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씻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5시 30분이다. 밥이 없어서 밥을 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어 회사버스를 타고 갈거라며 그냥 더 자라고 했다. 사과와 요거트, 찹쌀떡, 고구마, 두유, 바나나를 챙겨 꺼냈는데 이것조차 먹을 시간이 안된다고 해서 두유와 바나나, 찹쌀떡을 쇼핑백에 싸줬는데 못 가져간다고 바나나와 두유는 먹고 간다며 서서 급하게 먹고 갔다. 일찍 못 일어나서 미안하고 오늘은 한끼도 같이 못먹는 날이 되어 좀 섭섭하다.

  일찍 일어난 김에 딩턴이 산모수첩을 정리했다. 산모수첩을 펴보니 6월까지만 쓰고 그동안 쓰질 않았다. 블로그에는 다 기록이 되어있어 초음파사진을 붙이고 그날 있었던 진찰내용과 특이점을 적어두었다. 너무 밀려서 나중에 딩턴이가 알면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다.

  산모수첩을 정리하고 나도 사과와 찹쌀떡으로 아침을 챙겨먹고는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10분짜리 야나두 강의를 다 들어서 최소 30분 이상짜리 강의들만 남아있다. 지루하긴 하지만 아직 현금환급을 받으려면 35강이나 남았고 출산은 49일 남았기에 부지런히 들어야한다. 아마도 출산을 하면 강의를 못듣지 않을까 싶다.

  강의를 듣고 순산체조를 가기 전 잠깐 잠을 잤는데 일어나보니 10시 20분이다. 시간도 촉박하고 서두르기도 싫어서 오늘도 쉬기로 했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모태안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문화센터를 오가며 응모했던 D라인 파티에 당첨되었다고 한다. 블로그보니 선물도 많이 주고 음식도 다양하고 클래식 공연과 강연, 배넷저고리 꾸미기 등이 포함되어 있어 재미있을 것 같다. 장소랑 시간이랑 나중에 공지해주긴 하겠지만 집 근처 아모르아트에서 할 것 같은데 운전을 못해서 걱정도 된다. 갈 때는 택시를 타더라도 올 때는 그 근처 버스도 거의 없고 택시도 안잡히고 근거리라 카카오택시도 안잡힐 것 같은데 이럴 때 운전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워서 쉬다가 일어나서 철분약과 쥬스를 마시고 고구마를 삶았다. 고구마가 익는 동안 턱받이를 재단해 하나를 뚝딱 만들었다. 이전에 재봉틀 배운지 얼마 안됐을 때 턱받이를 만들었다가 완전 곡선에서 실패했었는데 그새 실력이 늘은 것 같아 뿌듯했다. 턱받이를 하나 만드니 고구마가 다 되서 점심을 먹고 추가로 만들 턱받이 3개와 남은 천으로 수건 2개와 손수건 1개를 추가로 재단하고 만들었다. 오늘은 남편이 늦어서 더 많이 만들 줄 알았는데 얼마전에 구입한 엄마가 꿈꾸는 아기옷이라는 책이 도착했음에도 작업은 더뎠다. 책이 도착하면 긴 배넷옷이며 롬퍼 등을 만드려고 했는데 허리도 아프고 누워서 좀 쉬었다.

  요즘 재봉틀하느라 청소며 빨래며 제대로 안하고 있고 오히려 천들 때문에 집은 더러워지고 있다. 또 필라테스며 순산체조도 안갔으니 허리도 아프고 재봉하는 시간을 좀 줄여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재봉틀을 하면 결과물이 나오니 오늘도 생산적인 하루를 보냈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다. 또 딩턴이를 생각하며 딩턴이 물품을 만드니 딩턴이에 대한 애착이 깊어지고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것 같다. 어서 만나서 내가 만든 것을 입혀보고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작업을 하다보면 완성품을 보기 위해 작업의 절제가 안되고 몸에 무리가 되는 것 같아 시간을 줄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남편이 없기도 하고 저녁을 안 먹으려고 했는데 새벽에 배가 고프면 잠이 안와서 귀찮지만 밥을 하고 김과 계란후라이를 해서 반찬들과 챙겨 먹었다. 또 어제 남편친구네가 준 밤도 삶아두었다. 얼마 전 아빠가 준 밤을 그대로 방치했다가 밤벌레에 테러를 겪은 후로 이것만큼은 미룰 수가 없었다.

  9시가 넘어서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세종시로 가는 버스를 탔다고 한다. 오늘은 무사귀환을 바라며 책에 있는 롬퍼와 손싸개 패턴을 그렸다. 회사 동생이 의외로 손싸개가 많이 필요하고 턱받이는 손수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데 손싸개는 대체품도 없고 안해놓으면 옷을 빨고 침을 묻혀서 옷을 몇 번이나 갈아 입혀야 한다고 했다. 손싸개는 하루에 몇 개씩은 필요하다고 하기에 많이 만들어둬야겠다. 다만 손싸개는 아기 입에 들어가는 만큼 좋은 유기농 천을 추가로 구매해서 만들어야겠다.

  패턴을 다 그리고 자르고 있으니 남편이 도착했다. 오늘은 나도 피곤해서 딩턴이 가디건만 재단을 해두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딩턴이 가디건을 만들어줘야지 근데 천이 부드러운건 좋은데 얇고 밀릴 것 같아 초보인 나에게는 힘든 원단인 것 같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도 차분히 잘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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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남편이 자전거 타러 갈꺼라고 나간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몇 시였는지도 모르겠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밥을 하고 깨운 시간 8시 30분, 남편은 너무 아침형 인간인 것 같다. 밥 먹기 전 일어나 몸무게를 재니 서울가기 전보다 딱 2킬로 증가했다. 아마도 더운 날씨로 인해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음료수, 아이스크림, 빙수 등의 과다섭취와 여행 때 아니면 먹지 않는 치킨, 햄버거 등이 원인일 듯 싶다. 그래도 아침마다 운동을 한 남편은 비교적 체중 변화가 없었다. 또 식단조절을 시작해야겠다.

  오늘 아침은 남편이 직접 밥을 하고 비비고 미역국을 끓여서 차려 주었다. 솔직히 피곤해서 안 먹고 더 자고 싶었지만 운동하고 온 남편 밥도 못 챙겨줬는데 차린밥까지 안 먹기는 너무 미안해서 일어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남편이 차려준 밥을 먹은 것 같았다. 남편은 여행 다녀온 옷도 다 빨아서 오늘 햇빛이 좋아 옥상에 널어주었다.

  남편이 밥을 차려 줬기에 설거지는 내가 하고 블로그도 정리했다. 블로그를 다 정리하고 남편과 휴가 때 적었던 블로그를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다시봐도 재밌었던 휴가였다. 또 거실에서 핸드메이드 아기옷이라는 책을 보면서 패턴이랑 재봉순서들을 살펴보았다. 어제 이 책에서 본 턱받이 패턴을 그려두었는데 오늘 재단을 하고 재봉틀로 턱받이를 만들 생각이다.

  남편은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가고 나는 턱받이를 만들 수 있게 손수건 커트지를 재단했다. 손수건 커트지는 4,500원을 주고 구매했는데 손수건을 8장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손수건 대신 턱받이를 추가해 턱받이 1개에 손수건 6장을 만들 계획이다. 아직 구입해둔 재단 매트가 오지 않아 재단가위로 처음 재단을 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전문가들은 손쉽게 자르는데 나는 진짜 민망할 정도로 삐뚤어진다. 차라리 재단칼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재단만 겨우 마쳤는데 남편이 올 시간이 다 되어서 닭가슴살카레를 만들었다. 그간 휴가 때 단백질이 부족했던지라 일부러 만든 특식 메뉴이다. 집에 남아 있던 파브리카까지 넣어 만드니 맛이 더 좋았다. 카레가 완성 되지 않았는데 남편이 도착했고 배가 고파 힘이 하나도 없다고 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5분 정도 더 끓이고 완성을 했고 얼른 밥을 차려서 먹었다. 남편은 평소보다 배가 고팠는지 한 그릇 가득 먹었다. 평소 같았으면 좀 덜 달라고 했을텐데 오늘은 처음부터 많이 많이 달라고 성화였던 남편이었다. 밥을 다 먹었는데도 설거지는 그냥 담궈만 두고 낮잠을 자자고 한다. 남편은 밥 먹고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것도 평소와는 다른 점이었다. 나도 결국 설거지는 내팽겨두고 낮잠을 2시간 정도 더잤다.

  자고 일어났는데 먼저 일어나있던 남편은 피곤하고 이상하게 기운이 없다며 더 자겠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몸이 아프다는 생각을 둘 다 못했다. 일어난 나는 아까 남은 설거지를 하고 해가 떨어지면 걷기 힘들까봐 옥상에서 빨래를 가져왔다. 빨래에서 나는 햇빛 냄새가 너무 좋았지만 잠깐 서 있었는데도 땀이 흐를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빨래건조대를 접으려 했는데 접히지가 않아서 안쪽으로 가져올수가 없었다. 당분간 비는 안오겠지만 비가 오더라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옥상 위치에 빨래건조대를 세워두고 내려와서 빨래를 갰다. 빨래를 갠 후 남편이 밥을 못먹을 것 같다고 말해서 혹시 몰라 쿠첸밥솥에 버섯야채죽을 설정해두었다. 영양죽모드는 2시간 정도 걸리고 남편은 죽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기운이 없으면 죽이라도 먹이려고 만들어두었다.


  죽을 하고 오전에 재단한 턱받이를 재봉하려고 했는데 초급과정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곡선은 처음박기에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망쳐서 뜯으려고하면 천까지 같이 뜯어지려고 해서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방에 성공을 해야하는데 끝 쪽이 아닌 자꾸 안 쪽으로 재봉이 되었다.

  한참을 재봉틀과 씨름하는데 남편이 불러가보니 춥다고 에어컨을 꺼달라고 하고 열이 났다. 복통에 근육통에 미열과 추움, 속 울렁거림 등 인터넷에 증상을 검색하니 식중독 아니면 냉방병이다. 식중독이면 나도 같이 아플텐데 냉방병으로 인한 여름감기인 것 같았다. 남편은 안되겠는지 빨래를 걷고 약을 사오겠다고 했는데 빨래는 내가 다 걷어서 개놨고 6시가 넘은 시간이라 약국은 다 문을 닫았을테니 내가 편의점에서 약을 사오겠다고 하고 쉬라고 했다.

  편의점에서 약을 살까하다가 그래도 증상을 말하고 약을 짓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집근처 약국을 돌았는데 5번째 만에 문 연 약국을 찾을 수 있었다. 증상을 말씀드리니 역시나 여름감기였다. 약은 2번 먹을치만 주셨는데 속이 안좋다고 하니 위장약도 함께 주셨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에게 약을 건네주고 먹였다. 빈속이라 남편도 걱정했는데 위장약이랑 먹어서 괜찮을거라고 안심시켰다.

  약기운이 도는지 남편은 바로 다시 잠이 들었고 그 사이 나도 턱받이를 완성했다. 원래 원형의 디자인인데 곡선박기 실패로 완전 모양이 이상하다. 그래도 브라운 저금통에 착용샷을 찍어보니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주문한 벨크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아 달지 못했는데 다음에 만들게 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삐뚤고 못생겼지만 엄마가 직접 만든거니 딩턴이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드디어 2시간이 지나 죽이 완성 되어서 남편을 깨웠다. 생각보다 죽이 잘 되었는데 평소 밥할 때보다 쌀을 적게 씻었는데도 불어서 그런지 양이 엄청 많았다. 평소 죽을 싫어하는데도 오늘은 아파서 그런지 남편이 잘 먹어주어서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먹고 남편은 다시 바로 잠이 들었다. 내일은 건강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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