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좀 늦게 일어나고 싶지만 남편은 늘 일찍자고 일찍 일어난다. 그래도 1시간 정도는 먼저 일어나서 기다리다가 밥을 하고 깨우는걸 알기에 꾸역꾸역 일어났다. 나가보니 다된 밥과 어제 먹은 두부찌개, 김을 꺼내 밥을 차려놨다. 아침을 먹고 정리를 했다.

  남편이 원래 아침에 운동을 갈거라고 했었는데 갑자기 저녁 먹기 전에 가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래서 아침 9시 40분부터 같이 머리를 자르기로 하고 집 앞 미용실에 간다. 이른 시간에 갔는데도 미용실에 손님들이 한 가득이다. 4군데에 들러 퇴짜 끝에 듀크헤어에서 머리를 잘랐다. 남편도 나도 꾸미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기에 남편도 무조건 짧게고 나도 묶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짧게다. 원래 말끔히 머리를 정리할 수도 있지만 집에서 더 잘 생각이었기에 그냥 대충 말려주세요라고 말한다. 미용실에 우리 같은 손님만 있으면 편할 것 같다. 머리를 자르니 한결 가벼운 느낌이다.

  남편과 집에서 유튜브를 보는데 청주에서 만난 인생 볶음밥이 인기동영상으로 검색된다. 남편한테 재생해보라고 하니 영국인들이 찍은 청주 작은백로식당의 영상이다. 백로식당 안 간지도 꽤 됐는데 갑자기 땡겨서 버스타고 시내갈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집 근처 하복대 백로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하복대 가는 길에 미세먼지도 없고 하늘이 파란게 날씨가 너무 좋아 기분이 좋았다.

  백로식당에 도착해 2인분을 시키고 밥도 볶아 먹었다. 한방맛이 강하기에 약간 한방족발 같은 맛도 났다. 오랜만에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아침에 유튜브를 보길 잘 한 것 같다. 볶음밥은 땡밥이라고 부르는데 남편이 인터넷에서 검색해봤을때는 밥을 볶을 때 호일을 싸서 밥 그릇을 얹고 다 되면 숟가락으로 땡하고 치고 먹기 때문에 땡밥이라고 하는데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밌는 이름이다. 밥을 먹고 있는 중에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들어왔다. 아기는 머리에 리본을 하고 있었는데 좀 작아서 어쩌면 딩턴이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부부가 밥을 먹는데 울지도 않고 유모차에서 혼자 노는데 너무 얌전해서 부러웠다. 보통은 한 명은 전투적으로 먹고 급하게 교대하는데 여유있게 먹는 부부를 보니 괜시리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 그 부부에게는 육아에 시달리다가 얼마나 간만에 외식이겠나. 우리 딩턴이도 얌전한 아이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백로식당에 갔다가 롯데마트에 들렀다. 어머님이 보름 전에 주신 콩나물이 아직도 남아 소진을 위해 콩나물 불고기를 만들 예정이다. 불고기용 뒷다리와 파채를 구입했다. 최근 요리를 많이해서 고춧가루와 고추장도 떨어져서 함께 구입했다. 사실 가게에 가면 많이 얻어올 수 있는데 살짝 돈이 아까워서 최소량만 구입했다. 조만간 가게에 가서 챙겨와야겠다.

  시장을 본 후 집에 돌아와 낮잠 타임을 갖는다. 가만히 보면 진짜 몇 번씩 쪼개서 잠을 자는 것 같다. 남편도 같이 잤는데 나보다 40분 정도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왔다고 한다.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벌써 5시다. 오늘은 음악회에 갈 예정이기 때문에 서둘러 저녁을 차린다. 집에 있는 콩나물 몽땅 넣고 파채와 양파, 고기를 투입하고 양념 넣고 볶으면 끝이다. 처음하는 음식인데 생각보다 쉽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이전에 무료로 예매한 불멸의 베토벤 충북 & 세종 챔버 오케스트라 합동 공연을 보러 청주 아트홀에 갔다. 원래 남편 친구네 부부도 함께 가려고 했었는데 일정상 참석이 어렵다고해서 남편과 둘만 가게 되었다. 이번 공연 참석 연주자만 110명 정도인 대규모 무대였다. 이전에 간 청주시립교향악단의 대공연장보다 청주 아트홀의 음향시설이 훨씬 좋은지 베토벤 음악 특유의 웅장함이 잘 나타난 것 같다. 공연을 가기 전 지니뮤직에서도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유튜브로도 연주모습을 찾아봤었는데 지휘자님이 저희들은 아마추어들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감상하는 것이 그 어떤 유명 영상보다 큰 감동을 주었다. 자리도 6번째 줄이라 비교적 가까워서 연주자들의 표정까지 보일 정도였다. 나는 베토벤의 황제 교향곡 1악장이 특히 좋았는데 김민식 연주자의 물 흐르는 듯한 피아노 연주소리가 너무 좋았다. 남편은 기타를 쳐서 그런지 현악기 소리를 원래 좋아하는데 손지연 연주자의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 유명한 운명 교향곡도 좋았고 사회자의 해설까지 곁들여 있어 별도 공부를 하고 가긴 했지만 좀 더 이해를 도와줬다. 무료공연이라 앵콜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연주된 음악도 앵콜로 공연해주었다. 그 음악도 밝은게 마음에 들었는데 한 번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연관람을 마치고 남편과 관람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솔직히 우리에게 어려운 클래식 음악이지만 악기 연주가 주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것 같다. 종종 기회가 되면 같이 공연을 보러가기로 약속했다. 남편은 클래식 공연 덕분인지 집에 돌아와서 씻고 평온하게 잘 자고 있다. 나도 클래식 음악을 듣고오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딩턴이 덕에 하는 태교지만 나와 남편까지 힐링되는 느낌이다.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딩턴이가 태어나면 좀 클때까지는 못갈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임신 기간동안이라도 열심히 연주회에 쫓아다녀야겠다.

  자려고 누웠는데 12시가 좀 넘으니 화재경보기가 울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을 다급히 깨우고 남편도 119에 화재신고가 있었는지 확인을 했다. 다행히 오작동인 것 같았다. 회사에서도 화재경보가 울릴 때가 간혹있었는데 무시한 적이 많았었다. 이제 딩턴이도 있고 남편도 있으니 소중한 일상이 화재나 기타 사고로 인해 깨진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불안한 마음에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삼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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