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밥을 하고 청국장을 끓이고 고양이자세를 했다. 딩턴이가 제발 다시 돌아와 역아를 탈출하길 빌어본다. 어머님이 주신 무생채와 버섯 등이 있어 비벼먹을 생각으로 청국장을 끓였는데 아침부터 비빔밥은 부담스러워서 그냥 청국장과 반찬을 꺼내 먹었다. 어머님이 주신 육수를 넣고 끓여서인지 진하고 맛있었다. 남편은 어제 컨디션이 좋지 못해서인지 밥을 다 하고 깨울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사과와 요거트를 챙겨 먹고 남편이 씻는 동안 설거지를 마쳤다. 남편을 배웅해주고 바로 블로그를 정리했다.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문득 어제 내가 자려고 눕다가 쳐서 떨어뜨린 미니빔이 기억났다. 혹시라도 램프가 깨졌을까 걱정되어 켜봤는데 켜지질 않았다. 늘상 미니빔 셋팅은 남편이 했기 때문에 뒤에 ON/OFF 버튼이 있는지 몰랐다. 버튼을 ON에 놓고 켜보니 멀쩡하게 잘 켜졌다. 테스트겸 USB에 저장되어있는 심슨 영상을 켜서 테스트해봤다. 깨지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심슨을 2편 보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12시까지 잠을 자버렸다. 어제 그렇게 아침에 다시 잠들지 말자고하고 또 잠들어서 허무했다. 오늘 순산체조를 하는 날이었는데 초미세먼지때문에 가지말자고 마음 먹었더니 중간에 깨지도 않았다.

  철분약을 챙겨먹고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매번 인터넷 강의를 밤까지 미루다 보는 것을 반복하니 봐야한다는 압박감때문에 더 밤중에 잠을 못자는 것 같아서 오후에 미리미리 봐뒀다. 인터넷 강의를 보고 고양이자세를 5분정도 더 하다가 바나나와 찹쌀떡과 찐밤을 점심으로 대체했다.

  점심을 먹고 빨래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집안을 정리했다. 매번 치우는데도 너저분하다. 물건을 줄이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청소를 하고 오늘은 딩턴이 가디건에 소매를 박고 밑단을 박아 완성했다. 정확히는 단추를 아직 달지 못했으니 미완성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남편의 가디건을 만들기 위해 동대문에서 사온 원단을 재단했는데 소매부분이 모자란다. 반팔을 만들수도 없고 조끼로 급 변경해야할 것 같은데 티셔츠용이었던 패턴이라 패턴이 안맞는 것 같다. 망하면 딩턴이 옷 만들자는 생각으로 우선 재단해본다. 아무래도 망할 것 같은 느낌이 마구마구 들고 있다.

  한참 재단을 하는데 남편이 퇴근을 해서 청국장을 데우고 계란후라이를 해서 반찬을 넣고 비빔밥을 만들었다. 아침에 남은 밥이 적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딱 맞는다. 오늘은 남편이 회사동료에게 받았다며 써머스비 맥주 4병을 가져왔는데 진심 먹고 싶다. 특히 써머스비는 내가 수입맥주를 살 때 빼놓지 않고 사는 술이기에 더 마시고 싶었다. 임산부만 아니면 남편과 한 잔 했을텐데 꿀꽈배기에 카누 디카페인을 후식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문득 저녁을 다 먹고 설거지를 마치고 후식을 먹는데도 7시 밖에 안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회사에 다닐 때는 8시 30분에 집에 도착했기에 당연히 저녁도 늦게 먹고 외식이 잦았는데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되니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일찍 저녁도 먹은 김에 남편과 KT 미디어팩 TV포인트로 원더풀고스트를 봤다. 이전에 봤던 연극 수상한 흥신소가 생각났다. 나도 임산부라 그런지 감정 이입하며 봤는데 남편이 없이 딩턴이를 혼자 키워야한다면 너무 힘들고 슬플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남편이 없어도 남편과 내 분신인 딩턴이가 옆에 있어서 악착같이 살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정말 행복이라는게 별거 없는 것 같다. 항상 건강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하루였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8일차] 2018.10.18  (0) 2018.10.18
[177일차] 2018.10.17  (0) 2018.10.17
[175일차] 2018.10.15  (0) 2018.10.16
[174일차] 2018.10.14  (0) 2018.10.15
[173일차] 2018.10.13  (0) 2018.10.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