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밀리의 분실물 센터
지은이: 브룩 데이비스
출판사: 문학수첩
읽은날짜 : 18.07.30 ~ 08.30
페이지: 357 page

  이 책을 빌린 지가 거의 두달 가까이 되는 것 같아 계속 연장과 재대출을 반복하며 드디어 다 읽었다. 처음에는 책표지가 예뻐서 골랐고 내용이 엄마를 찾는 어린아이와 여정을 함께하는 두 노인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같은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모험담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겁고 심오한 내용에 당황스러웠다. 또한 처음에는 친절하지 못한 시점 전환 방식에도 익숙하지 못해 참 난해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집중해서 책을 읽다보니 이 전개방식에 금방 익숙해졌다.

  이 책의 내용은 7살 여자아이인 밀리가 80대 두 노인 애거서 펜서와 터치 타이피스트 칼과 함께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는 책이다. 밀리는 죽은 것들에 대해 기록을 하고 장례를 치뤄주는 등 조금 특이한 아이이다. 어느날 밀리는 기록장에 28번째 죽은 것에 우리 아빠라는 글귀를 적는다. 단란했던 가정이 아빠를 암으로 잃게 되면서 무너졌다. 밀리의 엄마는 남편이 사망한 충격으로 밀리를 쇼핑센터에 두고 떠나버린다. 밀리는 엄마가 기다리라고 했던 속옷매장에서 엄마가 신고 떠난 금색구두가 돌아오길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엄마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쇼핑센터에서 하루를 보낸 밀리는 쇼핑센터 커피숍에서 요양원에서 도망친 칼을 만나게 된다. 칼 역시도 부인 애비를 잃은 아픔이 있었고 애비의 장례식에서 충격으로 손가락 몇개를 잃었다. 애비와 함께 타자를 치는 것을 좋아했던 칼은 말을 할 때 무릎 위에 손을 놓고 타자를 치는 버릇이 있었다. 칼은 배고픈 밀리에게 빵도 주고 보안팀에 걸려 아동보호기관에 보내질 위기에 처하자 직접 몸을 던져 밀리를 구해주었다. 그리고 도망가라고 외치며 내가 널 찾아갈꺼야라는 말을 남긴다.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밀리는 집으로 돌아가지만 집에도 엄마는 없었다. 밀리는 앞집에 사는 애거서처럼 창문을 하염없이 보고 애거서는 어느 날부터 자신을 창문 너머로 보고 있는 밀리가 신경이 쓰인다. 애거서 역시 남편을 상실한 아픔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편이 죽은 7년 동안 집 밖에 나가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노화 정도만 체크해 기록하는 일을 한다. 그랬던 그녀가 드디어 밀리를 위해 7년 만에 집밖을 나와 음식을 가져다 준다. 그렇게 둘의 왕래가 시작되고 책상에서 엄마의 일정표를 본 밀리는 엄마를 찾기위해 시드니로 애거서와 함께 떠나게 된다.

  시드니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버스로 기차역으로 향하던 밀리는 출발하기 전 엄마가 볼 수 있도록 '엄마 나 여기 있어요.'라는 문구를 쓰게 된다. 칼은 이 문구를 보고 밀리의 행방을 알게되어 버스를 쫓아오고 마침내 셋은 함께 여정을 떠난다. 버스를 훔치고 불량배를 만나고 퍼시픽 기차에서 소동을 일으켜 경찰서에 연행될 뻔 하기도 하고 사막의 술집에서 싸움도 벌이는 등의 사건이 일어나지만 끝내 밀리가 엄마를 찾았는지 아닌지는 이 책에서 결말이 나지 않았다. 다만 밀리가 늘 언급했던 "언젠가 우리 모두는 죽을거에요." 같이 칼과 애거서 그리고 밀리가 죽는 장면이 예고 되었는데 그 모험이 끝난 후 사랑의 빠진 칼과 애거서는 10년 후 애거서가 지켜보는 앞에서 칼이 입원한 병원에서 숨을 거두고 애거서 역시 3개월 후 자택의 의자에 앉아 숨을 거두게 된다. 밀리도 훗날 이혼한 남편과 두 자녀를 두고 사고사로 사망하게 될 것임이 적혀있다.

  이 책은 저자가 세계여행 중 갑작스런 어머니의 사고사 소식을 접하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죽음에 도달하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사랑하는 이의 상실을 지켜봐야하는 모습이 서글프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죽겠지만 살아있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을 최대한 느끼고 주변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삶에 대한 의무가 아닌가 싶다.

[공감가는 문구]

- 당신은 그를 사랑했나요?
- 그런 것 같은데요?
- 그런 것 같다고? 사랑한다는 말은 해줬어요?
- 내가 왜요? 당연히 그런 줄 알았겠죠!
- 당연히 그런줄? 당연히 그런줄! 당신이 사랑하는 걸 남편이 알 거라고 생각했다고요? p.253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이 소중한 것을 알면서도 많이 표현하지 못한다.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표현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진심을 전달하긴 어렵다. 나 역시도 아빠, 엄마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거나 미안하다거나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쑥쓰럽기도 하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아실 것이라는 생각에 더 그런 것 같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는 같이 있는 것이 너무 익숙해서 있는듯 없는듯 지냈던 애거서가 남편의 상실 이후 7년간 칩거생활을 이어갔다. 옆에 소중한 사람이 있을 때 많이 표현하고 잘 해줘아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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