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파서 그런지 평소 일찍 일어나는 남편도 8시가 넘어서 일어나고 나도 9시쯤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몸무게를 재니 0.6킬로가 줄어있다. 역시 집밥이 최고인 것 같다. 어제 저녁으로 먹고 남은 버섯야채죽을 데워서 남편과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간장과 참기름으로 양념장까지 만들어 먹었더니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죽을 싫어하지만 남편은 오늘도 너무 잘 먹어주었다. 이제는 컨디션이 제법 회복되었는지 남편이 약을 안 먹겠다고 했는데 혹시라도 안 좋아질지 모르니 한 번 더 먹으라고 했다. 오늘은 자전거도 운동도 하지말고 무조건 무리하지 말고 쉬라고 했다.

   나도 엊그제부터 이빨이 아팠지만 어차피 치과에 가도 치료받지 못할테니 참고만 있었는데 내 표정이 안 좋은 것을 본 남편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이빨이 계속 아프다고 하니 아빠가 준 옥수수를 옥상에 말려서 옥수수대로 가글할 수 있는 물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옥상에 가는 김에 어제 미처 접지 못한 빨래건조대도 접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옥상에 다녀온 남편은 어제 내가 먹고 싶다고 말했던 빵장수단팥빵에 가서 빵을 사오겠다고 하고 바로 나갔다. 팥은 임산부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기에 단팥빵은 못사오고 녹차크림치즈빵, 야끼모찌, 콘크림과 찹쌀 꽈배기를 사왔다. 오랜만에 캡슐커피도 내려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만들어 함께 먹으니 꿀맛이다. 조금만 먹으려고 했는데 식샤 3를 보면서 먹으니 어느새 다 먹었다. 칼로리 폭탄에 고탄수화물을 섭취했기 때문에 점심은 따로 안 먹기로 하고 앱솔맘과 철분제만 챙겨 먹었다.

  빵을 먹고 누우니 잠이 쏟아졌다. 어제도 이가 이파서 5시간도 못잤기 때문에 낮잠을 거의 4시간이나 잔 것 같다. 남편은 금방 깬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택배도 찾아놓고 요거트도 만들어놓고 청소도 하고 옥수수를 제거해서 옥수수대를 삶아 가글물까지 준비해줬다. 좀 쉬면서 컨디션을 회복해야하는데 어제 내가 간호해준 덕분에 다 나았다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일어나서 남편이 찾아온 택배를 열었다. 집이 좁아서 3단으로 접을 수 있는 재단매트를 샀는데 넓고 편리하다. 다만 무거운게 단점인데 출산하고 회복되기 전까지는 재봉가위도 무겁고 재단매트도 무겁고 재봉틀은 사용하지 말아야겠다. 배송 온 매트에 대고 딩턴이 손수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손수건 커트지를 잘랐다.

  오늘은 남편이 지인들과 저녁약속이 있어 혼밥을 해야하는데 남편이 가고 재봉틀을 잡다보니 밥도 안 먹고 계속 재봉틀을 했다. 실력이 좋으면 금방 끝날 것들도 아직 초보라 오래 걸린다. 남편에게 줄 책갈피를 만들고 딩턴이가 쓸 손수건도 만들었다. 딩턴이한테 줄 손수건은 6장 모두 만들려고 했는데 말아박기 노루발도 없고 바이어스메이커가 없으니 바이어스도 자꾸 실패해서 기존에 공방에서 사둔 다림질 되어 있는 바이어스만으로 겨우 1장 만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거의 직선박기라 어제 만든 턱받이 만큼의 실패는 없었다. 재봉틀을 할수록 사아할 부자재들이 늘어나는데 하다보면 이것도 필요하구나 깨닫게되서 배송비 때문에 주문도 못하고 있다. 뭘 알아야 미리미리 주문을 해둘텐데 당분간은 재봉틀 하면서 필요한 물건들이 하나하나 생각날 듯하다.

   딩턴이 손수건 5개와 속싸개도 만들어주어야하는데 일단 바이어스메이커랑 바이어스에 맞는 실 구매부터 해결하기로 하고 오늘 재봉틀은 접었다. 저녁도 안 먹어서 두유에 단백질쉐이크와 사과쥬스를 먹고 너저분한 천조각, 실 등을 정리했다. 정리를 다 하고나니 남편이 이제 들어올거라고 전화가 왔는데 하복대부터 집까지 걸어온다는 말에 걱정이 되서 집 앞으로 데리러 갔다. 오늘은 큰 사건없이 무사히 집에 온 남편이다.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씻고 잠들었고 나는 휴가와 재봉틀에 빠져 소홀했던 인터넷강의를 들었다. 딩턴이를 낳으면 아무래도 지금보다 더 듣기 힘들텐데 현금 환급을 받기 위해서라도 미루지 말고 꾸준히 들어야겠다.

  남편이 만들어준 옥수수대 삶은 물로 가글을 했는데도 여전히 이가 아프다. 몸이 힘들고 아파도 약을 못쓰니 빨리 출산하고 싶다가도 육아가 더 힘들 것 같아 늦게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세상에 모든 엄마, 아빠들은 진짜 위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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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어제 일찍 잤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제 밥을 예약했어야 했는데 밥을 하는 것도 잊어버려 집에 얼려둔 냉동밥 1개를 할 수 없이 전자렌지에 돌려 어머님이 보내주신 육개장과 함께 남편밥을 차려주었다. 남편은 1그릇이지만 꼭 같이 나눠먹어야한다며 가뜩이나 적은 밥을 둘로 나눠 각각 70g씩 먹었다. 밥이 부족할 것 같아 토마토와 복숭아, 삶은계란에 바나나, 두유까지 챙겼더니 평소보다 훨씬 배부른 아침이었다. 결국 남편도 나도 두유는 끝내 먹질 못했다. 

  남편을 배웅해주고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오늘은 순산체조를 가는 날이기 때문에 30분 정도만 자려고 했는데 1시간이 훌쩍 넘어있었다.  일어나서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택시를 타러 갔는데 운이 좋게도 산부인과로 바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더라도 늦지는 않겠구나하고 안심했는데 방심하고 한 정거장 먼저 내려버렸다. 아 시간이 7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 하필 계단이 있는 육교까지 있어 힘차게 올라가는데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확실히 젊은 사람이라 올라가는게 다르네" 라고 말씀하셨다. "저도 임산부라 힘들어요 ㅜㅜ 늦어서 빨리 가는거에요." 라고 말씀드리니 "아이고 천천히 조심해서 가요." 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딩턴이를 생각 안 하고 너무 빨리걷는 것 같아 속도를 낮췄다. 그래도 다행히 딱 11시에 도착해 수업에 늦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없었는데 10분 쯤 지나니 갑자기 수강생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여유 있게 넓게 잡아둔 양 옆 자리가 모두 찼다. 오늘도 체조하다가 옆 사람과 닿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조를 배우러가면 몰랐던 정보들을 얻을 수 있고 운동과 태담을 곁들일 수 있어 좋다. 또 무언가 딩턴이와 내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함과 출산에 대한 불안감도 줄여주는 것 같다. 담번에 올 때는 다음 달 수업도 잊지 않고 등록해야겠다.

  순산체조를 마치고 1층에 내려갔는데 버스가 방금 떠났다. 기다리면 30분이 넘기도 하고 사실 오늘은 걸으려고 모자까지 준비했기 때문에 집까지 걷기로 했다. 산책하기 좋은 잔잔한 음악을 틀고 숲길을 걸었다. 약간 습하고 덥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을 만한 것 같다. 일부러 아파트 주위를 걷는 것은 참 지겨운데 이렇게 집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두고 걸으면 끝까지 잘 걸어갈 수 있어서 일부러라도 체조 수업이 끝나면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오늘 걷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매주 화요일에는 청주 mbc에서 직거래장터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나도 직거래장터에서 물건을 사보려고 남편에게 현금 5만원을 뺏어왔다. 토마토 한박스에 8천원이지만 무거워서 못 살 것 같고 참외를 사고 싶었는데 하나도 없었다. 대신 똑 떨어진 사과와 찐옥수수를 구매했다. 사과는 10개에 1만원인데 서비스로 사과 1개와 사과즙 2개를 추가로 주셨다. 시장에 묘미는 에누리 또는 덤인만큼 기분이 좋았다. 옥수수는 집에가서 점심 대체용으로 먹기로 한다.

  사과와 옥수수를 들고 집까지 오느라 너무 힘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어제 치과 잘 다녀왔냐고 했는데 치료를 거의 못 받았다고 하니 옥수수대를 삶아서 가글을 해보라고 인사돌 성분과 비슷하다고 했다. 인터넷으로도 찾아보니 치과치료가 어려운 임산부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나와있다. 마침 찐옥수수가 있으니 다 먹고 삶으면 되겠다 했는데 생옥수수대를 사용해야해서 조만간 생옥수수를 사와야겠다. 꼭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밥을 먹고 혹시나 해서 인터넷 뱅킹에 로그인해보니 실업급여가 28일치 입금되어있었다. 지급예정일이 1주일 뒤여서 크게 기대안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입금된 것 같았다. 인터넷 뱅킹을 확인한 후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공기업 이력서를 작성했다. 1명을 뽑고 필기시험도 법률쪽이라 운 좋게 서류에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필기에 떨어지겠지만 우선 지원서를 작성해 저장해두었다. 이제 지원동기만 작성하면 되는데 진짜 어떤 이력서를 쓰든 지원동기 작성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내일은 해당 공기업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지원동기 작성를 작성해 이력서 제출을 마쳐야겠다.

  저녁으로는 집에 콩나물이 너무 많아 콩나물밥을 했다. 처음에 콩나물밥을 할 것이라는 걸 까먹고 내일 아침밥까지 하려고 해서 밥이 무척 많았다. 일단 남은 밥들은 모두 얼려두었는데 햇쌀밥용기에 꽉차게 3개나 나왔다. 평소 먹는 양의 2배는 되게 얼려둔 것 같다. 유통기한이 다 된 냉동실에 얼려둔 어묵으로 어묵탕과 어묵볶음도 만들었다. 어머님이 부산에서 사다주신 수제 어묵이었는데 남은 9개 중 5개만 쓰고 4개는 도저히 양이 많아 그냥 버렸다. 어차피 유통기한이 초과됐기 때문에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남편은 소주를 곁들이고 우리는 2시간 정도 앉아 얘기를 하며 긴긴 저녁을 챙겨 먹었다.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늘 남편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눈물이 난다. 특히 딩턴이가 아들이라 남편이 혹시나 그럴일은 없겠지만 무슨 일이 생겨서 세상에 없게 되면 엄마를 지켜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할 때면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임신 전에는 종종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곤 했는데 주량을 넘지 않는 적당한 술은 진솔한 대화로 이어지는 것 같다.

  밥을 다 먹었는데 남편이 조금만 쉬고 치울께하더니 쇼파에서 잠이 들었다. 얼른 깨우고 이만 닦고 자라하고 양치를 시키고 침대로 보내버렸다. 아 설거지 거리가 참 많네 이 설거지는 결국 내 차지구나. 설거지를 마치고 나도 일찍 잤다.

  번외로 얼마 전에 산 푸룬앤 유산균이 터져서 배송된 것을 발견했다. 하나씩 꺼내 먹느라 그동안 몰랐는데 먹으려고 하나 꺼내니 찐득찐득한 것이 묻어 있어 뜯어보니 많이 터져있었다. 남편이 업체에 연락을 취했는데 오늘 추가로 하나를 보내주셨다.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맛은 어릴적 먹었던 키즈 한약맛이랑 비슷한 것 같지만 그래도 지난번 유산균을 먹었을 때보다는 내가 까먹고 가끔 안 먹어서 그렇지 화장실에 좀 더 잘 가는 것 같다. 속이 좀 더부룩한 느낌이 들긴하는데 내가 먹은 다른 음식 때문인지 유산균에 함유된 푸룬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에 다 먹으면 유산균을 바꿔보려고 했는데 좀 더 복용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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