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퇴소가 토요일이라 남편과 같이 애기를 봐서인지 아직까지는 딩턴이 돌보기는 수월한 편이다. 3시간에 한 번씩 깨서 분유를 먹고 또 다시 잠을 자고 계속 반복중인 우리 딩턴이 너무 많이 자고 안 일어나서 원래 신생아는 이런가? 너무 많이 자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을 했었다.

  얌전히 잠을 자주는 딩턴이 덕분에 평온한 주말을 보낼 수 있었고 이렇게 얌전하게 있어준다면 집에서 둘만 있을 때처럼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실 여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 딩턴이는 많이 예민하지 않고 순한 편이라 다행이다.

  3시쯤되서 시부모님께서 미역국과 백김치를 가지고 집을 방문하셨고 오신 김에 많은 후보 중 우리 딩턴이 이름을 유건이로 확정했다. 이름은 시부모님이 지어주고 싶으셨다며 별도로 이름값도 주셨다. 아버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안 쓴 것도 죄송한데 병원비, 조리원비에 보태라고 이미 많은 돈을 주셨고 또 이름값까지 주시니 받기가 너무 죄송스러웠다. 뭐든 다해주고 싶은 시부모님에 마음이 느껴져서 감사하기도 하다. 이름이 확정되었으니 조만간 출생신고도 해야하는데 연말에 남편이 너무 바빠 걱정이다.

  새벽에 분유 때문에 몇 번씩 깨긴 하지만 그래도 모유수유를 안하는지라 3시간씩 수면을 지키고 있는 우리 유건이 덕분에 아직은 버틸만 한 것 같다. 임신 중에도 입덧없이 수월한 시간을 보냈는데 역시 효자딩턴이라는 별칭답게 잠을 잘 자준다. 내일부터 남편이 출근을 하니 살짝 걱정은 되지만 산후도우미님이 오시니 일단은 안심이 된다. 성격 좋고 열심히 하시는 좋은 분이 배정되기를 바래본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나보니 새벽 4시 30분이다. 남편이 침대 끝에 등을 돌리고 매달려 자길래 떨어질까봐 끌어당겼는데 자는게 아니라 4시부터 일어나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좀 더 자라고 한 후 일어나 밥을 하고 어제 식객에서 본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서 새벽부터 된장찌개를 끓이고 계란후라이를 했다. 보통은 저녁에 먹고 남은 국을 데워 먹거나해서 있는 반찬으로 아침을 먹기 때문에 새벽부터 요리를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지만 이런 날은 좋은 아내가 된 기분이 든다.

  밥이 다 되고 남편을 깨워 같이 먹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30분 이른 시간에 먹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굉장해 며칠 만에 남편과 차도 마실 수 있었다. 이제 남편이 출근을 하는 새벽 6시 30분은 초겨울처럼 추워졌기에 가급적이면 이렇게 따뜻한 차를 끓여 남편이 조금이나마 출근을 할 때 온기를 느끼며 기분 좋게 출근을 했으면 좋겠다. 요근래 차를 마시는 것보다 새벽 운동을 택했던 남편도 아침에 차를 마시니 왜 사람들이 아침에 차를 마시는지 알 것 같다며 오늘의 여유를 즐기는 것 같았다.

  남편을 배웅해주고 블로그를 정리한 후 2시간 정도 다시 잠이 들었다. 아빠한테 전화가 오는 바람에 잠이 깨버렸다. 잠을 자고 일어나 인터넷 강의를 보는데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원래 1시 약속인데 12시로 당길 수 있냐는 연락이었다. 아침도 새벽 일찍 먹어서 배가 고프기도 하고 시간도 애매하게 남았기에 나도 알겠다고 하고 강의를 마치고 씻고 나갔다.

  12시에 시간에 딱 맞춰 만난 우리는 새로 생긴 1974 경양식 집으로 향했다. 안 그래도 생긴지 얼마 안되서 남편에게 계속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친구도 그랬는지 마침 여기서 밥을 먹자며 제안을 했다. 테이블이 별로 없어서 손님이 많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도 없었고 우리가 먹는 중간에 두 테이블 정도 손님이 더 들어왔다.

  에피타이저로 마늘빵과 스프가 나오고 샐러드가 셋팅됐다. 샐러드 드레싱은 망고인지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포크와 나이프도 귀여웠다. 친구는 함박스테이크, 나는 이탈리안돈까스를 시켰다. 가격도 저렴하다. 두 메뉴 합산하여 19,000원이었다. 개인적으로 함박스테이크는 요리 특성상 식감이 흐물거려 원래 좋아하지 않는 메뉴이고 이탈리안 돈까스는 피자돈까스 맛이 났는데 소스도 달달하니 딱 내스타일이었다. 남편에게 사진을 보내주니 남편도 먹고 싶다고 조만간 같이 가보자고 했다.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니 즐거운 수다가 이어졌다. 특히나 나는 임산부고 친구는 산후 조리원에서 에스테틱 관리를 하고 있고 내년부터 아기를 준비할 예정이기에 출산이나 결혼생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돈까스집에서 나와 친구가 괜찮은 카페가 있다며 향린교회 맞은편에 있는 모멘텀카페에 데리고 갔다.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면서도 이 동네는 처음온다.

  하얀색의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고 안에서 캔들공방을 함께 운영하시는듯 했다. 햇살이 좋아 아이스로 마시고 싶었지만 감기 예방차원에서 레몬티를 시켰다. 친구는 라즈베리 아이스티를 시켰는데 찻잔과 세팅도 너무 예쁘다. 브라우니도 서비스로 주시고 1시간 30분정도 수다를 떨다보니 목마르실 것 같다며 루이보스티를 서비스로 주셨다. 친절하고 예쁘고 레몬티도 맛있어서 다시 방문하고 싶은 카페이다. 남편과 산책갈 때 들러 봐야겠다. 그런데 9시까지라 시간이 맞을지 모르겠다.

  친구와 이야기 중에 속초로 놀러가신 어머님께서 전화가 오셨다. 어머님이 돌아오시는 길에 대게와 회를 가져다주신다고 밖에 있으면 들어갈 때 상추 하나 사갖고 들어가라고 하셨다. 친구와 돌아가면서 참마트에 들려서 상추와 깻잎, 남편을 위한 소주를 1병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재봉틀을 할까하다가 도리를 찾아서 원서 강의를 보다가 깜박 졸았는데 남편에게 어머님이 회 사오신다고 빨리 들어오라고 하니 남편이 6시도 안되서 집에 도착했다. 남편이 바쁜데 일찍왔더니 아직 어머님이 도착하시려면 1시간도 넘게 남았다며 운동이나 가야겠다고 푸념을 했다. 남편이 일찍 들어오니 좋았지만 바로 운동을 간대서 조금 투덜거렸더니 남편이 운동을 갔다가 바로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운동을 쉴거라고 했다. 오랜만에 남편과 긴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어머님이 도착하셨고 내려가시면서 드시라고 귤을 챙기고 음료를 사서 건네드렸다. 어머님, 아버님을 배웅해드린 후 집으로 돌아와서 대게와 회파티를 열었다. 대게는 거의 내가 다 먹고 회는 남편이 먹었는데 남편이 배가 부르다며 회를 남겼다. 임산부만 아니면 나도 회를 먹었을텐데 너무 먹고 싶어서 쌈을 싸서 1개만 먹고 더이상은 먹지 않았다. 먹고 싶은데 딩턴이에게 좋지 않을까봐 참는 것을 보면 나도 엄마이긴 엄마인가보다. 게딱지에 밥을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슥슥 비볐는데 너무 맛있어서 사진 찍을 틈도 없이 다 먹어버렸다. 대게 몸통 1조각을 남겨서 라면까지 끓여먹었다. 흰살 생선 단백질을 먹어주는게 좋다고 해서 남은 회도 라면에 넣고 끓였더니 매운탕을 먹는 기분이었다. 속초에 다녀오신 아버님, 어머님 덕분에 포식하는 하루였다. 늘상 좋은 것은 우리에게 챙겨주시는 시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 우리도 딩턴이에게 어머님, 아버님 같은 자상한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리를 한 후 어제 보았던 식객을 마저 보았다. 확실히 인간이 간사한게 대게에 라면까지 빵빵하게 먹고 나니 식객의 요리들이 부럽지 않았다. 어제만 해도 삼겹살을 먹고 싶어서 힘들었는데 식객은 6권까지 밖에 안봤는데도 영화를 만들 때 비교적 앞부분만 각색했는지 모든 에피소드를 다 읽은 것 같았다. 김래원 주연의 드라마 식객도 찾아보니 시청률이 25%나 나왔던 히트작인 것 같은데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 식객도 접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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