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때문인지 잠을 충분히 잤음에도 6시 30분에 일어났다. 남편도 10분 전에 겨우 일어났기 때문에 오늘 아침은 못 먹는다. 간단하게 쿠키 하나와 두유를 챙겨주고 귤을 하나 까서 반씩 나눠 먹었다. 남편이 출근 준비를 급하게 하는 와중에도 혈압을 측정해주었는데 130에 95로 어제와 비슷하다. 혈압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없기에 무서워진다.

  남편을 배웅해주고 다시 잠이 든 나는 9시 30분에 일어나 수유복과 임산부 내의, 양말을 세탁기에 돌렸다. 남편은 갑작스럽게 분만을 하게 되더라도 내가 입원실에 있는동안 본인이 알아서 빨래를 하면 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오늘 병원에 갔다가 당장 입원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을 빨아두었다.

  입원에 대비해 일어나 씻고 집 근처 윤스타일 미용실에도 다녀왔다. 만삭인 나를 보고 예정일이 언제냐고 물으셨는데 예정일은 아직 10일 정도 남았지만 오늘 입원 후 바로 분만할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리니 유분이 덜 올라오도록 신경써서 샴푸를 해주셨다. 기분전환하라며 머리도 예쁘게 드라이해주셔서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빨래를 널고 혹시나 오늘 출산을 위한 입원을 하게 될까봐 남편에게 편지를 써서 집에 숨겨두었다. 죽으러 가는 비장한 기분으로 쓴 것은 아니였지만 어쨌든 내가 오늘 입원하게 되면 최소 2주 이상은 집에 못 들어오기에 빨래나 식사를 위해 가끔씩 집에 들러야하는 남편이 빈집에서 쓸쓸함을 느낄 것 같아 편지를 남겼다. 편지를 쓰는데 괜히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편지를 다 쓰고 나서 인터넷 강의를 보는 중에 병원에 같이 가려고 반차를 낸 남편이 도착해 1974 경양식 집에 가서 돈까스를 먹었다. 남편은 정식, 나는 이탈리안 돈까스를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다. 정식은 양이 적어보였는데 먹다보니 배가 엄청 부를 정도로 많았다. 함박스테이크, 치킨까스, 생선까스, 새우, 등심돈까스로 구성되어있었는데 등심은 치즈가 들어가 있었고 전 구성 모두 맛있었다. 처음 방문한 사람은 정식으로 모두 맛 보고 다음에 제일 맛있던 것을 시켜도 좋을 것 같다. 내가 먹은 이탈리안 돈까스는 지난번에도 시켰던 메뉴로 오늘도 역시나 실패 없이 맛있었다. 이제 딩턴이 출산이 임박해 최소 100일 이상은 못올텐데 아쉽다. 다음에 오게 되면 등심돈까스를 시켜 먹어야겠다.

  밥을 먹고 있는 와중에 아침에 정수기 방문날짜를 알려달라는 연락이 왔었다고  남편에게 말해주니 오늘 2시에 방문 가능한지 남편이 연락을 드렸다. 3시 진료이고 오늘 출산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날짜 잡기가 애매했었는데 다행히 2시에 방문 가능하다고 하셨다.

  점심을 먹고 돌아온 남편은 15분 정도 잠을 자고 나는 오전에 듣다만 인터넷 강의를 마저 들었다. 정수기 담당자가 방문할 때쯤 남편에게 나는 좀 눕고 싶다고 침대에서 쉬겠다고 말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자려고 누웠는데 잠은 오지 않았다. 정수기 점검을 마치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혈압을 쟀는데 역시나 아침에 쟀던 것처럼 높이 나왔다. 접수대에 제출하니 3분 있다가 다시 재서 가져다 달라고 하셨다. 쉬고 다시 쟀는데도 여전한 수치였다. 원장님 방에서 급하게 담당간호사분이 나오셔서 혈압수치가 높아서 소변검사도 하고 진료실 앞으로 와 달라고 하셨다. 소변검사를 하고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고 수동으로 혈압을 쟀는데도 여전히 140에 90이다. 이러다 진짜 입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혈압도 지난번 방문 대비 더 안좋아지진 않았고 단백뇨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 빨리 유도분만을 하게 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서 분만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오늘 입원할 줄 알았는데 일단 오늘은 간당간당하게 피했다. 초음파를 보니 딩턴이는 여전히 잘 놀고 있었고 너무 밑에 내려가 있어서 더 이상 돌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이제 진짜 자궁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얼굴은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하셨다. 딩턴이 얼굴은 22주인가 한 번 보고 결국 끝까지 절대 안보여줬다.

  양수의 양도 많이 줄었고 혈압도 높아서 예정일인 28일까지만 기다리고 그 기간은 넘길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딩턴이 무게는 3킬로로 2주 전 검진대비 0.1킬로 밖에 늘지 않았는데 무게도 적당하고 언제 낳아도 무리는 없을 것 같아 다음 예약은 잡지 않고 유도분만할 날짜를 정하고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물론 중간에도 혈압이 높아지거나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바로 병원행이다. 딩턴이가 유도분만 전에 나오면 베스트인데 여태까지 말 잘 들어줬던 딩턴아 부탁할께 건강히 무사히 잘 나오자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내년 4월까지 써야하는 CGV티켓이 3장이나 남아서 영화도 봐야되는데 기운이 없어서 영화를 보러갈 수가 없었다. 남편은 운동을 가고 나는 어제 재단하지 못했던 딩턴이 수면조끼 앞판과 롬퍼를 한벌 더 재단하고 집에서 좀 더 쉬었다.

  병원에 갔을 때 원장님께 손목이 많이 아프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금 골반을 늘리는 호르몬이 나와서 그런거고 그 호르몬이 골반뿐 아니라 관절에 골고루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금 무리하면 관절이 늘어난 상태로 유지될거라 몸 관리 잘하고 조심하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이 지금부터 살림은 일체 하지 말고 본인이 전부 다 하겠다고 했다. 결국 오늘 저녁을 집에서 먹기는 글렀고 며칠 전에 개업 3주년 할인행사를 한다고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던 산남생갈비에 가기로 했다. 처음 생겼을 때는 자주 갔었는데 최근에는 좀 뜸했었다. 오랜만에 갔는데 역시 고기가 끝내준다. 직접 발골도 하시는 것 같았다. 샐러드와 계란장조림이 맛있어 금방 다 먹었는데 별도로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금방 다시 갔다주셨다. 소고기는 역시 산남생고기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이벤트 가격에 저렴하게 맛있게 잘 먹은 것 같다.

  남편은 집에 와서 어제 먹다 남은 과메기를 마저 먹었고 나는 배가 불러서 더 먹지 않았다. 식당에서 소주를 마신 남편은 일찍 잠들었지만 나는 잠이 오지 않아 엊그제 뒷판만 만들어 두었던 딩턴이 수면조끼와 롬퍼를 하나 더 만들었다. 롬퍼는 지난 번 만들었던 가시도트 달 부분이 약한 것 같아 심지도 추가해서 붙였다. 그래도 한 번씩 만들어봤다고 3시간 만에 2벌을 뚝딱 만들었다.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내의도 만들고 이것저것 더 만들어줬을텐데 그래도 오늘 입원을 하지 않아 한 벌씩 더 만들 수 있었으니 만족해야겠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9일차] 2018.11.18  (0) 2018.11.19
[208일차] 2018.11.17  (0) 2018.11.18
[206일차] 2018.11.15  (0) 2018.11.17
[205일차] 2018.11.14  (2) 2018.11.15
[204일차] 2018.11.13  (2) 2018.11.14
  오늘은 제헌절로 남편 회사는 쉬는 날이라 주말에는 불가한 정밀 초음파로 딩턴이 보러 가는 날이기도 하다. 일어나자마자 몸무게를 쟀다. 어제 임신 전 몸무게로 돌아가 크게 살이 찐 것은 아니지만 지난달 정기검진 때보다 +2.5킬로였기 때문에 권장 몸무게 증량인 1달 +2킬로를 넘는 무게였다. 다행히 어제는 과식하지 않았더니 오늘은  -0.9킬로 감소하여 +1.6킬로이다. 살이 너무 쪄서 만삭 때 샐러드만 먹어야하면 얼마나 힘들까? 다행히 무게때문에 크게 터치 받지는 않을 듯 하다.

  오늘은 친정 가게에서 오리 백숙을 먹을 예정이기 때문에 아침은 간단하게 연두부, 두유, 요거트, 사과, 복숭아와 어제 만들고 조금 남은 브로콜리감자스프를 곁들였다. 스프는한 번 더 끓이니 어제보다 더 맛있어지긴 했지만 남편이 잘 안 먹는 메뉴이니 당분간 만드는 것은 자제해야겠다.

  밥을 먹고 씻고 딩턴이를 보러 병원에 갔다. 2층으로 계단을 올라갔는데 숨이 너무 차서 심박수가 120까지 올라갔다. 대기하는 동안 물을 마시며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다. 딩턴이도 내가 불안정함을 느껴서인지 태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딩턴이 자는 건가? 오늘은 움직이는 것을 못보려나? 슬슬 걱정이 된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차례가 되어서 검진을 받았다. 내 걱정과는 다르게 딩턴이는 활발하게 잘 움직이고 있었다. 너무 많이 움직거려서 검사를 하는데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꾹꾹 누르고 흔들며 움직임을 유도하면서 초음파를 관찰했다. 지난번 기형아 검사에 이어 이번 정밀초음파 검사도 기특하게도 모두 다 정상이다. 추가로 놀라운 사실은 그동안 식단조절을 해온 탓에 딩턴이 무게가 적게 나갈 것이라 예상한 것과는 달리 최근에 많이 먹어서인지 딩턴이도 예정일보다 2일 정도 통통한 아기라고 하셨다. 하긴 엄마가 1.6킬로가 쪘으니 딩턴이도 찌는게 당연한거겠지? 이상이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배가 터지도록 계속 먹부림 해온 사실이 좀 미안하기도 하고 찔리기도 했다. "엄마가 내일부터 다시 관리해줄께. 딩턴아" 초음파를 마치고 입체 초음파로 딩턴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원래 딩턴이 주수에는 잘 안나타나는데 비교적 잘 나온 편이라고 하셨다. 이제 조금씩 얼굴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음 달에 가면 조금 더 뚜렷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검진을 마치고 다음달에는 드디어 임당검사이다. 금식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는데 좀 찝찝하긴하다. 그래도 다음 예약은 3시 30분이기 때문에 밥을 안 먹을 수는 없다. 점심을 최대한 일찍 먹고 가서 검진을 받아야겠다. 늦은 시간 예약이기에 제발 두 번 검사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검진을 마치고 원래는 순산체조가 있는 날이지만 오늘은 남편도 있고해서 그냥 쉬고 대산보리밥에 들러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집 근처에 있는 곳인데 주말에 가면 늘상 대기줄을 서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제헌절이긴 하지만 휴일이 아닌 평일이고 11시가 조금 넘는 다소 이른 점심 시간이라 대기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된장찌개세트와 고등어구이를 시켰다. 딩턴이를 가지고 고등어구이는 처음 먹는 것 같다. 생선도 잘 먹어줘야하는데 수은이 걱정되기도 하고 집에서 생선을 먹기가 좀 번거로워 잘 안 먹게 되는 것 같다. 원래 청국장 세트를 시키면 고르곤졸라 피자도 무료로 주는데 둘이 먹기에는 무리가 있는 양이라 된장찌개로 시킨 건데 둘이서 밥을 다 못 먹었다. 한창 먹성 좋을 때는 둘이 밥도 다 먹고 고르곤졸라도 반판은 먹었는데 둘 다 위가 줄긴 했나보다. 밥은 너무 맛있게 먹었고 식후로 제공되는 미숫가루까지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아파트 부지 때문에 8월 1일까지만 장사하고 이전을 할 예정이라는데 좀 아쉽다. 주차도 편하고 위치도 가까워 좋았는데 이전 기념으로 고등어구이 무료쿠폰을 주셨다. 워낙 인기식당이라 이전 전까지 재방문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밥을 먹고 도서관에 들러 임신 관련책과 소설, 옷 만들기 책을 빌려왔다. 임신 관련 책은 제목으로는 몰랐는데 아동용 만화책인 것 같아 빨리 읽고 다른 정보 책으로 다시 빌려야겠다. 이제 6개월차니 신생아 돌보기 관련 정보들의 수집이 필요한 시기이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배가 불러서인지 남편도 나도 졸음이 쏟아졌다. 집에 가자마자 씻고 자야지 했는데 주문한 임부복이 배송되어 있어 하나하나 꺼내 입어보았다. 엄청 편하고 예쁘고 가격도 저렴하다. 여름이 만삭이 아니라 있는 옷으로 버틸까 싶었는데 왜 진작 사질 않았을까? 함께 구입한 샌들도 무지 편하다. 이번 휴가 때 편하고 예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한숨 자고 일어나서 집에 있는 책들 중 안 보는 것을 정리해 차에 싣고 친정으로 출발했다. 책들을 친정 집에 놓고 아빠가 남편에게 선풍기 조립을 시켜서 조립을 완료하고 가게로 넘어갔다. 우리 가게는 오리백숙집을 하기 때문에 초복에 방문하기 안성맞춤이다. 엄마가 해준 음식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남편은 원래 흘리지 않는 땀까지 흘리며 먹는다. 오늘 배부르게 먹는다고 아침부터 기대 하더니 제대로 보신을 하고 있다. 엄마는 옷 살 시간이 없어 홈쇼핑에서 한 벌 샀다며 내 옷도 한벌 주었고 오미자와 자두와 체리도 챙겨주었다. 임신한 딸래미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남은 오리백숙과 죽을 포장해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배가 너무 터질 것 같다. 아침보다 2.5킬로가 증가했다. 어차피 소화되면 이정도까진 아니겠지만 몸무게 변화가 하루 1킬로 이상 나지 않는 나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금요일에는 어머님 생신도 있어 1번의 과식이 더 있을 것 같은데 이번주에는 병원 갔다왔을 때 무게만큼 유지를 목표로 식단관리를 해야겠다. 살은 얻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친정에서 해 준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87일차] 2018.07.19  (0) 2018.07.20
[86일차] 2018.07.18  (0) 2018.07.19
[84일차] 2018.07.16  (0) 2018.07.17
[83일차] 2018.07.15  (0) 2018.07.16
[82일차] 2018.07.14  (0) 2018.07.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