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랑하는 우리 남편의 생일날이다. 미역국은 한 번 끓이고 식힌 후 다시 데워 먹어야 더 깊고 맛있다기에 어제 저녁에 끓여둔 미역국을 데워 아침상을 차렸다. 미역국 한 그릇과 김치뿐인 조촐한 생일 밥상이다. 원래 참치전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집에 계란이 하나도 없었다. 늘 계란은 떨어지지 않았는데 하필 오늘 없는 것이 속상했다. 그래도 미역국 하나도 너무 맛있다며 잘 먹는 남편이 고맙다.

  아침을 먹기 전 어제 심혈을 기울여 만든 휴가 계획을 브리핑해주었는데 남편은 잠결에 간간히 깨서 내가 휴가계획 코스를 짜는 것을 봤다며 별로 서프라이즈하지 않아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코스는 어느 정도 만족해하는 것 같다. 내가 뮤지컬을 추가로 보고 싶어해서 어쩌면 4일차에 프랑켄슈타인을 볼 지도 모르겠다. 프랑켄슈타인을 보게 된다면 공연장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이 있는 한강진역이 이태원과 가까우니 중간 일정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아침을 먹고 금강로하스공원에서 대청댐까지 산책하는 길이 있다고 해서 산책을 하려다가 저녁에 시댁 식구들이 집을 방문할 예정이기에 대청소를 할 계획으로 가까운 오송 호수공원에서 운동을 하기로 했다. 보통은 남편은 뛰고 나는 걷지만 남편은 호수공원에서 운동 후 헬스장에서 추가로 운동을 할 예정이기에 오늘은 그냥 같이 걷기로 한다. 남편이 힘들지 않는 선에서 속도를 조금 올리며 걸으라고 했지만 나는 벌써 힘들고 숨이 차다고 했다. 기어핏을 보니 심박수가 162까지 올라가 있다. 남편이 내 속도에 맞춰 걸어주었지만 평소 시간당 3.5킬로 정도의 시속으로 걷는 것에 비해 오늘은 4킬로의 속력이 나온 것으로 보아 남편이랑 걷다보니 나도 모르게 속력이 좀 올라간 것 같다. 평소 1바퀴만 도는 거리를 1바퀴 반을 걸어 돌아왔기 때문에 약 4.8킬로를 걸었다. 1시간을 넘게 걸었지만 남편과 걸으며 음악도 듣고 같이 이야기도 하다보니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날씨도 너무 화창했다. 실제 호수에는 녹조가 좀 심하게 있긴 했지만 아파트 분양광고인듯한 사진도 찍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가서 서울 여행관련 서적을 2권 빌려왔다. 거의 기존 코스내에서 일정을 진행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몰랐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빌려왔다.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와서 평소보다 빠른 속도에 운동시간도 20분 정도 더 걸은 탓인지 뻗어버렸다. 씻고 쇼파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온 남편이 안되겠는지 우선 좀 자자고 했다. 집은 평소에도 간간히 청소를 해두기에 그다지 더러운 상태는 아니라서 좀 자고 일어나서 해도 괜찮을 것 같긴했다. 잠을 한숨자고 나니 컨디션이 좀 회복되서 청소를 마칠 수 있었다.

  6시쯤 되니 어머님이 오셔서 내 여름옷과 반찬들을 가져다주셨다. 여름 옷이 너무 시원하고 예뻐보여서 사오셨다고 하셨는데 임부복이 아니라 좀 있으면 입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벌써부터 배가 볼록하다. 아껴두었다가 내년에 예쁘게 입고 다녀야겠다. 어머님은 종종 예뻐서 사셨다며 내 옷을 사다주시는데 딸처럼 이쁨 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 며느리에게 옷을 선물해주는 시어머니가 얼마나 많이 있을까? 너무 감사하다.

  반찬들을 냉장고에 정리해두고 아버님, 어머님과 함께 남편 생일파티를 위해 집 근처 삼대째 손두부로 이동했다. 그래도 두부는 먹어도 크게 부담이 없기도 하고 남편도 좋아하는 메뉴기에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굿 초이스 한 것 같다. 해물을 무척 좋아하시는 어머님을 위한 두부해물찜도 메뉴에 있고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남편 조카를 위한 두부보쌈도 있어서 온 가족이 즐겁게 식사를 했다. 형님네는 우리 딩턴이를 위한 이불 세트를 선물로 사주셨다. 최대한 때타지 않는걸로 구입해주셨는데 실용적일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또 방수용 이불도 사주셔서 기저귀갈 때 유용할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와서 남편의 생일케익에 초를 켰다. 남편 생일케익은 내가 좋아하는 본정초코케익이다. 핑크색 초는 조카가 끈다며 다 꺼버렸다. 6살인데 애교도 많고 귀엽다. 아직 꼬맹이 같은데 우리 딩턴이가 태어나면 잘 돌봐줄 든든한 누나다.

  배가 너무 불러서 케익은 조카만 조금 먹고 건들이지도 않았다. 남편은 내가 주방용으로 설거지할 때 쓰려고 사둔 소주를 꺼내 혼자 한 병을 다 마셨다. 덕분에 오늘도 계속 혼이 났다. 그래도 집에서 먹으니 안심이 된다. 남은 케익을 싸서 형님네와 어머님께 나눠드렸다. 어머님, 아버님, 형님네를 배웅해드리고 장을 본 후 남편과 집에 남은 케익 2조각을 한 조각씩 나눠 먹었다. 평소 같으면 정크푸드라고 먹지 않았을텐데 술 취한 남편에게 생일 노래를 불러주며 박수를 쳐주니 흔쾌히 먹는다. 덕분에 나도 맛있게 초코케익을 먹을 수 있었다. 딩턴이가 혹시 너무 맛있다고 또 먹고 싶을까봐 "딩턴아 이 케익은 오늘 아빠 생신이라 특별한 날이라서 먹는 거야 맛있다고 또 달라고 하면 안되." 라고 말하며 먹었다. 요즘 자꾸만 건강하지 못한 음식들이 땡긴다.  감자튀김, 치킨, 망고빙수, 컵라면 등등 결국에는 먹지 않지만 아무래도 서울 다녀오고 과자를 미친듯이 먹어서 딩턴이 입맛이 바뀐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심하고 있다. 직접 거한 생일상은 차려주지 못했지만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식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 너무 좋았던 남편의 생일이 지나간다. 남편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 올해처럼 내년에도 즐겁게 보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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