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가기 위해 새벽 3시 30분에 깼는데 내가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남편도 같이 깨버렸다. 속 쓰리고 배고프다며 몇 시냐고 묻는데 새벽 3시 30분이라는 말에 밥을 먹을 수 없어 절망하는 눈치이다. 남편과 딩턴이 움직인다며 이야기를 하다가 새벽 5시쯤 다시 잠이 들었는데 어머님은 4시 40분부터 기상하셔서 아침을 준비하시는 것 같았다. 남편은 어제 씻지 못해서 온 몸에 양갈비를 구웠던 숯불냄새가 진동했고 찝찝해서인지 씻고 오겠다고 했다. 원래 남편이 씻으러 갈 때 일어날 생각이었으나 어머님께서도 어제 형님이 임신했을 때 차례 음식을 준비하느라 너무 고생했다며 올케는 아무것도 시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며 아침 일찍 일어날 것 없다고도 하셨고 남편도 씻으러 가면서 더자라고 해서 남편이 씻고 오면 일어날 생각으로 더 잤다. 5시 50분에 일어나 주방으로 나가보니 남편이 어머님을 도와 함께 요리를 하고 있었다. 더덕도 볶고 잡채도 볶고 주로 볶는 것은 남편이 담당한 것 같았다. 새벽 5시 50분도 일찍 일어나긴 한거지만 어머님은 이미 1시간 전부터 묵은지등갈비찜도 삶고 버섯찌개도 하시고 이런저런 음식을 많이 준비하셨다. 그래도 남편이 도와줘서 수월하게 했다며 더 자라고 하셨다.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거실 청소도 도맡았다. 어머님이 많이 깔끔하신 편이기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항상 먼지클리너로 이불 전부 먼지를 제거해야하고 이불도 털어둬야한다. 거실도 먼지클리너로 싹 청소를 했다.

  아침상은 거의 반찬을 담고 나르는 정도만 도와드렸다. 푸짐한 한상차림이다. 남편은 아침부터 노동도 했고 새벽부터 배가 고팠다고 했기 때문에 평소대비 많이 먹었다. 요즘은 밥양을 줄였기 때문에 많으면 덜으라고 했는데도 다 먹겠다고 했다. 아침을 먹고 복숭배와 사과를 꺼냈다. 아버님도 복숭배를 보시며 그거 배냐고 물으셨다. 역시 별명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지은 것 같다. 특이하게 시댁은 과일을 아버님이 담당하시기에 아버님께서 과일을 다 잘라주셨다. 남편은 과일은 전혀 못자르는데 아버님은 예쁘게도 잘 자르신다. 시댁은 밥을 먹고 과일을 먹고 견과류까지 꼭 챙겨먹는데 오늘은 배가 터질 것 같다는 남편의 격렬한 반대로 견과류는 먹지 못했다.

  밥을 먹고 그릇 치우는 것만 도와드리고 어머님께서 설거지를 하셨다. 계속 설거지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괜찮다며 형님과 우리집에 가져갈 반찬을 각각 담고 씻고 성묘갈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물론 나는 만삭이라 산소에는 가지 못하겠지만 바람도 쐴 겸 산 아래 있는 마루에 앉아있으라고 하셨다. 정리를 다 하고 큰집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성묘를 갔다. 산소는 높지 않은 곳에 위치했는데 경사가 좀 있어 나는 올라가지 않았고 아래 마루에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명절동안 밀린 블로그를 틈틈이 정리했다. 생각보다 빨리 다녀오셔서 한 개도 다 적지는 못했다.  

  성묘를 갔다가 고추밭에 가려고 했는데 남편 친구가 명절 인사를 온다고 하길래 우선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 친구는 우리집과 어머님 댁에 드릴 사과를 2박스나 갖다 주었다. 과일을 대접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남편 친구는 얼마 전 출산한 와이프가 혼자 애기를 보고 있어서 빨리 가야한다고 했는데 남편이 시간이 지나도록 들어오지 않아 밖에 나와보니 둘이 길에 서서 맥주 한 캔씩 마시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 취하고도 술이 넘어가는 남편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머님도 나와서 남편 친구가 아직 가지 않은 것을 보고 송이버섯을 2개를 챙겨서 남편 친구에게 주셨다.

  가게에 잠깐 들르신 아버님이 돌아오셔서 바로 고추밭으로 향했다. 원래 시댁은 농사를 짓지 않는데 아버님께서 오이고추 묘종을 팔아야하는데 청양고추를 잘못 파셔서 그 밭에 심겨진 고추 200포기를 모두 사게 되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틈틈이 고추를 따셨는데 우리도 간김에 도와드렸다. 청양고추라 그런지 고추가 정말이지 작았다. 어머님은 힘들다고 차에 가있으라고 하셨는데 원래 작은 텃밭에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재미있게 했다. 고추 따는게 힘들진 않았는데 어머님과 나는 점심 준비를 하라며 일찍 돌아가라고 해서 집에 돌아와 점심을 차렸다. 점심이 다 되서 남편에게 전화했고 아버님과 함께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오전에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반찬을 형님네와 우리 것 각각 한 가득 남아담았는데도 아직도 남아서 묵은지 김치찜과 버섯찌개, 과일 등을 또 담았다. 진짜 양손 가득 안고 돌아갈 것 같다. 어머님은 우리집에 줄 마늘을 가게에 두고 오셨다며 남편과 가게에 가셨는데 설거지는 하지 말고 두라고 하셨다. 새벽 4시 40부터 일어나 밥 하시고 매끼마다 설거지를 다 하셨는데 이번에 어머님이 계시지 않으신 틈을 타서 내가 설거지를 하기로 하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미처 다 하지 못했는데 돌아오셔서 미션은 실패했다. 어머님은 설거지 하고 있을줄 알았으면 가게에 데려갈 걸 그랬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설거지를 마치지 못해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고속도로는 막힐까봐 국도로 왔는데도 차는 막혔고 집에 오는데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어머님이 주신 반찬을 정리해서 넣어두고 형님네 반찬을 전달하러 오송에 가려고 했는데 형님이 아파서 약을 사러 고모부가 청주에 어차피 나오신다며 우리집에 들리셔서 오송은 가지 않고 수월하게 반찬배달을 마쳤다. 또 다른 미션인 큰 외삼촌 댁에 사과를 갖다드리라는 미션도 있었는데 내친김에 빨리 다녀왔다. 어머님은 역시나 힘드니까 남편만 가라고 했는데 명절이기도 하고 결혼하고 한번도 인사드리지 못해서 같이 다녀왔다. 식혜와 배를 깎아주셔서 과일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일찍 돌아왔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한 하루였다.

  저녁은 간단히 가져온 잡채와 전을 데워먹고 재봉틀로 딩턴이 옷을 돌렸는데 역시나 옆트임이 막힌다. 에휴 옆트임은 포기해야하는 것인가? 남편은 내가 재봉틀을 돌리는 동안 영화를 봤다. 오늘은 나도 피곤하고 남편도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명절에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긴장을 해서인지 피곤하다. 시댁에서 잘 움직이지 않던 딩턴이도 집에오니 좋은지 연신 움직였다. 확실히 집이 좋긴 좋은 것 같다. 내일 하루는 게으름도 부리고 푹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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