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이 회식이라 버스를 타고 오송역에 가서 BRT로 환승을 한 후 세종시에서 회사통근으로 출근을 할 예정이다. 5시 20분에 일어났는데도 6시에 버스를 타야하기때문에 아침을 안먹겠다고 했다. 요즘 장마철이라 비 올지도 모르는데 그냥 대리운전 불러서 오라고 해도 고집이다. 마냥 굶길 수는 없어서 사과, 참외, 에너지바, 두유를 챙겨주었다.

  남편이 출발하고 클래식을 들으며 아침 명상을 5분간 하였다. 심신 안정에 좋을 것 같아했는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명상중에도 자꾸 딴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사회에 생각을 비우는 것만큼 힘든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명상을 하고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인터넷 강의를 듣고 어제 6시간이나 잤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 30분이나 추가로 잠이 들었다. 많이 자서 안 잘 줄 알았는데 낮잠을 줄여야할텐데 새벽에 너무 빨리 일어나서인지 자꾸 쪼개서 자게 되는 것 같다.

  아침도 과일만 먹었기 때문에 점심은 귀찮더라도 딩턴이를 위해서 좀 푸짐히 챙겨 먹었다. 단백질 보충용 두부, 칼슘, 철분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 미역냉국, 식이섬유 섭취를 위한 양배추까지 보통의 점심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완전 혼밥데이이다. 그래도 평소에는 남편이 야근도 안하고 일찍 오는 편이라 점심만 혼밥인데 오늘은 저녁까지 혼밥이다. 그나마 남편이 아침에 과일이라도 안먹었으면 3식을 혼밥을 할 뻔 했다.

  점심은 TV를 보며 먹는 편인데 오늘은 세계테마기행에서 스위스편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는 내가 어렸을 때 내 또래의 남매가 알프스 하이디를 찾아 떠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쭉 가고 싶었던 나라인데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이 절경이다. 나도 아이를 갖기 전에 가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점심을 챙겨 먹고 이력서 쓸 곳을 좀 찾아보았다. 아무래도 임산부라 너무 작은 곳은 붙더라도 채용이 취소가 될 것 같아서 공기업 업무직 위주로 쓰려고 하는데 공고가 별로 없다. 이런 곳은 경쟁이 심해 어차피 못 붙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생각만 많아진다.

  이력서를 찾았지만 오늘은 쓸만한 공고 찾기 실패이다. 기분 전환 겸 이번엔 걸어서 세계속으로 아이슬랜드편을 보면서 걷기 운동을 했다. 아이슬란드 편을 고른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올레 TV상 맨위에 있어서였는데 UHD특집 10부작 중 제1부작이라고 한다. 10부작 모두 조금씩 챙겨봐야겠다. 아이슬란드 편을 보니 꽃보다 청춘도 생각이 난다. 반영 당시 남편이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어했는데 겨울에 가야 더 멋있을 것 같다고 나중에 가자 했는데 이제 애기도 생겼으니 당분간은 어렵겠지? 너무 소중한 우리 딩턴이지만 왜 자꾸 못했던 것들이 떠오르는 걸까? 30년 넘게 날 위해 살았으면 되지 자꾸 욕심이 든다.

  걷기 운동을 하고 저녁 준비를 했다. 오늘 저녁은 다신샵에서 구입한 식빵으로 토스트를 할 예정이다. 식빵에 딸기쨈을 바르고 계란 후라이와 양배추, 구운 양파를 넣은 후 케찹으로 마무리했다. 치즈를 넣었어야했는데 깜박했다. 그래도 맛있는 한끼지만 칼로리가 250칼로리 밖에 안된다. 아침도 안 먹었는데 이대로는 영양부족이라 단백할 시간 그린티맛까지 추가로 먹어준다. "딩턴아 단백질 먹고 쑥쑥 크렴." 딩턴이가 아니였으면 대충 라면이나 인스턴트로 때웠을 혼밥데이였는데 딩턴이 덕분에 엄마도 많이 건강해지는 것 같아 고맙다.

  저녁은 이전에 보다만 싱글와이프를 보면서 먹었다. 베트남, 싱가포르, 일본이었는데 우럭여사와 린다전님이 함께 한 고카야마 합장촌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일본 3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이 마을은 하얀 설경이 절경을 이룬다. 막상 거기에 살면 눈이 오는 것이 싫을 수도 있지만 영화배경과도 같은 풍경과 썰매를 타는 모습도 너무 재밌어보였다. 우연히 오늘 본 여행프로그램 3개 모두 하얀 눈이 너무 예쁜 곳이었다. 아직 여름이라 눈을 볼 일은 없지만 빨리 겨울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때 쯤에는 딩턴이도 우리 옆에 같이 있겠구나 육아하느라 하얀 눈을 감상하는 것은 사치가 될지도 모르겠다.

  9시쯤 되어서 남편이 먹고 싶다고 했던 꽈리고추볶음을 만들고 있는데 어머님께서 전화를 거셨다. 오늘 남편이 회식가는데 집에 왔냐는 내용이었다. 아직 안왔다하고 이제 슬슬 추적에 들어갔다. 전화를 받지 않아 남편의 탭으로 구글로 내 핸드폰 위치추적을 하니 오송역이다. 아 취했구나 멀쩡했으면 오송역까지 가서 나한테 전화를 안했을리가 없다. 3번 정도 전화를 하니 남편이 겨우 받았는데 여보세요만 하고 끊는다. 오송역에 데리러가야하나 고민하는데 전화연결이 되었다. 버스를 탔는지 버스방송소리가 난다. 그런데 정류장 이름들이 낯설다. 핸드폰 추적도 조치원방향으로 가고 있다. 남편에게 버스 잘 못 탄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진짜 어딘지도 모르겠다고 하고 정신도 못 차려서 조치원에 가야하나 이럴 때 운전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답답하다. 남편이 조치원에 계속 머무르길래 데리러 간다고 하니 택시를 잡아탔다. 중간중간 전화를 걸어 우리집이 어디지? 끊어 이러는데 어찌어찌 터미널까지는 다행히 왔다. 롯데슈퍼쯤 걸어나가니 남편이 보이길래 집까지 겨우 끌고왔다. 걱정하시던 어머님께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드렸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잠을 도통 못잤다. 누워있는데 함성이 들리더니 1, 2분 뒤에 또 다시 들린다. 독일과의 축구를 2:0으로 이겼다고 했다. 남들은 축제 분위기인데 나는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대리비 아낀다고 버스타고 가더니 핸드폰을 보니 택시비만 4만원이다. 아마 세종시에서 오송까지도 택시를 탄 듯하다. 그냥 그럴거면 아침 먹고 대리운전하고 오지 이제 딩턴이도 태어나고 아낄 수 있을 때 아껴야된다며 괜히 고생한 남편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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