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속리산에 다녀온 남편이 감기몸살인듯 어제 밤부터 연신 춥다며 덜덜 떤다. 남편 회사는 12월 31일, 1월 2일 휴무이기 때문에 어제부터 1월 2일까지 5일간 쭉 쉬는데 쉴 때면 긴장이 풀리는지 한 번씩 아프곤 하는 남편이 이번에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아픈가 보다. 덕분에 오늘 새벽 쭉 유건이 돌보기는 내 몫이다. 어제 유건이를 안고 차를 왕복 2시간을 탔더니 근육통이 온 듯 팔이 아팠다. 그래도 3시 40분까지는 잘 자주던 유건이가 그 이후로는 잠도 안자고 낑낑거려서 무거운 몸으로 달래느라 힘이 들었다. 체력이 다 할 때쯤 어제 밤부터 쉬던 남편이 이제 몸이 많이 괜찮아졌으니 유건이를 돌보겠다고 했고 덕분에 6시부터는 나도 조금 잘 수 있었다.

  새벽에는 좀 힘들었지만 유건이도 어제 보은까지 다녀오느라 많이 지쳤는지 거의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잠을 잤다. 그러고보니 유건이가 다른 날보다 유독 일요일에 잠이 많은 듯하다. 조리원에서 나온 다음날에도 분유만 먹으면 바로 잠들고 원래 신생아는 이런가? 하며 너무 많이 잔다고 걱정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유건이가 자주는 덕분에 오늘 육아는 좀 수월하지만 점점 표정이 다양해지고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 유건이의 모습을 오늘은 많이 볼 수 없어 서운한 하루였다.

덧 1)  연기 소동
어제 시어머니가 전자레인지용 찜기를 주셨는데 나도 정신이 없어 깜빡하고 남편도 주의사항을 읽지 않고 하이라이트에 찜기를 올려 연기가 나고 난리였다. 연기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유건이를 데리고 바로 안방으로 피신했다. 남편이 환기를 하며 하이라이트를 치우느라 엄청 고생했다. ㅜㅜ
 
  일요일 아침이다. 어제 저녁 6시 30분부터 새벽 4시까지 기저귀체크와 수유할 때 빼고는 계속 잘 자준 유건이 덕분에 그나마 많이 잘 수 있었다. 새벽 4시부터 찡찡거리는 유건이를 6시까지 달래던 남편이 나를 깨우길래 일어났다. 유건이 기저귀를 갈다가 오줌을 싸는 바람에 이불이 다 젖었다고 했다. 이불을 치우고 세탁기를 돌릴 동안 유건이를 안아줬다. 세탁기 버튼을 눌러 놓고 유건이를 돌보느라 피곤했던 남편은 이제 그만 자겠다며 나와 바톤 터치를 했다. 나도 거의 8시까지 달래다가 다시 남편에게 넘기고 오전 10시까지 잠을 잤다. 그나마 남편이 쉬는 날이니 교대가 가능하지만 산후관리사 이모님의 계약이 종료되면 평일에는 살짝 걱정이 될 것 같다. 그나마 유건이 정도면 통잠을 자는 편이고 수월한 편이라하니 예민한 아기를 키우면 정말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달고 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엄마가 어제 갖다준 반찬으로 늦은 아침을 챙겨먹고 유건이와 놀았다. 밥 먹을 때는 얌전히 있어주면 좋겠는데 가끔씩 낑낑거려 결국 밥을 먹다가 유건이에게 달려갔다. 트림을 시켜주니 금방 얌전해졌다. 하나뿐인 이불에 오줌을 싼 유건이가 혹시라도 추울까봐 겉싸개를 임시방편으로 덮어주고 보일러를 틀었는데 온도가 너무 많이 올라가서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유건이의 체온을 재보니 37.6도다. 깜짝 놀라 얼른 안방 침대로 옮기니 금새 37.0도로 내려갔다. 열이 오르는지 모르고 그대로 방치했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침대로 옮기긴 했지만 유건이도 더운지 땀을 흘리기에 목욕을 시켜줬다. 오늘은 이모님이 목욕 시키는 동영상을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좀 더 꼼꼼히 씻길 수 있었고 유건이도 기분이 좋은지 울지 않고 목욕을 마쳤다. 아마 집이 더워서 씻어도 춥지 않아 더 그랬을 것 같다.

  목욕을 마친 유건이는 피곤한지 거의 5시부터는 계속 잠을 잤다. 분유를 먹일 때나 기저귀 갈 때만 빼고 계속 자는 것을 반복했다. 혹시나해서 수시로 열을 쟀는데 열도 없었다. 유건이가 자는 김에 간만에 여유로운 저녁시간이다. 저녁을 먹을 동안 베이비모니터를 계속 주시했지만 한 번도 꼼지락 거리지 않고 잘 자주었다. 

  어제 엄마가 준 생선과 불고기, 꼬막과 함께 어머님이 만들어준 도토리묵까지 차려놓고 남편은 막걸리도 사왔다. 날 위해 블랑도 사다준다고 했지만 아직 모유수유에 미련이 남아 안 먹는다고 말했다. 급속성장기인지 밥을 먹고도 1-2시간만에 계속 더 먹고 싶어해서 분유수유텀 사이에 모유를 먹이는데 워낙 모유량이 없어서 거의 공갈젖꼭지 수준이지만 그래도 아예 아무것도 안 나오는 공갈젖꼭지보다는 모유를 먹는 것이 짜증이 덜 한 것 같다. 또 단 10cc라도 조금 더 먹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 포기를 못하는 것 같다.

  유건이가 계속 자 주어서 남편은 여유롭게 술도 마셨고 나는 과일까지 챙겨 먹으며 천천히 시간을 보냈고 드라마 열두밤까지 시청할 수 있었다. 마치 임신했을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유건이를 낳으면 정신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여유있는 시간이 생기는 것 같다. 아까 인터넷을 하다가 봤던 문구인데 빵 터지는 것 같다. 남편에게도 말해주니 엄청 공감을 했다. 특히 자다가 눈이 마주쳤을 때 똑같이 느꼈다고 했다.

  유건이가 5시부터 계속 안 깨고 자고 있어서 좀 불안해진다. 유건아 내일 아빠 회사도 가야하는데 새벽에 분유먹을 때만 빼고 푹 자줘 부탁할께 ^^

  11시까지 잘자던 유건이가 갑자기 일어나서 울기 시작한다. 마침 수유텀이 되서 분유를 먹일까하다가 크라잉베베 앱으로 울음분석을 하니 가스참이 뜬다. 가스가 차면 밤새 칭얼거리고 잘 못자기 때문에 가스를 빼주고 분유를 먹이기로 하고 가스분출을 위한 터미타임 자세와 자전거타기, 다리 배쪽으로 땡기기 등의 자세를 취해줬다. 째지는 듯한 울음과 함께 몇번의 트림과 한 번의 방구를 끝으로 드디어 분유먹이기에 돌입했다.

  어제부터 배변을 못하고 있는 유건이를 위해 이모님께서 변비면 분유농도를 높이고 설사면 분유를 묽게 타라고 하신 것이 생각이 나 분유를 진하게 타서 먹였다. 속이 편해졌는지 40분 정도 잠투정을 부리다가 자장가를 불러주니 새벽 4시까지 쭉 자는 효딩턴이다. 지금은 4시에 분유를 먹이고 블로그를 쓰고 있다. 나도 1시간만 좀 더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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