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깼다. 분명 남편이 먼저 일어나서 나도 깬건데 남편은 일어난 기억이 없다고 한다. 일어나서 어제 늦게온 것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였는데 아침을 먹으며 얘기해보니 남편은 잘자고 있는 남편을 혼내려 내가 새벽 4시에 깨웠다고 말하는게 아닌가? 이게 알코올성 치매인가? ㅋ 뭔가 억울하다.

  오늘은 딩턴이 보러 병원에 가는 날이라 남편이 반차를 내고 왔다. 어머님이 주신 반찬들과 두부를 구워 점심을 챙겨 먹고 흥덕 보건소에 임산부 등록을 하고 철분제를 받으러 갔다. 그간 엽산은 임신기간 중 먹으려 사둔 것과 받은 것들이 있어 병원에 가기 전 보건소에 임산부 등록을 미뤄왔다. 그런데 13주 2일차이기 때문에 12주까지 주는 엽산도 16주부터 받는 철분제도 받지 못했다. 임산부 뺏지와 안내 책자만 받고왔다. 청주는 의료보험납부금액에 따라 건강관리사 지원, 신생아 무료쿠폰, 기저귀와 조제분유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해당이 다 안된다. 타지역은 기형아 검사쿠폰을 주는데도 있어서 살짝 기대했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은근 비싼 철분제를 5개월이나 지원해주니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16주 이후 철분제 받으러 한 번 더 방문해야겠다.

  보건소에서 나와 바로 산부인과로 갔다. 1시 40분에 도착했는데 2시까지 점심시간이라 대기표를 미리 뽑아놨다. 점심시간에 사람이 제일 없기에 어설프게 오전에 가는 것보다 아예 점심먹고 스타트 될 시점에 가는게 훨씬 좋은 것 같다. 오늘도 원래 2시 30분 예약이지만 2시부터 바로 진행할 수 있었다. 초음파를 하는데 딩턴이가 너무 움직여서 자꾸 화면이 깨진다. 손과 발을 흔들며 계속 춤을 추는데 엄마, 아빠 온 걸 아는지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았다. 13주라 잘하면 인터넷이나 지인들도 성별을 알 수 있을거라 해서 기대했는데 새침떼기같이 다리를 꼬고 보여주지 못해 다음 달은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남편은 인터넷에 올라온 다른 아가들의 성별 초음파를 하도 봐서 병원에서 초음파 봤는데 딩턴이가 아들이었다는 꿈까지 꿨다고 하는데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한다니 좀 허망하다.

  딩턴이가 너무 움직여서 남편이 이게 정상인가요? 혹시 자세가 불편해서 계속 움직이는건가요? 라고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너무 건강하고 오히려 안 움직이면 이상이 있는지 의심을 해봐야하는데 잘 움직이는게 정상이라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안심이 된다.

  진료를 보고 기형아 1차 검사를 위해 채혈을 했다. 지난번 채혈했을 때 피가 나오지 않아 피를 2번 뺀 적이 있어 토레타를 엄청 먹고 들어갔다. 채혈할 때도 양손 다 올리고 혈관 두꺼운쪽으로 뽑아달라고 말씀드려서 오른쪽 팔에서 피를 뺏다. 이번엔 한 번에 채혈 성공했다. 계속 밥 먹는 손 피 뽑는 손을 반복해서 되뇌었다. 다음달에 가도 2차 검사를 위해 채혈해야하기에 매번 양손을 다 올릴 수 없으니 말이다. 채혈을 하고 7층 문화센터로 가서 7월에 할 뇌호흡 순산체조를 신청했다. 만들기를 좋아하면 계속 오감 만족 태교를 하라고 추천하셨는데 만들기도 그림, 바느질도 아무 것도 잘 못 하기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 신청하진 않았다. 뇌호흡 순산체조는 명상도 하고 체조도 한다고 하는데 참가비가 1회에 1만원인지 알았는데 한달 8회에 1만원이라고 해서 뭔가 금전적으로 이익을 본 기분이다.

  병원에 갔다가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고용노동센터에 갔다. 상담을 하고 서류를 접수했는데 교육을 받지 못해 오늘 접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워크넷에 이력서까지 등록해야 완료라고 한다. 제출 서류 중 임신기간이라도 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소견서가 추가로 필요해 인터넷으로 수강과 등록까지 마치고 소견서 추가해 월요일에 다시 방문해달라고 하셨다. 어떻게 보면 서류 접수가 1차 심사인데 서류 접수를 하려고 하시는걸 보면 잘 통과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본다.

  1층에 내려가 캠토 햄토스트와 토마토쥬스를 먹고 다시 병원에 가서 소견서를 출력해왔다. 토마토쥬스는 사이다에 갈았는지 탄산이 있어 맛이 좀 오묘했다. 첫맛은 이상한데 끝맛은 토마토쥬스인 오묘한 맛 그래도 끝맛은 좋아 거의 다 먹었다.

  병원에서 돌아와 집에서 좀 쉬었다. 남편과 같이가 차가 있어서 다행이지 혼자 버스타고 병원, 고용센터, 다시 병원에 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진짜 힘들었을 것 같다. 쉬다가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원래는 청대 근처 90년대 스타일인 소쿠리삼겹살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불금이라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집 근처 제주 왕 소금구이에서 먹었다. 삼겹살은 기름이 많을것 같아 목살로 시켰다. 여기는 숯불에 굽는 곳인데 나는 집 근처에서 여기가 제일 맛있는 것 같은데 남편은 돌판으로 구운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은 남편이 너무 맛있다고 잘먹어서 기분이 좋다. 함께 나오는 멜젓은 거의 먹지 않지만 가끔 찍어 먹으면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 같다. 반찬을 리필시켰는데 가득하게 주셔서 1인분을 더 추가해서 먹었다. 임신하고는 많이 못먹었는데 오랜만에 2명이서 목살 3인분을 먹었다. 만족스런 외식이다.

  집에 돌아와서 예술태교를 했다. 오늘 그림은 프레드릭 모건의 사과따기, 사과따기 율동도 남편과 같이하고 사과도 그렸다. 원래 그림은 못 그려 거의 그려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색칠이 아니라 그림이다. 부담스럽지만 딩턴이를 위해 그려보기로 한다. 남편이 옆에서 보다가 내가 색칠할래 하며 색칠해주었는데 사과의 광택을 표현하였는데 애벌레 2마리 같다. 오늘의 음악은 조플린의 Entertainer 인데 경쾌한 음악이 신이 났다. 어렸을 때 피아노로 쳐본 듯한 음악이다. 같은 음악가의 단풍잎 래그와 파인애플래그도 새소리, 시냇물소리, 눈 밟는 소리 등 다른 버전으로 들어봤는데 asmr이 느껴지는 듯 편안했다. 매번 혼자 태교하다가 남편이 옆에서 동참해주니 더 딩턴이도 행복할 것 같다. 지금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생겨서 너무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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