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을 많이 못잤다. 새벽 2시 정도에 잔 것 같은데 늦게 일어나기도 했고 밥을 미리 안해서 자버리면 아침을 챙겨주지 못할 것 같았다. 사실 아침 한 끼 안 먹는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닌데 일요일 저녁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다음주에는 일이 정말 많아서 걱정이야" 라고 말하는 남편을 보니 안쓰러워서 꼭 아침을 챙겨주고 싶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같이 일하는 상사가 수술로 일주일정도 공석 예정이라고 한다. 험난한 일주일을 시작할 남편이 아침을 먹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3시간만 자고 일어나 응원의 의미를 담아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침은 남편이 좋아하는 청국장을 끓여주었다. 늘 먹던대로 사과도 챙겨주고 남편이 오늘 특별히 기분 좋게 출근을 했겠지?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모아뒀던 양말을 삶음모드로 빨아 빨래건조대에 널었다. 오랜만에 대구에 사는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후배는 졸업하고 공공기관에서 청년인턴을 하다가 대구에 내려가 대기업 파견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노무사를 준비중인데 이번에 실수를 많이해 1, 2문제 차이로 1차 시험에 낙방했다고 했다. 내년에는 아예 서울에 가서 공부할 계획인 듯 했다. 그래도 전혀 법학 계열의 공부를 한 적이 없는데 인턴 시절에 접한 노무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도전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시험 뿐만 아니라 노무사라는 직업 자체가 험난할텐데 합격을 하게 되면 잘 지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진짜 열심히 한 친구인 만큼 좋은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날씨가 너무 좋아 잠깐 집 앞 산책을 했다. 아파트들 주변으로 전부 장미가 둘러싸여있다. 간간히 지나갈 때 나는 꽃 냄새에 기분이 좋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산들거리고 적당한 햇빛과 조지윈스턴의 뉴에이지 음악을 들으며 딩턴이와 대화 나누는 산책길이 여유롭고 평화롭게 느껴졌다. 더 더워지기전까지는 산책길에 매료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집에 돌아와서 아침에 남은 청국장에 밥을 챙겨먹고 이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예술태교책을 집어들었다. 태교책 중 이 책의 구성이 진짜 너무 맘에 든다. 하루에 1챕터씩하면 13일을 할 수 있는데 처음에 화가의 그림이 나오고 동시대 음악가와 음악가의 작품 중 산모에게 좋은 음악을 소개해준다. CD에는 음악도 수록되어있는데 도서관책이라 CD는 빌려오지 못해 지니뮤직에서 검색해 들었다. 다음장에는 신체활동이 포함되어 있어 간단한 체조나 마사지를 따라할 수 있다. 그 뒷페이지에는 화가의 다른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고 색칠을 할 수 있는 컬러링북의 기능도 포함되어있다. 하루 1챕터씩 따라만해도 풍성한 태교활동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기 때문에 복사를 해서 색칠을 했다. 오늘 색칠한 작품은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있는 소녀들을 그린 메리커셋의 그림인데 색칠을 하면서  딩턴이에게 아빠랑 바다에서 바나나보트를 탄 것, 갯벌에서 사진을 찍은 이야기들을 태담으로 들려주었다. 또 색칠할 때 이건 검정색이야 라며 색깔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태담도 많이하고 시각적으로도 훌륭한 태교 같다.

  남편은 저녁에 약속이 있어 저녁을 간단히 먹고 인터넷 강의를 보고 간만에 책도 읽었다. 남편이 10시쯤 들어왔는데 오늘 부부의 날이라고 장미꽃 한송이와 옛날통닭 한마리를 사왔다. 이전에 로즈데이때 장미꽃 한송이도 안사왔다고 면박을 줘서인지, 11년 전 성년의 날에 장미꽃 한 다발을 안겨준 기억때문인지  그냥 오늘은 꼭 꽃을 사주고 싶었다는 남편, 남편은 밥도 많이 먹고 술도 좀 먹고와서 피곤해보였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다 먹을 때까지 앉아서 기다려주었다. 왠지 오늘은 남편이 내 생각을 많이 한 하루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언제나 이렇게 서로 위하고 아끼며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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