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침에 자전거를 타려고 일어나 준비를 하는 소리에 나도 같이 깨버렸다. 원래 토요일에는 남편이 밥을 하고 아침 운동을 하는 사이에 잠을 더 자는 편인데 오늘은 더 자려고 해도 딩턴이 태동이 심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일어난 김에 남편과 바나나를 한 개씩 나눠 먹고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했다. 좀 더 누웠다가 블로그를 정리하고 책을 봤다.

  남편은 회사동료와 대청댐에서 같이 자전거를 타고 아침까지 먹고 올거라 아침을 혼자 먹어야하는데 별로 입맛이 없어서 철분제와 오렌지쥬스만 챙겨 먹고 청소기를 돌리고 집안을 정리했다. 재봉틀한다고 천이랑 패턴지 등이 널려 있던 작은방도 정리를 했더니 개운한 느낌이다. 예상보다 남편이 안오길래 전화를 하니 커피 마시고 온다고 하는데 오늘 집안 소독 일정이 있으니 11시까지 오라고 알려주었다. 빨래를 개고 정리를 하고 택배 박스와 신문 등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가니 남편이 딱 도착해 차에서 자전거를 내리고 있었다. 밖에 나온 나를 보고 남편이 깜짝 놀라며 반가워했다. 운동 잘했냐고 하니 거의 도착점에서 남편의 자전거가 펑크 나서 회사동료가 차를 세워둔 곳까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간 후 남편을 픽업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도 더 걸리고 운동도 많이 못했다고 자전거 겨우 일주일에 한 번 탈까말까인데 고생했을 남편을 생각하니 아쉽고 안쓰럽다.

  원래 소독이 11시에 온다고 했는데 12시에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피곤했는지 남편은 좀 더 자고 나는 옆에서 책도 보고 인터넷도 했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제법 선선하다. 이제 정말 가을이 온 것 같다. 아침을 안 먹었더니 배가 무척 고팠는데 소독을 하고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두유를 먹으며 배고픔을 달랬다. 12시 15분쯤 되니 소독해주시는 분이 도착하셨고 씽크대, 화장실, 보일러실 등을 소독하였다. 소독도 마쳤으니 이제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원래는 다신샵에서 시킨 샐러드나 아니면 식샤3에서 봤던 것처럼 짜파게티에 계란반숙을 해서 먹어볼까 했었는데 어제 해둔 밥이 남아있어 밥을 먹기로 했다. 집에 김치를 비롯한 식재료가 거의 없어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거의 없었다. 남편이 본도시락에서 반찬만 사오겠다고 했지만 오늘도 남편이 아침에 커피값까지 2만원 넘게 지출했기에 벌써 식비 26만원을 사용했다. 이 추세면 이번달 목표 50만원은 달성불가라 계란후라이와 김, 참치와 열무김치만 가지고 점심을 먹기로 하고 남편이 준비를 해 주었다. 그래도 나름 4찬식 밥상에 배가 고파서인지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남편이 설거지까지 해서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봤었던 아따아따라는 육아애니를 남편과 보고 싶어져서 동영상을 찾아봤는데 블로그에 올려진 영상이 있어 탭으로 남편과 함께 시청했다. 그런데 남편은 카메라카페만 찾아보며 건성으로 시청을 했고 보기 싫냐고 물으니 일본 만화는 별로 보기 싫다고 했고 보기 싫은데 왜 강제로 보게하냐며 반발했다. 이제 곧 딩턴이도 태어나니 두 자녀를 키우는 에피소드가 모아진 만화라 공감도 가고 미리 앞으로 육아를 하며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알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같이 보자고 한건데 본의 아니게 남편을 괴롭게 한 것 같아 미안해졌고 영상 시청을 멈췄다. 그래도 20분 밖에 안 되는 영상인데 단 1화도 못보고 멈춘 것이 좀 아쉽긴 하다. 이미 한 번 본 나보다 남편이 더 신기해하고 재밌어할 줄 알았는데 완전 예상이 빗나갔다.

  점심을 먹었는데도 출출해져서  다신샵에서 구입한 말차큐브빵으로 허니브래드를 해먹었다. 칼집을 내고 메이플 시럽과 버터를 얹고 에어프라이어에 6분정도 돌려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다. 크림치즈를 발라 카카오빵도 먹고 싶었는데 저녁에 돌잔치에 가서 뷔페를 먹을 예정이라 꾸역꾸역 참았다.

  간식도 먹고 식샤1을 보며 좀 쉬었다. 돌잔치에 가기 전 남편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후지 X-T20카메라가 도착했다. 설명서도 꼼꼼히보고 당분간 남편은 카메라와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다. 돌잔치 장소로 출발하기전에는 카메라를 들고 시험용 촬영도 진행했다. 빨리 익숙해져서 기존 카메라도 정리했으면 좋겠다.

  ATM기에 들러 현금을 인출하고 돌잔치에 갔다. 율량동파티이안에서 했는데 오늘 돌잔치하는 팀이 많아서 그런지 음식을 가져오기가 좀 힘들었다. 그래도 주차장도 널널하고 나름 일찍가서 회사동생과 인사도 여유있게 할 수 있었다. 역시 초밥코너가 가장 인기였는데 나는 유부초밥과 새우초밥, 참치마요롤정도 밖에 먹을 수가 없어서 슬펐다. 가기 전에는 크림스파게티를 꼭 먹겠다는 일념으로 갔는데 갑자기 면이 안땡겨서 안먹었다. (딩턴아 엄마도 먹고 싶은 것 좀 먹자 ㅜ 자꾸 아빠가 좋아하는 것만 먹을래?) 오랜만에 회사사람들도 만나서 인사를 했는데 얼굴이 좋아보인다고 했다. 당연히 회사다닐 때와는 생활자체가 다르다. 남편은 초밥에 국수에 비빔밥까지 탄수화물파티를 벌였다. 오랜만에 뷔페인데 입에 잘 맞아서 맛있게 먹고 왔다. 돌잔치 행사는 회사동생 남편네 직장동료들이 퇴근 후 와야되서 좀 늦게 진행됐는데 남편은 내일 벌초때문에 오늘 시댁에 가서 친척들과 모임이 있어 행사는 못보고 일찍 나왔다. 돌잡이로 뭘집었을지 궁금하다.

  터질 것 같은 배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 후 남편은 바로 시댁으로 갔다. 결혼하고 정말 오랜만에 혼자 자는 날이다. 뭘할까? 즐겨야지하다가 우선 인터넷 강의를 보고 책을 좀 봤다. 며칠 전부터 읽었던 엄마를 미치게하는 남자아이 키우는법을 드디어 다 읽었다. 다른 책을 더 읽을까하다가 다 떨어진 스킨과 에센스를 구입하기 위해 화해앱에서 성분분석 후 구입할 화장품을 골랐다. 가을에 입을 긴팔 임부복도 구경했는데 딱히 끌리는게 없어 고민이 된다.

  아이쇼핑을 하고 오랜만에 영화도 봤다. 오베라는 남자를 볼까하다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봤는데 마침 올레 TV에서 무료로 볼 수 있었다. 예전에 책을 읽고 영화를 보려고 4천원을 결제를 했었는데 남편이 재미없다고해서 결국 보지 못했었다. 50분 정도 보다가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 아침형인간인 남편이 없는 동안 올빼미형 인간으로 복귀하려고 했는데 12시도 못되서 잠이 들어버렸다. 역시 이것도 딩턴이의 영향인가? 딩턴이는 아빠랑 입맛도 생활도 판박이일 것 같다. 바른생활을 하는 아빠이기에 크게 걱정은 없지만 술 먹는 것만 아빠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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