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에 일어났다. 집에 밥이 하나도 없어서 밥을 하자니 남편이 지각을 할 것 같았다. 남편이 그냥 회사에서 밥을 먹는다고 한다. 남편은 교대근무도 아니고 사무실인데 늦어도 6시 40분에는 집에서 나가는 것 같다. 정규출근시간도 8시까지인데 7시 10분 ~20분 사이에는 회사에 도착해 오전  회의자료를 만드는 것 같았다. 너무 출근 시간이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기준으로는 아침 일찍 일어났기에 고용노동부 실업급여 온라인 수강을 들었다. 중간에 동영상도 있어 그런지 1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다. 동영상을 수강하고 워크넷에 등록을 했다. 예전에 써둔 이력서와 경력기술서가 회사컴퓨터에 있는 것 같았다. 아 백업해뒀어야되는데 다행히 경력기술서가 남편 메일에 남아있어 경력기술서만 첨부했다. 학교 다닐 때 땄던 자격증 중 일부는 갱신하지 않아 날라갔기 때문에 그냥 모든 자격증을 적지 않았다. 어학성적도 당연히 유효기간 초과, 증빙들을 찾기 어려워 3개월의 어학연수 기간도 다 기재하지 않았다. 학점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진짜 초라란 스펙이다. 신입으로 입사할 때는 그래도 자격증도 5~6개쯤 되었었고 토익, 오픽, 인턴 기록도 다 있었는데 회사 다니는 7년동안 남은게 경력기술서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여기에 임신까지 했는데 과연 취업이 될까? 부정적인 생각들만 가득하다.

  동영상 수강과 워크넷 등록을 마치니 고용센터 요청 내용은 다했다. 이제 실업급여신청을 하러 센터로 향했다. 오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많아 마스크를 했는데 마스크를 한 사람은 가끔 1~2명이다. 나만 뭔가 유난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태아에게 미세먼지가 좋지 않다고 하니 우리 딩턴이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은 감소해야지

  고용센터에 도착해 다행히 대기 없이 바로 접수를 했다. 지난 주 금요일에도 방문을 했기에 담당자분이 내용을 알고 계셔서 서류만 재확인하시고 동영상 수강과 워크넷 등록만 체크하고 접수를 해주셨다. 회사에 사실 여부도 확인하였는데 내 앞에서 바로 전화를 걸어 조금 민망했다. 다행히 회사 담당자가 내가 회사에 휴직 요청한 것과 인사팀 진행사항들을 잘 알고 있어서 무난하게 확인되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진짜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환승까지 된 걸보니 30분 안쪽으로 끝내고 왔나보다. 버스에서 내려서 롯데마트에 들러 꽃게와 콩나물을 사왔다. 대파도 필요했는데 종량제 봉투를 사지 않았기에 대파를 들고 터미널 사거리를 활보할 자신은 없다. 생각만 해도 웃기다. 나에게는 집 앞 동네지만 나름 핫 플레이스다.

  집까지 걸어 오는 길에도  냉동꽃게가 조금씩 녹고 있어 집에 오자마자 바로 요리를 시작한다. 집에 호박도, 무도 양파, 두부 모두 소진이 필요하기도 했고 아침을 먹지 않고 간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꽃게탕을 끓였다. 어차피 맛은 꽃게가 다 커버해줄테니 걱정이 없다. 이전에도 꽃게탕을 끓였는데 꽃게탕은 남편이 선정한 내 베스트 요리 랭킹 1위 음식이다. 이전에는 직접 손질했는데 이번엔 손질꽃게를 사왔다. 확실히 비린내가 이전보다 덜 진동하는 것 같다. 또 오늘은 냉동실에서 잠자고 있던 냉동꼬막과 반건조 오징어까지 추가해서 넣었다. 꽃게를 끓이다가 두부를 몽땅 썰어 덮어 버렸다. 어머님께서 시장에서 직접 만든 손두부를 2모 주셨는데 워낙 커서 일반두부 3모 사이즈 정도 크기인데 부쳐 먹는 등 요리에 3번 정도 썼는데도 아직 1모도 못썼다 1모 남은 부분을 올인해서 다 넣었다. 내 요리의 컨셉은 거의 냉파인 것 같다. 집에 재료가 남아 있으면 그걸 최대한 쓸 수 있는 조합을 찾아 요리한다. 오늘도 꽃게와 콩나물 말고는 산 재료가 없다.

  꽃게탕이 되는 동안 롯데마트안에 있는 이삭토스트에서 구입한 토스트를 먹는다. 고용센터안에 토스트가게가 있어 갈 때마다 토스트를 먹고 싶은데 오늘은 어차피 롯데마트에 들를 계획이었기에 롯데마트에서 구입했다. 꽃게랑 사투하느라 빵이 눅눅해진게 아쉽다. 가끔 이삭토스트의 키위사과쨈을 만들어 집에서 토스트를 만들어 먹기도 할 만큼 이삭토스트는 진짜 토스트 중 내 입에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요즘 매장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어제 새벽 3시에 자서 3시간 밖에 못 자기에 토스트를 먹고 3시간이나 낮잠을 잤다. 일어나서 밥을 하고 꽃게탕을 데웠다. 남편이 운동을 하기 위해 7층인 우리집까지 걸어 올라왔는데 6층부터 꽃게냄새가 진동한다고 한다. 저건 분명 우리집이다. 오늘의 행운의 주인공은 나다. 하며 올라왔다고 한다. 가끔 나도 밖에 나가다 다른 집에서 음식 냄새가 나면 "아 라면이다, 맛있겠다." 그러면서 지나가기 때문에 좀 민망해 얼른 환풍기를 켰다.

  꽃게탕으로 차린 저녁식사는 남편의 술상이 되고 거의 1시간 30분에 걸쳐 천천히 먹었다. 확실히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라 그런지 먹는 소리부터 차이가 있다. 남편은 지난번 것도 맛있었지만 이번에는 두부가 듬뿍 들어가있기에 꽃게탕이 아닌 두부해물전골, 또는 두부해물탕으로 명명을 바꿔야하고 본인은 두부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오늘 만든 음식이 더 맛있다고 했다. 만든 사람 입장에선 맛있게 먹어주니 너무 뿌듯하다. 근데 남편은 천연사이다와 칠성사이다의 맛 구분도 못하는데 입 맛을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

  뒷 정리를 다하고 남편은 소주를 마셔서 그런지 졸리다고 했다. 마이키 이야기 10분만 보고 자자고 졸라 딱 10분 보고 9시 10분에 잤다. 오늘은 예술태교도 인터넷 강의도 Skip이다. 임신을 해서 그런지 아까 꽃게탕 끓이려고 서있을 때부터 발이 무거운 느낌이다. 만삭에 가까울수록 발이 붓고 아파 신발도 한 사이즈 크게 신어야한다는데 벌써 걱정이다. 엄마가 되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닌 것 같다. 겪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다고 예전에는 그냥 누구나 당연히 엄마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무수한 과정이 있고 힘듦이 있구나 새삼 느낀다. 우리 딩턴이도 뱃 속에서 기관을 만들고 발달하는 무수한 과정들을 거치고 있으니 엄마도 힘내 볼께 ^^♥ 내일은 예술태교도 꼭 해줄께 낼 보자 딩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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