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어제 팬케익이 갑자기 먹고 싶어서 아침에 일어나면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날드에 가서 나는 팬케익, 남편은 맥모닝을 먹기로 했지만 아무리 팬케익이 먹고 싶기로 새벽 5시 30분부터 외출하기도 그렇고 해서 남편은 스팸을 구워 밥을 차려주고 나는 토스트에 빵을 구워먹었다. 중간에 작은 빵조각이 토스트에 껴서 빼내느라 혼이 났다. 남편은 한식, 나는 양식으로 먹다보니 국제결혼으로 음식이 맞지 않아 매번 양국의 음식을 각각 차려먹는다는 블로거의 글이 생각났다. 오늘 한끼만 이렇게 먹어도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매끼마다 수십년간 이렇게 먹는다면 얼마나 힘이 들까? 그래도 그마저도 감수하는게 사랑의 힘이겠지?

  식사를 마치고 남편은 출근을 하고 나는 설거지를 하고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30분 정도 잠이 들었다. 오늘은 순산체조 8월 개강일이다.  한달에 8번 수업이기에 지난주는 쉬는 주였는데 일주일만에 수업을 하려니 몸도 안따라주고 개강 첫날이라 사람도 많아서 산소가 부족한지 어지러웠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실제로 어지러워하는 산모도 있었고 남편 친구 와이프도 그렇다고 하니 진짜 많이 오긴 했나보다. 남편친구 와이프와 같이 수업을 다니니 말동무도 생기고 더운 여름날에 차를 얻어탈 수 있는 점도 감사한데 이제 남편친구 와이프는 출산이 3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얼마나 무서울까? 나도 그때가 되면 두려워질 것 같은데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체조를 마치고 집에 오니 옹아리닷컴에서 구입한 딩턴이 좁쌀베게, 조끼, 속싸개 DIY 재료들이 배송 되어 있었다. 사은품으로 아기 신발과 바느질세트도 받았는데 제법 어려워보인다. 재봉틀로 만드려고 구입한 것이지만 완성할 수 있을까? 9월에 찍을 만삭사진 전에는 다 만들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저녁은 어제 구입한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 푸짐하게 먹을 생각으로 점심은 어제 산모교실에서 받은 에너지바와 앱솔맘, 철분제만 챙겨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이제 딩턴이도 태어나고 입주할 집도 생겼으니 생활비도 아낄겸 결혼 전 직장생활을 할 때 3년 정도 꾸준히 사용했던 네이버가계부로 예산을 짜고 사용내역을 분석하기 위해 정리를 했는데 내 것만 정리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네이버가계부를 그만 정리했던 것도 결혼 후 남편의 현금흐름까지 관리하기가 힘들어서였는데 이제 남편 아이디로 계정을 만들어서 한번에 관리를 해야할 것 같다. 어차피 공인인증서랑 비밀번호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시간내서 정리를 하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주안에는 정리를 마쳐야겠다.

 네이버가계부를 일단 접어두고 나니 집이 너무 지저분한 것 같아서 방과 침구, 화장실, 화장대 등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빨래도 했다. 빨래를 하려고 남편의 청바지를 들었는데 왠지 짠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15킬로나 감량을 했는데도 새로 산 옷은 사이클할 때 입는 옷뿐이고 청바지나 회사에 입고 가는 옷들은 허리띠를 하면 된다고 돈 아까우니 새로 사지 말라고 하면서 바로 벗겨질 정도로 큰 옷을 허리띠로 유지하며 입고 다녔다. 워낙 남편도 나도 꾸미기에 무신경하다보니 필요하지 않나보다하고 넘어갔는데 남편은 내 임부복도 기꺼이 사줬는데 내가 너무 관심이 없었나 반성이 되었다. 오늘 마침 실업급여도 받았고 인터넷으로 남편 바지 2벌을 구매했다. 남편이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다.

  힘들긴 했지만 청소를 마치니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진작부터 에어프라이어로 치킨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눈치 없는 남편이 콩나물불고기가 먹고 싶다고 메신저를 보낸다. 오늘 더워서 입맛이 너무 없고 며칠 전부터 콘푸라이트가 먹고 싶어서 저녁은 간단하게 요거트에 콘푸라이트를 말아먹고 싶다고 거짓말을 했다. 가끔은 남편이 퇴근을 했을 때 서프라이즈로 깜짝 요리가 준비되어있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될 것 같아 거짓말을 하고 특식을 만들곤 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날이다. 남편에게 메신저를 보내고 바로 장을 보러 갔다. 닭봉이랑 닭다리, 맥주, 허브솔트 등 치킨을 만들 때 쓰는 재료비와 그 외 계란, 우유, 두부 등 원래 구입해야할 재료를 사느라 2만원이 넘었고 결제내역이 남편에게 문자로 갔을텐데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 2만원짜리 콘푸라이트가 어디있다고 남편 골탕먹이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서 닭봉과 닭다리는 뜨거운물에 데치고 우유에 담궜다가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재웠다. 치킨과 함께 곁들일 감자도 손질해두었다. 에어프라이어를 3분정도 200도에서 예열하고 닭봉부터 투입, 180도에서 15분, 뒤집고 감자넣고 추가 15분을 더 구웠다. 닭다리도 마찬가지로 15분씩 30분을 구웠다. 치킨양념도 간단히 전자렌지를 이용해 만들었다. 시중 양념치킨보다는 많이 달지 않지만 먹을만한 소스를 만들었다.

[전자렌지로 만드는 양념치킨 소스]
1. 물 7스푼, 설탕 4스푼을 젓지 않고 전자렌지에 2분돌린다.
2. 1에 고추장2, 케찹1, 고추가루1, 다진마늘 1/2를 넣고 전자렌지에 1분 돌린다.
3. 기호에 따라 견과류나 깨를 추가한다.

  닭봉을 다 굽고 닭다리를 구울 때쯤 남편이 도착했는데 구워진 닭봉을 보고 깜짝 놀란다. 혹시 술도 사왔냐며 조심스럽게 묻는 남편, 맥주까지 2캔 사온 나는 진정 사랑스러운 아내였을 것 같다. 역시 예상대로 닭봉만은 부족했고 닭다리까지 먹으니 터질 것 같진 않지만 배가 찼다는 느낌은 들었다.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해보니 진짜 신세계이고 기름 없이 먹으니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것 같아 좋았다. 크기가 좀만 컸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싸게 잘 구입한 것 같다.

  원래 느긋하게 먹고 싶었는데 몇 달 전부터 수명을 다한 안정기를 고치러 사람이 올거라고 해서 40분만에 다 먹어치웠다. 안정기까지 갈고 나니 그간 거실불을 못켜서 답답했는데 진짜 속이 후련하다.

  남편은 배는 부른데 술은 부족했는지 오봉자쌀롱에 가자고 했고 나는 안정기를 갈 때부터 보고 있었던 인터넷 강의를 다보고 나가자고 했다. 인터넷 강의를 마치고 바로 오봉자쌀롱으로 출동했는데 손님들로 엄청 시끄러워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집에서 먹으면 1만원도 안 들었겠지만 분위기를 즐기러 간 것이었는데 한 테이블에서 술도 취한데다가 너무 고성을 질러대서 진짜 짜증이 났다. 남편이 소주를 마신 덕에 그래도 예상보다 술값은 덜나왔다. 맥주였으면 최소 3잔 이상은 마셨을텐데 내일 일찍가야해서 자제를 했다고 한다.

  술 마시면서 남편과 공모전에 응시할 사업계획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그래도 이렇게 한 두번씩 나오면 미래 먹거리에 대해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회사일도 바쁠텐데 제법 진지하게 고민을 해 온 남편이 대견했다. 지금처럼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앞으로 뭘하든 같이 힘내서 더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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