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먹은 된장찌개를 데워서 식사를 했다. 된장찌개를 만들 때마다 한번 먹을 분량으로 만드려고 노력하는데 늘 실패이다. 그래도 냉장고도 정리했고 퇴사 후 부지런히 음식을 만든 덕분에 좁은 냉장고가 넉넉해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냉장고에 물건을 넣기 위해서는 여기저기 비집어야했었고 뭐가 있는지도 몰라 애써 사둔 재료들을 버리곤 했는데 최근에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뿌듯하다.

  남편을 배웅해주고 설거지를 하고 블로그를 정리했다. 요 며칠 블로그 정리가 점점 느려져서 2일치를 함께 쓰느라 조금 오래 걸렸다. 블로그도 쓰고 인터넷으로 서울 갈 숙소도 알아봤다. 최대한 싸게 가고 싶은데 주차장이 있으면 외곽이라 지하철 이동이 어려워 진짜 고민이 된다.

  좀 졸려서 잘까? 하다가 어제 컨디션이 안 좋은 남편 덕에 나도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어서 약 6시간 30분이나 잤기 때문에 낮잠은 자지 않기로 하고 순환체조와 스트레칭을 연습했다. 스트레칭 중간에 클래식 음악을 틀고 눈을 감고 딩턴이에게 태담을 하는데 계속 남편이 라인을 보내서 무음으로 바꿔두었다. 온전히 나와 딩턴이의 시간이기에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딩턴아 내일은 아빠 생일이야. 힘들겠지만 화이팅해서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을 엄마랑 함께 만들어보자. 오늘 엄마가 틀어주는 음악은 파헬벨의 캐논인데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에도 나왔고 엄마가 좋아하는 곡이야. 엄마랑 아빠랑 처음 본 콘서트는 11년 전 여름에 간 조지윈스턴 아저씨의 연주회였어. 엄마는 그 때부터 뉴에이지라는 장르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 딩턴이도 엄마가 좋아하는 가사 없는 연주곡을 많이 들려줘서 그런지 클래식이나 뉴에이지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7월 22일에는 영화음악을 연주해주는 콘서트가 있는데 마침 주말이기도 하고 아빠랑 함께 손잡고 보러가자. 엄마랑 아빠는 딩턴이가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딩턴이가 훌륭하게 클 수 있도록 도와줄꺼고 아빠가 언제나 든든하게 지켜주실꺼야. 엄마랑 아빠는 딩턴이를 무지 사랑한단다. 겨울에 건강하게 만나자."

  순산체조 강의를 들으면 태담하는 시간이 있어서 집에서 체조를 할 때도 꼭 태담하는 시간을 넣어준다. 잘 안될 줄 알았는데 얘기를 하다보면 음악 한 곡이 금방 끝나버린다. 쑥쓰러워서 태담을 하지 않는 엄마들도 많다고 하는데 나는 태담을 하면서 딩턴이 엄마가 될 마음의 준비가 되고 있는 것 같아서 하루에 단 5분이라도 딩턴이와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중에 딩턴이가 좀 커서 내 블로그를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된다면 지금 쓰고 있는 일상들이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엄마랑 아빠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많이 많이 사랑하는 아가였다고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태담을 마치고 남편에게 메신저 답변을 해주고 운동을 마무리할 때쯤 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내일 남편 생일이라 시댁 식구들과 저녁 식사 예정인데 집에 오실 때 이것저것 반찬과 식재료를 가져다 주시려고 집에 남아 있는 식재료들을 여쭤보셨다. 이제 칼질을 오래하시면 손도 붓고 힘드신데 챙겨주셔서 감사하고 죄송스럽다. 또 조리원에서 나오고 추가적인 산후조리도 어머님께서 해주실 의향도 있으시다고 무조건 내가 편한대로 하라고 하셨다. 산후조리는 무조건 잘해야한다고 어머님은 남편을 낳고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그런지 지금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신 부분이 많다고 하셨는데 진짜 딸 같이 생각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다.

  오늘은 남편이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퇴근을 해서 운동을 갔다가 밥을 먹을 거라고 했다. 남편 헬스장 근처에 롯데슈퍼가 있어 같이 남편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장을 보러갔다. 생일 당일 시댁식구들과 외식이 있기 때문에 많이 먹을 것 같다고 미역국 외에는 그 어떤 음식도 하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마트에 졸졸 쫓아와서 미역과 국거리용 소고기밖에 사지 못했다. 그것도 원래는 비비고 미역국 데워 달라는 것을 내가 끓이겠다고 우겨서 겨우 구입을 했다. 난 특별한 생일상을 차려주고 싶었는데 남편은 생일을 그냥 1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정기적인 일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한 생일상은 무리일 것 같다.

  남편은 운동을 가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 닭가슴살을 넣은 일본 카레를 끓였다. 원래 8인분 포장이지만 내일은 아침에 생일 미역국을 먹어야하기에 2인분만 딱 만들었다. 운동을 갔다온 남편은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오늘 카레가 특별히 맛있다며 싹싹 긁어먹고 조만간 며칠이내 또 해달라고 한다. 그래 생일날만 생일상인가? 평소에도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 먹으면 되지하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생일상을 못 차려주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약간 사라졌다.


  남편이 설거지를 해주고 같이 숙소를 계속 찾아보았다. 남편은 오늘 회사가 롯데호텔과 제휴가 있어 1박당 85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어왔다. 도저히 못 찾으면 그냥 롯데호텔을 가기로 하고 1박당 85천원이하의 숙소를 찾아봤다. 결국에는 적절한 가격에 중심부에 위치한 주차시설과 피트니스가 있는 숙소를 찾긴 찾았는데 아직 코스를 다 짜진 못했기 때문에 덜컥 예약을 할 수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남편과 내일은 꼭 예약하자고 하고 오늘은 우선 쉬기로 했다. 남편이 잠들고 나는 예전에 기내에 꽂힌 잡지에서 본 여행앱인 볼로앱을 다운받아 혼자 코스를 짰다. 내일 남편 생일 선물로 짠 하고 보여줘야겠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76일차] 2018.07.08  (0) 2018.07.09
[75일차] 2018.07.07  (0) 2018.07.09
[73일차] 2018.07.05  (0) 2018.07.06
[72일차] 2018.07.04  (0) 2018.07.05
[71일차] 2018.07.03  (0) 2018.07.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