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5시 30분부터 부지런하게도 일어났길래 식탁위에 선물이 있으니 보라고 했다. 나비넥타이를 보고 좀 작은 것 같다고 말하는 남편... 왠지 뜨끔거린다. 옷핀으로 고정을 해야하나? 딩턴이 신발도 자랑을 하고 어제 새벽 2시까지 만들었다고 하니 남편이 카메라로 신발 사진을 찍어주었다. 남편은 일찍 일어난 김에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갔는데 가면서 밥을 해두어서 좀 더 푹잘 수 있었다. 1시간 정도 운동을 마친 남편이 돌아와 참치찌개를 끓이고 나를 깨웠다. 갓지은 흰쌀밥에 참치찌개와 밥을 먹으니 꿀맛이다.

  사과와 요거트까지 챙겨 먹고 씻고 오늘 여행갈 짐을 꾸렸다. 어제 미리 챙겨두었어야하는데 소품으로 사용할 딩턴이 옷, 신발 등과 드라이플라워, 어제 만든 가렌더와 문구 등도 챙기고 옷이며 화장품, 헤어용품 등을 챙기니 정신이 없다. 남편 옷은 알아서 챙긴다고해서 속옷과 양말 정도만 챙겨주었다. 남편도 충전기, 탭, 노트북, 카메라 등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편은 얼마 전 핸드폰케이스를 구매했는데 오늘 등기로 발송될 예정이라는 문자를 받고 집배원분과 통화해 집 근처로 직접 받으러 나갔다. 오늘 오전에는 여행지로 출발하고 며칠동안 집을 비울 예정이라 오후에 등기가 오면 아무래도 반송될 위험이 있었다. 남편이 등기를 찾으러 갈 동안 씻고 준비를 하는데 약간의 출혈이 있었다. 임신 중 출혈은 한번도 없었던지라 너무 놀라 인터넷으로 검색해볼 생각도 못하고 무섭기만 했다. 남편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빨리 병원에 가자고 했다.

  가는 동안 어제 늦게까지 신발을 만드느라 무리했나 나 때문에 딩턴이가 잘못된 건가 싶어서 눈물이 났는데 남편은 의외로 너무 담담했다. 잘못되었으면 피가 계속나야되는데 지금은 안나니까 별거 아닐거라며 달래주었다. 너무 태연하니 섭섭하기도 했지만 안심이 되었다. 오늘 혹시라도 여행에 못가더라도 남편이 연차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혈을 보고 혼자 병원에 갔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고 병원에 가는 내내 울었을지도 모른다.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했는데 주치의는 20분 뒤 수술집도예정이라 진료가 어려워 다른 원장님께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애기도 이상이 없고 심장소리도 안정적이고 염증이나 자궁경부 상처도 없다고 하셨다. 출혈도 소량이고 현재는 출혈의 흔적조차 없기 때문에 어디서 출혈이 발생했는지 어떤 원인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하셨다. 딩턴이가 무사하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지난주에 딩턴이가 팔로 가려서 보지 못했던 입체 초음파 사진도 이번에는 비교적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근데 나는 일주일 사이에 1.5킬로가 늘었는데 딩턴이는 단 4g만 늘어났다. 다 엄마살이구나... 이제 임신 후 2.5킬로가 쪄서 인생 최고몸무게를 갱신했다. 관리를 해야하는데 식탐이 통제가 안되서 너무 걱정이다.

  병원을 다녀온 후 화장과 머리를 하고 남해로 출발했다. 그래도 여행을 가기 전 딩턴이 상태를 점검하고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 20분쯤 갔는데 남편에게 나비넥타이를 챙겼냐고 하니 깜박했다고 한다. 일부러 어제 새벽에 힘내서 만들었는데 그래도 넥타이는 소품이니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하고 찍자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는데 남편이 알아서 챙긴다던 자켓 및 의상들도 다 두고와서 만삭사진 찍을 옷이 하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돌아간 김에 나비넥타이도 함께 챙겨왔다.

  원래는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비도 오고 돌아간 김에 기름도 넣을겸 용자에 가서 칼국수를 먹고 출발하기로 했는데 평일 점심이라 그런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서 그냥 이바돔 감자탕에서 뼈다귀해장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바돔 감자탕은 특이하게 계란후라이와 김치전을 셀프로 부쳐서 먹을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우리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어떤 손님이 계란을 10개 넘게 요리하는 것을 보고 남편이 계란후라이와 김치전을 부쳐주었다. 나름 이렇게 만들어 먹는 재미도 쏠쏠한 것 같다. 나중에 딩턴이가 밥을 먹을 수 있는 개월수가 되면 남편과 나는 감자탕을 먹고 딩턴이는 계란후라이를 부쳐줘도 좋을 것 같다. 키즈 놀이터와 CCTV도 있고 아이들과 가기 좋은 식당인 것 같다.

  밥을 먹고 이바돔 감자탕에 올라갈 때 보았던 1층 떡미당 떡집에 들러 증편과 설기떡, 식혜를 구입했다. 계속 시루떡이 먹고 싶었는데 팥이 태아에게는 좋지 않다고 해서 참고 있었는데 증편과 설기는 괜찮을 것 같아 구입했다. 떡을 사고 기름을 넣고 이제 진짜 출발이다.

  남해는 상당히 멀었다. 3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임신하고 이렇게 멀리온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허리가 아파서 중간에 휴게소에도 들렀고 간식으로 구입한 떡도 먹으면서 내려갔다. 설기떡안에는 블루베리도 들어있어서 상큼하니 맛있었다. 좀 더 사올걸 너무 조금 사온 것 같다. 특히 함께 구입한 식혜가 완전 꿀맛이었다. 내가 너무 잘 먹어서 남편이 휴게소에서 단호박식혜를 사줬는데 떡집에서 구입한 식혜만 못했다.

  계속 차에 타고 있으니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졸려서 30분 정도를 좀 잤다. 자고 일어나니 일몰로 유명한 삼천포대교에 도착했다.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에도 선정된 곳으로 다행히 남해는 비도 안오고 화창한 날씨로 바다도 예뻐서 삼각대를 이용해 셀프만삭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품으로 준비한 드라이플라워도 들고 찍고 첫 사진촬영이라 어색하긴 했지만 나름 좋은 사진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남해 셀프만삭사진 보러가기

  삼천포대교를 건너 다른 관광지에 갈까하다가 우선 밝을 때 짐을 펜션에 놓기 위해 30분쯤 더 가서 펜션 하루에 도착했다. 펜션은 복층으로 깔끔했고 특히나 바다 전망이 끝내주게 좋았다. 하얀 벽으로 인해 실내만삭사진도 기대가 되었다. 스튜디오에서 찍는 듯한 영상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펜션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독일인마을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진 찍기 좋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진찍기 약간 민망하고 마땅히 찍을 곳도 없어서 그냥 맛집으로 유명한 쿤스트라운지에서 음료나 먹고 쉬어가기로 했다. 밖에 있는 빈백에 앉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이스 유자차, 남편은 맥주 그리고 모듬튀김을 시켰는데 저녁도 먹어야해서 모듬튀김은 조금만 먹고 포장을 했다. 분위기나 전망은 좋은데 가격이 너무 사악하다. 맥주 한 잔에 10,500원, 소세지도 3만원이 넘는다. 그래도 전망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는 좋은 것 같다.

  화장실도 갈겸 잠깐 2층에 올라왔는데 2층에 전신거울도 있고 화분들도 있어서 삼각대를 세워 사진을 찍었는데 거울에 비친 남편과 내모습이 약간 느낌이 있게 나왔다. 화장실 앞이라 계속 사람들이 들락날락해서 촬영하기 힘들었지만 남편의 얼굴은 손자국에 의해 안나오고 내 얼굴만 나와 의도치 않게 내 얼굴이 돋보이는 연출 사진이 되었다.

  독일인 마을에서 나와 남해맛집을 검색하고 비교적 리뷰가 많은 은성쌈밥에 갔다. 남해는 멸치쌈밥이 유명한지 거의 모든 식당에서 멸치쌈밥을 팔고 있었지만 호불호가 좀 갈리는 음식이라고 해서 나는 전복비빔밥, 남편은 갈치구이를 시켰다. 임산부라 날치알을 먹기가 찝찝해서 빼달라고 요청했는데 바로 조치를 해주셨다. 갈치구이도 전복비빔밥도 맛있었고 젓갈류도 날 것이라 먹지 못했고 나머지 반찬들도 대부분 깔끔했다. 다만 좌식이라 허리가 좀 많이 아팠다.

 식사를 마치고 마트에서 간단히 음료와 주류를 사고 펜션 근처 일몰지로 유명한 물건리 방조어부림에서 사진을 찍었다. 해가 떨어지고 있어서 실루엣이 나온 만삭사진이 멋스럽다. 빛이 없어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기우였다. 방조어부림은 천연기념물 150호인데 나무들도 많이 있어서 빛이 좋은 날에는 숲에서 사진을 찍어도 좋을듯 싶다.

  사진을 찍고 펜션에 들어와서 실내사진도 찍을까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씻고 쉬기로 했다. 남편은 소주를 마시고 나는 하늘보리를 마시며 아까 독일인마을에서 포장해온 모듬튀김과 쥐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주도 여행이 무산되서 아쉽긴 하지만 처음 온 남해여행도 재미있고 처음 하고 있는 셀프만삭사진을 찍고 노는 것도 재밌는 것 같다. 나중에 먼 훗날 소장한 만삭사진을 보며 오늘을 참 즐거웠다고 추억할 수 있는 기억이 생겨서 너무 좋은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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