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나게 술을 마신 남편은 7시에 일어나서 속이 쓰리다며 콩나물해장국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집에 콩나물도 있고 해서 직접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당장 먹어야겠다며 24시 전주콩나물해장국집에 다녀왔다. 미세먼지가 심해 마스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예전 시루향기 자리로 이전한 이후로는 가지 않았는데 콩나물국밥 한 그릇에 4천원으로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나는 콩나물국밥, 남편은 김치콩나물국밥을 시켰다. 밥이 들어있는지 모르고 공기밥은 셀프라고 써있어서 남편이 밥을 푸고 있는데 국밥이 나왔다. 덕분에 평소보다 밥을 좀 더 먹었다. 뜨거울 때 계란을 깨서 익혔다. 개인적으로 콩나물국밥은 김이 들어가서인지 고소하고 맛있었고 김치콩나물국밥은 내가 한 것이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국밥을 한 그릇 먹으니 배가 따뜻해졌다. 집에 오니 노곤노곤해져서 한숨 더 잤다. 30분만 잔다는게 1시간이나 자버려서 10시 5분 전이다. 오늘은 모태안병원 듀라터치 수업이 있어 10시 20분까지 가야했는데 급하게 일어나 씻고 남편을 깨웠다. 신호운이 좋지 못했지만 다행히 시작시간인 10시 30분에 딱 도착해서 늦지는 않았다. 오늘 강의는 치료센터장님이 진행해주셨다. 듀라터치는 125기가 진행될 만큼 오랜 기간 수업이 진행되었고 분만에 많은 도움이 된 프로그램이라고 하니 신청하길 잘한 것 같다. 듀라란 그리스어로 출산과 회복을 도와주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현대에서 듀라란 남편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각 커플들의 자기소개가 이어진 후 기초 이론을 배우고 태담 마사지와 아로마마사지를 배웠다. 덕분에 베개에 누워 편하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 주에 갑자기 복부가 텄는데 남편이 마사지를 해주면서 터진 살이 안쓰러운지 정성스레 마사지를 해주었다. 아로마오일은 진통을 촉진하기 때문에 이번주는 원래 사용하는 아로마오일이 아닌 안정성이 있는 오일로 대체해 사용하였는데 다음주에는 분만 시 사용 가능한 아로마오일을 직접 주신다고 하셨다. 아로마 오일 마사지 시 분만시간이 4시간 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분만 시에 반드시 챙겨가야겠다. 마사지를 하다가 남편이 갑자기 다리를 땡겨서 허리에 통증이 일어났다.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났다. 이번 기수에서 내가 제일 출산 예정일이 빠른 것 같다. 첫 스타트를 잘 끊어야지. 

 수업 중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고 출산 시에도 떠올리라고 했는데 어떤 여성분은 소고기, 우리 남편은 삼겹살이라고 했다. 나는 딩턴이랑 남편이랑 바닷가에서 가족사진 찍는 상상을 했는데 배신감이 느껴졌다. 삼겹살이라니 삼겹살이라니 처음에 남편이 무슨 생각했냐고 물어보면서 자기는 삼겹살 떠올렸다고 할때는 설마 했는데 진짜 삼겹살이라니 우리 가족이 지금 삼겹살에 밀린거야? ㅋ 당황스럽다. 두고두고 구박해줘야겠다. 다음시간에는 가족분만실 체험과 분만 연습, 호흡법, 탯줄 컷팅, 아로마 오일 사용법 등을 알려주신다고 했는데 남편과 함께 공감하면서 수업을 들어나가니 분만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만이 두려운 산모들이 있다면 남편과 함께 참여하며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수업을 마친 후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3주 전 병원에 왔을 때 듀라터치 수업 끝나고 옹기촌의 갈낙탕을 먹자고 남편과 약속했는데 둘다 갑자기 칼국수가 땡긴다고 말했고 마침 바로 앞에 만두랑 칼국수라는 칼국수집에 보여서 바로 들어갔다. 김치만두와 손칼국수를 시켜서 먹었다. 만두도 칼국수도 평범한 맛이었다. 원래 검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용자를 갈까했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가지 않았는데 다녀와도 괜찮을 뻔했다. 칼국수는 특히 김치가 맛있어야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겉절이 타입이 아니여서 좀 아쉬웠다.

 미세먼지가 좀 있지만 마스크를 쓰고 잠깐 산책을 했다. 미세먼지만 아니면 햇살이 따뜻한 오후였다. 요즘 어디를 가든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남편은 열심히 가을풍경을 프레임에 담았다. 딩턴이가 태어나면 이렇게 풍경을 찍고 다닐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매일 딩턴이 사진만 찍는 것 아닌지 그래도 남편이 사진에 취미를 붙인 덕분에 셀프만삭사진도 찍고 딩턴이 성장앨범도 셀프로 무리없이 찍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추억의 시간을 예쁜 사진으로 남겨주는 남편이 고맙다. 그런데 정작 남편의 사진은 별로 없어서 아쉽다. 나중에 딩턴이가 태어나면 남편과 딩턴이가 같이 있는 사진을 많이 찍어줘야겠다.

 산책을 하다가 홈플러스에 들렀다. 간단한 간식을 먹을까하고 갔는데 떡볶이가 맛있어 보였지만 배가 불러서 먹을 수 없었다. 마트 구경을 갔다가 빼빼로가 즐비한 것을 보고 하나를 골라 들었다. 요즘 딩턴이가 잘 먹는 초코우유와 돌체구스토 초코치노 캡슐고 구입하고 요즘 살이 좀 많이 찌는 것 같아 스페셜 K도 골랐다. 점심에는 스페셜 K를 먹으며 체중 조절을 좀 해야겠다. 장을 보고 난 후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이달의 맛인 오레오를 포함한 민트초코칩으로 구성된 더블쥬니어를 먹었다. 이달의 맛을 추가했더니 500원을 할인 받을 수 있었다. 앉아서 먹고 싶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서서 먹으니 좀 불편했다. 밖에 붕어빵도 팔고 먹거리가 정말 많은데 배가 불러서 먹을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홈플러스에서 나와 바로 병원에 갔다. 대기표를 뽑았는데 9번이었다.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지 않아 접수는 진행되지 않았다. 혈압을 쟀는데 150까지 나온다. 방금 마스크를 끼고 걸어와서 그런 듯 하다. 남편이 물을 떠다줘서 물을 먹고 3분 정도 쉬다가 다시 재보니 135로 떨어졌다. 아침이 아니라 평소보다 높게 나오긴 했지만 150보다는 낮아서 그대로 수치를 적어서 접수했다. 예약을 해서 인지 거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진료를 보았다. 면담 시 요즘 경련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씀드리고 가진통이 진행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초음파 영상을 통해 딩턴이를 보니 다행스럽게 역아는 탈출했고 위치가 많이 내려가있었다. 남편에게 계속 아기가 일찍 태어날 것 같다고 말을 했었는데 역시나 많이 내려간 느낌을 내가 알고 있었나보다. 그래도 이제 4일정도만 지나면 37주라서 37주 이후는 조산이 아니고 정상 출산이라고 하니 아무때나 출산을 해도 무리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하셨다. 딩턴이 엄마, 아빠한테 엄청나게 구박을 받았는데 다행히 돌아주었구나. 역시 효자 딩턴이었다. 이제 1주일에 1번씩 검진을 하고 많이 내려와서 더이상 돌 것 같진 않지만 혹시 모르니 다음주에 다시 한 번 위치를 확인한다고 하셨다. 막달검사를 위해 채혈과 소변검사를 하고 건강관리실에 가서 입원실과 신생아 검사에 대한 안내를 받고 귀가했다.

 집에 가는길에 어머님과 아빠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어머님은 아기가 돌았다고 하니 역시 착한 우리 아기가 끝까지 역아일리 없다면서 좋아해주셨다. 아빠도 이제 잊어버리겠다면서 다행이라고 하셨는데 부모님이 내심 얼마나 걱정했는지 마음이 느껴졌다. 영화를 보러 갈까 하다가 피곤해서 집으로 돌아가 우선 한숨 자기로 했다. 남편은 30분만 잤는데 나는 2시간 정도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거의 5시였다.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낮에 남편이 삼겹살 생각을 하기도 했고 미세먼지도 씻을 겸 집 근처 좋은사람들에 가서 고기를 먹었다. 많이 먹고 싶은 마음에 돼지 한마리를 시켰다. 돼지 한마리는 삼겹살, 목살, 항정살, 갈매기살, 돼지껍데기로 구성된 모듬으로 총 600g이었는데 밥까지 시켜서 싹싹 먹었다. 좋은 사람들은 연탄구이에 초벌까지 해서 나와서 남편이 좋아하는 식당 중 하나이다. 밥을 먹지 않겠다던 남편은 차돌된장찌개 맛에 반해 내 밥을 많이 뺏어먹었다. 요즘 남편의 위가 많이 줄었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CU에 들러 이것저것 먹거리를 샀다. 지난 번 거제도에 갔을 때 남편이 찍었던 CU 사진이 CU 공모전 참가상에 당첨되서 1만원의 기프트콘을 받았다. 10월 중 결과발표라고 했는데 소식이 없어 안되었나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당첨문자가 왔다. 공짜로 먹을 간식을 고르니 기분이 좋아졌다. 집으로 와서 남편과 과자 1개와 나는 맥콜, 남편은 맥주를 마셨다. 오전부터 바쁜 하루였는데 딩턴이도 역아 탈출하고 공짜 간식도 먹고 기분 좋게 토요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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