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산 후 우울한 마음인데 어제 면회 온 후배도 고맙고 지난번 대구에서 만난 후배 블로그에 글을 남겼는데 댓글로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연년생 아이를 둔 후배도 40분 정도 전화를 해주며 우울하지 않게 말동무를 해주었다. 형님도 어머님도 매일 같이 문자를 보내주고 기운나게해주시고 엄마, 아빠도 매일 전화를 해준다. 정말 고맙다.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임신기간은 입덧도 없이 수월하게 넘어간 편이라 출산 후 호르몬 변화로 인한 감정기복이 이렇게 심할 줄 몰랐다. 확실히 먼저 출산을 경험한 지인들이 내 마음을 훨씬 잘 이해해주는 것 같다. 나중에 주변에 출산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나도 좀 더 신경쓰고 많이 위로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시 30분에 마사지 예약이 되어 있어 마사지를 받으러갔다. 7회 신청을 했는데 거의 주말빼고 매일같이 가야되서 좀 부담스럽다. 조리원프로그램과 시간 조정도 필요하고 딩턴이를 보는 시간이 애매해질 수도 있어서 5회만 끊을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늘도 해독을 위해 원적외선 기계에 들어갔는데 25분을 채우지 못하고 나왔다. 출산 후 떨어지지 않은 혈압때문인지 탈수 증상 때문인지 온몸이 찌릿찌릿했고 이러다 쓰러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독도 중요하지만 쓰러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빨리 스태프를 부르고 밖으로 나왔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마사지를 마치고 딩턴이를 데려왔다.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기 위해 산책 겸 하늘정원으로 딩턴이를 데리고 갔다. 방안에만 있으면 답답한데 그나마 탁 트인 창문에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좀 풀린다. 트림시키기는 너무 어렵다. 시원하게 끄윽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쯤됐다 싶어 눕히면 자꾸 분유를 주루룩 토한다. 아기 장이 일자라 그렇다는데 내가 트림을 잘 못시켜서 그런가 싶어서 미안해진다. 일부러 오래 앉혀서 토닥여주고 안고 걷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게워낼 때가 있어 속상하다. 창 밖으로는  운동하러 문화센터를 오갈 때 가끔 탔던 843번 버스가 지나간다.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고 울적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 감정상태가 딩턴이에게 전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늘정원에 있는 책을 읽어주었는데 딩턴이가 짜증을 낸다. 아들내미라 공룡책도 읽어주고 싶었는데 오늘은 실패다. 나름 뱃속에 있을 때 책도 읽어주었는데 아직 책 읽어주기는 너무 빠른걸까? 책을 읽어주고 어머님, 아버님과 영상통화도 했다. 어머님은 하루종일 우리 딩턴이 동영상만 보고 계신다고 하셨다. 우리 딩턴이를 많이 예뻐해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남편도 나도 애기 때 완전 순둥이라서 우리 딩턴이도 순둥순둥하길 기대해본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남편이 조금 일찍 퇴근했다. 발목이 아파 2-3cm 굽에 쿠션감 있는 슬러퍼를 사다달라고 했다. 퇴근 후 홈플러스에 들려 슬리퍼와 족발, 그리고 내가 먹고 싶다했던 귤을 한 박스 사왔다. 남편의 쇼핑물품 중 맛동산이 보인다. 내가 집에 있을 때 좋아하던 과자 먹고 싶다고 말도 안했는데 요즘 도통 입맛도 없고 우울해 하는 나를 위해 뭐가 먹고 싶을지 고민해 골라온 맛동산을 보니 눈물이 난다. 남편도 집과 조리원을 오가고 회사일에 딩턴이까지 돌보느라 힘들텐데 나까지 신경쓰고 있구나 생각을 하니 빨리 기운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고맙고 안쓰러운 내편 남편을 위해서라도 빨리 몸도 회복하고 마음을 추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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