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남편은 육개장을 데워주고 나는 어제 남은 콩나물배추 된장국을 먹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났지만 특별히 피곤하지도 않았고 오랜만에 기운 있는 하루였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나는 책을 좀 보다가 문득 어제 회사동생이 알려준 고백부부의 원작웹툰 한번 더 해요를 3시간에 걸쳐 완결까지 봤다. 한번도 안 쉬고 원스탑으로 읽은 것을 보면 나도 참 집요한 성격인 것 같다. 이번달 23일부터 유료로 바뀐대서 읽었는데 19금이 포함되어 있어 야하지만 스토리가 좋다. 특히 결혼한 기혼 입장이라 그런지 공감가는게 많다. 다만 처음에 드라마로 먼저 접해서인지 드라마의 발랄하고 짠한 스토리 설정이 조금 더 맘에 든다.

고백부부 원작웹툰

  드라마 고백부부는 남편이 회사 직원의 추천을 받아 같이 보자고 권유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CC로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했기에 더 공감이 갔었다. 그 시절로 돌아가도 나는 남편과 잘 만나고 결혼했겠지?  날 제일 많이 사랑해주고 이해해줄 사람은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취업걱정, 공부걱정, 진로걱정, 스펙쌓기 등의 치중했던 학창시절은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좀더 도전적이고 무모하고 안정지향적이 아닌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시 돌아가더라도 지금 살아온 만큼 더 잘 살 자신은 없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남편이 집에 잠깐 들렀다. 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수원에 가야하는데 너무 졸려서 30분만 자다 간다고 한다. 참외를 잘라 먹이고 남편은 수원으로 출발했다. 책을 좀 보다가 잘 안들어와서 심슨을 보고 좀 쉬다 놀았다. 회사동생이 블로그를 만들어서 잠깐 들러 글도 읽었다. 육아도 하고 회사도 다니고, 드림캐쳐도 배우고 있어 나보다 더 좋은 컨텐츠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남편이 5시쯤 상가집에서 돌아왔고 학교 동문행사 때 있던 불미스러웠던 일 때문에 후배들을 위로해준다고 선배 몇몇과 학교에 간다고 했다.  입맛이 별로 없어 점심도 안 먹었는데 저녁도 혼자 챙겨먹어야한다니 저녁까지 안 먹기에는 우리 딩턴이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집 앞 마트에 가서 김을 사왔다. 김을 싸서 어거지로 밥을 먹고 인터넷 강의를 봤다. 그리고 문화센터 등을 알아봤다. 재봉틀도 배우고 싶고 신생아 아기용품도 내 손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7월에는 산부인과 문화센터에 있는 뇌호흡 순환체조를 배우려고 계획하고 있어 근처에 있는 홈플러스 문화센터 위주로 알아보았다. 회사 동생이 현대백화점 강의도 몇몇 추천해주었다. 인터넷 쇼핑몰 옹아리닷컴에서 유기농 아기옷 DIY도 찾았다. 바느질로 하는 것이라 잘 할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의 해의 태어나는 우리 딩턴이를 위해 한 번 도전해보고픈 신생아용품 디자인이다. 이미 베냇저고리는 3개나 있고 손싸개, 발싸개도 회사에서 받았는데 강아지 디자인에 유기농이고 내가 직접 만드니 더 특별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남편과 상의해서 구매해야겠다.

 
 배우고 싶은 강의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남편이 전화가 왔다. 역시나 술이 취했다.

남편 : 이제 들어갈꺼야 빵이 먹고 싶어서 파리바게트 앞이야

나: 집 앞에서 내리랬잖아 내가 술 취해서 걷는거 싫어하는거 알잖아

남편 : 여기가 파리바게트 앞인데 나 데릴러오면 안될까?

나 : 응 나갈께 기다려 (당연히 집 근처 파리바게트인줄)

남편 : 나 이제 신한은행이야 아 뭐야 비켜 아씨 (지나가는 사람이랑 부딪힌건가? 광주 폭행사건도 못 봤냐 술 취하고 시비 붙으면 얼마나 험악한 세상인데)

나: 어떻게 신한은행이야 (??? 우리 집 근처 파리바게트와 신한은행은 걸어서 족히 10분은 걸림)

남편 : 여기 공단 오거리야. 걱정하지마 내가 집에 갈꺼야 택시타고 갈꺼야 아무 걱정하지마. 근데 나 택시 타면 뭐라고 하면 되지? 어디간다고 해야되지? 뭐라고 하면 되?

나: 진짜공단오거리야? 거기 그대로 있어 왜 술먹고 정신을 못 차려 그냥 그 자리에 있어 내가 택시타고 갈꺼야 (이때부터 심각, 막 미친것처럼 소리 지르기 시작)
 
남편 :  아니야 나오지마 혼자갈 수 있어 (내가 화내니 주눅들어있음) 나오지마 내가 들어갈꺼야

나 : 지금 택시 탔어 (전화 끊기면 또 안될까봐 계속 전화 키고 출발함) 어디야 정신 좀 차려. 신한은행 앞에 그대로 있어. 내말 안들려?

남편 : 엄마 엄마 ㅜㅜ (갑자기 엄마 찾으며 울먹임 시작)

나 : 어디야 안들려? 도대체 어디냐고 거기 그냥 그 자리 그대로 있어 어디가지마 (이제 택시 기사님 보기 민망하기 시작)

나 : 나 신한은행 도착했는데 안보여

남편 : 나 안보여? 나 여기 손들고 있는데

나 : 혹시 나보여? 나 안보이는데

남편 :  나도 안보여 나 왜 못찾아? 나 여기 있는데 나 여기

나 : 여기가 어디야? 어딨는데 어디갔는데 도대체 어딨어? 정신 안차릴래? (10분 동안 찾아도 안보임 처음엔 짜증났는데 걱정되서 울기 시작) 나 파리바게트 앞이야 어디야?

남편 : 여기 나 여기 내가 파리바게트인데 나 왜 못찾아?

나 : 오빠 나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유산할 것 같아 제발 똑바로 정신차려 앞에 보이는 건물이 뭐야?

남편 : ○○아 (평소에 절대 내 이름 부르지 않음 갑자기 진지모드, 정신차렸나) 나 진짜 농담아니고 어딘지 모르겠어ㅜㅜ 나 좀 찾아줘 제발 나 좀 찾아줘 으앙

나 :  그러니까 정신 차려 어딘지 똑바로 말해 (횡단보도 맞은 편에 비틀거리는 사람 발견) 오빠 나 찾은 것 같아. 길 건너지마 거기 그대로 있어 내가 갈께. (횡단보도만 있고 신호등이 없어 정신 없이 길 건너다 차에 치일 듯) 내가 갈께 움직이지마

  이렇게 10분 정도 헤매다 남편 발견, 택시 잡고 집으로 겨우 왔다. 남편이 술 취해서 택시 안 태워 줄까봐 조마조마했다. 아버님께 10시 30분 쯤 통화한 것 같은데 그럼 내가 갈 때까지 50분을 헤매고 충대에서 공단 오거리까지 직진만한건가? 중간에 길도 많이 건넜을텐데 집에 와서 남편은 씻고 바로 뻗었다. 나는 너무 놀랐고 소리도 많이 지르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지 배가 아팠다. 바로 잘 수가 없어 뉴에이지를 들으며 딩턴이를 달래주었다. "아빠 이제 괜찮아 옆에 있지? 딩턴이 많이 놀랬지? 엄마가 소리 지르고 울어서 미안해. 이제 괜찮다. 이제 자자 딩턴아." 딩턴이를 계속 2시간이나 달래주었다. 혹시나 못 찾고 경찰서 가야될 때를 대비해 남편과 통화내역을 녹음했었는데 다시 들어도 너무 아찔하다. 10분 내 찾아서 다행이지 남편한테 내일 들려주고 반성하게 해야겠다. 덤으로 너무 급하게 나가느라 화단에 부딪혀서 다리가 쓸렸다. 이불에 닿이는데  너무 쓰리다. 이것까지 추가해서 내일 죄를 물어야겠다. 드라마 한 편 찍은 듯 하다. 퇴사한 후 다이나믹하지 않은 하루하루였는데 이런 다이나믹함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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