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30분이다. 오늘은 남편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어제 술을 진탕 먹어서 밥 안 챙겨먹으면 속쓰릴텐데 남편을 깨웠다. 밥 안먹고 잔다고 한다. "회사 안가?" "안간다고 했어" 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경조휴무라고 한다. 어제 그래서 맘 놓고 마셨구나 뭔가 괘씸하다. 억지로 깨워서 육개장을 먹였다. 이것으로 어머님표 육개장은 다 먹었다. 남편한테 어제 있던 일이 녹음된 파일을 들려주는데 10초도 못 듣고 꺼달라고 한다. 잘못한건 아나보다. 남편이 핸드폰을 가져다달라고 해서 가져다주니 통화목록을 확인한다. 아버님 어머님께 술 취해서 전화를 걸었다. 바로 그 새벽에 두 분께 전화를 드린다. 술 먹지말라고 1차적으로 혼난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다고해서 일단 더 자라고 하고 나도 더 잤다.

  12시 30분에 어머님 전화 소리에 깨서 전화를 받았다. 남편 오늘 회사 안갔냐고 점심시간 이용해서 혼내려고하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셨다. 남편 술 많이 먹었냐고 전화가 바로 끊겨서 잘 모르겠지만 술 많이 먹은 목소리는 아니라고 하셨다. 어제 공단오거리까지 출동해서 찾아온 사연을 말씀드렸다. 그 사이 남편은 깼는지 눈 감고 웃으며 씰룩거린다. "어머님 오빠 일어났어요. 옆에서 씩 웃고 있어요", "당장바꿔 요놈의 자식 혼나야되겠어." 전화로 남편에게 "와이프가 홀몸도 아니고 스트레스 받으면 안되는데 신경 쓰이는 일 하지말라니까 니가 정신이 있냐 앞으로 그런 자리 가지도 말아라" 2차적으로 또 혼나는 남편이다.

  실컷 욕 먹고 배고프다고 짬뽕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도 아침에 밥을 먹여서 속이 많이 풀렸다고 고맙다고 하는 남편, 아 요즘 면이 먹기 싫었는데 집 근처 이비가 짬뽕에 간다. 오랜만에 외식이다. 남편은 이비가 짬뽕 2단계, 나는 순한짬뽕을 먹었다. 면은 남편한테 조금 덜어줬다.

  남편과 밥 먹을 때 장례식장에서 친척들이 아기는 있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제 임신 3개월이라고 하니 축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중 고모님과 남편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고모님 아들 즉 남편 사촌 동생은 5급 공무원이고 와이프도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고모: 와이프 임신했니? 축하한다. 회사는? 그만둬야지 회사 다니면 엄마도 아기도 몸 힘들고 좋을 것 하나 없다.

남편 : 안 그래도 지난 달부터 그만두고 쉬고 있어요. 사촌 동생은 소식 없어요?

고모 :  걔네는 바빠서 아직 없는 것 같아

남편 : 그만두라고 해요.

고모 : 얘는 화폐발행하는 중앙은행 다니는데 어떻게 그만두니? 얼마나 좋은 직장인데

남편 : 저희 와이프도 철웅이네 회사 다녔어요. 대기업 그룹사 다니는데도 그만뒀어요. 와이프가 엄청 착한데 애기도 엄마 닮았는지 입덧도 안하고 순해요.

  남편의 승리인 것 같다. 편들어주고 고맙긴한데 좀 씁쓸하다. 퇴사한 덕에 행복하고 스트레스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뭔가 아무런 직함 없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지금은 일 할 때가 아니다. 언젠가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라고 마음을 다 잡아본다.

  밥 먹고 도서관에 들러 책 반납하고 연장하고 그림책을 빌리러 갔는데 갑자기 지진대피 훈련을 한다고한다. 에잇 그냥 나가버려야겠다. 길에서 파는 참외가 맛있어보여 참외를 사고 마트에 들러 수박과 건포도와 막걸리와 돼지고기 뒷다리도 샀다. 오늘은 김치찜 만들고 내일 술빵 만들어먹어야지 집에가는 길에 급 생각이 나서 약국에 들러 비타민D도 구입한다.

  집에 와서 또 다시 한숨잔다. 사실 어제 많이 놀랬는지 하루종일 기운도 없고 밥맛도 없다. 아침에도 아무것도 먹지 못해 남편이 사온 편의점 김밥 3개와 딸기우유를 마셨다. 2시간 가량을 더 자고 수박은 잘라서 냉장고에 두고 묵은지도 한 포기만 정리해서 잘라두었다. 묵은지가 많이 남은지 알았는데 딱 네 포기 남았다. 집에 있으면서 있는 재료들로만 계속 요리하니 이제 거의 냉장고가 많이 비었다. 회사에 다녔으면 계속 쌓였을텐데 식비도 많이 줄고 음식쓰레기도 줄이고 건강도 챙기는 것 같아 뿌듯하다.

  김치찜은 원래 등갈비로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비싸구나. 구매해온 뒷다리살과 3배의 가격차이가 난다. 김치랑 고기 넣고 1시간 10분을 끓여 맛있는 김치찜 완성. 요즘 닭도리탕, 수육, 돼지고기김치찜, 콩국수, 짬뽕 등 살이 많이 찔 것 같은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아침마다 콩을 갈아먹어 그런지 1.4킬로가 빠졌다. 남편이 흰강낭콩도 인터넷에서 추가 구매를 해줬는데 꾸준히 먹어야겠다.

 

  김치찜도 역시 꽃게탕의 아성을 이기지 못하고 공동 2위가 되었다. 남편은 내게 강서동 장금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밥 먹고 정리하고 어머님께 김치찜 사진을 보내드렸다. 바로 전화하셔서 너무 잘해먹는다고 칭찬을 받고 남편은 아버님께 집에 못찾아올정도로 술먹지 말라고 3차로 혼났다.  나의 아저씨 본방사수 후 오늘은 인터넷 강의도 못 보고 그냥 잤다.  남편도 일해야한다고하고 그냥 계속 자고 있다. 뭐 아무것도 안하고 맛있는거 먹고 쉬는 날도 있어야지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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