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순산체조를 가야하는 날이지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서두르기 싫어서 집에서 쉬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 운동갔다가 경쟁율이 높다고 들어서 설마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신청했던 모태안 D라인 파티에 당첨되었다는 전화였다. 혼자가야해서 망설였지만 선물도 다양하고 프로그램도 좋다고 알고 있었기에 가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바로 인터넷에서 후기를 폭풍검색하니 무통분만 관련 강의에 클래식과 함께하는 뷔페 식사, 배넷저고리 꾸미기, 경품추첨 등의 알찬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있어 안 할 이유가 없어보였고 간다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산모교실과는 달리 병원 자체에서 하는 것이라 광고성 금융상품 설명도 없으니 더 신뢰감이 느껴졌다. 행사 하루 전날 문자로 장소와 시간 안내가 이루어졌다.


  행사 당일 먼 거리라 택시를 타고 이동을 했다. 날씨도 너무 좋고 간만에 교외로 나들이를 온 기분이다. 어덕마을 근처에 있는 아모르데이에서 진행되었는데 점심으로 먹을 뷔페도 셋팅이 되고 있었고 가자마자 추첨권과 명찰을 주시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시며 기념 인증샷을 남겨주셨다. 나는 행운의 사랑팀에 배치되었는데 자리를 안내해주실 때 "다른 산모님들도 혼자오셨어요. 서로 아시는 분들 안 계시니 그냥 친해지시면 되요." 라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편해졌다.

  다소 일찍간 편이라 오랫동안 사랑팀에 혼자 앉아 있었지만 임산부라는 특성상 금새 공감대를 형성하며 친해질 수 있었다.  (혼자 가더라도 조를 구성해주셔서 어렵지 않게 어울릴 수 있으니 혹시 다음 회차에 당첨되시면 꼭 다녀오세요 ^^ 경품도 푸짐하답니다)

  참석자들이 거의 다 올 때쯤 행사가 시작되었다. 첫 프로그램은 무통분만에 대해 모태안 강석원 원장님이 강연을 해주셨다. 사실 무통천국, 무통천국이란 말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무통을 무엇인지, 무통을 꼭 해야하는건지 잘 몰랐었는데 이번 기회에 많이 배워왔다. 첫 분만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강석원 원장님께서 얼마 전에 영화 안시성을 보셨다며 거기 성벽에 매달려서 떨어지고 불화살 맞는 장면이 나오던데 진통이 그 정도 버금가는 수준의 고통이라고 농담처럼 말씀하셔서 '헉' 하고 놀랐었다. 무통분만의 역사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때 흡입식의 마취 형태로 시작되었는데 예전 중세시대 때 진통은 하나님이 내려주신 형벌로 종교적 이유에서 진통을 온전히 받아들였지만 현재 의학의 발달로 조금이라도 분만의 고통을 감소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무통분만 역시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사실 딩턴이가 역아여서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분만의 고통이 심해지면 몸에서도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나와서 태아에게 더 안 좋을 수 있고 과호흡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자연분만을 하게 되면 무통에 대해 심히 고려해봐야할 것 같다. 

 

▷ 무통분만에 대한 오해

1. 무통분만을 하면 진통이 늘어진다. → 1시간 정도 지연될 수 있음

2, 무통을 하면 힘을 못준다. →  자궁 수축을 못느껴서 그럴 가능성이 있음

3. 아기한테 안 좋다. → 혈관으로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태아에게 무해함

 

▷ 무통분만의 부작용

1. 약물에 의한 저혈압 →  충분한 수액공급과 좌측위로 예방 가능

2. 경막 천자 시 두통 →  가느다란 바늘 사용으로 예방 가능

3. 바늘 삽입으로 인한 요통 →  수일 이내 사라지고 대부분 무통과 관계 없는 요통

 

▷ 무통분만의 장점

1. 탁월한 진통효과로 임산부의 혈압과 심박수 안정

2. 통증으로 인한 과호흡 억제, 태아의 산염기 평형 유지

3. 의식 저하가 일어나지 않아 기도반사가 유지되고 폐흡인의 위험성 감소

4. 제왕절개를 할 경우 즉시 전환 가능

5. 임산부가 깨어있으므로 분만 시 협조 가능

6. 아편 유사제 사용으로 인한 태아 악영향 없음

 

  무통주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맛있는 음식이 즐비해 있었는데 하나하나 사진을 찍지 못해서 아쉬웠다. 산모님들이 50명 정도 오셔서 한 번만 갈 수 있을 줄 알고 접시를 푸짐하게 담아왔더니 한 접시 밖에 먹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초밥도 있었는데 초밥은 크래미 초밥만 먹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산모님들이 초밥은 못 먹었겠지? 직접 자리로 과일도 가져다 주시고 차도 셋팅해주시고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또 배식하는 곳에 바이올린과 첼로로 이루어진 고품격 라이브 클래식 연주가 식사시간 내내 이어져있어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다만 식사하는 곳에 비치되서 연주를 보면서 먹을 수 있었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매일 평일에 혼자 집에서 점심을 먹다가 맛있는 음식에 수다를 떨며 식사를 하니 기분이 업되고 즐거웠다. 

  충분한 시간동안 점심을 먹고 이어진 아로마스프레이 만들기 시간, 원래 작년도 후기를 보았을 때는 배넷저고리 꾸미기가 있어서 곰손인 나는 진짜 걱정하며 캘리그래피 모음도 확인하고 가고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아로마스프레이는 초보도 만들 수 있는 쉬운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이 바뀌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프로그램은 모태안 1층에 있는 아인공방 선생님이 진행해주셨다. 계량 종이컵에 에탄올 100ml + 증류수 100ml을 측량해서 레몬과 유칼립투스 오일을 각각 20방울씩 떨어뜨리고 혼합하면 끝이다. 실제 조리원에서도 하는 프로그램과 동일하다고 하니 조리원에 가서도 또 만들어봐야겠다. 유칼립투스는 비염, 알레르기에 도움을 주는 아로마인데 오늘 만든 스프레이는 패브리즈 대용으로 사용 가능하고 아이들 유모차나 옷 등을 소독하는데 사용해도 무해하다고 하셨다. 다만 아로마오일을 산모나 아이에게 직접 접촉시키는 행위는 금지하라고 하셨다. 만들고 사용해보니 에탄올 냄새가 강하게 났는데 며칠 지나면 날라갈거라고 하셨고 레몬 향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딩턴이를 낳으면 겨울이라 환기가 어려울텐데 틈틈히 뿌리며 안전하게 향기테라피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티커까지 붙이며 마무리하니 진짜 산 것 같은 비쥬얼이 돋보인다, 유통기한은 1년까지라고 하니 부지런히 사용해야겠다.

  1시간 30분으로 예정된 아로마스프레이 만들기 수업이 30분만에 끝이 남에 따라 바로 경품 추첨이 진행되었다. 생각보다 빠른 진행이었다. 상품은 1등 유모차를 필두로 카시트와 신생아 검사권(앙팡키드 25만원 상품권, 신생아 망막검사 15만원 상품권), 모유수유쿠션, 기저귀, 신생아 필요물품 랜덤박스, 아기옷 5만원 상품권, 코지플래닛, 마사지 이용 상품권 등이 있었다. 첫 추첨은 강찬희 센터장님께서 진행해주셨고 이후에는 추첨된 산모들이 다음 사람을 뽑고 가는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선물이 저가부터 고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랜덤으로 시작되서 더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유모차와 카시트는 막판에 뽑았지만 말이다. 우리 사랑팀은 10명 정도 였는데 나까지 3명만 빼고 앞 순서에서 거의 당첨이 되었다. 또 처음에 퀴즈를 맞춰 코지플래닛을 받으신 산모님은 경품까지 되셔서 2가지 선물을 가져가게 되었다. 우리팀에서 당첨자가 계속 나오니 사랑팀에서 못 받으신분 손들어보시라고 했다. "아직 그 팀에서 못 받으신분 손들어보세요." 자꾸 손을 들게되니 속상했다. 수유쿠션과 기저귀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당첨되지 마라.' 속으로 생각했는데 뒷 순서가 될수록 초조해졌고 작은 것이라도 당첨된 사람이 부러웠다. 원래 추첨운이 없는지라 아 나는 안되나 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는데 경품이 단 3개 남은 상태에서 내 번호가 불렸고 15만원짜리 신생아 망막 검사권에 당첨되었다. 와 대박이다. 딩턴이가 복덩이인지 딩턴이가 생긴 이후로 이래저래 좋은일이 많이 생겨 농담처럼 돈딩턴이라고 불렀는데 엄마의 추첨운까지 바꿔주었구나~!! 아마 딩턴이가 없었으면 당첨되지 않았을 것 같다. 당첨이 된 후 카시트의 주인공을 내가 뽑게 되었다. 카시트를 받으신분은 곰 세마리 노래까지 부르고 들어가셨는데 내가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망의 유모차는 42번인가 43번 산모님께 돌아갔다. 전반적으로 우리팀은 거의 다 경품을 받아서 분위기가 좋았다.

 4시까지라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른 진행에 2시 30분에 단체사진을 끝으로 모든 행사가 종료되었다. 경품에 당첨되지 못한 분들도 아쉽지않게 쇼핑백에 기본 선물이 들어가 있었다. 집에가서 상품을 열어보니 영양조제식과 젖병소독제, 가제수건 등이 있었다. 그리고 진짜 마음에 드는게 성장사진 찍을 때 소소하게 필요한 D-데이 달력, 아이 키를 측정할 수 있는 포스터, 초점북이 포함되어있었다. 안 그래도 초점북 사려고 했었는데 산부인과에서 진행해서 그런지 확실히 엄마가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배려 깊은 선물이었다. 너무 즐거웠고 간만에 기분 전환되는 하루였다. 내년에 당첨되시는 산모님들이 계시면 꼭 다녀오셔서 나처럼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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