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빠의 59번째 생신이다. 오늘 약속있다며 계속 며칠째 생일파티라고 쿨하게 니네까지 챙기지 말라며 식사 요청도 거절한 아빠, 용돈이라도 보내드려야겠다.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잠을 2시간도 채 못잤지만 어제 술 취해서 온 남편을 위해 북어국과 반찬들을 꺼내주었다. 술 냄새도 많이 나고 회사는 갈 수 있을까 걱정이다. 밥 먹는 것도 좀 시원찮다. 누가 술을 그렇게 먹였냐고 하니 수정방이 있어 본인이 자진해서 마셨다고 한다. 오늘도 오전 내내 속 앓이 좀 하겠다. 누굴 탓하랴 그런데 남편이 조치원에서 모르는 행인을 붙잡고 "아저씨 제가 청주에 가야되는데요. 제가 결혼도 하고 애기도 생겼어요. 집에 가야되는데 청주에 어떻게 가야하나요?" 아저씨가 "아이고 축하드려요. 저 쪽에 가셔서 버스타시면 되요." 라고 길을 안내해주시니 손을 꼭 잡고 "감사합니다. 이 은혜 안 잊을께요." 하고 온 기억이 난다고 한다.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인 걸까?

  아무튼 남편을 출근 보내고 그냥 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했다. 설거지도 블로그도 인터넷강의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하루이다. 어제 밤에 2시간도 못잤으니 우선 자려고 핸드폰을 던져두고 잠을 청한다. 3시간 30분을 자고 일어나니 1시 10분이다. 일어나서 아까 못한 설거지를 하고 TV를 봤다. 점심을 챙겨 먹기도 귀찮다. 오늘은 왜 이렇게 무료하고 기운이 없는걸까?

  특별히 보고 싶은 프로그램도 없고 틀어진대로 TV를 보다가 아침에 먹다 남은 돼지고기 고추볶음과 꽈리고추 무침으로 4시쯤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남편이 평소보다 30분을 일찍왔는데 순대국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간만에 외식으로 순대국밥을 먹었다. 미세먼지와 비 때문에 며칠 집에만 있었더니 집 앞에서 밥을 먹으러 가는것만으로도 심박수가 120까지 올라갔다. 500m도 안되는 거리를 심호흡을 하며 걸어갔고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벌컥벌컥 물을 세잔이나 연거푸 마셨다. 밥을 먹고 산책을 할 계획이었는데 호흡이 좋지 않아 밥만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남편은 순대정식을 먹고 나는 순대나 수육이랑 하나도 먹지 않고 오로지 국밥만 먹었다. 점심을 4시에 먹은 탓이기도 하고 입맛도 많이 없었다. 하루종일 의욕도 없고 컨디션도 좋지 못한 하루였다. 남편도 배가 고파서 두 그릇도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반 그릇도 먹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영국편을 보고 서울가는 코스를 짰다. 남편은 결혼식, 나는 지인을 만나고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만나 2시 30분에 하는 수상한 흥신소 연극을 볼 계획이다. 남편에게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보는거야라고 하니 우리 서울 사람 같다며 웃었다. 연극을 보고 명동성당을 구경하고 청계천 산책 후 맛집에서 저녁을 먹을 계획을 하고 있다. 숙소도 인사동의 k게스트하우스로 예약을 했다. 간만에 서울 나들이기도 하고 인사동쪽으로는 가본 적이 없어서 기대가 된다. 주말에 태풍 영향으로 비가 올 것 같은데 비가 오면 야외 산책이 좀 불편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한다. 모쪼록 날씨와 상관 없는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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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10시에 자려고 누웠었는데 잠은 바로 들었으나 12시, 3시 30분에 화장실에 가려고 깼다. 결국 3시 30분에 일어나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임신하니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많이 깨서 피곤하다. 운 좋으면 바로 잠들긴 하지만 대부분이 깨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숙면을 방해하는 꿈들이 자꾸 반복해서 나타난다. 오늘도 학교에 가는 꿈과 회사동기가 나왔다. 푹 잠들지 못해 계속 꿈을 꾸는 것 같다. 출산하고 모유수유하면 계속 깰텐데 그 때는 꿈이고 뭐고 비몽사몽하고 있겠지? 그걸 생각하면 지금은 밤에 부족한 잠을 낮에라도 보충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벽 5시까지 누워 있다가 오늘 식단인 부추비빔밥을 만들었다. 지난번에 산 부추가 제법 많이 남아있다. 몇 번은 더 먹어야할 것 같다. 간장소스가 좀 부족하게 만들어져 약간은 싱거웠던 부추비빔밥이다. 다음에는 간장을 조금 넉넉히 넣으면 더욱 맛있는 부추 비빔밥이 될 것 같다. 어제 칼로리가 좀 부족했기 때문에 간만에 밥을 한 그릇을 다 먹어서 배가 불렀다.

  남편을 출근 보내고 블로그를 조금 정리했다가 역시나 평소보다 잠을 못자서인지 7시 30분쯤 잠이 들었다가 11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초미세먼지가 좋지 않아 산책을 갈 수가 없었다. 집에서 온종일 있어야하는 하루다. 사실 온종일 집에 있기도 하고 아침에 다시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남편이 오기 전까지 있는 시간은 온전히 내 시간인데 많이 활용하질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TV만 보고 노는 것은 아니지만 하는 일 없이 시간이 많이 가는 느낌이다. 책도 한 자도 안본지 10일이 넘은 것 같고 역시 목표가 없으니 쳐지는 기분이다.

  점심으로 단호박과 고구마, 두유를 챙겨 먹었다. 역시 칼로리 보충을 위해 평소보다 양을 늘려 먹었다.

  점심을 먹고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하고 남편의 셔츠들을 다려놨다. 어머님이 이전에 스팀큐 다리미를 주셨는데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남편의 옷들은 늘상 크린토피아 행이었다. 그러다보니 남편도 셔츠를 잘 안입고 회사 티셔츠나 폴로 티 등을 입고 다니는데 회사에서 사무직인데 현장직처럼 입고 다닌다고 몇 번이나 복장으로 혼난적이 있다고 했다. 이제 집에 있으니 비싼 옷은 못 입혀도 깔끔하게 다려서 챙겨 입혀야겠다. 사실 학교다닐 때 교복도 못다려서 헌병대 출신 아빠가 몇 번 다려준 적이 있었다. 다림질 잼병인 우리 엄마는 역시 세탁소에 의존했었고 그러다보니 다름질은 늘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스팀큐는 그래도 한 손에 잡히는 컴팩트 사이즈라 일단 편한 것 같다. 몇 번 반복하다보면 나도 주부 9단처럼 잘 다릴 수 있겠지? 살림을 잘 하고 싶은데 난 정리정돈에도 익숙한 사람은 아니다. 그나마 집안일을 자주하는 순서로 정해본다면 요리 > 빨래 > 청소 > 쓰레기 버리기 > 화장실 청소 정도 아닐까? 집에 있는 물건들 중 버려야할 것을 리스트업을 했다. 진짜 귀찮아도 하루에 한 개라도 버리자고 생각했다. 진짜 가끔은 내가 Hoarder족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제 딩턴이도 태어날텐데 딩턴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더 배가 나오기 전에 조금씩 순서를 정해 정리를 해야겠다.

  남편 올 시간이 다 되어가서 아보가도 게살 샐러드를 만들었다. 원래는 아보가도 크래미 샐러드를 만드려고 했었는데 크래미를 산 줄 알았는데 게살이었다. 다 만드니 마침 남편이 시간에 맞게 도착했고 저녁을 먹었다. 예전에 미국에서 아보가도 토스트를 브런치로 먹고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아보가도 맛이 살짝 걱정되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샐러드만 먹기 심심해 골드파인애플 키위 드레싱을 뿌렸는데 그나마 풀만 먹을 때보다는 먹기 좋다.

  저녁을 먹고 남편은 피곤하다고 일찍 쉬고 나도 식사일지를 정리했는데 오늘 섭취한 단백질이 굉장히 부족했다. 샐러드를 먹어서 배가 고프기도 하고 남편과 정말 오랜만에 야식을 먹기로 했다. 예전에는 배달음식도 많이 시켜먹었는데 요즘은 일체 없다. 나가서 한바퀴 돌아보다가 그래도 치킨보단 부담이 덜 할 것 같아서 순대를 먹기로 했다. 원래 순대 1접시만 먹으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순대국까지 시켰다.

  남편은 역시나 소주도 시키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그 중 하나가 딩턴이를 낳아도 이사가기 전까지는 짐을 추가로 들이는 건 많이 무리이니 지금 짐을 줄이자는 것이고 하나는 은퇴 후의 삶이었다. 남편은 딩턴이가 결혼을 할 때 쯤이면 아마도 은퇴를 할 것이고 회사원 이후의 직업을 찾아야한다고 했다. 또 현재 우리는 나름 온실 속 화초이고 운이 좋아서 크게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으며 언젠가 한 번은 이 온실이 깨질거라고도 말했다. 인정한다. 졸업 전 둘 다 대기업에 취업했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아도 안정적이었다. 우리는 늘 운이 좋았고 감사하면서 살아야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지금은 내가 퇴사를 하기도 했고 이 안정적인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남편 입으로 직접 들으니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같이 해결방법을 잘 찾겠지만 너무 먼 미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남편에게 반농반X의 개념에 대해 말해주었다. 농사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면서 최소한의 생활은 유지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방식인데 반농은 딩턴이가 조금 크면 주말 농장과 농업기술교육 등을 통해 미리 익히고 반X는 내가 딩턴이를 키우며 집에서 여유가 생길 때마다 고민하고 정해서 배워나가야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하는 것은 남편은 기타레슨이나 영어강습, 나는 재봉틀이나 공방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특히 반X에 대해서는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보다는 내가 육아를 하며 확실히 고민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청양고추가 너무 맵다며 아이스크림을 먹어야겠다고 해서 편의점에서 구입 후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밤이 되니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얼른 먹고 집에 들어갔다. 집에서 식사일지를 정리하고 물 마신양도 체크했는데 오늘은 완전 엉망이다. 칼로리는 404칼로리 초과에 물은 200ml 부족이다. 이럴꺼면 아침, 점심에 왜 양을 늘려 먹었을까? 하는 후회도 되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남편과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뜻 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지만 우리 둘이라면 딩턴이도 잘 보살피고 어떤 문제든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단지 남편이 지금처럼 건강관리도 잘하고 기타 사고가 안 일어나서 은퇴 후까지 오래오래 내 옆에 있어주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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