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리원으로 가기 위해 집에서 준비한 첫 배넷저고리를 입은 딩턴이, 출산내내 부적처럼 걸어뒀었는데 오늘도 똥싸는 딩턴이 기저귀 갈아주다가 계속 싸는 바람에 배냇저고리며 속싸개에 똥이 묻었다. 귀여웠는데 속상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남편이 바로 신생아실로 가서 결국 병원 배넷저고리입고 퇴원한 우리 딩턴이

  길 하나 건너 조리원 가는 것도 깨질까 무섭고 추울까 두려워 겉싸개로 꽁꽁 싸매고 갔다. 드디어 조리원 입실, 내가 출산한 날에만 출산 아가 20명이라 기존 예약자도 조리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하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한다. 우리가 출산 전날 분만실에서 잔 것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우리도 조리원 방이 딱 2개 남아 좀 비싼 스위트룸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래도 대기가 아니라 천만 다행이다. 원래 우리는 조리원에 3주 있을 계획이었는데 2주까지만 계약이 되고 2-3일 전에 6박 7일 연장 가능 여부를 알려주신다고 했다. 기존 예약자도 못잡는 상황에서 연장은 왠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다.

  조리원 입실 후 남편은 점심도 먹을겸 집에 가서 빨래를 하고 챙길 것을 챙겨오겠다며 집에 가고 나 혼자 남았다. 수유연습 겸 딩턴이 속싸개 풀고 모유를 물리려는 순간 안는 것도 불편한지 자지러지는 딩턴이때문에 멘탈이 나가버렸다.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아 신생아실로 전화 드리니 배고파서 우는 것 같다고 그냥 데려오라고 하셨다. 딩턴이를 신생아실에 데려다주고 돌아와 펑펑 울었다. 그래도 내가 엄마인데 왜 괴롭게 했을까? 못달랬을까? 남편이 없으니 혼자 자세도 못잡고 속싸개도 못쌌다. 내일 남편 출근하면 그야말로 멘붕일 것 같다.

  소독시간동안 딩턴이를 남편이 돌보고 오늘 드디어 출산 후 첫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면 몸이 더 나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붓고 힘든 기분이다. 샤워를 매일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10시 신생아실 소독시간이 끝나고 딩턴이를 다시 신생아실로 데려다주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이 없는 동안 멘탈이 나갔던 나는 빨리 소독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딩턴이를 보내고 싶었다. 얼굴에 열꽃도 피고 기저귀발진도 나는 것 같고 아픈 것 같은 딩턴이를 보니 어설픈 나보다 신생아실에 있는게 딩턴이에게도 좋을 것 같았다. 분유도 많이 못먹고 신생아는 태변이 빠지면 몸무게도 빠지는게 당연한 것임에도 살이 빠지는 딩턴이를 보니 그냥 다 내 탓 같은 기분이다. 남편에게 딩턴이를 보내기 전 매일 뱃속에 있을 때 불러줬던 곰세마리를 불러주자고 했다. 노래를 불러주고 남편도 착잡한지 아빠가 딩턴이 분유값을 벌어야해서 회사에 가야한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딩턴아 아빠랑 조리원 한바퀴 돌고 신생아실로 가자."라고 말하는 남편을 보니 왜이렇게 짠한지 그나마 나는 조리원에서 밥도 나오고 회복중인데 회사일에 육아, 집안일까지 하는 남편이 안쓰럽다.

  딩턴이를 보내고 남편과 1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다. 형님이 예전 조카를 키울 때 힘들었던 경험을 남편에게 얘기해줘서인지 늘상 1순위는 나여야한다고 했다. 조리원에 있을 때 만이라도 내 회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달라고 남편이 말했다. 우리가 먼저 행복해야 딩턴이도 행복할 것이라고도 했다. 출산 전 아이에게 가장 좋은 부모는 사이좋게 지내는 부모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남편은 힘들면 모유수유도 하지말고 딩턴이 때문에 내가 망가지고 무너지는게 싫다고 말했다. 일단 나부터 챙기라고 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남편의 말에 펑펑 울고야 말았다. 호르몬 때문일까? 감정조절이 잘 안되는 것 같다. 본인도 힘들어서 코피를 흘리고 있으면서도 내 걱정을 해주는 남편이 너무 고맙다. 남편을 생각해서라도 기운을 좀 차려봐야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