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시부모님이 잠깐 오시고 밤에는 엄마가 오셔서 그런지 유건이의 수면시간이 9시간도 되지 않았다. 밤에 잠은 잘 자주지만 전반적으로 잠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은 유건이다. 신생아 시절에도 평소에는 13시간 정도만 자고 주말에 16시간씩 몰아자던 유건이라 걱정했는데 9시간도 안되다니... 나중에는 점점 낮에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질텐데 낮동안 독박육아하는 내 체력이 걱정된다.

  어제 국가부도의 날의 한시현 팀장을 보고 든 생각은 자기관리를 잘하자였다. 네이버캘린더에 시간대별로 동작분석을 해보니 생각보다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유건이가 오늘은 많이 자준 덕분이기도 하지만 집안일도 말끔히 끝낼 수 있었다. 예전에 도우미 이모님께서 애기가 잘 때 엄마도 무조건 자야한다고 안 그러면 엄마가 잘 시간이 없다고 했는데 낮에 자면 밤에 잠을 잘 안 자게 되는게 맹점인 것 같다. 멍하게 의미 없이 인터넷 서핑하는 시간을 줄이면 좀 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서 살짝 우울했는데 오늘 동작 분석을 해보니 조금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유건아 하루 하루 잘 커줘서 고맙고 우리 아들 덕분에 엄마도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 유건이가 커가는 만큼 엄마도 열심히 관리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께 사랑해 :)
  우리 유건이는 정말 순딩순딩한 아이다. 내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남편 출근 때문에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서인지 벌써 수면 패턴도 잡혀서 밤에 분유 한 번 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울거나 깨지 않는다. 가끔 용쓰기나 속이 불편해 낑낑거릴 때가 있어 안아주긴 해야하지만 그래도 많이 수월한 편인 것 같다. 분유텀도 140씩 하루 딱 6번을 먹어주는데 적게 먹거나 안 먹는 경우도 거의 없어서 정말 기특하다.

  우리 유건이가 기특한 것 중 또 하나는 바로 먹놀잠이다. 육아 관련 검색을 하다보면 먹놀잠이라는 단어를 많이 보게 된다. 먹고 놀고 자는 패턴을 유지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 유건이는 정확히 말하면 먹잠놀잠먹인데 먹고 5~30분 자고 1시간 ~ 2시간을 놀다가 자고 다시 먹는다. 이렇게 3시간 30분 ~ 4시간 정도의 분유텀을 유지해준다. 사실 나는 왜 먹놀잠해야하는지 이유도 잘 모른다. 그냥 유건이가 그렇게 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 먹놀잠이라는 단어는 똑게육아라는 책에서 처음 나온 개념이라는데 부모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한 육아서라고 한다. 작가님 이력도 대단한데 올해 목표 중 육아서 10권 읽기가 포함되어있는만큼 조만간 똑게육아를 읽어야겠다.

  그런데 말 못하는 유건이랑 놀아주는 것은 너무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모빌도 보여주고 딸랑이도 흔들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책과 국기카드도 보여주지만 아직은 유건이가 진득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뭘 해줘야할지 감이 잘 안서는 것 같다. 월령에 맞게 놀아줘야하는 놀이를 못해줘서 발달에 영향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요즘 유건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는 쪽쪽이를 빨다가 뱉고 다시 넣는 놀이인데 아직은 손 사용이 어려워 늘 내가 넣어줘야한다. 그래도 재미있게 놀거리가 하나 있어서 다행이다.

  유건아 너무 순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유건이 덕분에 엄마, 아빠의 육아가 조금은 쉬워졌단다. 엄마가 태교를 잘해서 그런거라고들 하는데 유건이를 임신기간동안 너무 행복했고 결과적으로 유건이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많이 뿌듯한단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줘 사랑해 ^^♥

덧1) 양가의 반찬지원
오후 4시쯤 시부모님이 오셔서 묵은지, 김치콩나물국, 어묵, 깻잎, 키위를 가져다주셨고 9시에 가게를 마치고 엄마가 오셔서 소고기와 모유를 늘려주는 돼지족, 꼬막, 우엉, 장조림과 레드향, 딸기를 사오셨다. 내가 요리할 틈이 없는 것 같다. 감사하면서도 죄송할따름 부지런히 챙겨먹어서 정성껏 준비하신 음식들을 버리는 일은 없도록 하자
 

 
  일요일 아침이다. 남편과 아침 식사를 하는데 평소와 달리 유건이는 찡찡거림 없이 우리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그냥 지켜봐주었다. 덕분에 여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느긋하게 기다려준 유건이가 너무 기특했다.

  의젓한 유건이의 모습을 보니 문득 아들내미가 어느새 부쩍 큰 것 같다. 아직 45일차지만 4시간의 수유텀을 꼬박 지켜주고 있고 새벽에도 수유시간 외에는 거의 깨는 일이 없다. 또 표정이 생기고 옹알이도 시작했다. 예전에는 울 때 이외에는 소리가 없었는데 찡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유건이에게 가보면 옹알이와 함께 웃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시력도 제법 자리를 잡았는지 관심 없었던 모빌을 보며 좋아하기도 한다. 이제 신생아 시절의 부숴질 것 같은 여리여리함은 사라졌다. 좀 더 머물러 있어주길 바라면서도 조금 커서 같이 여행도 다니고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출산하고 처음으로 집에서 영화를 봤다. 남편이 미디어팩 가입자라 매달 TV포인트가 생기는데 무슨 영화를 볼까하다가 국가부도의 날을 봤다. 보는 내내 화가 나고 마음이 무겁다. IMF 사태 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서민들의 삶이 붕괴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국민의 혼란을 막는다는 핑계로 당연히 알아야 할 국가부도 소식을 기득권에만 알리는 모습이 씁쓸하다. 사실 항상 경제가 어렵다 소리만 들어 경제 호황기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신기하다. 만약 나도 그 시절에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이였다면 내 삶도 붕괴되었지도 모르겠다. 극중 김혜수씨가 연기한 한시현 역의 카리스마가 인상 깊었다. 나도 한시현 같은 멋진 커리어우먼이자 금융인이 되고 싶었었는데 영화를 보며 한시현의 능력과 리더십, 그리고 용기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세력 앞에서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했지만 그것 역시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았다.

  국가 부도의 날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항상 깨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이라는 나레이션이 나온다. 주입식 교육을 받아서인지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이런 사태에 두 번 당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좀 더 세상의 흐름에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지금과는 다른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육아를 하는 것도 힘이 들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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