해해줄 사람은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취업걱정, 공부걱정, 진로걱정, 스펙쌓기 등의 치중했던 학창시절은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좀더 도전적이고 무모하고 안정지향적이 아닌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시 돌아가더라도 지금 살아온 만큼 더 잘 살 자신은 없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남편이 집에 잠깐 들렀다. 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수원에 가야하는데 너무 졸려서 30분만 자다 간다고 한다. 참외를 잘라 먹이고 남편은 수원으로 출발했다. 책을 좀 보다가 잘 안들어와서 심슨을 보고 좀 쉬다 놀았다. 회사동생이 블로그를 만들어서 잠깐 들러 글도 읽었다. 육아도 하고 회사도 다니고, 드림캐쳐도 배우고 있어 나보다 더 좋은 컨텐츠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남편이 5시쯤 상가집에서 돌아왔고 학교 동문행사 때 있던 불미스러웠던 일 때문에 후배들을 위로해준다고 선배 몇몇과 학교에 간다고 했다.  입맛이 별로 없어 점심도 안 먹었는데 저녁도 혼자 챙겨먹어야한다니 저녁까지 안 먹기에는 우리 딩턴이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집 앞 마트에 가서 김을 사왔다. 김을 싸서 어거지로 밥을 먹고 인터넷 강의를 봤다. 그리고 문화센터 등을 알아봤다. 재봉틀도 배우고 싶고 신생아 아기용품도 내 손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7월에는 산부인과 문화센터에 있는 뇌호흡 순환체조를 배우려고 계획하고 있어 근처에 있는 홈플러스 문화센터 위주로 알아보았다. 회사 동생이 현대백화점 강의도 몇몇 추천해주었다. 인터넷 쇼핑몰 옹아리닷컴에서 유기농 아기옷 DIY도 찾았다. 바느질로 하는 것이라 잘 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의 해의 태어나는 우리 딩턴이를 위해 한 번 도전해보고픈 신생아용품 디자인이다. 이미 베냇저고리는 3개나 있고 손싸개, 발싸개도 회사에서 받았는데 강아지 디자인에 유기농이고 내가 직접 만드니 더 특별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남편과 상의해서 구매해야겠다.

 
 배우고 싶은 강의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남편이 전화가 왔다. 역시나 술이 취했다.

남편 : 이제 들어갈꺼야 빵이 먹고 싶어서 파리바게트 앞이야

나: 집 앞에서 내리랬잖아 내가 술 취해서 걷는거 싫어하는거 알잖아

남편 : 여기가 파리바게트 앞인데 나 데릴러오면 안될까?

나 : 응 나갈께 기다려 (당연히 집 근처 파리바게트인줄)

남편 : 나 이제 신한은행이야 아 뭐야 비켜 아씨 (지나가는 사람이랑 부딪힌건가? 광주 폭행사건도 못 봤냐 술 취하고 시비 붙으면 얼마나 험악한 세상인데)

나: 어떻게 신한은행이야 (??? 우리 집 근처 파리바게트와 신한은행은 걸어서 족히 10분은 걸림)

남편 : 여기 공단 오거리야. 걱정하지마 내가 집에 갈꺼야 택시타고 갈꺼야 아무 걱정하지마. 근데 나 택시 타면 뭐라고 하면 되지? 어디간다고 해야되지? 뭐라고 하면 되?

나: 진짜공단오거리야? 거기 그대로 있어 왜 술먹고 정신을 못 차려 그냥 그 자리에 있어 내가 택시타고 갈꺼야 (이때부터 심각, 막 미친것처럼 소리 지르기 시작)
 
남편 :  아니야 나오지마 혼자갈 수 있어 (내가 화내니 주눅들어있음) 나오지마 내가 들어갈꺼야

나 : 지금 택시 탔어 (전화 끊기면 또 안될까봐 계속 전화 키고 출발함) 어디야 정신 좀 차려. 신한은행 앞에 그대로 있어. 내말 안들려?

남편 : 엄마 엄마 ㅜㅜ (갑자기 엄마 찾으며 울먹임 시작)

나 : 어디야 안들려? 도대체 어디냐고 거기 그냥 그 자리 그대로 있어 어디가지마 (이제 택시 기사님 보기 민망하기 시작)

나 : 나 신한은행 도착했는데 안보여

남편 : 나 안보여? 나 여기 손들고 있는데

나 : 혹시 나보여? 나 안보이는데

남편 :  나도 안보여 나 왜 못찾아? 나 여기 있는데 나 여기

나 : 여기가 어디야? 어딨는데 어디갔는데 도대체 어딨어? 정신 안차릴래? (10분 동안 찾아도 안보임 처음엔 짜증났는데 걱정되서 울기 시작) 나 파리바게트 앞이야 어디야?

남편 : 여기 나 여기 내가 파리바게트인데 나 왜 못찾아?

나 : 오빠 나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유산할 것 같아 제발 똑바로 정신차려 앞에 보이는 건물이 뭐야?

남편 : ○○아 (평소에 절대 내 이름 부르지 않음 갑자기 진지모드, 정신차렸나) 나 진짜 농담아니고 어딘지 모르겠어ㅜㅜ 나 좀 찾아줘 제발 나 좀 찾아줘 으앙

나 :  그러니까 정신 차려 어딘지 똑바로 말해 (횡단보도 맞은 편에 비틀거리는 사람 발견) 오빠 나 찾은 것 같아. 길 건너지마 거기 그대로 있어 내가 갈께. (횡단보도만 있고 신호등이 없어 정신 없이 길 건너다 차에 치일 듯) 내가 갈께 움직이지마

  이렇게 10분 정도 헤매다 남편 발견, 택시 잡고 집으로 겨우 왔다. 남편이 술 취해서 택시 안 태워 줄까봐 조마조마했다. 아버님께 10시 30분 쯤 통화한 것 같은데 그럼 내가 갈 때까지 50분을 헤매고 충대에서 공단 오거리까지 직진만한건가? 중간에 길도 많이 건넜을텐데 집에 와서 남편은 씻고 바로 뻗었다. 나는 너무 놀랐고 소리도 많이 지르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지 배가 아팠다. 바로 잘 수가 없어 뉴에이지를 들으며 딩턴이를 달래주었다. "아빠 이제 괜찮아 옆에 있지? 딩턴이 많이 놀랬지? 엄마가 소리 지르고 울어서 미안해. 이제 괜찮다. 이제 자자 딩턴아." 딩턴이를 계속 2시간이나 달래주었다. 혹시나 못 찾고 경찰서 가야될 때를 대비해 남편과 통화내역을 녹음했었는데 다시 들어도 너무 아찔하다. 10분 내 찾아서 다행이지 남편한테 내일 들려주고 반성하게 해야겠다. 덤으로 너무 급하게 나가느라 화단에 부딪혀서 다리가 쓸렸다. 이불에 닿이는데  너무 쓰리다. 이것까지 추가해서 내일 죄를 물어야겠다. 드라마 한 편 찍은 듯 하다. 퇴사한 후 다이나믹하지 않은 하루하루였는데 이런 다이나믹함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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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계속 바빴던 남편이 못 일어나서 아침 먹을 시간이 별로 없다. 갈아놓은 콩물 한 잔씩 마시고 사과를 반씩 나눠 먹었다. 콩에 단백질도 많아 건강에도 좋고 식이섬유도 풍부해 속도 편안하다. 또 GI 지수가 낮은지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든든하다. 흰 강낭콩에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성분이 있어 다이어트식품으로 각광을 받는다는데 일반 강낭콩에도 비슷한 성분이 있는지 전날 실컷 국수와 라면을 먹었는데도 살이 0.7킬로 정도 빠졌다. 두유처럼 아침마다 챙겨먹는 것도 애기랑 내 건강을 위해 좋을 것 같다.

  남편이 회사에 가고 역시 오늘도 11시까지 잤다. 자고 일어나서 오랜만에 회사 동생이랑 수다를 떨었다. 카톡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확실히 같은 유부녀라 그런지 공감가는 얘기들이 많다. 회사 다니며 퇴근 후 매일 육아출근까지 하고 있는 동생은 출퇴근 거리도 있어 힘들텐데도 출퇴근 할 때는 늘 일어공부를 한다고 한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가끔은 지치지 않게 해야하는 것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생이랑 얘기하면서 재밌게 본 고백부부 얘기도 했다. 부부간 서로 좋아해도 대화가 단절되면 오해가 많아져 소통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는데 남편이랑 나는 지금도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앞으로 살아가는 데도 어떤 상황 속에서도 서로 오해가 없도록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오늘 로즈데이라 인터넷에 떠도는 글도 공유했다.
와이프: 오늘 무슨 날이게?
남편 : 몰라
와이프 : 검색이라도 해봐 성의없게
남편 : 경동대학교의 개교기념일
 
  서로 빵 터졌다. 동생은 남편이 센스가 없어서 기대가 없다고 한다. 나도 네이버 실검 1위지만 남편은 모르거라 말했다. 역시나 장미는 없었다. 기대가 없었기에 실망도 없다.

  오늘은 지난번 만물상에서 본 수육부추무침을 레시피를 참고하여 수육을 만들어 보았다. 특이하게 토마토를 넣고 삶는데 토마토가 연육작용이 있어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지용성이라 고기 기름에 잘 녹아 토마토의 영양이 고기에 잘 어우러진다고 한다. 마침 토마토도 2개 남아있어 딱이라고 생각했다. 고기는 기름 없는 앞다리로 사려고 했는데 보쌈고기용은 뒷다리 밖에 없어 뒷다리로 구매했다. 나는 혹시 잡내가 날까 기존 레시피에 월계수 잎도 추가했다. 토마토가 들어가서 색깔이 예쁘다.

  수육과 잘 어울리는 배추 겉절이도 절여서 담궜다. 물기 짜는게 힘들어 야채탈수기를 사용했는데 너무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진짜 꺼내기 싫은 주방용품 중 하나이다. 다행히 엄마 손맛은 못따라가지만 적당히 맛은 합격이라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부추무침도 하려고 했는데 배추겉절이하느라 진이빠져 포기했다.

  남편이 퇴근하고 출근했다고 연락이 와서 재료를 준비한 냄비에 고기를 올린다. 수육보고 견딜수가 없는지 평소보다 10분 빨리 출발했다. 이 레시피는 특이하게 물은 2컵만 넣고 끓이는데 야채 고유에 수분이 올라와서 나중에는 넘칠 것 같았다. 고기 맛은 정말 기가막혔다. 기름기도 하나없이 담백하고 사먹는 보쌈의 느끼함도 없었다. 잡내도 하나도 없고 정말 강추하는 레시피이다. 집에 있는 재료 빼고 재료비가 거의 13천원 들었는데 진짜 아깝지가 않았다. 다만 단점은 중간에 토마토가 부숴져서 고기에 토마토의 흔적이 남는 것인데 토마토가 빨개서 흡사 된장에 찍은 수육 같아 먹다 남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외관적 단점이 있다.

  남편이 먹은 요리 베스트 순위가 또 바뀌였다. 이번 요리가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내가 해준 음식이 최고라며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이 있어 행복하다. 나중에 시댁식구들이랑 김장을 할 때 한번 선보여야겠다.

  밥을 먹는 도중 내내 남편 전화가 계속 울린다. 모처럼 만찬인데 속상하다. 남편은 밥을 먹고 어제 잠이 부족해서 일찍자고 나도 인터넷 강의를 보고 잠들었다. 자다가 새벽 3시30에 일어났다. 임신을 하니 새벽에 한 번은 깨서 화장실에 가게 된다. 내가 깨서 남편도 같이 깨버렸다. 한 1시간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남편은 다시 잠들었다. 좋은 부모가 되자, 앞으로도 잘 살자, 서로 숨기는 것 없이 소통을 잘하자, 우리 참 행복한 것 같다 등등 앞으로도 우리는 행복하고 잘 살아갈 것 같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겨나는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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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시에 삑삑삑삑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난다. 문이 열리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연락 좀 하지? 핸드폰을 차에 뒀다고 한다. 술 먹고 선배들이 싸우고 그래서 경찰차까지 왔다는 다이나믹한 소리를 들었다. 좀 바가지 좀 긁다가 그래도 무사히 와서 다행이다. 안도를 한다. 밥이 없어서 남편이 햇반을 사오고 해장국도 먹였다. 내려오면서 휴게소에서 라면을 먹고와서 안먹는다는걸 강제로 먹였다. 오늘 아파트 옵션 관련해서 모델하우스에도 가야하고 입주자 모임 위임장 관련해서 봉사도 해야하기 때문에 든든히 먹였다. 2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한 남편은 30분 정도 더 자고 모델하우스에 갔다.

  남편이 모델하우스에서 위임장 받는 일을 할동안 어제 불려 놓은 강낭콩을 삶았다. 끓는 물에 40분  정도 삶으니 비린 맛이 없다. 콩을 다 삶고 너무 졸려서 또 잠들었다가 급히 일어나서 삶은 콩을 갈아 콩물을 만들었다. 마침 남편도 점심 먹으러 돌아와 국수를 삶아 콩국수를 만든다. 원래 강낭콩으로는 콩국수 안 만드는 것 같은데 콩을 소진할 길이 없어 그냥 갈아버렸다. 나는 그냥 강낭콩맛이 강해 싫었는데 남편은 맛있게 먹었다. 오이가 없어 고명으로 참외를 올리니 색깔이 이쁘다.

  콩국수를 먹고 옵션 계약하러 갔다. 가는 길에 남편이 인감증명서며 도장이며 계약서 다 두고와서 다시 갔다왔다. 별도옵션은 욕조에 유리 추가하는 것 이외에 나중에 입주 시 공구로 구매하려고 신청하지 않았고 시스템 에어컨, 스팀 오븐, 식기세척기와 발코니 확장을 신청했다. 집 값에서 1,800만원이 추가 되는 순간이다. 계약을 하려보니 OTP도 두고왔다. 출발하기전에 챙기라고 했는데 할 수 없이 아버님께 SOS한다. 무사히 옵션계약도 마치고 위임장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아까 콩국수하고 남은 국수로 김치 비빔국수를 했다. 백종원 레시피를 따라했는데 내 입에는 콩국수보다 더 맛있었다.

  밥을 먹고 남편도 나도 잠들었다. 남편이야 3시간도 못자 잔다고 쳐도 난 진짜 너무 많이 자는 것 같다. 일어나보니 저녁 8시다. 저녁으로 컵라면 1개에 밥 1공기 말아 둘이 나눠먹었다. 이로서 남편은 오늘 하루 5식을 했다. 5식 중 4식이 면이라니 안됐다. 밥을 먹고 남편은 위임장을 정리하고 나는 책을 보다 인터넷 강의를 봤다.

  남편은 피곤해서 일찍 잤고 나도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잘 안왔다. 그래도 남편이랑 같이 이불을 덮고 누우니 따뜻하고 포근하고 안심이 된다. 겨우 하루 떨어져 있었는데 늘 한결같은 일상의 작은 변화였고 내 옆에 변함없이 있어주는 남편의 존재가 새삼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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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남은 닭볶음탕으로 아침을 먹고 남편은 사우나 갔다가 학교가서 동문회 장소로 이천으로 이동 예정이다. 오늘 자고 올거라 간만에 혼자 있는 날이다. 일단 늘 코스처럼 다시 잔다. 9시 30분에 남편이 이제 이천 출발한다고 전화가 왔다. 조심히 다녀오라고 하고 또 잔다. 일어나니 정오다. 임신하니 잠이 진짜 많아진다. 역대 최고로 늦게 일어난 하루다.

  남편한테 메신저를 보내도 연락이 없고 읽음 표시도 안되고 잘 도착했겠지? 오후 4시, 6시, 8시, 10시, 12시까지 전화도 없고 확인도 안한다. 그래도 내가 배우자인데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이 왔겠지? 학교 사람들도 남편이 거기 갈꺼라는거 다 아니까 도착 안했으면 나한테 전화왔겠지? 하며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한다.

  이런 내 맘을 아시는지 저녁 9시 40분 쯤되서 어머님이 전화가 오셨다. 오늘 혼자있어서 무섭지 않냐고 하셨다. 오빠가 연락이 안 되서 걱정이 된다고 말씀드리니 행사중이라 전화를 진동으로 해놨나보다, 도착했으면 연락을 해야지, 술 먹어서 못 받을 수도 있으니 신경쓰지말고 걱정하지말고 일찍 자라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혼자 끙끙거리고 있었는데 어머님이랑 통화가 되니 안심이 된다. 그래 무슨 일이 있었으면 어머님께라도 연락이 가겠지

  인터넷 강의를 보고 책도 읽고 시간 참 안간다. 걱정스런 마음에 괜시리 쏘렌토 사고도 검색해본다. 오늘 올라온 글은 없다. 다행이다. 새벽까지 잠을 못자서 내일 남편이 오면 해장을 할 수 있도록 콩나물 김치국을 끓인다.

   책이 도저히 안 읽혀서 평소 듣지 않는 라디오도 들어보고 클래시카 채널에서 헨델의 오페라 아드메토를 봤다.  아드메토의 줄거리는 아드메토 왕이 병에 걸려 아내인 알체스테 왕비가 아폴로 신께 그의 병이 낫는 법을 알려달라고 기도한다. 왕비는 곧 왕의 병은 죽어야 낫는 병이고 아니면 가까운 누군가가 죽어야 나을 수 있다고 신탁을 받게 된다. 결국 왕비는 자살을 하게 되고 왕은 완쾌되지만 사랑하는 왕비의 죽음의 깊은 슬픔을 느껴 신하인 에르콜레에게 지하세계에 와서 왕비를 구출해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아드메토 왕을 좋아하는 이웃나라 공주 안티고나는 왕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신분을 양치기 소녀로 숨기고 왕궁에 들어가 왕에게 애정을 고백하고 지하세계에 간 에르콜레는 왕비를 결국 구출해낸다. 왕비는 왕을 시험하기 위해 에르콜레에게 왕비를 구출했다는 사실을 숨겨달라고 하고 왕은 그 사이 안티고나와 결혼을 준비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에는 왕비와 왕은 다시 이어지게 되는데 사실 나는 에르콜레가 지하세계로 간 것 까지만 보고 텔레비전을 껐다. 일본풍의 무대 디자인과 의상 스모선수의 등장 등 유럽 오페라인데 뭐지? 좀 생소했다. 스모선수 다리를 세우고 부들부들 떠는데 너무 불편해보이고 안타까웠다.

  뭔가 남편이 계속 연락이 안 되서 음악도 잘 안 들어오고 음악적 감상은 쓸 수가 없다.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생각 없이 주입할 것이 필요해서 정말 오랜만에 심슨을 봤다. 남편이 학창시절에 필리핀에 어학 연수를 가고 미국에 인턴 갔을 때 집에서 공부하면서 밥 먹을 때마다 봤던 심슨 역시나 생각이 없어진다. 한 3개 보다가 잠들었다. 심슨 덕분에 걱정 덜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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