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비비고 미역국을 데워 어머님이 주신 반찬과 함께 먹었다. 원래 보통은 금요일에 특식을 먹지만 지난주 한우구이를 먹고 남은 깻잎과 상추가 있기도 하고 마침 내일이 선거로 인하여 휴일이기도 해서 남편에게 특식 데이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남편은 당연히 알겠다고 하고 오늘 특식 메뉴는 지난주부터 남편이 지속 요청하고 있는 수육으로 정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설거지를 한 후 일기를 정리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한 시간쯤 잤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와서 비몽사몽 통화를 하다가 또 잠들었더니 11시 40분이다. 오늘은 낮잠을 굉장히 길게 자버렸다.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오늘 저녁 메뉴가 수육이기에 간단히 먹어야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한동안 점심메뉴였던 고구마는 다 떨어졌고 단호박이 남아 있어 단호박죽을 먹기로 했다. 직접 만들기가 귀찮아서 밥솥에 건강죽 모드를 이용하기 위해 밥솥을 이용한 레시피들을 찾았는데 이유식 관련 레시피들이 많다. 이유식은 냄비를 이용하거나 이유식 마스터기로 해야하는지 알았는데 밥솥으로 가능하다니 이유식 마스터기를 사야하는지 고민이 된다. 이사가기 전까지는 주방이 좁아 다기능 물품들로 대체하고 가급적 물건을 늘리고 싶지 않은데 고민이 된다.

  건강죽 모드는 2시간정도 걸린다길래 그냥 단호박을 삶아 핸드믹서로 갈고 찹쌀 대신 아침에 한 숟갈 남은 찬밥을 넣고 같이 갈아주니 제법 든든한 호박죽이 되었다. 색깔도 예쁘고 소화도 잘 되 가끔씩 입맛 없을 때 해 먹으면 좋은 메뉴 같다.

  점심을 먹고 정리를 하고 마트에 가서 수육용 재료들을 샀다. 이번엔 김치를 만들지 않을 계획이기에 집 근처가 아닌 터미널 롯데마트까지가서 배추겉절이를 사왔다. 지방이 많은 삼겹살로 수육을 하긴 부담스러워서 뒷다리살로 사려고 했는데 뒷다리살이 없었다. 그냥 목살을 사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종업원분이 지방 없는 부위 찾으시면 사태살로 해도 맛있다고 해 사태살을 구입했다. 단백질 섭취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제일 많은 사태 수육이 적합할 것 같다. 연육작용을 위해 토마토를 구입하였는데 토마토가 2킬로나 되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짐도 무겁고 김치겉절이 포장도 약간 찢어져서 짐을 가져오는데 좀 고생을 했다. 장바구니에 미세한 김치국물자국이 생겨 집에 도착하자마자 빨아버렸다.

  마늘을 까고 야채를 미리 씻어두고 수육을 삶을 재료들을 준비했다. 남편의 출발 전화를 받고 고기를 자르고 바로 삶기에 들어갔다. 고기는 지방이 정말 적고 신선해보였다. 단백질은 많은데 지방이 적다보니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사태살은 삼겹살에 비해 많이 저렴해 건강도 챙기고 절약도 할 수 있어 이익을 본 기분이 들었다.

  고기가 삶아질동안 김치도 썰고 파절이도 무쳤다. 밥을 차리며 틈틈히 설거지를 하는데 오래 서 있어인지 다리랑 허리가 아팠다. 남편은 쇼파에 누워 에어컨을 쐬며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좀 도와주지? 를 3번 정도 속으로 삼키고 같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사실 도와주기로는 야채씻기가 제일 쉽지만 시키기 싫어서 미리 다해놨기 때문에 파절이를 담아달라거나 바가지 좀 씻어 달라고는 소소한 요청을 했다. 남편도 회사에서 일하고 왔기 때문에 최대한 시키기 싫지만 오늘은 특식이라 손이 많이 가는 메뉴라 어쩔 수 없었다.

  드디어 수육이 다 익고 미리 오이와 소주를 1대1로 섞어 30분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한 오이소주를 꺼냈다. 원래는 남편이 만든다고 했지만 30분 정도 미리 숙성해야 맛있다는 블로그 내용을 보고 미리 만들어뒀다. 즐거운 고기파티가 시작되었다. 사태살이 퍽퍽할줄 알았는데 고기를 삶아서인지 수분을 머금고 있어 생각보다 퍽퍽하진 않았다. 그래도 삼겹살 특유의 기름진 풍미는 못 따라갈듯 싶으나 단백질이 많아 이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 고기가 있어 밥도 안하고 찌개도 안 끓였다. 오로지 고기만 먹었더니 생각보다 칼로리가 적다. 사태수육 칼로리는 100g당 200kcal가 조금 덜 되는듯 싶은데 이럴꺼면 왜 아침, 점심을 가볍게 먹었는지 싶다.

  다 먹고난 후 남편은 쓰레기를 버리고 나는 설거지를 했다. 남편이 뒷 정리를 마치고 나머지 설거지를 대신 해주었다. 덕분에 편히 쉴 수가 있었다. 밥을 먹고 인터넷 강의를 보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가끔 요리를 하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남편이 언제나 맛있게 먹어주기에 보람이 있다. 단순 먹기 위한 요리가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며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정성이 들어가 있고 남편도 그 마음을 느끼기에 한끼한끼마다 소중한 것 같다. 확실히 집 밥은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교감을 이루는 과정인 것 같다. 앞으로도 밥 하기 귀찮은 순간들이 종종 오겠지만 그 사람을 생각해 정성을 들이며 만드는 이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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