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3일차 아침이다. 남편은 운동을 하러 TLX로 구입한 패스로 근처 헬스장에 가고 나는 1시간 정도 더 자고 일어났다. 남편이 나갈 때 먹을 것을 사온다고 했는데 빈손으로 들어와서 어제처럼 단백질쉐이크와 두유를 먹었다. 나는 여기에 철분제와 앱솔맘 오렌지쥬스와 유산균까지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아침을 챙겨 먹고 씻고 나와서 오늘에 첫번째 목적지인 북촌 한옥마을에 가기 위해 안국역으로 갔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팔도 아닌 긴팔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니 나까지 숨이 막힌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더운 38~39도이다. 한마디로 쓰러질 것 같은 날씨였다. 한옥마을을 쭉 돌 자신도 없고 입구 정도만 둘러보다가 그나마 실내인 서울교육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박물관까지 가는 길에도 탈진할 것 같아 편의점에 들러 물을 구입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서울교육박물관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교육과 관련된 역사들이 잘 정리되어있었다. 과거 교과서들도 보존되어있었는데 옆에 모니터를 클릭하면 PDF로 복원 되어 있는 교과서 내용도 볼 수 있었다. 또 교복의 변천사라던가 옛날 교실의 모습, 학교 뱃지 등도 수집되어 있었다. 특히 옛날 교실을 보니 나랑 남편도 추억에 잠기게 되었다. 물론 우리 세대는 그 정도의 교실 수준은 아니었지만 교실의 분위기나 그 시절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시간표 등을 보니 더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아빠 세대가 와서 관람하면 좀 더 깊은 추억의 시절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관람을 마치고 나왔는데 너무 더워서 그늘에서 쉬다가 남편이 먹고 싶다던 풍년쌀농산 떡볶이를 먹으러 갔는데 매주 화요일은 정기휴일이라고 적힌 문구와 함께 문이 닫혀 있었다. 더이상 갈 수 없을만큼 힘들고 배가 너무 땡겼다. 폭염에 조산위험이 높아질까 걱정이 되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야되는데 걷기가 힘들었다. 일단 북촌 한옥마을에서 벗어나 안국역쪽으로 향했다. 지난 6월에 인사동에 왔을 때 오설록 건물을 보고 작년 제주도 오설록에서 먹었던 녹차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했던 것을 기억한 남편이 오설록까지만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자고 제안해 오설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텼다.

  드디어 힘들게 도착했는데 앞 손님이 증정품 관련으로 주문이 끝나지 않아 우선 나만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남편이 주문을 하고 올라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녹차아이스크림도 나왔다. 같이 녹차 시럽도 나왔는데 시럽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뿌릴수록 단맛이 줄어들고 녹차의 씁쓸한 맛이 강해져서 내 입에는 더 좋았다.

  아이스크림과 함께 시원한 냉수까지 연거푸 마시니 더위는 가셨지만 배가 계속 땡겨서 걱정이 되었다. 지금 조산을 하면 22주라 딩턴이가 정상적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희박해지는데 내가 휴가를 가려는 욕심 때문에 딩턴이한테 무슨 문제가 생기는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죄책감도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 남편은 딩턴이는 그렇게 약한 아이가 아니니까 절대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나를 안심 시켰고 점심만 먹고 바로 숙소로 돌아가자고 했다.

  30분 정도 앉아 있다가 처마끝하늘풍경에 가서 전복 A코스 한정식을 먹었다. 주변에 다른 한정식 집도 많이 있었지만 식샤3에서 전복 먹방을 보기도 했고 전복이 임산부에게 좋은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해서 선택한 메뉴이다. 코스다 보니 음식이 하나하나 나왔는데 식탐은 자제가 되지 않는지라 풀버전의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전복 A코스는 전복회 + 전복구이 + 전복돌솥밥 + 불고기 + 잡채, 미역국, 북어국, 김치전, 기타 밑반찬류가 나오고 가격은 인당 35,000원 정도이다. 어머님께서 휴가가서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주신 용돈이 있어 걱정없이 먹었다. 이제 6개월차라 제법 임산부처럼 보이는지 종업원분께서 "임산부는 회보단 구이 쪽을 더 나으실거에요." 라고 말씀해주셨다. 임산부 대접 받은 건 처음이라 잘못 들은지 알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남편도 똑같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 딩턴이가 그간 무럭무럭 자라줘서 기특하고 고맙다. 음식은 깔끔하니 맛있었고 후식으로 냉침한 복분자차를 마시니 달달하니 크렌베리 쥬스와 비슷한 맛이 났다.

  원래 컨디션만 괜찮았어도 수상한 흥신소2를 보려고 했는데 이 폭염에 혜화역까지 환승하면서 가는 것은 불가능 할 것 같았다. 또 아름다운 차박물관에 가서 녹차가래떡과 빙수도 먹고 싶었는데 우선은 건강관리가 최우선이라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 후 씻고 발목 얼음 찜질을 하고 바로 낮잠을 잤다. 시원한 숙소에서 쉬고 일어나니 거의 4시 30분이었고 몸도 많이 좋아졌다. 딩턴이도 개운한지 꿈틀거리며 "엄마 나 괜찮아요." 하고 신호를 보내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햇빛이 강하고 온도도 높은지라 6시까지는 숙소에 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출발했다.

  서울에 오기 전부터 왓썹맨에서 봤던 홍대 조폭떡볶이를 남편이 꼭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홍대로 향했다. 홍대는 우리 숙소에서 환승 없이 갈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드디어 조폭떡볶이를 접하게 되었는데 방송에서는 엄청 맵다고 나왔는데 하나도 맵지 않았고 맛이 특별하지도 않았다. 맵달 떡볶이를 원했는데 그냥 평범한 떡볶이 맛이다. 남편이 근처 마늘떡볶이도 먹어보자고 했는데 거기는 줄이 많아 포기했다. 줄이 많은걸 보니 맛집일 것 같은데 먹지 못해서 아쉽다.

  남편은 저녁에 소주를 먹고 싶어했기에 떡볶이도 먹었겠다 밥을 따로 먹지 말고 저녁 겸 안두 겸 술집에 가자고 했다. 홍대에 술집이 워낙 많기에 그냥 마음 가는데 가자며 특별히 검색을 하진 않았다. 가는 길에 라인프렌즈샵은 아니지만 캐릭터샵에 있는 코니가 눈에 들어왔다. 라인캐릭터를 워낙 좋아하기에 안에 들어가 사진도 찍고 구경도 했다. 탐나는 물건도 많지만 집에 있는 물건도 비워야할 판이기에 아쉽지만 구입하지 않았다.

  술집을 찾아 헤매다 조선시대를 발견했다. 느낌이 괜찮을 것 같아 들어갔는데 인테리어가 옛스럽다. 완전 촌스럽지도 않고 옛날 분위기는 살리면서 깔끔하다. 오늘은 한옥마을에 인사동에 조선시대까지 전통스러운 하루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기본 안주는 어릴 때 먹어본 것 같던 과자였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검색 끝에 알아낸 꾀돌이뿐이고 김치조차 없었는데 은근 중독성이 있어 리필까지 해서 먹었다. 인절미 아이스크림, 아이스홍시 등도 땡겼지만 전반적으로 이 집 안주가 비싼편이라 남편 소주 안주로 얼큰 오뎅탕만 시켰는데 오뎅탕을 데우기 위해 함께 나온 워머가 탐이 났다. 나중에 이사가면 하나 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오뎅탕은 육수도 심심하고 너구리 라면스프를 탄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맛이었다. 많이라도 탔으면 더 맛있었을텐데 다시마 약간과 무 조금으로는 육수를 내기 턱없이 부족한 맛이었다. 그래도 분위기가 좋으니 어차피 많이 먹으려고 간 것도 아니였기에 적당히 먹고 나왔다.

  조선시대 근처에서 조금 나가보니 벨기에 감자튀김이 눈에 들어왔다. 임신 18주차 이후 유달리 감자튀김이 많이 땡기는데 그냥 지나쳤다가 안 먹으면 후회할 것 같아 다시 돌아가서 시켰다. 7가지 소스 중 2가지 소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요거트 허니소스와 갈릭소스를 골랐다. 더운 날씨로 4시부터 오픈 합니다라는 글귀가 써있었는데 진짜 한낮에 있으면 열기 때문에 못 견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자튀김은 진짜 은혜로운 맛이었다. 남편도 안 먹는다더니 몇 개 주니까 포장해서 호텔에서 맥주와 함께 마시고 싶다고 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다가 모자가게가 보여서 남편의 모자를 샀다. 계속 내 밀짚모자를 탐내고 리본이 달려있음에도 쓰고 다녀서 하나 골라줬다. 가격대가 다양했는데 비교적 저렴하기도 하고 내 모자랑 커플로 연출이 가능할 것 같아 마음에 들었고 남편도 굉장히 흡족해했다.

  이렇게 쇼핑까지 마치고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더워서 그런지 평일이라 지옥철일줄 알았는데 서울 휴가 내내 지하철이 크게 붐비지 않았다. 임산부석도 거의 비어져있었고 그 외의 자리도 많이 있어서 이동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청주에도 지하철이 있으면 더울 때도 추울 때도 비가 올 때도 역에서 운행차량을 기다리기도 편리할텐데 조금 아쉽다. 자려고 누웠는데 낮잠을 자서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후배가 또 댓글을 달아주길래 나도 댓글을 달고 블로그도 조금씩 정리를 하였다. 핸드폰을 하면 잠이 더 오지 않을 것 같아 가만히 누워 있었는데도 3시에 겨우 잠이 들었다. 뭔가 피곤하면서도 잠이 오지 않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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