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깼더니 아직 7시도 안되었는데 운동을 간다고 한다. 나도 급하게 일어나 따라나섰다. 지금 안 하면 오늘도 운동을 안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기 전에 두유를 하나씩 나눠 마시고 남편이 콩나물밥을 해뒀다. 편의점에 들러 운동 틈틈이 마실 레몬 워터도 구매하였다. 당이 높긴 하지만 운동을 할 땐 약간 당이 있는 음료를 마셔야 더 에너지가 나는 기분이다.

  호수공원에 도착했는데 제법 쌀쌀했다. 가볍게 준비운동을 마치고 남편은 달리기, 나는 걷기를 시작한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서로 반대방향으로 시작하였다. 지난번에 햇빛 때문에 좀 고생해서 오늘은 선글라스까지 준비하였다. 클래식을 들으며 딩턴이에게 쫑알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지난번과 비슷한 시점에 남편과 만나 하이파이브를 하고 음료를 건넨다. 반대방향에서 출발하니 언제 마주칠까? 지난번보다 내가 더 많이 가야지라는 동기부여가 되서 더 열심히 걷는 것 같다.

  클래식을 들으며 걷다가 TBS EFM 라디오로 변경해 영어 뉴스를 잠깐 들었다. 요즘 강의를 듣고 있는 EBS 강사님이 추천해주신 채널인데 어제 동영상 강의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보충 겸 들었다. 아무래도 요즘 이슈인 선거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영어 라디오를 진짜 조금 들었는데 남편이 저 멀리서 뛰어온다. 더 이상 안 뛰고 그냥 나랑 같이 걷는다고 해서 라디오를 끄고 장미정원에서 사진도 찍고 꽃 구경도 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동안 영어만 잘 하게 되어도 내 나름의 발전은 있는거니 앞으로 TBS EFM과 친하게 지내야할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아침에 미리 남편이 해둔 콩나물밥에 간장을 넣어 비벼먹었다. 예전에는 가끔 남편이 밥을 해줬었는데 요즘은 내가 집에 있다보니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는 남편밥상이었다. 밥을 먹고 아침 10시쯤부터 1시간 정도 다시 잠을 자고 시댁이 있는 보은에 갔다. 어머님이 열무김치를 담그시고 오디를 따서 쨈도 만드셨다고 와서 가져가라고 하셨다. 원래는 저녁에 오라고 하셨는데 남편이 내일 출근해야한다고 그냥 점심에 간다고 우겨서 좀 빨리 내려갔다왔다.

  원래 저녁에 내려갔으면 어머님께서 등갈비 김치찜을 하려고 하셨는데 점심에 가게 되서 근처 그집 쭈꾸미에서 외식을 했다. 우리집 앞에도 그집 쭈꾸미가 있는데 손님도 많고 맛있어 가끔 외식을 간다. 그런데 집 근처보다는 좀 맛이 못했던 것 같다. 아버님, 어머님도 기름이 좀 많게 느껴졌다고 하셨다. 아버님 가게에 가서 참외도 먹고, 오디도 먹고, 오렌지도 먹었다. 집에 들러서 반찬도 가지고 왔다. 열무김치, 무장아찌, 고추잎 무침, 가지무침과 오디쨈, 얼린 오디, 생오디도 가져왔다. 또 식재료인 마늘, 쪽파, 감자, 카레도 얻어왔다. 매번 양손 가득 안겨주시는데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우리가 해서 드리기도 부족한데 매번 얻어오기만 하는 것 같다. 다리도 아프신데 오디도 4시간이나 따서 바로 쨈을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어머님 몸이 약하신편이라 앓아누우시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양손 가득 가지고 집에 도착했다. 가져온 반찬들을 차곡차곡 냉장고에 넣었다. 냉장고가 작아서 고생을 좀 했다. 지난번에 서랍이 아니라 그냥 냉장고를 정리해야했던 것 같다. 마늘과 양파는 김치냉장고에 저장해야하는데 안들어간다. 조만간 김치냉장고도 정리해야겠다. 

  집에 와서 또 다시 낮잠을 잤다. 오늘 호수공원 갈 때 생전 안 먹고 싶던 소곱창이 먹고 싶다고하니 남편은 신나서 곱창집을 검색한다. 내장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 때문에 어쩌면 남편에게 약간 금기 음식이었는데 그 금기가 풀렸으니 신날 수 밖에 없었겠지? 계속 곱창집을 보여주며 가고 싶다고 졸랐다. 칼로리가 상당하고 임산부에게 유익한 철분을 포함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지방으로 이루어진 곱창을 먹기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곱창집까지 걸어가는 것 + 음주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OK를 했다. 딩턴이 임신 2주쯤 시점에 생전 먹지 않던 양평해장국의 양곱탕을 먹고 싶어 임신한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엔 소곱창이라니 아무래도 딩턴이는 아빠 입맛을 닮은 것 같다. 술먹는 것은 제발 닮지 않기를 바란다.

  편도 1.5킬로를 걸어 곱창집에 도착했다. 나혼자 산다에서 화사 곱창 먹방 때문인지 테이블이 꽉찼다. 음식이 나오기전 꽤 오랫동안 기다렸다. 나는 딱히 그 방송을 보고 간 것은 아닌데 딩턴아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먹고 싶은거니? 내 시야안에 계속 아이유의 이슬 톡톡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계속 보니까 먹고 싶은 기분이 들어 남편에게 이슬 톡톡은 먹어도 된다고 했다. 임산부 대리만족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남편은 톡톡은 빼고 이슬 주세요 라고 말한다. 톡톡이라고 해야지 하니 그냥 이슬이요. 이 속은 기분은 뭘까? 음식은 무난하게 맛있었는데 바쁜 것은 이해하지만 앞접시 달라는것도, 추가 반찬 요구도 그냥 다 무시다. 몇 번을 다시 요청해도 대꾸조차 없었다. 서비스가 좋지 않아 다시는 가지 않을 식당이 되었다. 볶음밥을 시켜먹으려고 했는데 또 주문하면 안나올까봐 괜히 30~40분 기다릴 것 같은 느낌에 안먹고 나왔다. 남편은 배가 안찬다며 근처 길거리 토스트를 먹었다.

  다시 편도 1.5킬로를 걸어 우리동네로 넘어왔다. 남편이 태교책을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영풍문고에도 들렀다. 조만간 집에 있는 상품권을 들고 재방문해야겠다. 회사 다닐 때는 상품권을 1년에 최소 30만원은 받았었는데 회사를 그만두니 상품권은 좀 아쉬운 것 같다.

  아침에 호수공원도 가고 곱창집도 걸어간 덕분에 오늘 칼로리 소모가 꽤나 크다. 물론 칼로리 섭취도 크지만 말이다. 평소에도 이 정도는 움직여야할텐데 걷기 말고 다른 운동이 훨씬 칼로리 소모는 클테지만 아직은 겁이 나서 다른 운동은 못할 것 같다. 7월부터 순산체조 배우면 집에서도 틈날 때마다 따라하면서 체력을 좀 길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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