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부터 배고프다고 우는 유건이를 안아주고 찌찌를 물리며 달래 5시 20분에 분유를 먹였다. 이렇게 무리해서라도 분유텀을 맞춘 이유는 오늘 유건이를 데리고 보은 시댁에 가기 위해서다. 혹시라도 고속도로에서 배가 고프다고 울까봐 시댁 도착 전까지는 배가 고프지 않도록 분유 먹을 시간을 조정했다.

  형님이 사주신 외출용 우주복을 첫 개시해 입히고 겉싸개로 꽁꽁싸서 이동했다. 차 안에서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가는 내내 잘자는 유건이었다.

  시댁에 도착하고 남편과 아버님은 속리산으로 등산을 갔고 나는 어머님과 집에 남아 유건이를 돌봤다. 아기가 왔다는 소식에 근처에 사시는 남편의 큰어머님도 집에 오셨다.

  시부모님이 우리집에 오실 때마다 잠만 자던 유건이를 보고 어머님이 애기가 착해서 울지도 않고 얌전하다고 하다고 하셨는데 남편이 "유건아 오늘 평소처럼 배고플 때 악소리 내고 울어 할머니도 보시게." 라고 말하고 산에 갔다. 평소에도 아빠 말을 잘 듣는 유건이가 큰어머님이 계시는 내내 너무 많이 울어서 민망했다. 몇 번이나 잠들고 깨길 반복하더니 결국 안방으로 격리 후 자장가를 불러주며 찌찌를 먹고서야 잠이 들었다

  분유포트를 가져가는게 힘들 것 같아 조리원에서 먹던 아이엠마더 액상분유를 사왔는데 처음에 생각보다 안 먹어서 당황스러웠다. 원래 가루분유도 아이엠마더를 먹고 있어서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먹성 좋던 아기가 혓바닥으로 밀어내다니 순간 가루분유를 사와야하나 고민했다. 그래도 배가 고픈지 끝까지 먹어줬지만  보통 6~9분 걸리던 속도가 16분이나 걸렸다. 어머님이 분유를 먹여주셨는데 사실 분유텀이 30분 정도 남았지만 유건이 우는 모습이 안타까우셨는지 조금 빨리주면 안될까? 하시는 어머님 덕분에 나도 마음 편히 조금 빨리 먹일 수 있었다. 외출할 때 온도조절이 필요치 않아 좀 비싸긴 하지만 확실히 액상분유가 편한 것 같다. 두번째 분유부터는 평소처럼 잘 먹어줘서 안심이 됐다.

  어머님이 저녁으로 수육을 해주신다며 장을 보러가셨고 유건이 자는 동안 좀 쉬라고 하셨다. 새벽 4시부터 못자서 그런지 많이 졸렸지만 자려고 눕기만 하면 유건이가 찡찡거리는 소리에 깨버렸다. 어머님이 돌아오셔서 애기 보고있을테니 좀 자라고 하셨는데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다. 어머님이 자는 동안 수육이며 미역국까지 끓여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죄송했다.

  성인 4인 기준 수육을 5근이나 준비하셔서 저녁을 든든히 먹고 어머님이 싸주시는 국과 반찬, 수육, 귤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혼할 때 짐이 될까봐 국그릇, 밥그릇, 수저도 딱 2세트로 버텼는데 안쓰러우셨는지 2세트를 사서 준비해주셨고 내가 찐빵을 좋아해 안흥찐빵을 일부러 사서 주셨는데 전자레인지 돌리기 편하라고 전자레인지용 찜기도 함께 보내주셨다. 오늘도 양손 가득 돌아간다. 언제나 더 주시려고 챙겨주시는 시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 돌아오는 길에도 유건이가 너무 잘 자줘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생각보다 차를 잘 타줘서 조만간 여행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들!! 오늘 차타고 멀리까지 가느라 고생했어 담에 조금 더 크면 엄마, 아빠랑 재미있는 곳으로 놀러가자 오늘도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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