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8시 30분에 일어났는데 남편은 벌써 2시간 전에 일어나있었다. 어제 술 마셔서 일찍 자더니 빨리 깼나보다. 예전 같으면 내가 일어날 때까지 계속 깨웠을텐데 최근에는 사진에 재미를 붙여서인지 일찍 일어나도 사진카페를 보거나 블로그를 보는데 시간을 보내느라 잘 깨우지 않는다. 내가 일어나려하니 남편이 밥 할테니까 다 될때까지 더 자라고 했다. 임신 후기가 되니 남편의 집안일 참여가 훨씬 더 많아졌다. 거의 주말에는 밥과 설거지를 도맡아하는 것 같아 고맙고 미안하다.

  집에 있는 반찬들로 아침을 챙겨먹고 오늘 남편 지인 아들 결혼식이 있어 더빈웨딩홀로 향했다. 임신 후 몸무게 변동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한달동안 7킬로 정도 살이 쪄버려서 뷔페를 피하기 위해 근처 도서관에 있겠다고 했는데 1시간이나 일찍 출발했는데도 차가 무진장 막혀서 도저히 도서관에 들를 수가 없었다. 남편은 결혼식장에 우선 들러 인사를 하고 축의금만 내고 바로 나왔고 같이 도서관에 갔다.

  내가 빌린 책들은 원래 어제까지 반납일인데 어제 비가 와서 도서관에 올 수가 없었다. 그 결과 1일씩 연체가 되어 추가로 책을 빌릴 수가 없었다. 지금 읽고 읽는 책까지는 다 읽고 반납하기로 하고 다 읽지 못한 책은 다음에 다시 빌리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었다. 간만에 남편과 도서관 데이트이다. 학교 다닐 때는 도서관에서 공부도 하고 간식도 사먹고 했는데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진다.

  1시간 정도 책을 읽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준비했다. 점심으로는 닭가슴살 카레를 만들었다. 카레를 만들 동안 남편은 운동을 하러갔고 카레를 다 만들었는데도 남편이 오지 않아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강의가 끝날 때쯤 남편이 돌아왔고 강의를 마무리하고 같이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피곤해서 낮잠을 잤는데 낮잠을 자는 사이에 드디어 천싸요에서 산 부자재들이 도착했다. 오늘은 재봉틀 좀 돌려야겠다.

  본격적인 재봉틀 착수 전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갑자기 돼지껍데기가 먹고 싶었다. 진심 정말 먹지 않는 음식인데 집 근처에는 없는 것 같아 충대를 가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다른 저녁 메뉴를 계속 생각했다. 이화수 육계장의 양지전골, 새로 생긴 구조탕찜 집의 시래기 뼈찜, 조개찜, 대하구이, 삼겹살 등등 먹고 싶은게 끊이질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이화수 양지전골을 먹을까하다가 막판에 발을 틀어 옆에 있는 안동국밥에서 갈비전골을 먹었다. 메뉴 정하기가 정말 어렵다. 평소에 내가 먹는 음식보다도 갑자기 쌩뚱맞게 먹고 싶은 것이 툭툭 나오기에 더 어려운 것 같다. 뭔가 먹고는 싶은데 생소하기 때문에 도전하기는 좀 그런 마음이 든다.

  내가 퇴사한 이후로는 갈비전골은 비싸서 안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전골류를 시키면 볶음밥이나 면사리를 주는데 오늘은 공기밥 하나 먼저 받고 볶음밥은 이후에 비비기로 하고 밥을 주문했다. 식탐이 터졌는지 공기밥 한 그릇을 금새 뚝딱해버렸다. 안동국밥은 김치가 맛있어서 김치만으로도 밥 한그릇을 먹을 수 있고 김치 덕분에 내가 찾는 맛집이 되었다. 볶음밥은 남편이 살찌니까 조금 남기라고 해서 덜 먹었는데 정작 조금만 먹으라던 남편의 식욕이 폭발한 것 같다.

  안동국밥을 나와 남편과 롯데슈퍼에서 먹거리를 사러 갔는데 남편은 냉동피자, 냉동만두, 각종 안주류가 있는 냉동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래도 꾹꾹 참아서 간식류는 하나도 사질 않았다. 남편이 맥주를 한 캔 사려고 하길래 대리만족하게 블랑으로 구입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모유수유가 끝나면 나도 맥주를 마시고 싶다. 남편은 롯데슈퍼에서는 간식을 사지 않았지만 대신 87닭강정에 들러 닭강정을 구입했다. 나는 하나도 안 먹을테니 맘껏 시키라고 하니 청양고추가 포함된 매운맛으로 골랐다. 갈비전골을 그렇게 먹고도 식탐터지는걸 보면 신기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은 닭강정을 먹고 나는 롯데슈퍼에서 사온 밀크티를 마셨다. 그래도 카페인이 60mg만 들어있어서 다행이다.

  간식을 먹고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기저귀 파우치를 도안을 찾고 과정샷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기저귀파우치 완성품은 거의 1만원 안팎인데 엄마들이 사기는 아깝고 없으면 아쉬워서 사은품이나 솜씨 좋은 지인에게 받았으면 하는 상품이라고 한다. 나는 초보라 재단하고 만드느라 3시간은 넘게 걸린 것 같다. 도안도 잘못 이해해서 추가 재단을 하고 원단을 연결하는 시간도 더 걸려서 그런 듯 하다. 1시간이면 금방 끝난다고들 했는데 설명을 읽어도 뭔소리인지 역시 공간지각능력 0점이다. 몇 번 반복하다보면 잘 만들겠지 싶다.

  귀찮아서 다림질도 안하고 대충 만들었더니 안감이 겉에서 보이고 역시 허술하다. 그래도 망할까봐 10년 전에 사둔 천으로 연습삼아 만들어서 다행인 것 같다. 하마터면 아까운 천을 버릴 뻔 했다. 천싸요에서 산 부자재 중 하나인 가시도트를 달려고 했는데 기구를 사용해도 자꾸만 떨어지고 어렵다. 내일 남편에게 달아달라고 부탁해야겠다. 비록 가시도트는 못달지만 아무것도 만들 줄 모르던 내가 집에서 이것저것 만들고 있다는게 신기할 뿐이다. 딩턴이 덕분에 좋은 취미가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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