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밤에 잘 자던 유건이가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 새벽 12시부터 2시까지 나랑 남편은 잤는데 유건이는 남편이 깰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고 했다. 2시부터 이모님이 오실 때까지 유건이는 거의 2시간을 10분, 20분씩 쪼개서 잠을 잤고 이모님이 오시기 20분전부터는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이모님이 우는 유건이를 보고 배가 고픈 것 같다고 하셨는데 먹은지 2시간 밖에 안되었는데도 100ml를 급하게 먹어치웠다. 100ml만 먹었더니 다음 턴도 2시간 20분만에 배고프다는 신호가 왔고 어르고 달래 30분을 버텨 2시간 50분만에 120ml를 먹였다.  지난주에 100ml로 올린지 딱 일주일만에 120ml로 분유량 증량이 필요한 것 같다.

  어제 유건이와 씨름하느라 잠을 3시간 밖에 못자서 이모님께 유건이를 부탁드리고 오후에 2시간 낮잠을 잤다. 이모님께 여쭤보니 유건이는 이번에도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하셨다. 4시 40분에 목욕을 한 이후에야 유건이는 겨우 푹 잠이 들었다.

  하지만 유건이도 초보엄마를 알아보는지 이모님이 가시자마자 30분만에 깨어나 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분유를 100ml만 먹이고 노래를 불러주니 금새 잠이 들었다. 유건이가 자는 동안 오늘 미얀마가 여행갔다 돌아오신 시부모님께 전화도 드리고 얼마전 이사간 후배에게 안부도 물었다. 밥도 먹고 샤워까지 싹 마치고 나니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이 평화가 지속될 것 같았는데 9시 20분에 일어난 꼬마는 기저귀에 똥도 싸고 배가 고프다고 미친듯이 울어댔다. 그 사이 엄마한테도 전화가 와서 애기 우니까 이따 전화한다고 끊고 회식간 남편은 술에 취해 어딘지 모르겠다고 전화가 왔다. 진짜 정신이 없고 폭발 일보 직전이라 아버님께 전화를 드려 애기가 너무 우는데 남편이 어딘지 모르겠다고 전화가 와서 연락 좀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유건이 케어를 시작했다. 일단 분유를 먼저 탄 후 기저귀를 처리하고 물을 받아 엉덩이를 씻긴 후 분유를 먹였다. 분유를 먹이는 중에도 남편에게 전화가 왔는데 핸드폰이 멀리 있고 유건이를 안고 있어 받을 수가 없었다.

  이후 남편은 연락두절이고 유건이는 계속 분유를 토해 옷을 갈아입히고 있는데 남편 위치 파악을 위해 119에 신고하셨다고 집 주소를 알려달라는 어머님의 전화가 왔다. 진짜 남편때문에 정신도 하나도 없고 옷 갈아입히는게 더뎠는지 유건이는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속싸개를 싼 후 눕혔는데 계속 토를 하고 몸도 뜨거운 것 같은게 내가 신속하게 옷을 못입혀서 나때문에 아픈건가? 진짜 눈물이 난다. 혼자서 유건이를 케어할 때는 너무 불안해진다.

  유건이는 분유를 먹은지 1시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계속 배가 고픈지 입을 벌리며 울어서 거의 나오지 않는 젖이지만 물려주니 금방 잠이 들었다. 유건이가 자 준 덕분에 구글 핸드폰 찾기로 남편을 추적했고 문의에 있다고 나왔다. 문의에 있을리가 없는데 몇 분후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신 후 남편을 데리러 문의에 가신다고 하셨다. 12시가 되어서야 술 취한 남편이 시부모님과 함께 집에 왔고 계속 춥고 배아프다며 찡찡대다 잠이 들었다. 어머님, 아버님도 미얀마에서 밤 비행기 타고 오신거라 오늘 엄청 피곤하셨을텐데 불효도 그런 불효가 없는 것 같다. 내일도 회식인데 남편은 반성 좀 하고 똑같은 실수를 안했으면 좋겠다. 이럴 때마다 점점 지치는 것 같다. 임신 중에도 취해서 내 배를 실수로 친 적도 있고 찾으러 나간 적도 여러번이다. 이제 유건이도 있고 날도 추운데 유건이를 위해서라도 제발 좀 안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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