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도 좀 정리하고 내일 일정들도 점검했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펜션에 와이파이가 잘 안되서 인터넷이 무제한인 남편의 핸드폰으로 자장가를 틀고자니 잠을 잘 수 있었다. 요즘 딩턴이의 청각도 발달하고 있어 잘 때 자장가를 30분 정도 시간을 맞춰 틀어주는데 항상 중간에 잠이 든다. 자장가는 딩턴이 뿐만 아니라 내 숙면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어제 비교적 일찍 잠든 남편은 6시 30분쯤 일어나서 펜션에서 칠불사 가는 길을 산책하고 왔다. 처음엔 나를 깨워 같이 가자고 했는데 2시 30분에 잠들었다는 나의 말에 남편 혼자 다녀왔다. 남편이 나간 후에도 몇 번 자다깨다를 반복했더니 피곤했다. 남편이 8시쯤 돌아오고 8시 30분까지 기다리다가 조식을 먹으러 갔다. 하동 아름다운펜션은 조식을 무료로 제공해줘서 너무 편리한 건 같다. 식빵과 샐러드, 스프, 계란후라이까지 해서 감귤쥬스와 함께 먹었는데 오늘은 토지길 일부를 걸어야하기 때문에 아침을 먹지 못했으면 좀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조식이 600칼로리 가까이 된다. 오늘 저녁에는 바베큐도 예정되어 있어 이번 여행에서는 살이 좀 찔 것 같다.

  조식을 먹고 토지길 코스인 평사리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평사리 공원 → 평사리 들판 → 최참판댁 코스를 걸을 예정이다. 원래는 조씨고가까지 갈까? 고민을 하다가 매암다원이 좋다고 해서 조씨고가는 일정에서 뺏다. 매삼다원까지가면 왕복 11km 정도 되는 코스인 것 같다. 평사리 공원에서 평사리 들판 쪽으로 걷다보면 부부 소나무가 보이는데 부부 소나무를 이정표 삼아 논길을 걸었다. 논 안에는 우렁이도 있고 청둥오리와 백로도 있었는데 친환경공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지역이었다. 자세히 보니 올챙이들도 굉장히 많았다. 안을 파보면 미꾸라지도 나오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시부터 걸었더니 아직까진 걷는데 크게 덥지는 않았다.

  가는 중간에 반가운 지리산 둘레길 12코스 이정표도 만났다. 작년 여름휴가 때 지리산 둘레길 2코스와 6코스를 걸었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코스를 정복하자고 약속하고 여태껏 못왔었는데 이번에는 둘레길은 걷는 것은 아니지만 코스가 일부 겹쳐서 반가웠다. 부부송 앞에서 포토타임을 가지고 계속 걸었는데 어제 갔던 쌍계사와는 달리 평지라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드라마 토지 세트장이었던 최참판댁에 도착해서 인터넷에서 맛있었다고 봤던 고래밥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남편은 원래 밥돌이라 아침에 먹었던 빵으로는 배가 안차서인지 묵밥에 녹두전까지 시켰고 나는 산채비빔밥을 시켰다. 야채가 가득한게 입맛을 돋궜다. 임산분한테는 녹두가 크게 좋지 않다고 해서 녹두전은 작게 두 조각만 먹고 산채 비빔밥에 집중했다. 어제 먹었던 화개장터집보다 훨씬 맛있었다. 요 근래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도 많이 없지만 먹더라도 한 그릇을 뚝딱 한 적이 없었는데 밥을 싹 다 비웠다. 식당 사장님은 놀러왔다가 하동이 좋아 3개월 전에 내려와서 정착 중이라고 하셨다. 남편과 나도 나중에 이렇게 경치 좋고 여유로운 동네에 살고 싶다.

  최참판댁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우선 차가 있는 평사리 공원으로 돌아 가자고 했다. 날씨도 더워지고 괜히 매암 다원까지 걸어갔다가는 5킬로를 다시 돌아와야하기 때문에 무리가 될 것 같아 일단 차라도 중간지점인 최참판댁에 주차해두자고 했다. 다시 2.9킬로를 걸어 평사리 공원에 돌아왔다.

  이제 정오가 넘는 시간이라 제법 더웠고 거의 도착했을 때쯤에는 배도 땡겨서 최참판댁에는 가지 않고 바로 매암다원으로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11킬로를 걸으려 했던 코스는 5.8킬로로 축소되었다. 매암다원에 도착하니 차 밭이 탁 트여있어 푸르름이 싱그럽게 느껴졌다. 다원안에 있는 다방에 들러 홍차를 마셨다. 1인당 3천원에 이용할 수 있어 저렴하고 냉방이 너무 시원해서 좋았다. 다기를 이용해본 적이 없어 걱정했는데 친절한 설명과 함께 차근차근 알려주셔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홍차에도 카페인이 있어 나는 작은 잔에 한 잔 정도 마시고 남편은 두번이나 우려서 계속 마셨다. 은은한 차 향이 너무 좋았다. 역시 티백이 아닌 잎차로 우리니 향이 더 풍부한 것 같았다. 차를 판매하는 매암아트숍도 있었는데 차를 구입할까하다 분명 집에 가면 안 먹을 것 같아서 그냥 사지 않았다. 날씨가 좀 선선할 때 야외 테라스에서 마시면 운치도 있고 초록색의 차밭을 배경으로 멋진 인생샷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암다원을 나와 펜션으로 돌아가 계곡에 발을 담그며 어제 먹던 수박을 평상에서 먹었다. 라면까지 먹었으면 더 꿀맛이지 않았을까 싶지만 건강을 생각해 라면은 구입하지도 않았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펜션손님이 많아 계곡에도 사람이 굉장히 많다. 꼬마손님들은 튜브까지 동원해 신나게 놀고 있고 우리가 계곡에 있을 때도 다슬기가 보이긴 했는데 곳곳에서 다슬기 잡는데 여념중이다. 다슬기가 살 정도로 너무나도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물이었다. 나중에 딩턴이가 태어나서 조금 크면 같이 튜브 태워서 놀아줘야겠다.

  실컷 계곡에서 놀다가 샤워를 하고 좀 쉬었다. 6시에는 바베큐를 준비해주신다고 하셔서 에어컨을 쐬며 바베큐를 기다렸다. 걷는게 무리였는지 허리가 너무 아파서 남편이 마사지를 계속해주었다. 임산부 특권으로 짐도 남편이 다 들었는데 마사지까지 해주니 고맙고 미안했다. 6시 30분쯤 되서 드디어 바베큐가 도착했다. 직접 재료를 준비하면 힘들 것 같아 숯불값까지 총 6만원을 주고 펜션에 바베큐 신청을 하였다. 구성은 목살500g과 새우, 호박, 소세지가 있고 밥과 반찬, 된장찌개 포함이다. 좀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편리하고 맛있었다. 나중에 가족이 늘면 가격부담때문에 직접 다 준비해야겠지만 이번엔 펜션에서 밥을 안 할 생각으로 조식도 제공되고 바베큐도 신청 가능한 펜션으로 일부러 예약했다. 아마 우리가 준비했으면 분명 고기를 더 사오지 않았을까 싶다. 간만에 바베큐라 신나지만 몸무게 증가가 걱정되긴 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밥을 먹고 정리하고 남편과 오랜시간 테라스에 머물렀다. 모기퇴치기 덕분인지 아니면 저녁에는 서늘한 날씨때문인지 다행히도 모기의 귀찮은 공격은 피했다.

  거의 9시가 다 되어서야 펜션에 들어갔고 남편은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나는 히누끼탕에서 10분 정도만 반신욕을 했다. 너무 뜨거운 것도 아이에게 무리가 간다고 해서 짧게 있었더니 좀 아쉬웠다. 씻고 나와서 에어컨을 틀고 남편과 오전에 햇빛에 노출된 피부를 달랠 겸 마스크팩을 했는데 남편은 피곤한지 바로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다. 10분 후 깜짝 놀라며 "아 큰일날뻔했어 같이 영화보기로 했는데 깜박 잠들 뻔 했어."라면서 깬다. 오빠 잤거든 그냥 자라고 실컷 놀려줬다. 오늘은 나도 걸은게 피곤해서인지 반신욕을 해 노곤노곤해서인지 중간에 화장실 가려고 깬 것 빼고는 7시간을 넘게 잠이 푹 잤다. 즐겁고 평온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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