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어제 사둔 고기로 소불고기를 해서 먹을 예정이기에 아침에는 간단하게 닭가슴살 샐러드로 하루를 시작했다. 닭가슴살은 탄두리치킨 맛으로 했더니 일반 훈제보다는 맛이 좋았다. 그런데 채소믹스는 치커리 비중이 너무 높아 씁쓸했고 먹기가 좀 힘들었다. 명색이 파프리카믹스인데 파프리카는 노란색, 빨간색 각 1조각만 있어 집에 남은 파프리카를 추가로 썰어 넣었다.  토마토도 먹고 사과도 먹었더니 제법 배가 불렀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난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저녁에 들으면 귀찮고 하기 싫어지기 때문에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남게되는 오전에 듣기로 마음을 먹었다. 확실히 오전에 할 일들을 미리 끝내 놓으면 마음이 편하다. 강의를 듣고 졸려서 잠깐 잔다는게 12시까지 자버렸다. 어제 저녁에 나름 일찍자서 많이 안 잘줄 알았는데 4시간이나 잘 줄은 몰랐다.

  일어나서 요거트에 시리얼을 말아먹고 어제 사둔 고기로 소불고기를 만들었다. 한우로 만들었는데 냉동으로는 처음 만드는거라 해동이 잘 안되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나름 냉장고에 14시간을 넣어놨는데도 안녹았길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낸 방법인 40도 설탕물에 해동을 시켰다. 사과와 양파도 갈고 고기 분량에 맞게 양념 계량량을 늘렸다. 실온에 오래 두면 세균이 증가한다길래 중간중간 설거지도 안하고 재빠르게 만들었다. 고기가 해동되면서 핏물이 흐르는 바닥도 일단 완성부터 하자는 마음으로 미뤄 두었다. 오늘은 아버님, 어머님이 청주에서 모임을 하시고 총각김치와 반찬, 식재료를 가져다주신다길래 매번 받기만 하는게 죄송해서 소불고기를 넉넉하게 만들어서 시댁에도 보낼 예정이다. 그런데 분명 당근을 사고 남았는데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쓰려고 꺼냈다가 버렸으면 다행인데 괜히 엄한 데서 상해서 나올까 덜컥 겁이 났다. 소불고기는 냄새를 맡으니 일단 합격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님께서 반찬을 주시면 냉장고가 비좁을 것 같아 냉장고에 있는 7개 남은 오렌지를 꺼내 마멀레이드를 만드려고 계획을 했다. 끓는물에 소금을 넣고 농약을 제거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찝찝해서 그냥 껍질은 사용하지 않았다. 1개는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버리고 6개로 만들었는데 오렌지 수분이 많아서인지 양이 제법 많았다. 일단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식은 뒤 상황을 봐서 더 졸여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덕분에 냉장고 부피가 줄어서 다행이다.

  남편에게 며칠 전부터 버릴 옷은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도 처분하지 않은 남편의 옷들이 박스에 담겨 거실에 그대로 있어 일단 청소와 정리를 좀 하고 저녁밥을 했다. 당연히 반찬은 시식할 소불고기가 메인이다. 생각보다 달지 않고 맛이 좋았다. 1.2킬로의 양은 처음해봐서 양이 증가함에 따라 맛이 이상해질까 걱정했는데 괜찮았다. 아무래도 시부모님께도 드릴꺼라 연신 남편에게 맛 괜찮냐고 수시로 체크를 했다. 남편은 귀찮을 법도 한데 물어볼 때 마다 맛있고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남편이 설거지를 해줘서 난 청소기를 밀고 같이 마트에 갔다. 시부모님 내려가실 때 드시라고 야채음료와 보은에서는 잘 팔지 않는 아보카도도 샀다. 매번 보은에 갈 때마다 어머님은 요구르트 등을 챙겨주시며 먹으면서 가라고 해주셔서 이번엔 나도 준비해봤다. 오늘 하루종일 900걸음 밖에 안움직였는데 마트를 다녀온 덕분에 4천걸음 가까이 되었다. 남편은 집에 짐을 내려주고 바로 운동을 하러 가고 나는 블로그를 정리했다. 나름 바쁜 하루였던 것 같다. 어머님이 9시 좀 넘어서 오실거라고 하셔서 남편은 9시가 조금 되기 이전에 집에 들어왔다. 같이 축구를 좀 보다가 도착하셨다고 하셔서 준비한 것들을 가지고 내려갔다.

  어머님은 참외도 반박스나 챙겨주시고 총각김치 외에도 감자국, 호박무침과 식재료도 가져다주셨다. 이제 회사를 안 다녀서 집에서 만들어도 되는데 매번 번거로우실텐데도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가끔 수육을 먹거나 맛있는걸 먹을 때 어머님이 밥을 잘 해먹는다고 칭찬해주시면서 어머님은 요즘 다 귀찮아서 밥하기도 싫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반찬을 해주셔서 더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직접 만든 반찬을 전해드리고 싶었다. 내가 만든 소불고기가 몇 끼는 어머님께 편안함을 선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머님 아버님을 배웅하고 집에 돌아와 축구를 마저 봤다. 사실 우리는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긴 한데 남편이 어쩐일인지 같이 보자고 한다. 결과는 스웨덴에 1:0  패배, 앞으로 멕시코와 독일이 남은 상대라 16강 진출이 어려울거라는 전망도 나오는 것 같다. 왠지 축구를 보면 치킨에 맥주를 먹어야할 것 같은데 우리집은 수박만 먹었다. 나중에 딩턴이가 태어나고 다음 월드컵 때는 한 번 쯤은 야식 파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건강도 중요하지만 먹는 즐거움과 추억도 중요하니까 하루 쯤은 괜찮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우리집은 연말에 시상식을 보면서 치킨을 먹으며 보신각 종소리까지 듣고 잤던 기억이 있다. 나도 딩턴이가 태어나면 우리집만의 나름 고유한 전통을 갖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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