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나보니 새벽 5시 30분이다. 남편을 깨워 육거리 시장에 가자고 했다. 지난주 일요일과 데자뷰 되는 느낌이다. 몇 시냐고 묻는 남편에게 6시 30분이라고 하니 거짓말하지말라며 다시 잔다. 나도 누워 있다가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거실에서 인강을 보다가 남편을 또 깨웠는데 몇 시냐는 말에 6시 30분이라고 하니 또 거짓말하지 말라고 한다. 이번엔 진짠데. . .

  금요일에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고 주말에 육거리시장에 가서 간식도 구경하고 아침도 먹고 오자고 약속해서 깨운건데 딩턴이는 배고프다고 움직거리는데 남편이 영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결국 7시 30분에 일어난 남편과 밥 먹으러 육거리시장에 다녀왔다.

  지난 주에 갔던 새가덕순대에 가서 어제 못 먹었던 아쉬움도 달랠겸 곱창전골을 먹었다. 먹을 때 맛있었지만 아마도 출산을 해 내 입맛대로 돌아오면 곱창전골은 안 먹는 음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볶음밥까지 비벼서 뚝딱 먹고나니 배가 든든했다. 우리가 간 시간이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뒤테이블에 아주머니 4명이서 아침부터 술을 마시며 신세한탄과 남편에 대한 푸념을 하고 있었다. 나의 선택에 의한 결혼이지만 어떤 배우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행복을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항상 날 위해주고 마음이 맞는 남편을 만난 것이 새삼 감사해진다.

  아침을 먹고 육거리 시장을 둘러보았다. 전집, 떡집, 닭꼬치 등의 주전부리들을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배가 불러서 사지 못했다. 나중에는 점심쯤에 가서 주전부리로만 배를 채워봐야지. 또 가물치를 태어나서 처음 보았는데 너무 징그러웠다. 남편 말로는 뱀과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비닐이 뱀처럼 생겼다. 미꾸러지에 선지까지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품들이 많이 있었다. 온누리 상품권으로 귤을 사고 가는 길에 찐빵도 샀다. 찐빵은 3개에 2천원이었는데 만두도 사고 싶었지만 배가 불렀던 남편이 자제시켰다.

  찐빵을 산 김에 밖에서 먹자며 남편과 오송호수공원에 가자고 했는데 가는 길에 비가 제법 내린다. 30분만 일찍 아침을 먹으러 갔어도 호수공원을 걷는 중에 비를 쫄딱 맞을뻔했다. 늦게 일어난 남편에게 감사해야겠다.

  집으로 돌아와서 영화나 볼까하다가 마땅한게 없어서 남편이 한승연이 나오는 열두밤을 본다고 하길래 같이 봤다. 뭔가 소재도 신선하고 재밌을 것 같다. 드라마를 보다가 낮잠을 잔 후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이화수육개장을 다녀왔다. 남편이 날씨가 맑아졌다며 산책 겸 나가자고 해서 나왔는데 여전히 비가 엄청 쏟아진다. 도대체 어디가 맑아졌냐고 타박을 하며 우산을 쓰고 가게까지 걸어갔다. 집 근처지만 진짜 몇 년만에 오는 것 같다.

  나는 맑은 육개장, 남편은 비도 오고 해서 육개장칼국수를 시켰다. 빨간 육개장은 역시 내가 먹기에는 좀 자극적인 것 같고 맑은 육개장이 나한테 딱인것 같다. 다음 비오는 날에는 떡만두국을 먹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뜨끈한 배를 안고 편의점에 들렀다. 어제 다 못본 신비한 동물사전을 볼 겸 팝콘을 사러갔다가 구수한 군고구마 냄새에 이끌려 군고구마까지 샀다. 남편은 맥주도 골랐고 생각없이 먹고 싶은 걸 다 고르니 18,000원이 넘게 나왔다. 간식비로는 좀 과한 것 같다.

  구입한 물품을 한 아름 않고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 미니빔을 셋팅해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았다. 제법 영화관 느낌이다. GS편의점에서 카라멜팝콘과 단풍팝콘을 구매했는데 메이플시럽이 첨가된 단풍팝콘은 진짜 달달하니 내 취향저격이다. 남편도 오늘은 어제보다 집중해서 보는 것 같다. 원래 원작은 동물들의 소개만 있다는데 영화를 위해 스토리를 재창조해낸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미 해리포터의 성공으로 더이상 일하지 않아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텐데 보통 사람과는 다른 열정이 지금의 성공을 만들었겠지? 신비한 동물사전은 5편으로 영화가 제작될 거라고 하던데 2편은 극장에 가서 볼 예정인데 출산이 임박해서 좀만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

  영화가 보고 있는데 어머님께서 남펀에게 연락을 하셔서 줄 것이 있으니 전화를 하면 나오라고 하셨다. 딱 영화가 끝날 때 도착하셔서 내려갈 때 드시라고 귤을 싸서 내려갔는데 어머님께서 내일 결혼기념일이라고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20만원을 봉투에 넣어서 선물해주셨다.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잊지 않고 챙겨주시는데 너무 감사하다. 또 국과 반찬들도 챙겨주셨다. 요즘 계속 밖에서 사먹었는데 당분간은 집에서 잘 챙겨먹어야겠다.

  점심을 먹고 과자파티도 벌여 오늘 저녁은 Skip하기로 하고 남편과 저녁 대신 산책을 했다. 아파트 주변을 한 바퀴 걸으니 4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오늘은 날씨도 춥지 않고 걸을만 한 것 같다. 길을 걷다가 예쁜 맥주집도 발견해서 내일 결혼기념일에 저녁 먹고 오자고 얘기하며 걸었다. 운동을 다녀왔더니 남편은 출출하다며 뭐가 먹고 싶다고 했고 나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꽉 차서 어머님이 가져다주신 갈비를 구워주었다.

  이렇게 이번 주말도 끝이 나는구나 이번주는 남편과 금요일부터 계속 있어서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주말이었다. 추석 때 10일을 쉬어도 짧게만 느껴졌는데 간만에 주말내내 집에만 주로 있어서 그런가보다. 딩턴이가 있으면 이런 여유시간도 줄어들겠지? 여유시간은 줄어도 그만큼 행복한 시간이 될 거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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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깨우는 소리에 급하게 일어났는데 벌써 아침 9시다. 어제 잠깐 친구와 맥주를 마시고 온 남편은 평소와는 달리 늦잠을 잤고 나도 당연히 주말이라 늦잠을 잤다. 사실 토요일이라 늦잠이랄 것까진 없지만 오늘은 목요일 순산체조시간에 강사님께서 다나여성병원에서 토요일 9시 40분에 부부태교특강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남편과 한 번 가보기로 했기 때문에 상당히 늦은 편이었다. 급하게 일어나 양치와 세수만하고 집을 나섰다. 남편은 배가 고프다고 콩나물국밥을 사먹고 가자고 하다가 이내 시간이 안될 것 같다며 그냥 가자고 했다. 딱 9시 40분에 다나여성병원에 도착해서 1층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과 컵라면, 바나나우유를 나눠마시고 문화센터에 들어갔다. 둘다 어제 족발을 먹어서 그런가 상태가 안 좋고 얼굴이 팅팅 부어있다. 다나여성병원은 처음 갔는데 10층 문화센터에서 보이는 옥상정원이 인상적이다. 아마도 조리원 산모들을 위한 배려겠지?

  늦지 않게 강의장에 들어가 오늘 수업을 들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5커플 정도 있었고 총 9커플이 수업에 참가했다. 매주 2회씩 보는 강사님이지만 다른 병원에서보니 왠지 달라보였다. 몰랐던 약력도 알게된 부분이 있었다. 처음에는 강사님 약력을 설명하시고 남편과 함께 커플 요가라고 하기도 민망한 간단한 운동을 했다. 평소에 우리가 꼬니체조라고 부르는 서로 어깨누르기, 뒤돌아 손뼉치기, 남편은 위에서 끌고 나는 앉았다 일어나기를 했는데 뒤돌아 손뼉치기를 할 때마다 남편에 머리를 팡팡쳐줬다. 우리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박수치기가 안 맞을줄이야. 운동을 마치고 서로 마주보고 강사님의 선창을 따라 태담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평소에도 잘 못알아듣는 남편이 혼자 맘대로 말해서 너무 웃겼다. 예를 들어 강사님이 "엄마, 아빠는 부족하지만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할거야." 라고 말하면 남편은 "엄마, 아빠는 참 훌륭하단다." 이런식으로 엉뚱하게 말을 했다. 진지하지 못하게 하길래 괜히 오자고 했나? 하기 싫은가? 했는데 진짜 안들렸다고 했다. 남편과 마주보면서 서로에게 감사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남편의 아무말 대잔치는 계속 되었다. 너무 웃겨서 제대로 따라할 수가 없었다.

  서로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해준 후에 호흡과 마사지법을 알려주셨다. 호흡은 순산체조에서 배워온 후 평소에도 남편에게 교육을 시켜줬기 때문에 남편이 곧잘 따라했다. 마사지는 남편이 워낙 힘있게 해서 강사님이 딱 봐도 힘이 많이 들어갔다고 함부로 다루는 것 같다고 한 마디 하셨다. 연습이 반복될수록 남편의 마사지가 좋아졌다. 출산할 때 엄마는 너무 정신이 없기 때문에 아빠의 역할이 많이 중요한데 진통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면 옆으로 누워서 쿠션을 다리사이에 끼고 남편이 마사지를 해주면 더이상 진통이 진행되지 않도록 해줘야한다고 하셨다. 일단 출산 전에는 1시간 동안 피가 철철나거나 양수가 터진 것이 아니면 자궁 3cm가 열릴 때까지 집에서 기다렸다가 병원에 가야하는데 막상 출산을 하러가면 간호사님도 진행이 안되면 해줄 수 있는게 없고 의사 선생님도 낳기 직전에만 오시기 때문에 남편과의 호흡이 중요한 것 같다. 익숙치 않으면 막상 출산을 하러가서는 귀찮게만 느껴진다고 하니 오늘부터 매일 마사지를 받아야겠다.

  마사지 수업이 끝나고 배밀기를 연습하는 시간이 되었다. 배밀기는 7월 순산체조를 다니며 수 없이 해왔기 때문에 자신있는 동작이었는데 너무 잘하다보니 샘플링되서 거기 모든 참가자들이 내 배만 쳐다보았다. 강사님도 나는 산전체조를 배워서 힘들이지 않고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는데  한 커플이 "저거봐 배가 쑥 내려가." 라고 말해서 좀 창피했다. 딩턴이가 역아라 걱정이 되지만 딩턴이가 제대로 자리잡아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면 당황하지말고 배운 것을 잘 써먹었으면 좋겠다.

[오늘 배운 출산 팁]
1. 손목보호대와 쿠션을 챙겨라. 쿠션은 분만 중 진통이 너무 심해 힘들어하면 옆으로 누워 다리사이에 끼고 남편이 등부터 허리 꼬리뼈를 마사지 해준다. 진통 진행을 멈춰준다.

2. 가족분만실에 들어가고 가족분만실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남편이 손잡이 제공을 요청해라

3. 양수가 터지는 순간부터 녹음기를 켜라. 아이의 첫 울음소리와 산고의 과정이 녹음된다. 후에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다.

4. 아이가 태어나면 아빠는 당황하지말고 수고했다고 아기에게 목소리를 들려준다. 아빠의 목소리는 아이에게 안정을 가져온다.

5. 의사선생님이 오시면 1단계 손잡이를 잡고 2단계 남편이 머리를 받치며 산모는 숨을 참고 3단계 배를 밀고 4단계 혀를 내밀고 힘을 뺀다.

6. 집에서 진통이 너무 심하면 욕조에 몸을 담궈 근육을 이완시키고 과하게 피가 나거나 양수가 터진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참았다가 자궁이 최소 3cm이상 열릴 때까지 기다린다.

  수업을 마치고 1층 좋은아침 빵집에 가서 시식빵을 먹으며 빵을 골랐다. 좋은아침 빵집이 맛있다고는 들었지만 직접 먹은 것은 처음인데 정말 맛있었다. 나비파이, 츄러스, 치즈빵을 샀다. 모태안 병원 근처에도 좋은아침 빵집이 있는데 조리원에 들어가면 남편에게 빵 좀 조달해달라고 부탁을 해야겠다.

  빵을 사가지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간만에 율량동에서 먹을까하고 식당을 둘러보았다. 나는 청주여고를 졸업했기에 오랜만에 학교 근처에 가봤다. 자주 갔던 냉면집도 마트도 김밥집도 여전히 그대로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서로 바쁘다보니 몇 달 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는데 오늘따라 생각이 많이 났다.

  점심은 율량동을 둘러보기만하고 신봉동에 있는 일선관에서 먹었다. 나는 곰탕, 남편은 육개장, 고기만두를 시켰다. 비빔밀면도 먹고 싶다고 하니 남편이 육개장을 비빔밀면으로 바꿔도 되는지 여쭤봤는데 이미 주문이 들어가서 불가했다. 좀 아쉬웠지만 맛있게 먹었다. 특히 이 집은 쫀득쫀득한 만두가 일품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빵까지 먹었다. 나비파이는 달달하니 취향저격이고 츄러스는 찹쌀이 섞인듯 쫀득쫀득했는데 1개만 먹을 때는 맛있었는데 2개째 먹으니 느끼함이 느껴졌다. 밥에 빵까지 먹으니 배가 너무 불러서 낮잠을 2시간이나 자버렸다. 내가 자는 동안 남편은 운동까지 마치고 돌아왔다. 늘 부지런한 남편이 부럽다.

  저녁은 배가 불러 먹지 않으려하다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곱창전골이 먹고 싶어 밖을 나섰다. 사실 나는 곱창전골은 입에도 대지 않았던 음식인데 임신중이라 입맛이 바뀌었다. 남편은 곱창전골을 좋아하지만 내가 먹지 않는지라 친구들 만날 때나 간간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 요즘 내 입맛이 남편과 비슷하게 변하고 있다. 당연히 곱창전골을 먹으러가자는 내 제안에 신이나서 곱창전골을 먹으러 갔다.

  곱창전골을 먹으러가다가 옆에 있는 떡볶이집을 보고 남편이 "떡볶이도 맛있겠다." 라는 한 마디에 바로 떡볶이집으로 선회했다. 임신을 하니 진짜 변덕스럽다. 특히 먹는 것에 심해지는 듯 바로 뽀끼캠프로 들어가서 즉석 떡볶이와 튀김을 시키고 밥도 볶아먹었다. 수유를 하면 이 맛있는 떡볶이와 당분간 안녕이라니 슬퍼진다.

  남편은 떡볶이를 중간정도 먹을 때부터 속이 갑자기 좋지 못하다고 했는데 소화제를 먹더니 초저녁인 7시 30분부터 잠이 들었다. 옆에서 블로그 정리와 핸드폰 게임을 번갈아하다가 남편이 깼다. 소화제도 먹고 자고 일어나니 좀 괜찮아진 것 같다고 해서 같이 신비한 동물사전이라는 영화를 40분 정도 봤다. 곧 2도 개봉될 예정이라 1편을 먼저 봤다. 더 보고 싶었는데 남편이 뭔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며 자겠다고 했다. 솔직히 해리포터만큼 재밌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은 즐거운 영화였다. 내일 다시 봐야지. 나중에 딩턴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쯤되면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고 마법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겠지? 아직은 먼 미래지만 같이 영화를 보고 교감하는 날이 다가올 것이라 생각하니 신기하기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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