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남은 묵은지등갈비찜과 밥을 조금 먹고 씻고 짐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바쁘게 움직여야하는 날이다. 오늘 조카를 돌보러 형님네 집에 올라오신 어머님을 청주 외삼촌댁에 모셔다드려야하고 거제도로 출발해야하는 날이다.

  9시 30분에 오송에 가서 어머님과 조카를 태우고 청주역 부근에 있는 남편 외삼촌댁으로 향했다. 어머님은 추석 때 못주셨다며 고구마와 양배추도 챙겨주시고 연휴기간에 또 송이버섯을 따셨다며 송이도 추가로 더 가지고 오셨다. 또 외삼촌댁과 외갓집에 드릴 과일, 고추 등을 챙기니 차가 한가득 찼다. 거제도에 갈 짐을 챙겨오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삼촌댁에 도착해 짐을 내리고 옥수수와 식혜를 간식으로 내주셔서 잠깐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조카는 남편과 함께 밖에 있는 강아지와 닭을 구경하러갔다. 외삼촌댁은 잘 지어진 전원주택이라 조카도 정원을 뛰어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 딩턴이도 전원주택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면 좋았을텐데 아파트에서만 기억을 갖게 될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여행을 가야해서 남편과 나는 조금 일찍 나왔다. 외숙모님이 옥수수를 8개 정도 싸주셨다. 직접 농사를 지으신 옥수수였는데 아무런 간을 하지 않으셨다고 하셨는데도 달달하니 맛있었다. 덕분에 거제까지 든든한 간식이 생겼다. 어머님께서도 여행가서 맛있는거 사먹으라며 현금으로 용돈을 주셨다. 밥벌이를 하고 있음에도 늘상 여행갈 때마다 어머님께 용돈을 받아 죄송스럽다. 그래도 챙겨주시려는 마음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와서 과일과 철분약, 두유,  오렌지쥬스, 까르보나라, 쌀 등 먹거리도 챙기고 미쳐 아침에 못챙긴 짐들도 챙겼다. 숨이 차고 몸이 좀 힘들어서 남편이 짐을 다 내리고 나는 침대에 누워서 좀 쉬었다. 남편만 너무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했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음에도 거의 12시가 다 되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점심은 통영에서 먹을 생각으로 건너 뛰었는데 차에 옥수수냄새가 가득해서 출발할 때부터 멀미가 났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1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나니 덕유산 휴게소를 방금 지나쳤다. 남편에게 다음 휴게소에서 쉬었다가자고 하고 배가 고파 남편과 옥수수를 4개를 나눠 먹었다. 30분 정도 더 가니 함양휴게소가 나왔고 휴게소에서 화장실도 가고 떡볶이와 커피도 샀다. 원래 몇 주전부터 닭꼬치가 먹고 싶어서 거제갈 때 먹어야겠다 했는데 아쉽게도 함양휴게소에 닭꼬치는 판매를 하지 않았다. 다른 주전부리들은 통영에서의 점심을 위해 먹지 않았다.

  1시간 30분 정도를 더 달려 통영에 도착했다. 원래 통영에서 굴코스요리를 먹으려했는데 저녁에 고기도 먹어야해서 간단히 우짜를 먹기로 했다. 수요미식회와 미우새에 방영되어 유명한 원조할매우짜에 갔는데 3시가 넘은 시간이라 자리는 제법 한산했다. 남편은 우짜, 나는 빼때기죽을 시켰는데 아쉽게도 죽류는 모두 품절이다. 식혜도 품절이고 자리가 많아 좋았는데 일찍 왔어야했나보다. 할 수 없이 우동을 시켰다. 개인적으로 우짜보단 우동이 개운하고 맛있었다. 우짜는 먹을 때 짜장면과 유사하지만 단무지와 국물이 들어가 있어 느끼한 맛이 줄고 술술 잘 넘어간다. 다만 국물은 짜장 특유에 탁한 맛이 느껴지기에 우동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빼때기죽을 꼭 먹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남편은 돌아올 때도 들르면 된다고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했다.

  우짜가게를 나와 길 건너편에 있는 충무김밥집에 들렀다. 배가 부르기도 하고 3~4년 전쯤 통영에 왔을 때 그닥 충무김밥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었기에 먹기 싫었는데 남편이 배가 안 찬다며 조금이라도 먹자고 해서 들어간 집이었다. 1인분만 주문해서 둘이 나눠 먹었는데 예전에 먹었던 곳과 달리 충무김밥안에 재료가 없고 별도로 세팅되었다. 무김치도 시원하니 맛있고 오징어나 쭈꾸미, 어묵도 양념이 달달하고 맛있었다. 충무김밥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싹 날려주었다. 남편도 너무 만족스러웠던 식당이라고 했다.

  식당에서 나와 바로 근처 롯데마트에 들러 고기와 술, 쌈채소와 먹거리를 샀다. 집에서 과일이나 쌈장, 초고추장 등을 싸와서 그렇게 많은 양을 보지는 않았다. 이미 3시간을 달려왔지만 마트에서 거제 펜션까지 40분을 더 가야해서 멀긴 먼 여정이었다. 우리는 그래도 청주에서 출발했는데 서울에서 온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통영, 거제 쪽에도 KTX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펜션을 좀 오래되긴 했지만 홈페이지나 블로그 사진과 비슷하게 깔끔했고 오션뷰가 너무 좋았다. 오자마자 대충 씻고 바베큐를 세팅해서 구워 먹었다. 커플룸이라 그릇이 좀 부족하게 느껴졌고 후라이팬도 설거지가 되어 있지 않아서 조금 찝찝했다. 펜션이 좋긴 하지만 낯설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바베큐는 삼겹살과 목살을 섞어 먹으니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먹을 땐 몰랐는데 나중에 정리할 때보니 화기류 사용금지여서 뜨끔했다. 얼른 치우고 다른 날에는 그릴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고 빛의 정원에서 사진도 찍고 포켓볼과 농구게임도 했다. 놀이시설도 비교적 잘 되어있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스파까지 했다. 오늘은 내려오느라 고생을 해서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푹 쉬었다. 남편은 스파를 하다가 미끄러져서 무릎에서 피가 났다. 파우치에 넣고 다니던 일회용 알콜솜이 오늘 따라 없어서 속상했다. 그래도 남편은 스파도 하고 장시간 운전을 해서 인지 바로 잠을 잤는데 나는 내려올 때 자기도 했고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아 인터넷 강의도 보고 블로그도 좀 정리하고 핸드폰 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1시쯤에 자려고 했는데 내가 누우면서 남편의 다친 무릎을 쳐서 남편이 깨버렸다. 남편은 깬김에 식샤1을 봤고 나도 마지막회까지 같이 보느라 2시 30분에 잠들었다. 피곤하고 바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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