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게까지 재봉틀을 돌렸더니 아침에 조금 피곤했다. 남편과 운동을 가기로 했는데 30분만 더 잔다고 찡찡거리다가 8시에 일어났다. 요즘 운동이 너무 부족해서 피곤하긴 하지만 오늘은 꼭 하자는 마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남편도 피곤한지 원래 자전거를 좀 타다가 같이 운동을 가기로 했는데 못 일어나서 자전거도 못타러 간 것 같다.

  집 앞에서 가볍게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남편은 좀 뛰고 싶다며 오송호수공원으로 가자고 했다. 오는 길에 도서관에도 들러 반납하려고 책도 챙겨갔다. 비가 오지 않아서 그런지 호수공원 내 호수는 바짝 말라있었다. 가볍게 준비운동을 마치고 남편은 뛰고 나는 걸었다. 날씨가 제법 선선해서 걸을만 했었는데 땡볕구간에는 쥐약이었다. 또 오랜만에 걷기를 하다보니 심박수는 130까지 올라가고 너무 지쳐서 목표치인 4킬로까지는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남편이 한바퀴 반을 돌고 3번째 마주쳤을 때 힘들어서 같이 차까지 걸어가자고 했다. 결국 오늘은 2.3킬로 밖에 걷지 못했다. 엄마가 꾸준히 운동하지 못한 결과인 것 같아 딩턴이에게 미안했다.

  집에 가려다 오송 파리바게트에 들러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샌드위치와 커피번, 아이스 커피를 샀는데 13,000원이 조금 넘었다. 뭔가 계산이 잘못된것 같은 찝찝함이 계속 들었는데 모아뒀던 해피포인트를 올인했더니 6천원 정도만 결제를 했다. 내가 모은 포인트를 쓴 것이긴 하지만 뭔가 이득을 본 기분이다.

  파리바게트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은 후 바로 도서관에 갔다. 어제 다 읽은 패딩턴의 여행을 반납하고 정리정돈과 관련된 책을 왕창 빌려왔다. 책 좀 보고 딩턴이가 태어나기 전 깔끔한 집으로 변신시켜놔야겠다. 내가 빌린 책이 이미 5권이었는데 8월은 여름방학 특집으로 10권까지 책을 빌릴 수 있어서 남편이 보고 싶은 책까지 함께 빌려올 수 있었다. 남편은 거의 책을 빌리고 못 읽는지라 이번에는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도서관에서 바로 집으로 간 후 샤워를 하고 좀 쉬었다. 어머님이 핸드폰을 바꾸러 청주에 오시면서 우리집에 반찬도 가져다주실 겸 오실 예정이기 때문에 집 정리를 해야했지만 땡볕에 운동을 한 탓인지 너무 지쳤다. 12시가 가까워지자 청소는 미루고 일단 바로 점심부터 먹으러 갔다. 남편이 어제부터 베트남 쌀국수가 먹고 싶다고 해서 집 앞에 새로 생긴 사이공스퀘어에 다녀왔는데 예전에도 집 근처에 이 체인이 있었는지만 그 때 당시에는 맛이 없어 굉장히 실망 했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오늘 시킨 닭고기 숯불구이 덮밥은 소스에 비벼먹으니 내 입에 잘 맞았다. 남편은 워낙 쌀국수를 좋아하는지라 한 그릇 뚝딱 비웠다. 서비스음료로 레몬에이드까지 나왔는데 상큼하니 비타민 C 충전이 되어서 기분까지 좋았다.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집 정리를 했다. 너저분한 천 조각들과 책들도 싹 정리를 했다. 어머님이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셔서 남편이 터미널로 모시러 갔다. 바로 핸드폰을 바꾸러 가실 줄 알았는데 반찬이 상할까 걱정이 되서 우선 집으로 오셨다. 부탁 드린 된장도 가져다주시고 열무김치와 올갱이국, 오이냉국과 주물럭 등 바리바리 싸주셨는데 덕분에 한동안은 반찬 걱정 없이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친정에서 가져온 오미자차와 사과를 준비하는 동안 만들어 둔 손수건과 턱받이를 보시고 어머님이 귀엽다고 하셨다. 그냥 사지 힘들게 왜 만드냐고도 하셨는데 힘들어도 완성품을 봤을 때 뿌듯함이 있어 계속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자꾸만 생긴다.

  어머님과 남편은 핸드폰을 바꾸러 가고 나는 얼마 전 옹아리닷컴에서 구입한 속싸개 DIY를 만들기 시작했다. 장작 4시간의 걸쳐 만들었는데 삐뚤삐뚤하기도 하고 3면만 박아야하는데 4면을 모두 박는 등 실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성만큼은 딩턴이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속싸개를 만들 동안 남편은 핸드폰을 개통하고 어머님을 오송 형님네에 모셔다드렸다. 어머님은 감기에 걸려 몸이 안 좋으셨는데도 휴가 간 형님이 한국 도착 후 다음날 바로 출근하는게 안쓰러워서 청소도 해주고 반찬도 만들어오셨다. 결혼까지 한 성인인데도 엄마 마음은 그게 아닌가보다. 남편이 올 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길래 추가로 운동을 하거나 어머님이 청소하시는 걸 돕나보다 싶었는데 어머님의 새 핸드폰 셋팅을 도와주느라 늦었다고 한다. 아빠나 엄마가 나한테 요청 했으면 그것도 모르냐며 엄청 짜증을 부렸을텐데 남편은 그래도 묵묵히 잘 도와드리고 온 것 같다.

  아버님이 가게를 마치고 오송에 오시면 같이 저녁식사를 하기로 되어있어서 나는 계속 속싸개를 만들었고 남편은 머리를 자르고 왔다. 머리를 자를 시간이 부족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이 났다. 오늘 못 잘랐으면 내일 또 미용실에 갔어야했는데 다행이었다. 아버님이 거의 다 오셨다고 전화를 하셔서 우리도 출발을 했다.

  저녁은 시골애에서 먹었는데 내가 주차장에 있는 방지턱에 걸려 넘어질 뻔 한 바람에 온 식구들이 놀랐다. 가뜩이나 배가 나오기 시작해서 균형을 잃기 쉽다고 어플에서 조심하라고 알림이 왔는데 앞으로는 특히나 더 주의해야겠다. 저녁메뉴는 낙지볶음 4인과 밥 4개를 시켰는데 요즘 먹성이 좋아졌긴 하지만 밥양이 많아 조금 남겼다. 시골애는 대전에서도, 집 근처에서도 몇 번 가봤기에 맛은 인정하고 특히나 오송점은 타 지점에 비해 매운맛이 강하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 저녁을 먹고 어머님, 아버님은 내려가시고 우리도 집으로 왔다. 남편은 토요일인데도 많이 쉬지 못해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듯 싶었다. 같이 카누 디카페인으로 아이스커피를 나눠 마시고 오늘 첫방인 보이스2를 봤는데 10분정도보다 꺼버렸다. 너무 잔인하고 징그럽다. 임산부인 내가 보기에는 부적합한 것 같다. 딩턴이도 놀랬는지 움직임도 빠르고 딸국질을 하는 것 같았다. 남편에게 자장가를 틀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음악을 들었다. 쇼팽의 야상곡을 듣자마자 딩턴이의 딸국질이 멈춘다. 임신 초기 때부터 자주 틀어줘서 음악에서 안정을 느끼는 것 같다. 다음부터는 출산전까지 보이스는 필히 삼가해야겠다. 

  남편은 딩턴이의 자장가소리에 바로 잠이 들었고 나는 오늘은 패스하려고 했던 인터넷 강의를 추가로 봤다. 12시가 되기 4분을 남겨 놓고 과제제출까지 완료하였다. 그야말로 Save였다. 나도 이제 자야되는데 낮잠을 안잤는데도 잠이 잘 오지 않아 일기를 쓰고 있다. 오늘은 속싸개를 완성해서 보람찬 하루였고 반찬을 가득 가져다주신 어머님께 감사한 하루였다. 내일은 정리책을 좀 보고 시간이 되면 딩턴이 좁쌀베개를 만들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오늘 하루도 진짜 수고 했고 내일도 힘내서 보람찬 하루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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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서 남편은 육개장을 데워주고 나는 어제 남은 콩나물배추 된장국을 먹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났지만 특별히 피곤하지도 않았고 오랜만에 기운 있는 하루였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나는 책을 좀 보다가 문득 어제 회사동생이 알려준 고백부부의 원작웹툰 한번 더 해요를 3시간에 걸쳐 완결까지 봤다. 한번도 안 쉬고 원스탑으로 읽은 것을 보면 나도 참 집요한 성격인 것 같다. 이번달 23일부터 유료로 바뀐대서 읽었는데 19금이 포함되어 있어 야하지만 스토리가 좋다. 특히 결혼한 기혼 입장이라 그런지 공감가는게 많다. 다만 처음에 드라마로 먼저 접해서인지 드라마의 발랄하고 짠한 스토리 설정이 조금 더 맘에 든다.

고백부부 원작웹툰

  드라마 고백부부는 남편이 회사 직원의 추천을 받아 같이 보자고 권유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CC로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했기에 더 공감이 갔었다. 그 시절로 돌아가도 나는 남편과 잘 만나고 결혼했겠지?  날 제일 많이 사랑해주고 이해해줄 사람은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취업걱정, 공부걱정, 진로걱정, 스펙쌓기 등의 치중했던 학창시절은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좀더 도전적이고 무모하고 안정지향적이 아닌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시 돌아가더라도 지금 살아온 만큼 더 잘 살 자신은 없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남편이 집에 잠깐 들렀다. 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수원에 가야하는데 너무 졸려서 30분만 자다 간다고 한다. 참외를 잘라 먹이고 남편은 수원으로 출발했다. 책을 좀 보다가 잘 안들어와서 심슨을 보고 좀 쉬다 놀았다. 회사동생이 블로그를 만들어서 잠깐 들러 글도 읽었다. 육아도 하고 회사도 다니고, 드림캐쳐도 배우고 있어 나보다 더 좋은 컨텐츠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남편이 5시쯤 상가집에서 돌아왔고 학교 동문행사 때 있던 불미스러웠던 일 때문에 후배들을 위로해준다고 선배 몇몇과 학교에 간다고 했다.  입맛이 별로 없어 점심도 안 먹었는데 저녁도 혼자 챙겨먹어야한다니 저녁까지 안 먹기에는 우리 딩턴이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집 앞 마트에 가서 김을 사왔다. 김을 싸서 어거지로 밥을 먹고 인터넷 강의를 봤다. 그리고 문화센터 등을 알아봤다. 재봉틀도 배우고 싶고 신생아 아기용품도 내 손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7월에는 산부인과 문화센터에 있는 뇌호흡 순환체조를 배우려고 계획하고 있어 근처에 있는 홈플러스 문화센터 위주로 알아보았다. 회사 동생이 현대백화점 강의도 몇몇 추천해주었다. 인터넷 쇼핑몰 옹아리닷컴에서 유기농 아기옷 DIY도 찾았다. 바느질로 하는 것이라 잘 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의 해의 태어나는 우리 딩턴이를 위해 한 번 도전해보고픈 신생아용품 디자인이다. 이미 베냇저고리는 3개나 있고 손싸개, 발싸개도 회사에서 받았는데 강아지 디자인에 유기농이고 내가 직접 만드니 더 특별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남편과 상의해서 구매해야겠다.

 
 배우고 싶은 강의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남편이 전화가 왔다. 역시나 술이 취했다.

남편 : 이제 들어갈꺼야 빵이 먹고 싶어서 파리바게트 앞이야

나: 집 앞에서 내리랬잖아 내가 술 취해서 걷는거 싫어하는거 알잖아

남편 : 여기가 파리바게트 앞인데 나 데릴러오면 안될까?

나 : 응 나갈께 기다려 (당연히 집 근처 파리바게트인줄)

남편 : 나 이제 신한은행이야 아 뭐야 비켜 아씨 (지나가는 사람이랑 부딪힌건가? 광주 폭행사건도 못 봤냐 술 취하고 시비 붙으면 얼마나 험악한 세상인데)

나: 어떻게 신한은행이야 (??? 우리 집 근처 파리바게트와 신한은행은 걸어서 족히 10분은 걸림)

남편 : 여기 공단 오거리야. 걱정하지마 내가 집에 갈꺼야 택시타고 갈꺼야 아무 걱정하지마. 근데 나 택시 타면 뭐라고 하면 되지? 어디간다고 해야되지? 뭐라고 하면 되?

나: 진짜공단오거리야? 거기 그대로 있어 왜 술먹고 정신을 못 차려 그냥 그 자리에 있어 내가 택시타고 갈꺼야 (이때부터 심각, 막 미친것처럼 소리 지르기 시작)
 
남편 :  아니야 나오지마 혼자갈 수 있어 (내가 화내니 주눅들어있음) 나오지마 내가 들어갈꺼야

나 : 지금 택시 탔어 (전화 끊기면 또 안될까봐 계속 전화 키고 출발함) 어디야 정신 좀 차려. 신한은행 앞에 그대로 있어. 내말 안들려?

남편 : 엄마 엄마 ㅜㅜ (갑자기 엄마 찾으며 울먹임 시작)

나 : 어디야 안들려? 도대체 어디냐고 거기 그냥 그 자리 그대로 있어 어디가지마 (이제 택시 기사님 보기 민망하기 시작)

나 : 나 신한은행 도착했는데 안보여

남편 : 나 안보여? 나 여기 손들고 있는데

나 : 혹시 나보여? 나 안보이는데

남편 :  나도 안보여 나 왜 못찾아? 나 여기 있는데 나 여기

나 : 여기가 어디야? 어딨는데 어디갔는데 도대체 어딨어? 정신 안차릴래? (10분 동안 찾아도 안보임 처음엔 짜증났는데 걱정되서 울기 시작) 나 파리바게트 앞이야 어디야?

남편 : 여기 나 여기 내가 파리바게트인데 나 왜 못찾아?

나 : 오빠 나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유산할 것 같아 제발 똑바로 정신차려 앞에 보이는 건물이 뭐야?

남편 : ○○아 (평소에 절대 내 이름 부르지 않음 갑자기 진지모드, 정신차렸나) 나 진짜 농담아니고 어딘지 모르겠어ㅜㅜ 나 좀 찾아줘 제발 나 좀 찾아줘 으앙

나 :  그러니까 정신 차려 어딘지 똑바로 말해 (횡단보도 맞은 편에 비틀거리는 사람 발견) 오빠 나 찾은 것 같아. 길 건너지마 거기 그대로 있어 내가 갈께. (횡단보도만 있고 신호등이 없어 정신 없이 길 건너다 차에 치일 듯) 내가 갈께 움직이지마

  이렇게 10분 정도 헤매다 남편 발견, 택시 잡고 집으로 겨우 왔다. 남편이 술 취해서 택시 안 태워 줄까봐 조마조마했다. 아버님께 10시 30분 쯤 통화한 것 같은데 그럼 내가 갈 때까지 50분을 헤매고 충대에서 공단 오거리까지 직진만한건가? 중간에 길도 많이 건넜을텐데 집에 와서 남편은 씻고 바로 뻗었다. 나는 너무 놀랐고 소리도 많이 지르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지 배가 아팠다. 바로 잘 수가 없어 뉴에이지를 들으며 딩턴이를 달래주었다. "아빠 이제 괜찮아 옆에 있지? 딩턴이 많이 놀랬지? 엄마가 소리 지르고 울어서 미안해. 이제 괜찮다. 이제 자자 딩턴아." 딩턴이를 계속 2시간이나 달래주었다. 혹시나 못 찾고 경찰서 가야될 때를 대비해 남편과 통화내역을 녹음했었는데 다시 들어도 너무 아찔하다. 10분 내 찾아서 다행이지 남편한테 내일 들려주고 반성하게 해야겠다. 덤으로 너무 급하게 나가느라 화단에 부딪혀서 다리가 쓸렸다. 이불에 닿이는데  너무 쓰리다. 이것까지 추가해서 내일 죄를 물어야겠다. 드라마 한 편 찍은 듯 하다. 퇴사한 후 다이나믹하지 않은 하루하루였는데 이런 다이나믹함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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