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비바람에 번개까지 번쩍거려서 깨버렸다. 태풍때보다 비가 더 많이 오는 건 같다.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려고 1층에 내려갔는데 변기까지는 잘 내려갔는데 손을 씻으려하니 또 다시 단수다. 할 수 없이 냉장고 생수를 꺼내 손을 씻었는데 펜션이 자꾸 단수가 되니 신경이 쓰인다. 임산부라 화장실도 자주 가고 싶은데 남편이 펜션주인분께 조치를 요청해본다고 했지만 새벽 4시도 안 된시간이라 예의상 그건 너무 오버 같아서 일단 다시 자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니 남편이 새벽 6시 30분이 되자마자 주인분께 가서 또 다시 단수라고 말씀드렸고 모터가 고장나서 그런 것이라며 막대기로 살짝 건들이니 바로 다시 물이 나왔다고 한다. 남편은 내가 어제 오랜만에 반신욕을 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반신욕을 할 수 있게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비비고 미역국과 햇반을 준비해 나를 깨웠다. 요즘은 늘 남편이 아침을 챙겨주는 것 같아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오늘 물이 안나오면 여행이고 뭐고 짐싸서 바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정상화되서 다행이다.

  씻고 화장을 하고 짐을 챙겼다. 펜션 앞 풍경이 좋아 사진도 좀 찍다가 체크아웃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비가 많이 와서 어딘가 더 들리는 것은 무리고 남편도 내일 출근을 하니 일찍 올라가는 편이 나을 듯 싶다. 유자카페를 지나쳤는데 남편은 카스테라를 사려는 계획이었는지 유자카페는 왜 안나오지? 라고 말했다. 벌써 지나쳤어라고 말해주니 그럼 어제 고기국수집에 갔을 때 근처에서 팻말을 봤던 유자빵을 사가자고 한다. 팻말을 찾지 못해 한바퀴를 더 돌다가 꼬불꼬불한 마을길로 들어서서 남해 유자빵에 도착했다. 여기는 소매 판매처라기보단 약간 도매로 판매하는 업체 같았다. 앞에는 유자나무에 파란 열매가 있었는데 날씨가 좋았다면 여기 유자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었어도 싱그럽게 잘 나왔을 것 같아 아쉬웠다. 유자빵을 사며 길을 따라 나가는데 몇 백미터 전방에 유자빵을 파는 카페를 발견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꼬불꼬불 마을길은 가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그래도 유자빵은 맛있었다. 어제 먹은 유자카스텔라보다 더 유자맛이 강했고 달달했다. 총 12개에 1만원인데 6개 단위로 포장되어 있었고 6개당 500칼로리가 넘는 고칼로리이다. 역시 칼로리가 높은게 맛있는 것 같다.

  올라가던중 삼천포대교에 있는 공원에 잠깐 들렀는데 우중충한 날씨로 인해 풍경이 좋지 않아 금방 다시 차에 올랐다. 남해에서는 횟집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 여기는 회센터도 있고 횟집이 많이 있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가수들이 와서 프로포즈관련 이벤트도 하는 것 같았다.

  다시 출발을 하고 진주로 향했다. 점심은 워너원 배틀트립 하동편에서도 나온 하연옥에서 냉면과 육전을 먹을 계획이다. 다행히 서진주 IC에서도 가까워서 먹고 바로 고속도로로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올라가는 길에 비가 그치다가 산이 나오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를 만났다. 앞이 안보이다보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우여곡절끝에 하연옥에 도착했다. 전용주차장이라고 되어 있어 이디아커피앞에 주차를 하고 걸어갔는데 식당 앞에도 주차공간이 꽤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식당 앞에 세웠을텐데 맛집이라 그런지 본관에 별관까지 건물규모가 엄청났다.

  본관에 들어가서 물냉, 비냉, 육전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맛집답게 금방 손님으로 꽉 찼다. 메인을 먹기 전 소고기선지국이 나왔는데 따뜻하고 선지 특유의 냄새도 없었다. 원래 선지를 먹지 않지만 여기는 선지국밥을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물냉은 좀 밋밋하고 비냉도 맛있었지만 자극적이게 맵고 달달한 맛은 아니었다. 물냉과 비냉 위에도 육전이 잘게 썰려있어 양이 제법되었다. 드디어 기대하던 육전이 나왔는데 진짜 육전은 꼭 먹어야하는 메뉴인것 같다. 너무 고소하고 질기지도 않고 입에서 사륵 녹는 맛이다. 원래 비냉에 싸서 먹으려고 했는데 육전 특유의 맛을 느끼고 싶어 싸먹지 않았다. 비냉, 물냉, 육전은 둘이 먹기 양이 너무 많았는데 처음 세팅해주실때부터 육전은 남으면 싸드리니 편하게 드세요. 라고 해주셔서 마음 편히 먹고 남은 음식은 포장을 해왔다.

  밥을 먹고 나왔는데 비가 오고 있어 나는 식당 앞에서 기다리고 남편이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왔다. 허리가 아픈 나를 위해 남편이 열선을 틀어줬는데 배도 부르고 등도 따뜻하고 빗소리도 들리니 잠이 쏟아졌다. 거의 1시간 조금 넘게 자고 일어났는데 벌써 인삼랜드휴게소에 거의 다 왔다. 남편에게 휴게소에 가고 싶다고 말하고 델리만쥬와 아메리카노를 사서 간식으로 먹었다. 델리만쥬는 방금한 것이 아닌듯 맛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까 사둔 유자빵을 먹어도 될뻔 했다. 인삼랜드를 나오니 바로 대전이고 1시간도 안되서 집에 도착했다. 한숨 잔 덕분에 돌아올 때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남편은 장시간 운전으로 돌아오자마자 씻고 뻗었고 나는 밀렸던 블로그를 정리했다. 이번 여행은 날씨도 안 좋고 상주은모래비치나 다랭이마을 같은 유명 관광지는 가지도 못하고 사진만 찍었지만 만삭사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더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남편은 사진에 대해 흥미를 많이 가진 것 같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볼 생각인 것 같다. 남해에 내려가는 길에 내가 재봉틀을 배우는 것처럼 남편도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취미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었는데 어쩌면 사진이 좋은 취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딩턴이 돌 스냅은 아빠가 찍어주는건가? 남편의 무미건조한 직장라이프에 사진공부가 촉촉한 단비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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