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은 닭볶음탕으로 아침을 먹고 남편은 사우나 갔다가 학교가서 동문회 장소로 이천으로 이동 예정이다. 오늘 자고 올거라 간만에 혼자 있는 날이다. 일단 늘 코스처럼 다시 잔다. 9시 30분에 남편이 이제 이천 출발한다고 전화가 왔다. 조심히 다녀오라고 하고 또 잔다. 일어나니 정오다. 임신하니 잠이 진짜 많아진다. 역대 최고로 늦게 일어난 하루다.

  남편한테 메신저를 보내도 연락이 없고 읽음 표시도 안되고 잘 도착했겠지? 오후 4시, 6시, 8시, 10시, 12시까지 전화도 없고 확인도 안한다. 그래도 내가 배우자인데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이 왔겠지? 학교 사람들도 남편이 거기 갈꺼라는거 다 아니까 도착 안했으면 나한테 전화왔겠지? 하며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한다.

  이런 내 맘을 아시는지 저녁 9시 40분 쯤되서 어머님이 전화가 오셨다. 오늘 혼자있어서 무섭지 않냐고 하셨다. 오빠가 연락이 안 되서 걱정이 된다고 말씀드리니 행사중이라 전화를 진동으로 해놨나보다, 도착했으면 연락을 해야지, 술 먹어서 못 받을 수도 있으니 신경쓰지말고 걱정하지말고 일찍 자라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혼자 끙끙거리고 있었는데 어머님이랑 통화가 되니 안심이 된다. 그래 무슨 일이 있었으면 어머님께라도 연락이 가겠지

  인터넷 강의를 보고 책도 읽고 시간 참 안간다. 걱정스런 마음에 괜시리 쏘렌토 사고도 검색해본다. 오늘 올라온 글은 없다. 다행이다. 새벽까지 잠을 못자서 내일 남편이 오면 해장을 할 수 있도록 콩나물 김치국을 끓인다.

   책이 도저히 안 읽혀서 평소 듣지 않는 라디오도 들어보고 클래시카 채널에서 헨델의 오페라 아드메토를 봤다.  아드메토의 줄거리는 아드메토 왕이 병에 걸려 아내인 알체스테 왕비가 아폴로 신께 그의 병이 낫는 법을 알려달라고 기도한다. 왕비는 곧 왕의 병은 죽어야 낫는 병이고 아니면 가까운 누군가가 죽어야 나을 수 있다고 신탁을 받게 된다. 결국 왕비는 자살을 하게 되고 왕은 완쾌되지만 사랑하는 왕비의 죽음의 깊은 슬픔을 느껴 신하인 에르콜레에게 지하세계에 와서 왕비를 구출해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아드메토 왕을 좋아하는 이웃나라 공주 안티고나는 왕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신분을 양치기 소녀로 숨기고 왕궁에 들어가 왕에게 애정을 고백하고 지하세계에 간 에르콜레는 왕비를 결국 구출해낸다. 왕비는 왕을 시험하기 위해 에르콜레에게 왕비를 구출했다는 사실을 숨겨달라고 하고 왕은 그 사이 안티고나와 결혼을 준비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에는 왕비와 왕은 다시 이어지게 되는데 사실 나는 에르콜레가 지하세계로 간 것 까지만 보고 텔레비전을 껐다. 일본풍의 무대 디자인과 의상 스모선수의 등장 등 유럽 오페라인데 뭐지? 좀 생소했다. 스모선수 다리를 세우고 부들부들 떠는데 너무 불편해보이고 안타까웠다.

  뭔가 남편이 계속 연락이 안 되서 음악도 잘 안 들어오고 음악적 감상은 쓸 수가 없다.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생각 없이 주입할 것이 필요해서 정말 오랜만에 심슨을 봤다. 남편이 학창시절에 필리핀에 어학 연수를 가고 미국에 인턴 갔을 때 집에서 공부하면서 밥 먹을 때마다 봤던 심슨 역시나 생각이 없어진다. 한 3개 보다가 잠들었다. 심슨 덕분에 걱정 덜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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