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 일찍 잤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제 밥을 예약했어야 했는데 밥을 하는 것도 잊어버려 집에 얼려둔 냉동밥 1개를 할 수 없이 전자렌지에 돌려 어머님이 보내주신 육개장과 함께 남편밥을 차려주었다. 남편은 1그릇이지만 꼭 같이 나눠먹어야한다며 가뜩이나 적은 밥을 둘로 나눠 각각 70g씩 먹었다. 밥이 부족할 것 같아 토마토와 복숭아, 삶은계란에 바나나, 두유까지 챙겼더니 평소보다 훨씬 배부른 아침이었다. 결국 남편도 나도 두유는 끝내 먹질 못했다. 

  남편을 배웅해주고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오늘은 순산체조를 가는 날이기 때문에 30분 정도만 자려고 했는데 1시간이 훌쩍 넘어있었다.  일어나서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택시를 타러 갔는데 운이 좋게도 산부인과로 바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더라도 늦지는 않겠구나하고 안심했는데 방심하고 한 정거장 먼저 내려버렸다. 아 시간이 7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 하필 계단이 있는 육교까지 있어 힘차게 올라가는데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확실히 젊은 사람이라 올라가는게 다르네" 라고 말씀하셨다. "저도 임산부라 힘들어요 ㅜㅜ 늦어서 빨리 가는거에요." 라고 말씀드리니 "아이고 천천히 조심해서 가요." 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딩턴이를 생각 안 하고 너무 빨리걷는 것 같아 속도를 낮췄다. 그래도 다행히 딱 11시에 도착해 수업에 늦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없었는데 10분 쯤 지나니 갑자기 수강생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여유 있게 넓게 잡아둔 양 옆 자리가 모두 찼다. 오늘도 체조하다가 옆 사람과 닿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조를 배우러가면 몰랐던 정보들을 얻을 수 있고 운동과 태담을 곁들일 수 있어 좋다. 또 무언가 딩턴이와 내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하니 뿌듯함과 출산에 대한 불안감도 줄여주는 것 같다. 담번에 올 때는 다음 달 수업도 잊지 않고 등록해야겠다.

  순산체조를 마치고 1층에 내려갔는데 버스가 방금 떠났다. 기다리면 30분이 넘기도 하고 사실 오늘은 걸으려고 모자까지 준비했기 때문에 집까지 걷기로 했다. 산책하기 좋은 잔잔한 음악을 틀고 숲길을 걸었다. 약간 습하고 덥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을 만한 것 같다. 일부러 아파트 주위를 걷는 것은 참 지겨운데 이렇게 집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두고 걸으면 끝까지 잘 걸어갈 수 있어서 일부러라도 체조 수업이 끝나면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오늘 걷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매주 화요일에는 청주 mbc에서 직거래장터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나도 직거래장터에서 물건을 사보려고 남편에게 현금 5만원을 뺏어왔다. 토마토 한박스에 8천원이지만 무거워서 못 살 것 같고 참외를 사고 싶었는데 하나도 없었다. 대신 똑 떨어진 사과와 찐옥수수를 구매했다. 사과는 10개에 1만원인데 서비스로 사과 1개와 사과즙 2개를 추가로 주셨다. 시장에 묘미는 에누리 또는 덤인만큼 기분이 좋았다. 옥수수는 집에가서 점심 대체용으로 먹기로 한다.

  사과와 옥수수를 들고 집까지 오느라 너무 힘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어제 치과 잘 다녀왔냐고 했는데 치료를 거의 못 받았다고 하니 옥수수대를 삶아서 가글을 해보라고 인사돌 성분과 비슷하다고 했다. 인터넷으로도 찾아보니 치과치료가 어려운 임산부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나와있다. 마침 찐옥수수가 있으니 다 먹고 삶으면 되겠다 했는데 생옥수수대를 사용해야해서 조만간 생옥수수를 사와야겠다. 꼭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밥을 먹고 혹시나 해서 인터넷 뱅킹에 로그인해보니 실업급여가 28일치 입금되어있었다. 지급예정일이 1주일 뒤여서 크게 기대안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입금된 것 같았다. 인터넷 뱅킹을 확인한 후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공기업 이력서를 작성했다. 1명을 뽑고 필기시험도 법률쪽이라 운 좋게 서류에 합격한다고 하더라도 필기에 떨어지겠지만 우선 지원서를 작성해 저장해두었다. 이제 지원동기만 작성하면 되는데 진짜 어떤 이력서를 쓰든 지원동기 작성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내일은 해당 공기업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지원동기 작성를 작성해 이력서 제출을 마쳐야겠다.

  저녁으로는 집에 콩나물이 너무 많아 콩나물밥을 했다. 처음에 콩나물밥을 할 것이라는 걸 까먹고 내일 아침밥까지 하려고 해서 밥이 무척 많았다. 일단 남은 밥들은 모두 얼려두었는데 햇쌀밥용기에 꽉차게 3개나 나왔다. 평소 먹는 양의 2배는 되게 얼려둔 것 같다. 유통기한이 다 된 냉동실에 얼려둔 어묵으로 어묵탕과 어묵볶음도 만들었다. 어머님이 부산에서 사다주신 수제 어묵이었는데 남은 9개 중 5개만 쓰고 4개는 도저히 양이 많아 그냥 버렸다. 어차피 유통기한이 초과됐기 때문에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었다. 남편은 소주를 곁들이고 우리는 2시간 정도 앉아 얘기를 하며 긴긴 저녁을 챙겨 먹었다.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늘 남편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눈물이 난다. 특히 딩턴이가 아들이라 남편이 혹시나 그럴일은 없겠지만 무슨 일이 생겨서 세상에 없게 되면 엄마를 지켜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할 때면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임신 전에는 종종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곤 했는데 주량을 넘지 않는 적당한 술은 진솔한 대화로 이어지는 것 같다.

  밥을 다 먹었는데 남편이 조금만 쉬고 치울께하더니 쇼파에서 잠이 들었다. 얼른 깨우고 이만 닦고 자라하고 양치를 시키고 침대로 보내버렸다. 아 설거지 거리가 참 많네 이 설거지는 결국 내 차지구나. 설거지를 마치고 나도 일찍 잤다.

  번외로 얼마 전에 산 푸룬앤 유산균이 터져서 배송된 것을 발견했다. 하나씩 꺼내 먹느라 그동안 몰랐는데 먹으려고 하나 꺼내니 찐득찐득한 것이 묻어 있어 뜯어보니 많이 터져있었다. 남편이 업체에 연락을 취했는데 오늘 추가로 하나를 보내주셨다.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맛은 어릴적 먹었던 키즈 한약맛이랑 비슷한 것 같지만 그래도 지난번 유산균을 먹었을 때보다는 내가 까먹고 가끔 안 먹어서 그렇지 화장실에 좀 더 잘 가는 것 같다. 속이 좀 더부룩한 느낌이 들긴하는데 내가 먹은 다른 음식 때문인지 유산균에 함유된 푸룬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에 다 먹으면 유산균을 바꿔보려고 했는데 좀 더 복용해봐야겠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80일차] 2018.07.12  (0) 2018.07.12
[79일차] 2018.07.11  (0) 2018.07.11
[77일차] 2018.07.09  (0) 2018.07.10
[76일차] 2018.07.08  (0) 2018.07.09
[75일차] 2018.07.07  (0) 2018.07.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