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분이 너무 울적해서 자꾸 눈물이 난다. 그나마 조리원 생활에 위안이 되는 것은 산후체조이다. 산전에도 순산체조를 하며 익혀놔서 몸도 가벼워지고 기분도 전환된다. 그리고 아기 육아나 교육, 행동발달에 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오늘은 모빌다는법과 트림시키는 법, 조리원 퇴소 시 우유는 30분 전에 먹이라는 등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아이에 입장에서 이야기 해주신다. 이제 조리원에 있는 동안 수업이 2번 밖에 안남았는데 7월부터 약 5개월을 함께한 선생님과 헤어지려니 좀 아쉽다.

  그동안 모유 유즙도 안 나와서 모유수유를 포기하고 있었는데 원래 예정일이었던 어제부터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아침마다 모유수유를 봐 주시는 간호사님께서 유축기 사용법을 알려주셨다. 첫 유축양은 10cc, 먹이기엔 턱 없이 부족하지만 내 눈으로 초유가 나오는 것을 확인해서 안심이 된다. 남편은 집으로 돌아가면 완전 분유로 갈아 타자며 모유를 먹이면 내 몸이 너무 축날것 같아서 싫다고 했다. 나는 좀 더 먹이고 싶은데 나한테 안겨 모유를 물고 있는 딩턴이를 보면 평온해보이고 애쓰는게 안쓰럽고 많이 못줘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산후 요가 전 9시에 분유를 먹이고 10시 30분에 바로 데려왔는데 딩턴이가 토했다. 1시간 30분 동안 얼마나 괴로웠을까? 유축을 가르쳐주시러 오신 간호사님께 애기가 자꾸 토한다고 하니 소아과에 다녀오라고 하셨다. 유당을 분해하지 못하거나 분유가 안맞을수도 있다고 하셨다. 분유가 안 맞나? 하는 생각은 우리도 의심하고 있었기에 소아과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소아과에 가니 원장님이 소화가 안되는애가 몸무게가 이렇게 늘어나냐며 엄마가 오버한다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좀 기분이 나빴다. 유당분해에 관해서도 조리원에서 먼저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온건데도 어떻게 하면 그렇게까지 앞서 생각하냐며 타박하셨다. 또 분유를 얼마나 주냐고 하시길래 500정도 주고 모유수유하는데 모유는 거의 안나온다고 말씀드리니 500cc도 많은데 거기에 모유까지 먹이냐고 되게 한심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분유량은 신생아실에서도 몸무게 * 150cc정도로 우리 딩턴이는 500cc정도 먹는게 맞는데도 그렇게 말씀하시니 내가 뭘 잘못한건지 그리고 애기가 왜 자꾸 토하는건가요? 라고 말씀드리니 구토한다고 말씀하시면 지금까지 어머니랑 한 모든 얘기가 의미가 없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는건데 게워내는거지 구토하는건 아니잖아요? 게워내는거랑 구토가 다른건지 살면서 오늘 처음 알았다. -_- 아무튼 어제 설소대 수술을 해준 원장님은 친절했는데 오늘 원장님은 좀 그랬다. 신생아실에 맡기는 동안 내가 패턴체크를 못해서 더 짜증이 나셔서 그랬다고 생각해야겠다. 어쨌든 애가 너무 많이 먹는다며 유산균류의 소화제를 처방 받고 왔는데 딩턴이가 크게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딩턴이를 데리고 있는 동안 분유는 좀 더 천천히 먹이고 트림도 바로 시키는 것보다 안고 조리원을 두바퀴 걸으며 소화를 도왔다. 중력에 의해 굳이 트림을 시키지 않아도 걷는 것만으로도 소화가 잘 된다고 하니 트림이 나오지 않을 때는 안고 걸어줘야겠다. 걷다가 조리원 하늘 정원에 정착해 딩턴이에게 곰아저씨 농장이라는 책도 읽어주고 어제 남편에게 부탁해 집에서 가져온 국기카드도 보여줬다.

  후배가 선물해준 책도 읽어줬는데 한장 읽으니 자려는지 투정을 부려서 많이 못 읽어줬다.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내가 잘 몰라 놓치는 것은 없는지 걱정이 된다. 너무 조급해하지말자 꼬딩턴 육아는 한순간이 아니라 장기니까 이번에 못하면 다른 걸로 채워주면되지 꼬마 딩턴이가 커가면서 남편과 나와 함께 보낼 시간이 너무 기대된다. 우리가족 언제나 행복하자 ^^♥

 

 
 
  오늘은 딩턴이 검진으로 남편이 연차를 냈다. 요즘 기분이 우울한 나는 어렸을 때 읽었던 창작동화책인 다섯그루의 라일락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잠에서 깼다. 육아를 하는 것은 어렸을 때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 자기성찰을 하는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렸을 때 기억이 거의 없는데 기억이 날 때면 뭔가 아련하고 애틋하고 슬픈 기분이 든다. 그 시절 젊은 엄마, 아빠 어린 나와 오빠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니까 이제 결혼도 했고 나만의 가정이 생겼는데 다시는 친정식구들과 같이 살 수 없다는 사실이 문득 슬퍼졌다.

  1시간 정도 멍하니 있다가 울다보니 남편이 일어났다. 딩턴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남편과 얘기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혼자있을 때는 너무 우울하다. 남편과 2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딩턴이를 데려왔다. 딩턴이 밥도 먹이고 기저귀도 갈고 아침을 먹고는 딩턴이 검진을 위해 예약시간에 맞춰 병원에 다녀왔다.

  꽁꽁싸맨 겉싸개를 풀고 체온과 몸무게를 쟀다. 이제 체중은 태어날 때 체중을 회복했다. 황달검사 후 딩턴이 설소대가 붙었다고 해서 수술을 했다. 2초면 끝나는데 100일이 넘으면 전신마치 후 잘라야한다고 한다. 지혈 후 2층으로 가 선천성대사증후군 검사를 받았다. 그 조그만 발에서 피를 빼내고 짜는데 딩턴이가 울어서 속상했다. 사실 찌르는 것보다 알콜솜의 차가움을 더 싫어하는 것 같다. 나중에 좀 더 커서 병원에 가면 주사 맞기 싫다며 찡찡거리는 딩턴이 모습이 상상이 된다.

  검사 후 조리원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싸준 김밥과 반찬을 들고 아빠가 조리원을 방문했다. 현금 100만원도 축하금으로 주셨다. 아빠는 물건을 전해주고 딩턴이를 한 번 안아보고는 같이 김밥만 먹고 금방 가버렸다. 여유있게 이야기도 하고 싶었는데 서운했다. 엄마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은 것은 없는지 계속 물은 후 세심하게 바리바리 싸준 음식들을 보니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원래 조부모 방문은 조리원에 있는 동안 양가 1회만 가능한데 엄마는 상가집에 다녀온 지인과 식사를 했다고 부정탈까봐 못오겠다고 하셨다. 엄마도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음식을 싸주며 와보지 못하는 마음이 얼마나 착잡했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내가 출산할 때도 그렇게 오지말래도 걱정이 된다며 굳이 와서 밖에서 기다린 엄마...내가 엄마가 되니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남편이 소아과에 가서 딩턴이 검사결과를 알아왔는데 황달수치는 떨어지고 있고 몸무게도 잘 늘고 있어 건강하다고 하셨다. 딩턴이 혈액형도 확인했다. 혈액형은 당연히 O형이다.

  2시부터 조리원에서 하는 신생아 목욕법 수업을 남편과 함께 들었다. 특별한 순서는 없지만 가장 깨끗한 곳에서 더러운 순으로 입부터 시작해 얼굴, 머리, 몸, 엉덩이 순으로 씻기고 5분 ~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옷을 미리 벗겨 놓으면 놀라는 아이가 있으니 팔만 미리 빼고 씻기라는 팁도 주셨다. 지금은 조리원에서 전적으로 씻겨주시는데 집에 가면 한 차례 멘붕이 오지 않을까 싶다.

  수업 도중 조리원에 온 이후로 계속 혈압이 높아져서 주치의 원장님과 상담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결과는 아직 혈압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고 3주 정도 오락가락할 수 있으니 증상이 없으면 약처방은 일단 보류하시겠다고 하셨다. 12월15일까지 혈압이 떨어지지 않으면 그 때는 다시 내원을 해야할 것 같다.

  진료 후 방으로 돌아오니 남편이 조리원 프로그램 중 딩턴이 사진촬영을 하고 왔다고 했다. 옷과 소품도 입혀놓고 포즈를 취한 모습이 애교쟁이같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런 꼬마 딩턴이 집에 가서도 얌전하게 순딩순딩했으면 좋겠다. 

  4시쯤 대학 후배가 면회를 왔다. 우리보다 빨리 결혼해 작년 5월에 첫째를 낳고 둘째를 임신중이다. 맨날 파랑파랑 선물만 받을 것 같다며 노란색 수면 내복을 선물로 주었다. 임신한 몸으로 부산에서 1년 6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KTX로 청주에 혼자 온 내 후배 10kg가 넘는 아이를 안고 오려면 힘들었을텐데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도 시간이 좀 지나면 딩턴이를 데리고 그렇게 다닐 수 있을까? 육아선배답게 여유가 느껴져서 부러웠다. 남편은 내가 오랜만에 다른 사람처럼 웃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역시 조리원에 갇혀 있으니 조금 답답한 느낌이다.

  방에 와서 답답한 마음에 TV를 켰는데 전지적 참견시점을 보다가도 펑펑 울었다. 임산부일 때는 재밌게 봤었는데 예능을 보고도 눈물이 흐리니 너무 슬퍼지고 서글퍼져 남편에게 TV를 꺼달라고 했다. 감정조절이 너무 안 되는 것 같다. 남편에게도 너무 미안하다.

 



 
  오늘도 남편 출근 전 딩턴이를 데려와 세 가족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아직 안나오지만 남편이 씻는 동안 모유도 먹였다. 쪽쪽 빠는 딩턴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빨다가 꾸벅 졸다가 하품을 해서 꼭지를 놓치면 아악 울고 다시 물려주면 쪽쪽쪽 빠는데 너무 귀여웠다. 남편이 씻고 나와서 모유 부족으로 배고픈 딩턴이를 위해 분유를 주었다. 남편이 생각보다 차분하게 딩턴이를 잘 돌봐주고 너무 예뻐하는게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더 안아주다가 출근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진다. 딩턴이는 이런 아빠 마음을 알까?

  오늘은 순산체조 선생님이 진행하는 산후요가가 있는 날이라 수업 참석차 딩턴이를 조금 일찍 맡기고 아침을 먹고 수업에 참여했다. 선생님께서 안 그래도 안보여서 이번엔 저 집이 낳았구나 생각하셨다고 수업이 시작되니 확실히 내가 회복이 빠르구나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 곡소리가 나는데 나는 제법 괜찮았다. 출산 전에 꾸준히 한 순산체조가 회복에도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임신 중 순산체조를 한 것은 엄청 좋은 선택이었다. 이제 산후 체조도 조리원에 있는 3일밖에 없는데 5개월 가까이 함께한 선생님과도 이별이다. 태교나 육아, 학습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셨는데 너무 아쉽다.

  체조를 마치고 방으로 잠깐 돌아왔다가 에스테틱을 하러갔다. 에스테틱을 하는것은 좋기도 하지만 딩턴이 걱정에 너무 초조했다. 원래 남편이 출근할 때 분유를 먹이면 잤는데 오늘은 자지 않았고 체조를 갈 때도 올 때도 신생아실에서 보이지 않았다. 어디 아픈걸까? 에스테틱을 끝내고 올라갔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점심이 나와 점심만 먹고 다시 가봐야지 했는데 불안해져서 펑펑 울면서 점심을 먹다가 팽개치고 딩턴이를 데려왔다. 내 옆에서 평온하게 잠든 딩턴이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점심은 결국 다 먹지 못했고 중간에 간호사님이 오셔서 애기 상태는 양호하다고 말씀해주셨다. 혈압이 걱정되 문의드리니 외래진료 예약을 꼭 하고 이따 확인하러 다시 오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울고 있던 나를 위로해주셨다. 엄마가 된게 처음이고 남편 퇴근 전까지 혼자 있어야해서 무서웠는데 조리원분들이 너무 다 친절해서 감사했다.

  2시에 조리원 원장님의 모유수유강의가 있어 그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딩턴이를 다시 맡겼다. 모유수유강의는 이걸로 3번째라 솔직히 내용보다는 강의해주시는 조리원 원장님의 다른 이야기들이 더 재밌었다. 예를 들면 가끔 엄마가 아이를 찾아도 안 주는 경우가 있는데 2시간 울고 10분 전에 재웠는데 다시 데려가고 그런 경우라고 하셨다. 수업을 마치고 딩턴이를 찾아가려하니 건강은 괜찮으시냐며 병원다녀오라고 하시면서 딩턴이는 안 주시고 좀 쉬다오라고 하셨다. 아 딩턴이가 아까 원장님이 말씀하신 땡깡 부리는 아이구나 느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안보이고 격리되서 관리되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편이 올 때까지 딩턴이를 보다가 저녁을 먹었고 오늘은 입맛이 별로 없었다. 급 기분이 울적해진다. 조리원에 온 이후로 매일 하루에 한 번은 우는 것 같다. 아마도 호르몬 변화 때문이겠지? 자꾸 눈물이 나고 분명 딩턴이는 뱃속에 있던 아이가 나온 것 뿐인데 다른 존재 같이 느껴진다. 뱃속에 있을 때는 얼른 만나서 손도 잡고 만든 옷도 입혀보고 싶었는데 막상 낳으니 태아가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이 컸다. 10개월 동안 늘 24시간 함께했고 내 몸속에서 발차기, 딸꾹질, 심장이 뛰던 내 아이가 사라지니 마음이 심란하다. 딩턴이는 당연히 너무 예쁜데 태아일 때의 추억이 너무 많아서 딩턴이 엄마랑 운동하러 다닌거 기억나? 엄마가 이 노래 불러준거 기억나? 바다 갔었던 거 기억나? 할 때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산후 우울증일까? 이런 내 감정이 딩턴이를 불안하게 할까봐 걱정이 된다. 딩턴이가 태아일때 엄마가 지켜줄거라고 약속했는데 막상 태어났는데 엄마가 너무 우울해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내일 연차를 낸 남편이 오늘은 집에 들리느라 조금 늦게 왔는데 딩턴이 이름후보를 말해줬는데 빵 터졌다. 광해, 영해, 해영 ㅋ 그나마 해영이 나은 듯 하다. 남편은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이다. 우리 딩턴이는 어떤 이름을 갖게될까? 8개월이 넘게 딩턴이로 불렀는데 이 이름도 곧 사라질거라 생각하니 또 슬퍼진다.

  딩턴이가 목욕 후 우리방으로 왔는데 남편이 아가드 네일트리머로 딩턴이 손톱을 정리해주었다. 손톱깎기였으면 좀 무서웠을 것 같은데 네일트리머는 걱정없이 손톱을 다듬어줄 수 있어 편리한 것 같다. 오늘은 우리 꼬딩턴이 생애 첫 손톱 손질을 한 날이다. 매일 매일이 생애 첫 경험을 하고 있는 우리 딩턴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엄마도 기운을 차려야겠다.

  출산 후 남편의 첫 출근날이다. 어제 딩턴이가 막 울고나서 멘붕이 와서 걱정이 됐다. 잠도 잘 자지 못해서 그런지 아침에 딩턴이를 데리러 가면서 혈압을 쟀는데 158에 95가 나왔다. 출산 직후부터 혈압은 계속 떨어지고 정상범위까지 왔었는데 갑자기 올라서 당황스러웠다. 어제 스트레스가 원인일까? 진짜 마음 편히 지내야겠다.

  남편과 딩턴이를 데려와서 남편이 씻는 동안 딩턴이 모유수유를 했다. 유즙도 잘 안 나오는 상황이라 먹을 것도 없지만 10분 정도 젖을 물렸다. 남편은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남편이 없는 동안에는 모유수유를 하지 말라고 했다. 아무래도 아직 목도 못가누는 딩턴이를 안는 것도 두려워져서 모유수유자세를 잡는 것도 힘들다보니 걱정이 되나보다.

  남편은 모유가 부족해 배고픈 딩턴이를 위해 분유를 좀 먹이다가 출근을 했고 나는 옆에서 자고 있는 딩턴이를 2시간 정도 한없이 바라보았다. 낑낑거리며 잠투정하면 토닥토닥해주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신기하다. 요녀석이 10달동안 내 뱃속에서 꼬물딱거렸다니 감회가 새롭다. 딩턴이가 일어나서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다시 신생아실에 맡긴 후 조리원 결제와 에스테틱 상담을 다녀온 후 다시 딩턴이를 데려왔다.

  그 사이 분유를 먹은 딩턴이는 다시 2시간 정도를 잤고 남편과는 모유수유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 속싸개를 풀고 기저귀를 확인했는데 언제 쌌는지도 모를 마른똥이 있어 너무 미안했다. 얼마나 찝찝했을까? 기저귀를 처리하는데 계속해서 추가로 싸는 딩턴이 때문에 딩턴이 옷과 속싸개가 다 더러워졌다. 할 수 없이 딩턴이는 다시 신생아실로 갔고 나는 점심을 챙겨 먹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그럭저럭 잘 해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좀 쉬다가 딩턴이가 깼다는 콜을 받고 다시 데려왔다. 딱 배고플 시간이라고 하셔서 분유를 챙기고 다시 모유수유를 했다. 아직까지는 잘 물어주는데 계속 모유가 안나와서 초조해진다.

  오늘도 형님과 어머님이 전화를 하셔서 조리원에서는 무조건 딴 걱정하지말고 애기도 신생아실에 맡기고 모유수유도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손주고 조카인데도 나부터 생각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가족들의 응원에 힘내서 잘 지내고 회복을 잘하고 가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딩턴이 모유수유와 분유까지 완료하니 또 대변을 본다. 기저귀를 가는중에도 싸고 소변까지 발사해댄다. 분유가 맞지 않는걸까? 엉덩이도 불긋불긋하니 발진이 나는 것 같아 속상하다. 내가 빨리 초유를 먹여야 딩턴이 면역력도 좋아질텐데 신생아실로 다시 보내면서 아기가 계속 기저귀를 가는 중에도 배변을 한다고 하니 너무 빨리 갈아주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응아도 좀 무른것 같고 설사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

  남편이 도시락을 사서 퇴근을 했다. 5시에 조리원에서 내 저녁은 나왔지만 남편과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더니 다 식어서 맛이 없었다. 저녁을 먹고 딩턴이와 3시간 넘게 시간을 보냈다. 딩턴이와 바운서도 타고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남편이 딩턴이가 태어나니 더 가족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어깨는 그만큼 무거워졌지만 든든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조리원에 온 이후로 매일 9시에 자던 남편도 딩턴이와 좀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11시에 잠드는 것 같다. 남편을 보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딩턴아 아빠는 딩턴이가 커나가는 동안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실거야.  20년 후에는 딩턴이가 아빠랑 소주도 한잔 마셔주고 친구 같은 아들이 되어주렴~


 

  오늘 조리원으로 가기 위해 집에서 준비한 첫 배넷저고리를 입은 딩턴이, 출산내내 부적처럼 걸어뒀었는데 오늘도 똥싸는 딩턴이 기저귀 갈아주다가 계속 싸는 바람에 배냇저고리며 속싸개에 똥이 묻었다. 귀여웠는데 속상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남편이 바로 신생아실로 가서 결국 병원 배넷저고리입고 퇴원한 우리 딩턴이

  길 하나 건너 조리원 가는 것도 깨질까 무섭고 추울까 두려워 겉싸개로 꽁꽁 싸매고 갔다. 드디어 조리원 입실, 내가 출산한 날에만 출산 아가 20명이라 기존 예약자도 조리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하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한다. 우리가 출산 전날 분만실에서 잔 것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우리도 조리원 방이 딱 2개 남아 좀 비싼 스위트룸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래도 대기가 아니라 천만 다행이다. 원래 우리는 조리원에 3주 있을 계획이었는데 2주까지만 계약이 되고 2-3일 전에 6박 7일 연장 가능 여부를 알려주신다고 했다. 기존 예약자도 못잡는 상황에서 연장은 왠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다.

  조리원 입실 후 남편은 점심도 먹을겸 집에 가서 빨래를 하고 챙길 것을 챙겨오겠다며 집에 가고 나 혼자 남았다. 수유연습 겸 딩턴이 속싸개 풀고 모유를 물리려는 순간 안는 것도 불편한지 자지러지는 딩턴이때문에 멘탈이 나가버렸다.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아 신생아실로 전화 드리니 배고파서 우는 것 같다고 그냥 데려오라고 하셨다. 딩턴이를 신생아실에 데려다주고 돌아와 펑펑 울었다. 그래도 내가 엄마인데 왜 괴롭게 했을까? 못달랬을까? 남편이 없으니 혼자 자세도 못잡고 속싸개도 못쌌다. 내일 남편 출근하면 그야말로 멘붕일 것 같다.

  소독시간동안 딩턴이를 남편이 돌보고 오늘 드디어 출산 후 첫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면 몸이 더 나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붓고 힘든 기분이다. 샤워를 매일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10시 신생아실 소독시간이 끝나고 딩턴이를 다시 신생아실로 데려다주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이 없는 동안 멘탈이 나갔던 나는 빨리 소독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딩턴이를 보내고 싶었다. 얼굴에 열꽃도 피고 기저귀발진도 나는 것 같고 아픈 것 같은 딩턴이를 보니 어설픈 나보다 신생아실에 있는게 딩턴이에게도 좋을 것 같았다. 분유도 많이 못먹고 신생아는 태변이 빠지면 몸무게도 빠지는게 당연한 것임에도 살이 빠지는 딩턴이를 보니 그냥 다 내 탓 같은 기분이다. 남편에게 딩턴이를 보내기 전 매일 뱃속에 있을 때 불러줬던 곰세마리를 불러주자고 했다. 노래를 불러주고 남편도 착잡한지 아빠가 딩턴이 분유값을 벌어야해서 회사에 가야한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딩턴아 아빠랑 조리원 한바퀴 돌고 신생아실로 가자."라고 말하는 남편을 보니 왜이렇게 짠한지 그나마 나는 조리원에서 밥도 나오고 회복중인데 회사일에 육아, 집안일까지 하는 남편이 안쓰럽다.

  딩턴이를 보내고 남편과 1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다. 형님이 예전 조카를 키울 때 힘들었던 경험을 남편에게 얘기해줘서인지 늘상 1순위는 나여야한다고 했다. 조리원에 있을 때 만이라도 내 회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달라고 남편이 말했다. 우리가 먼저 행복해야 딩턴이도 행복할 것이라고도 했다. 출산 전 아이에게 가장 좋은 부모는 사이좋게 지내는 부모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남편은 힘들면 모유수유도 하지말고 딩턴이 때문에 내가 망가지고 무너지는게 싫다고 말했다. 일단 나부터 챙기라고 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남편의 말에 펑펑 울고야 말았다. 호르몬 때문일까? 감정조절이 잘 안되는 것 같다. 본인도 힘들어서 코피를 흘리고 있으면서도 내 걱정을 해주는 남편이 너무 고맙다. 남편을 생각해서라도 기운을 좀 차려봐야겠다.

 
  회복이 최우선이라 팔목에 무리가 될까 출산 후 일기를 쓰지 않으려했지만 딩턴이와의 하루하루가 그냥 잊혀질까 아쉬워서 간단하게라도 일상을 남겨본다.

  아직 기저귀 갈기도 안는 것도 무서운 초보엄마다. 남편과 똥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나는 다리를 들고 남편은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갑자기 소변을 보는 우리 꼬딩턴이... 다행히 물총을 직접적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만들어둔 피피티피도 집에 두고 오고 과연 직접 겪어보니 실효성이 있을까 의심스럽다. 아직 태변 때문인지 하루에 큰일만 5번은 싸는 것 같다. 남편은 기저귀도 속싸개도 실력이 늘고 있는데 난 아직도 어설프다. 남편이 회사에 가면 어찌봐야할까 큰 걱정이다.

  원래 아버님 생신으로 다 같이 식사를 하는 날인데 우리는 출산으로 불참하여서 식사를 마치고 시댁 식구들이 총출동해 면회를 오셨다. 시부모님이 고생하고 애썼다고 병원비에 보태라며 300만원과 함께 꽃바구니도 사주셨다. 퉁퉁부은 내몸을 보고 어머님은 너무 속상해하셨고 먼저 출산을 겪은 형님은 튼살회복에 좋다고 록시땅 바디제품과 함께 랍스터 요리까지 포장해오셨다.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우리 애기가 특별히 예쁘장하게 생겼다며 너무 좋아하시는 어머님을 보니 뿌듯했다.

  내일은 일요일이기도 하고 수유연습도 할 겸 딩턴이를 데리고 있으려고 했는데 12시부터 2시까지 우는 딩턴이를 결국 포기하고 신생아실에 맡겼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그냥 잠들어버려서 남편 혼자 그 시간 동안 끙끙거리며 극한의 육아를 맛봤다. 신생아실에 데려다주니 배가 고파서 그런거라며 하루사이에 먹는 양이 껑충 올랐다. 첫날 회복 때문에 신생아실에 보내고 분유를 먹도록 둔 것도 미안하고 배가 고프도록 2시간 동안 울린 것도 미안하고 육아를 하니 왜 이렇게 미안한 것 투성이인지 너무 예쁜데 다치게할까 두려운 내아가 진짜 초보 엄마의 한계를 느낀다. 딩턴아  뱃속에 있는 동안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진짜 미안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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