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남편 출근 전 딩턴이를 데려와 세 가족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아직 안나오지만 남편이 씻는 동안 모유도 먹였다. 쪽쪽 빠는 딩턴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빨다가 꾸벅 졸다가 하품을 해서 꼭지를 놓치면 아악 울고 다시 물려주면 쪽쪽쪽 빠는데 너무 귀여웠다. 남편이 씻고 나와서 모유 부족으로 배고픈 딩턴이를 위해 분유를 주었다. 남편이 생각보다 차분하게 딩턴이를 잘 돌봐주고 너무 예뻐하는게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더 안아주다가 출근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진다. 딩턴이는 이런 아빠 마음을 알까?

  오늘은 순산체조 선생님이 진행하는 산후요가가 있는 날이라 수업 참석차 딩턴이를 조금 일찍 맡기고 아침을 먹고 수업에 참여했다. 선생님께서 안 그래도 안보여서 이번엔 저 집이 낳았구나 생각하셨다고 수업이 시작되니 확실히 내가 회복이 빠르구나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 곡소리가 나는데 나는 제법 괜찮았다. 출산 전에 꾸준히 한 순산체조가 회복에도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임신 중 순산체조를 한 것은 엄청 좋은 선택이었다. 이제 산후 체조도 조리원에 있는 3일밖에 없는데 5개월 가까이 함께한 선생님과도 이별이다. 태교나 육아, 학습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주셨는데 너무 아쉽다.

  체조를 마치고 방으로 잠깐 돌아왔다가 에스테틱을 하러갔다. 에스테틱을 하는것은 좋기도 하지만 딩턴이 걱정에 너무 초조했다. 원래 남편이 출근할 때 분유를 먹이면 잤는데 오늘은 자지 않았고 체조를 갈 때도 올 때도 신생아실에서 보이지 않았다. 어디 아픈걸까? 에스테틱을 끝내고 올라갔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점심이 나와 점심만 먹고 다시 가봐야지 했는데 불안해져서 펑펑 울면서 점심을 먹다가 팽개치고 딩턴이를 데려왔다. 내 옆에서 평온하게 잠든 딩턴이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점심은 결국 다 먹지 못했고 중간에 간호사님이 오셔서 애기 상태는 양호하다고 말씀해주셨다. 혈압이 걱정되 문의드리니 외래진료 예약을 꼭 하고 이따 확인하러 다시 오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울고 있던 나를 위로해주셨다. 엄마가 된게 처음이고 남편 퇴근 전까지 혼자 있어야해서 무서웠는데 조리원분들이 너무 다 친절해서 감사했다.

  2시에 조리원 원장님의 모유수유강의가 있어 그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딩턴이를 다시 맡겼다. 모유수유강의는 이걸로 3번째라 솔직히 내용보다는 강의해주시는 조리원 원장님의 다른 이야기들이 더 재밌었다. 예를 들면 가끔 엄마가 아이를 찾아도 안 주는 경우가 있는데 2시간 울고 10분 전에 재웠는데 다시 데려가고 그런 경우라고 하셨다. 수업을 마치고 딩턴이를 찾아가려하니 건강은 괜찮으시냐며 병원다녀오라고 하시면서 딩턴이는 안 주시고 좀 쉬다오라고 하셨다. 아 딩턴이가 아까 원장님이 말씀하신 땡깡 부리는 아이구나 느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안보이고 격리되서 관리되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편이 올 때까지 딩턴이를 보다가 저녁을 먹었고 오늘은 입맛이 별로 없었다. 급 기분이 울적해진다. 조리원에 온 이후로 매일 하루에 한 번은 우는 것 같다. 아마도 호르몬 변화 때문이겠지? 자꾸 눈물이 나고 분명 딩턴이는 뱃속에 있던 아이가 나온 것 뿐인데 다른 존재 같이 느껴진다. 뱃속에 있을 때는 얼른 만나서 손도 잡고 만든 옷도 입혀보고 싶었는데 막상 낳으니 태아가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이 컸다. 10개월 동안 늘 24시간 함께했고 내 몸속에서 발차기, 딸꾹질, 심장이 뛰던 내 아이가 사라지니 마음이 심란하다. 딩턴이는 당연히 너무 예쁜데 태아일 때의 추억이 너무 많아서 딩턴이 엄마랑 운동하러 다닌거 기억나? 엄마가 이 노래 불러준거 기억나? 바다 갔었던 거 기억나? 할 때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산후 우울증일까? 이런 내 감정이 딩턴이를 불안하게 할까봐 걱정이 된다. 딩턴이가 태아일때 엄마가 지켜줄거라고 약속했는데 막상 태어났는데 엄마가 너무 우울해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내일 연차를 낸 남편이 오늘은 집에 들리느라 조금 늦게 왔는데 딩턴이 이름후보를 말해줬는데 빵 터졌다. 광해, 영해, 해영 ㅋ 그나마 해영이 나은 듯 하다. 남편은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이다. 우리 딩턴이는 어떤 이름을 갖게될까? 8개월이 넘게 딩턴이로 불렀는데 이 이름도 곧 사라질거라 생각하니 또 슬퍼진다.

  딩턴이가 목욕 후 우리방으로 왔는데 남편이 아가드 네일트리머로 딩턴이 손톱을 정리해주었다. 손톱깎기였으면 좀 무서웠을 것 같은데 네일트리머는 걱정없이 손톱을 다듬어줄 수 있어 편리한 것 같다. 오늘은 우리 꼬딩턴이 생애 첫 손톱 손질을 한 날이다. 매일 매일이 생애 첫 경험을 하고 있는 우리 딩턴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엄마도 기운을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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