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명동스타즈호텔 1호점의 단점을 추가로 발견했다. 방음이 너무 안 된다는 것이다. 장기출장이나 여행으로 이런저런 숙소에 머물렀었고 평소 잠귀가 어두워 소음에 민감하지 않은 터라 방음이 안 된다는 후기는 살짝 무시해줬었다. 그런데 어제는 발목을 다쳐 컨디션이 영 아닌지라 예민해졌는지 신경이 계속 쓰였다. 가뜩이나 발이 아파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12시 40분에 잠이 들었는데 중간중간 깨버렸고 남편도 새벽에 운동을 갈거라며 5시 25분에 알람을 맞추는 통에 나도 같이 깨버렸다.  20분만 더 잠들었다가 남편이 나갈 때 일어나서 나도 다시 잠들지 못했다. 일어나서 어제 마치지 못했던 블로그를 마무리 짓고 창가의 뷰를 찍었다. 공사뷰처럼 정돈되지 않은 어지러움이 있었지만 나름 도심뷰에 서울타워가 보인다. 어제 경황이 없어 보지 못했던 야경을 오늘 밤에는 한 번 봐야겠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철분약과 앱솔맘을 챙겨 먹었다. 철분약을 먹다보니 문득 어제 유산균을 먹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일부러 일자만큼 챙겨왔는데 빼먹은 걸보면 내가 어제 정신이 없긴 없었나보다. 8시 쯤 남편이 도착했는데 벌써 7천보를 걷고 왔다. 오늘도 제법 움직이긴 할텐데 50보 걸은 나와 엄청 비교가 된다. 아침은 집에서 챙겨온 단백질쉐이크와 두유로 대체했다. 원래 남편이 운동 끝나고 스타벅스 머핀과 커피를 사오겠다고 했는데 거리가 꽤 있어서 들고 오는 것도 힘들 것 같아 됐다고 했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씻고 9시 10분 전 쯤에 파주로 출발했는데 직장인들이 많이 있었다. 직장인들을 보니 오늘이 새삼 출근하는 평일이라는 것이 인식되었다. 괜히 일찍 나왔으면 교통체증에 시달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영어마을코스는 빼려고 했지만 프로방스마을은 10시에 오픈을 하는데 도착 예정시간이 9시 40분이라 입장 가능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영어마을에 들르기로 했다. 도착하니 오늘 캠프에 등록하는 초등학생들로 인산인해이다. 남편은 회사 업무로 가끔 임직원 자녀들을 인솔하고 영어마을에 온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딩턴이를 낳으면 영어마을 캠프에 등록을 시키고 같이 여행을 다니자고 했다. 아직 머나먼 이야기만 같지만 작은 일탈이 될 것 같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폭염에 더운 날씨지만 미세먼지가 없어 사진이 선명하게 잘 나오는 것 같다. 영어마을에 와서 영어는 한 마디도 못써봤지만 마치 외국 같은 예쁜 건물이 멋스럽게 느껴졌다. 햄버거도 먹고 싶었는데 이른시간이라 오픈을 하지 않아 아쉬웠다.

  영어마을에 들어온지 20분만에 바로 프로방스 마을로 떠났다. 프로방스마을은 이국적인 건물에 의류나 기념품, 식당 같은 매장들이 많고 군데군데 포토존도 있지만 그리 크지는 않았다. 별그대의 촬영지로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10시 20분쯤에 도착했더니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매장이 대부분이었다. 아침은 단백질쉐이크만 먹었기 때문에 떡볶이를 먹고 싶었는데 즉석 떡볶이를 파는 상점도 아직 오픈 전이라 프로방스마을에서 제일 유명한 류재은 베이커리에 가서 마늘빵을 먹었다.

  1층에서 빵을 고르고 2층에서 커피를 사서 함께 먹었는데 피자빵도 프레츨도 완전 먹음직스러웠다. 마늘빵도 버터가 많이 들어갔는지 딱딱하지 않고 구운 마늘의 풍미가 잘 느껴졌는데 칼로리가 어마무시하다. 류재은 베이커리의 마늘빵 무게는 잘 모르겠지만 파리바게트의 마늘빵 5조각이 250칼로리 정도 된다고 하니 2개씩 먹은 나와 남편은 최소700 ~ 1,000칼로리는 먹지 않았을까 싶다.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더 돌아다니다가 너무 더워서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원래 최초에는 오전에 영어마을에 갔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프로방스마을을 가는 일정이었는데 폭염 때문에 생각보다 일정이 빨리 끝났다.

  점심은 남편이 파주에 올 때마다 자주 먹었던 초리골 초계탕을 먹기로 했다. 거의 프로방스에서 편도 40분 거리였다. 먼 길을 달려와 도착해보니 초리골 초계탕 건물 밖에는 물이 뿌려지고 있어서 시원한 느낌이 들었지만 안은 좀 더웠다. 특이하게 닭날개는 초계탕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세팅해주셨는데 나는 먹지 않고 남편에게 넘겼다. 처음 세팅은 초계탕 국물에 닭고기와 묵을 넣어주고 전과 물김치가 나와야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전을 주시지 않아 별도로 요청을 드렸다. 전은 바삭하니 맛있었고 여러 번 리필이 된다고 하는데 배가 불러 리필은 하지 않았다. 초계탕에서 계속 한약재 같은 맛이 나서 입에 잘 안맞았는데 먹다보니 샐러리였다. 샐러리향을 정말 싫어하는 내 입에는 별로였다. 또 묵을 다 먹었는데도 메밀면을 주지 않아 2번이나 요청한 끝에 받을 수 있었는데 두 젓가락 먹다보니 그릇에 덜은 메밀면에 초파리가 떠다녀서 더 이상 먹지 않고 나왔다. 남편이 야심차게 준비한 메뉴였는데 맛있게 먹어주지 못해 미안했다. 더운 실내에 전과 메밀국수가 늦게 세팅되었고 (이건 워낙 손님이 많고 바빴으니까 이해함) 내가 싫어하는 샐러리가 들어가 있었던 것과 초파리가 들어간 위생상태, 결정적으로 원래 새콤하고 와사비를 좋아했는데 딩턴이를 가진 후 냉채류가 입에 안 맞아진 것이 메뉴선정 실패의 원인인 것 같다.

  워낙 초계탕을 많이 못 먹었기에 남편이 파주 아울렛에 들러 자니로켓버거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더운 날씨에 이미 입맛을 잃어 그냥 지혜의 숲에 가자고 했다. 얼마 전 김비서가 왜 이럴까도 촬영했다는 지혜의 숲 도서관, 예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청주에서는 나름 접근성이 좋지 못해서 생각만 하고 오지 못했던 곳이다. 지혜의 숲은 1, 2, 3관으로 나누어져있는데 책장 높이에 우선 압도가 된다. 지혜의 숲 1, 2 섹터는 서로 붙어 있는데 사람도 많고 중간에 파스구찌도 있어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방학을 해서인지 아이를 동반한 방문객들이 많아 소란스럽고 더웠다. 지혜의 숲 3은 별도 공간에 있었는데 특히 책 읽기에는 지혜의 숲 3이 조용하고 쾌적한 것 같다. 다만 이미 자리는 만석이라 책을 읽을 수는 없었다. 지혜의 숲 3은 24시간 개방되고 윗층으로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이 있는데 사진으로 찾아보니 깔끔해서 나중에 한 번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혜의 숲에서 2~3시간 정도 책을 읽고 나오기로 했었지만 마땅하지않다는 판단하에 근처 북카페에서 가지고 간 책을 읽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블로그를 검색을 하니 북카페 밀크티가 시원하고 좋다고 해서 갔는데 입구는 시원했지만 좌석은 역시나 더웠다. 그래도 아동용 도서가 많아 어린이들이 많았음에도 조용한 분위기라 지혜의 숲보단 책 읽기 좋았던 것 같다. 인테리어도 나름 깔끔하고 청주집 근처에도 이런 책 읽기 좋은 북카페가 생겼으면 좋겠다. 더운 날씨에 아이스아메리카노가 간절하지만 딩턴이를 생각해 생과일쥬스를 시켰는데 자두맛밖에 없었다. 자두맛 생과일쥬스는 먹어본 적이 없어 생소하지만 그래도 자두를 좋아하는지라 주문했는데 너무 시다. 남편에게 한 입 주니 나는 못 먹는 맛이라며 바로 내게 다시 넘겨 주었다. 그래도 새콤한게 더운 날씨에 비타민 보충은 잘 될 것 같다. 청주에 있으면 돈 아깝기도 하고 일단 집이라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에어컨도 틀고 책도 보고 자유롭게 머물 수 있어 카페에 갈 일이 거의 없는데 이렇게 앉아 책도 보고 블로그도 하니 여유롭고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원래 파주에서 저녁까지 있을 계획이었지만 북카페도 덥고 전반적으로 폭염때문에 일정이 빨리 끝나 저녁을 홍대나 이태원 맛집에서 먹을 계획으로 4시쯤 서울로 출발했다. 역시 서울은 서울인게 도심에서 신호도 자주 걸리고 많이 막혀서 35킬로 밖에 안되는 거리를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씻고 뭘 먹을지 한참 맛집 탐방을 했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한식이 먹고 싶어서 그냥 숙소 근처에 있는 한국관이라는 식당에 가기로 결정하고 나왔다. 돼지김치찌개와 왕계란말이를 시켰는데 돌솥밥도 2개 포함되어 서빙되었다. 원래 남편과 나는 밥을 많이 먹지는 않기 때문에 돌솥밥이 나올줄 알았다면 하나만 달라고 하고 나눠 먹었을텐데 아깝게도 밥은 거의 남겼고 대신 숭늉 위주로 먹으며 라면사리와 고기사리를 추가로 시켰다. 우리가 갔을 때는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곧바로 근처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아마도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라 손님이 많은 것 같다. 옆 테이블에서 삼겹살을 먹었는데 다 구워 주시고 불도 붙이며 익히는데 진짜 먹음직스러웠다.

  남편은 소주를 거의 2병 가까이 마셨는데도 하나도 안 취했다며 소화 겸 청계천으로 산책을 가자고 했다. 저녁에도 더운 날씨로 인해 남편이 취할까 걱정이 되어서 산책 대신 근처 스타벅스에 가자고 했다. 각각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물론 내꺼는 디카페인으로 시켰는데 흔한 프렌차이즈 스타벅스지만 나름 스타벅스에도 우리만의 추억이 가득해서 좋다. 오늘 같은 사무실 건물 안에 있는 스타벅스를 보면 라스베가스 호텔 안 쇼핑몰에서 먹었던 스타벅스 카페가 생각이 난다. 그 밖에도 스타벅스에서 있었던 추억들을 이야기 나누며 커피를 마시니 더 커피가 맛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숙소 1층 편의점에서 내가 먹을 나뚜루 녹차아이스크림과 남편이 마실 맥주를 한 캔 더 샀는데 여자아이가 아빠에게 초콜렛을 사달라고 조르다가 사주지 않으니 "아빠 미워"를 외치며 삐쳐서 나간다. 결국 아빠 손에 이끌려 다시 편의점에 들어와 초콜렛을 구입하고 나가는데 하는 짓이 귀엽다. 우리 딩턴이도 나중에 떼쟁이 어린이가 되겠지? 제발 말썽 안 부리고 착하게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방으로 들어와서 어제보단 낫지만 여전히 아픈 발목을 다시 얼음찜질을 하고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으니 시원한게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남편은 배가 부른지 맥주를 반 정도만 마시고 바로 양치를 하고 잠들었다. 나도 양치를 하고 잘 준비를 해보지만 피곤하긴 해도 잠이 잘 오지 않아 재단매트와 원단, 부자재 등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원단도 고르고 옷 만드는 동영상도 살펴보니 빨리 집에 가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호텔에서 쉬는 것도 밥 할 걱정없이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는 것도 볼거리가 많이 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슬슬 집이 그리워지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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