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안오고 거의 정신은 살아있는 반수면상태로 3시간 정도만 잠이 든 것 같은데 5시 10분에 벌떡 일어나 쌀을 씻고 밥을 지었다. 남편이 플러그 위치를 바꿔주었으나 습관이 남아있어 오늘도 쪼그려 앉다가 아차하며 아일랜드 식탁에 손을 갖다대며 플러그 전원을 켰다. 아침은 어머님이 끓여주신 올갱이국과 반찬들을 먹었다. 이제 올갱이국은 점심에 내가 한 번 먹으면 다 먹을 것 같고 그 많던 반찬들도 거의 다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슬슬 요리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남편이 씻는 동안 설거지를 마치고 더 잘까하다가 블로그를 정리하고 몽키팬츠 앞판을 재단했다. 하는 김에 뒷판을 2개 재단한 만큼 앞판도 2개 재단하려했는데 식서방향 원단이 5cm 부족해 난감해졌다. 다른 원단으로 덧대서 이어붙여야할 것 같은데 초보인 나는 난감하기 그지 없다. 일단 1개만 재단하고 나머지 뒷판 1개는 나중에 수습하기로 한다.

  어제 밤에 몽키바지 엉덩이 부분을 연결해두었더니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물론 바느질은 삐뚤삐뚤하다. 아기옷이라 작아서 발목부분을 박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고무줄까지 넣어두고 마무리는 다 하지 못하고 필라테스를 하기 위해 씻고 준비를 마쳤다. 어제 잠을 못자서였을까? 밖에 나갔는데 몸이 너무 으슬으슬하고 추워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운동을 하면 몸살로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추워서 옷과 양말도 벗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몸이 덜덜 떨렸다. 1시간 정도 그렇게 침대에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는데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단 따끈하게 국을 끓여 밥을 말아먹었다. 밥을 먹으니 좀 몸이 풀리는 것 같았다.

  몸이 괜찮아져서 아침에 마무리하지 못했던 몽키바지의 고무줄 처리를 마감했고 아기이불 만들고 남은 원단으로 작은 타올을 2개 만들었다. 더블거즈 자투리천이 남을 때마다 타올을 틈틈히 만들어야겠다. 큰 타올도 만들어둬야하는데 만들건 무궁무진한 것 같다. 타올까지 만들어두고 남편이 요청했던 카메라파우치를 만들어야한다. 지난 주말에 실패한 굴욕이 있어 이번에는 꼭 잘 만들어주고 싶었다.

  카메라파우치를 착수하려는데 오늘 패밀리데이라 남편이 5시에 출발한다는 전화가 와서 우선 저녁부터 했다. 쌀을 씻어 밥을 하고 어머님이 주신 손질돠 꽃게를 넣어 된장찌개를 끓였다. 집에 두부와 호박을 포함한 모든 재료가 있어서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된장찌개가 다 되어갈 때쯤 남편이 도착해 같이 저녁을 먹었다.

  뒷정리 후 남편과 산책 겸 밖을 나갔다. 세탁소에 세탁물도 맡기고 스타벅스에 가서 오랜만에 시간을 보냈다. 남편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점심에 혼자 나와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라고 했는데 남편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데 나 혼자 그런 사치를 부리는 것은 좀 미안할 것 같다. 나중에 애기를 낳고 집에만 있다보면 그런 시간이 그립고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남을까? 그래도 집에서도 충분히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괜찮다.

  집으로 돌아온 후 남편은 운동을 가고 나는 카메라파우치를 만들었다. 재단은 패턴도 없이 슥슥 자르고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접착솜도 붙이고 안감도 부드러운 소재 원단을 사용했다. 에코백과 기저귀파우치 만들었던 방식을 응용했더니 모양이 엉성하지만 2시간만에 다 만들었다. 남편이 지퍼나 자석버튼이나 다 필요없고 안 잠기게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자석버튼을 달으면 더 실용적일 것 같은데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곰돌이 핸드메이드 라벨을 다니 조금 더 디자인적으로 귀여워졌다. 이번 파우치는 좀 특별한게 지금 남편이 된 남자친구가 손으로 만든 선물을 받고 싶다고 해서 내가 10년 전에 손바느질로 주머니를 만들어 준 적이 있는데 그 때와 똑같은 천으로 만들어주었다. 남편이 흡족해해서 뿌듯하다. 좀 더 연습해서 다음에는 지퍼도 달고 모양도 탄탄한 사각파우치를 만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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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술 취한 남편을 재워 놓고 빨래를 하고 저녁에 장본 재료로 닭볶음탕을 새벽 1시까지 만들었다. 남편 친구네 부부와 계곡에 놀러가기로 되어 있어 이 밤중까지 닭볶음탕을 준비하고 있다. 평상값과 과일, 술은 남편 친구네가 준비를 하고 우리는 닭볶음탕과 수육, 그리고 버너와 상을 챙기기로 했다. 오래서서 요리를 해야해서 좀 힘들긴 했지만 남편이 밖에서 먹는 것보다 내가 한 음식이 훨씬 더 맛있다고 해서 요리를 준비해가기로 결정했다. 메뉴도 남편이 먹고 싶은 것으로 정해서 생일상이라 생각하고 만들었다. 닭볶음탕용 닭 2마리를 롯데슈퍼에서 구입했는데 더드림 닭이라 그런지 닭다리가 8개이다. 1팩 950g 넉넉한 양의 냄비가 넘칠 것 같아 감자나 다른 야채들을 많이 넣치는 못했다. 닭 볶음탕은 만들 때마다 맛이 좀 변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맛있게 만들어졌다. 다 만들어진 닭볶음탕을 냉장고에 넣고 일단 잠이 들었다.

  늦게 잔 탓인지 너무 피곤해서 8시쯤 일어났다. 일어나서 바나나와 두유를 얼른 챙겨먹었다. 원래 계곡은 9시에 출발하기로 했었는데 수육용 재료들도 챙기고 씻고 준비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칼슘파우더를 구입해 수육에 들어갈 토마토를 씻었는데 잔여농약 때문억 물이 노랗게 변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앞으로 그냥 물에 씻어서는 토마토를 먹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준비 시간이 모자라서 30분만 시간을 연기하고 후다닥 준비를 마쳤다.

  짐을 챙기느라 몇 번이나 차에 왔다갔다 한 후 드디어 출발이다. 남편 친구네 커플은 현재 임신 32주차로 나랑 딱 13주 차이가 난다. 이제 임신후기라 배가 제법 많이 나와 나들이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건강해보였다. 오늘 우리가 가는 곳은 금산 청강수 폭포가든으로 4만원에 평상을 빌릴 수 있는 곳이다. 가기 전에 남편이 사진을 보여주긴 했지만 내가 들어가지 않으면 발을 담그지 않을꺼라 생각했는데 평상 자체가 계곡에 있어 필히 발을 담글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생각보다 평상이 좁아 상을 펴니 좀 좁게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주변은 다들 삼겹살 파티인데 우리는 우선 닭볶음탕을 데우고 햇반을 끓이고 닭볶음탕을 먹는 동안 수육을 올렸다. 버너가 1개뿐이라 시간이 좀 걸려서 불편했다. 오늘은 식단조절이며 다 내려놓고 11시에 도착해서 3시까지 끊임없이 먹었다. 닭볶음탕, 밥, 수박, 자두, 체리, 수육, 라면, 복숭아로 마무리 진짜 과일도 원없이 먹고 배가 찢어질 것 같았다. 평상이 좁아 산만해서 사진을 찍는 것을 잊었다. 물도 깨끗하고 시원하며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계곡 안에 평상이 많아서 자리 차지에는 지장이 없었다.

  남편과 남편 친구는 계곡에 들어가서 놀고 우리 임산부들은 계곡은 위험할 것 같아 발만 담그고 수다를 떨었다. 아무래도 둘 다 임산부라 공통된 주제거리가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주수가 조금 덜 차이났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아직 내가 겪지 않은 임신 후기의 증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나는 이제 집에 있어서 문화센터에서 순산체조도하고 태교도 여유있게 할 수 있는데 남편 친구 와이프는 아직 인계자가 없어서 휴직이 미뤄져 태교를 많이 못했다고 한다. 공무원인데도 눈치도 보이고 육아휴직 시기를 맞추는 것도 녹록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나도 마찬가지였겠지? 다시 한 번 딩턴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임산부라 계속 좌식으로 평상에 앉아있었더니 허리가 너무 아파 이제 돌아가자고 졸랐다. 정리를 마치고 옷이 젖은 남편과 남편 친구는 샤워를 하고 우리는 차에서 기다렸다. 남편이 운전을 해야해서 절대 술 먹지 말라고 술 먹으면 딩턴이 아빠 자격도 없다고 말하니 정말 먹지 않았다. 만약에 술을 먹었으면 깰 때까지 기다려야해서 더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돌아와서 운전하느라 힘들었을텐데도 요리하느라 내가 더 고생했다며 남편이 설거지를 다하고 지쳐 쓰러져 잠들었다. 나는 지금 시간에 자면 분명 밤에 못 잘 것 같은 생각에 잠은 자지 않았다. 30분 정도 지나서 남편을 깨웠는데 배가 고프다고 해서 정말 간만에 킹콩 부대찌개를 다녀왔다. 라면사리까지 먹고도 남편은 추가 밥까지 먹었다. 계곡에서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물놀이를 해서인지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자주 먹긴 부담스러운 음식이지만 진짜 맛은 있는 것 같다. 밥에 뿌려먹는 김가루도 맘에 드는 곳이다.

  킹콩 부대찌개에서 나와 아래층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남편 생일쿠폰 덕분에 1잔만 결제하면 되었다. 원래 생일쿠폰으로는 값비싼 음료를 먹는 맛이 있는데 우린 배가 너무 불러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물론 내꺼는 디카페인으로 스타벅스에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가 별도로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스타벅스에서 서울여행 숙소를 예약했다. 내 볼로앱에서 계획했던대로 명동 스타즈 호텔로 예약했는데 3박에 약 17만원이 안되는 금액이었다. 펜션에 갔으면 진짜 안 좋은 곳도 성수기라 1박에 10만은 기본으로 넘었을텐데 다행히 위치도 좋고 저렴하게 잘 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방이 좁다는 평도 있긴 하지만 얼마전에 다녀온 인사동 K하우스보단 넓겠지? 하며 그냥 예약해버렸다. 간만에 스타벅스에서 여행계획을 세우니 예전에 미국에서 여행계획을 세웠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우리는 특히 큰 테이블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옆 좌석에 사람이 있어 조금 미안했다. 작게 말하긴했지만 아마도 소음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스타벅스에서 돌아온 후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피곤하긴 했지만 어제 남편생일로 인한 일정들로 강의를 듣지 못했었다. 오늘도 미루긴 싫어서 꿋꿋이 들었다. 회사를 그만 뒀을때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나름의 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퇴사 후 블로그나 인터넷 강의는 거의 빼 놓지 않고 매일 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해도 너무 기특하고 뿌듯하다. 나중에 딩턴이를 낳게 되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잊혀지지 않도록 무언가 1개 쯤은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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