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용센터가 있는 사창동에 갔다가 서브웨이 충북대점이 새로 생긴걸 발견했다. 작년 여름에도 블로그 리뷰가 있는 걸로 보아 완전 최근은 아니지만 아무튼 서브웨이가 너무 먹고 싶었다. 그간 왜 청대점밖에 없는지 청대까지는 그래도 거리가 있어 거의 먹질 못했는데 충대에 생겨서 너무 좋다. 아침부터 서브웨이 먹으려 했는데 맥도날드에 가면 아침에는 맥모닝만 팔듯 별도 아침메뉴가 있는듯 했다. 인터넷에 보니 11시부터는 일반 샌드위치도 팔길래 11시에 충대에 가기로 하고 남편은 운동을 갔다.

  남편이 딱 11시에 돌아오고 충대에 가기로 했는데 남편은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거기서 먹길 원하고 나는 포장해서 집에서 영화를 보고 먹길 원했다. 남편이 하는 "거기서 먹어야 더 맛있어 " 이 말을 한 마디로 무너뜨렸다. "충대 간김에 일미 닭갈비 가서 점심 먹고 서브웨이는 싸올까?" 남편은 바로 콜을 외친다.

  그렇게 충대에 가서 일미 닭갈비를 먹었다. 주말이라 혹시 점심 장사 안하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열려있다. 닭갈비 소자에 볶음밥, 막걸리를 시켰다. 임산부인 나는 막걸리를 먹을 수 없고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그나마 막걸리는 좋아라했었는데 슬펐다. 남편은 시원한 막걸리를 첫 잔 마시자 마자 캬~ 소리를 낸다. 얄밉다. 잔을 뺏어 냄새만 맡았다. 아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스타일의 막걸리네. 빨리 아기를 낳고 수유를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냄새만 맡고 있는 내가 짠했는지 "사실 첫 잔을 마시는데 막걸리가 너무 시원하고 맛있는데 니가 먹고 싶을까봐 맛있는거 숨기고 소리도 안냈어" 라고 말한다. "오빠 캬~ 했거든, 그래서 내가 냄새 맡은거야." 남편이 머쓱해한다.

  오랜만에 먹는 닭갈비가 너무 맛있어서 밥까지 싹 비우고 나오니 공원 앞 화분에 꽃이 예쁘게 피어있다. 미세먼지가 있지만 그래도 맑은 하늘에 붉은 꽃이 제법 강렬한 색감을 뽐낸다.

  더운 날씨에 달달한게 먹고 싶어 가성비 갑이라는 화이트스노우 초코시리얼빙수를 먹고 싶었는데 남편은 막걸리도 조금 마셨고 배도 불러서 그런지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눈치다. 서브웨이에 가자고 한다. 그냥 집에 갔다 이따가 다시 나오자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빙수 못 사준게 걸렸는지 집 근처 설빙에서 사준다고 해서 그냥 아이스크림 사달라고하고 마트에서 쭈쭈바를 사왔다. 갑자기 뽕따가 눈에 들어오길래 사왔는데 정말 오랜만에 먹어 그런지 특유의 시원함이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서 어렸을 때 재밌게 본 마이키 이야기를 봤다. 사실 어제도 보스 베이비를 봤는데 일기에 깜빡하고 빼먹었다. 딩턴이를 가지다보니 애기 나오는 영화가 보고 싶었다. 마이키 이야기는 유부남과 사랑의 빠진 몰리가 마이키를 임신하게 되는데 유부남은 임신한 몰리를 두고 또 다시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다. 몰리는 그 상황을 목격하던 중 갑자기 진통을 겪게 되고 급하게 제임스(존 트라볼타)가 운전하는 택시에 타 병원에 가게 된다. 분만실로 이동 중 제임스는 아이 아빠로 오해 받아 함께 출산을 돕는다. 이후 마이키의 베이비시터를 겸하며 마이키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사고를 겪을 뻔 한 마이키를 구해주게 된다. 마이키는 제임스를 아빠라고 부르고 마이키에게 좋은 아빠를 구해주고 싶었던 몰리는 제임스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해피엔딩 스토리이다. 재미도 재미지만 특히 마이키 이야기가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는 아기의 생각을 볼 수 있었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뱃속에 있는 태아 상태일 때 "엄마, 빨리 사과쥬스 좀 내려주세요.", 출산 장면에서도 "저 빛은 뭐지? 아 밀지마 밀지마", 태어나서도 "뱃속이 아닌데서 어떻게 살라는거야 너무 추워" 하는 모습들이 마치 딩턴이를 보는 것 같았다. 딩턴이도 뱃속에서 "엄마 밥 좀 주세요." 그러고 있을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나온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 남편이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와서 내 바람대로 영화를 보며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었다. BLT 샌드위치에 꿀 조합이라는 스위트칠리를 소스로 뿌렸는데 진짜 꿀 조합대로 먹어야하는 이유를 찾았다. 진짜 맛있어서 남편보다 빨리 먹을 정도였다.

  저녁으로는 남편이 얼큰하고 칼칼한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해 청양고추를 2개 넣은 순두부찌개를 끓여 먹었다. 고추를 많이 넣어 맵거나 속이 쓰릴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입에 맞았다. 뒷 정리를 하고 집에 남아있던 참외를 다 먹었다.

  인터넷 강의를 보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서 어렸을 때 같이 먹던 음식을 먹고 거리를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 같이 캠퍼스를 걷기로 약속했다. 나중에 딩턴이가 태어나 좀 크면 같이 데리고 나와 엄마, 아빠의 추억을 이야기해주고 맛있는 것도 사줘야지. 남편과 일미 닭갈비에서 밥을 먹으며 우리 딩턴이도 우리처럼 대학생 때 배우자감을 만나 추억을 많이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이제 인생의 3분의 1을 같이 한 우리는 공유할 추억이 많아 더 행복한 커플인 것 같다. 인생의 21년을 빼고 옆에 있어준 남편이 고맙다. 앞으로 한 60년은 더 내 옆에서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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