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이 회사를 가지 않는 날이다. 오후에는 내가 임신기간에 예약해둔 치과를 다녀와야해서 새벽에 남편이 유건이를 돌보고 대신 오전에 자유시간을 가지겠다고 했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일찍 끝난 김에 사우나를 가겠다고 했었던 남편이었지만 유건이가 너무 칭얼대는 바람에 내 SOS 요청으로 결국 사우나를 가지 못했다. 원 계획은 운동 후 사우나에 가려고 했었지만 유건이를 좀 더 돌봐주고 운동과 마트, B형 접종 환불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좀 쉬다와도 되는데 할 일만 딱 하고 집에 온 남편이 안쓰럽다.

  남편은 내게 오늘 치과에 갔다가 커피숍에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좀 쉬다오라고 했다. 그게 진짜 남편이 원하는 거고 육아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면 유건이가 미워질 수도 있으니 쌓이기 전에 미리 미리 풀어두라고 했다. 치과에 가서 오늘은 파노라마 사진을 찍고 스케일링과 잇몸치료만 하고 끝이 났다. 임신과 출산 후 잇몸이 많이 상했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역시나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다. 치위생사님이 계속 "아프시죠? 오랜만에 하셔서 피도 많이나고 아프일거에요. 그래도 잘 참아주고 계세요. 너무 힘드시면 말씀하세요." 라고 하셨는데 민망할 정도로 안 아팠다. 스케일링 그래봤자 출산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다음 예약일정을 잡고 바로 스타벅스로 향했다.

  KT VIP 초이스가 남아서 진저레몬차이티로 업그레이드하고 남편 말대로 책도 읽고 음악도 들을까 망설였지만 곧 유건이 목욕시간도 다가오고 해서 테이크아웃 후 남편이 좋아하는 크리스피 크림도넛을 사서 집으로 컴백했다. 집에 오니 외출한지 딱 1시간이 지났다.

  생각보다 일찍 온 나를 보고 남편이 놀랐지만 은근 반가워하는 눈치다. 목욕을 마친 유건이가 푹 자주는 덕분에 엄마랑 아빠는 연말파티를 시작했다. 치킨도 시키고 남편이 오전에 사온 느린마을 막걸리도 두잔 마셨다. 사실 분유텀이 안됐는데 배고파서 울 때를 제외하곤 모유를 거의 안 먹이기에 단유를 하고 술을 마셔도 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계속 술을 안 마셨었는데 연말이 되고 한 두잔씩 자꾸 먹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모유를 줄 수 없으니 유건이가 칭얼대지 않기를 바래야겠다.

  음식을 먹으며 계속 유건이를 모니터로 체크했는데 너무나 잘 자준다. 3시간이 좀 넘으면 배고파서 울던 아이가 6시간 동안 분유도 안먹고 쉬도 안하고 잠만 잔다. 처음에는 아빠, 엄마랑 카운트다운하려고 하나? 했는데 12시가 가까워져도 일어날 생각도 안한다. 슬슬 걱정도 되고 억지로 깨워 사진을 찍었는데 못일어난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유건이를 낳고 한번도 안 켰던 TV까지 켜서 KBS 연기대상과 함께 카운트하며 동영상도 남겼다. 세식구와 보낸 첫 새해, 유건이도 깨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다. 2018년에는 퇴사, 임신, 출산이라는 어느때보다 인생의 큰 변화를 겪은 한 해였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유건이를 만나 참 행복하다. 요즘 부쩍 웃음이 많아진 유건이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내년에도 우리 가족 더 행복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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