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나 피곤한 아침이다. 6시 이전에 일어난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늘도 밥 먹기는 어렵고 과일과 연두부로 아침을 대체했다. 아침부터 연두부를 따뜻하게 데워 먹으니 기분이 좋은 느낌이 든다.

  남편을 배웅해주고 설거지를 하고 누웠다. 오늘은 순산체조를 하는 날이기 때문에 잠이 들면 안될 것 같았다. 누워서 쉬다가 씻고 일어나서 버스를 타러갔다. 역시나 843번 버스가 없어서 105번을 타고 1킬로 정도를 걸어갔다. 비교적 일찍 도착한 편이기에 넉넉해보이는 자리에 자리를 잡았더니 운동할 때도 편안했다. 오늘은 다음달 강의를 추가하려고 했는데 담당 선생님이 휴가중이어서 추가가 어려웠다. 우선 임시로 명단에 올리긴 했는데 다음 시간은 병원에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라 수업을 빠질 예정이기 때문에 문화센터에 잠깐 들러 등록을 해야겠다. 오늘은 강사님이 국기카드를 이용한 태교방법을 알려주셨는데 나도 딩턴이를 위해 하나 구입해서 꾸준히 봐야겠다. 국기 카드를 보고 자란 아기는 커서도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운동을 마치고 신한은행에 들러 재봉틀 수업을 등록할 현금을 찾고 버스정류장까지 다시 1킬로를 걸었다. 순산체조를 하는 날에는 체조도 하지만 걷는 시간이 있어 좋다. 운동도 되고 숲길을 걷는 코스가 있어 마음이 편해진다. 숲태교라는 것도 있던데 날이 너무 덥지만 않다면 임신기간 중에 제대로 된 숲태교를 한 번 체험해보고 싶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소잉스토리에 가서 초급과정을 등록했다. 도착했을 때가 1시 쯤이었는데 오늘 오후 2시부터 당장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수업은 3시간 정도 진행되고 재료비 약5만 + 공구비 16만 + 강습비 8만원 까지 해서 30만원 정도 소비했다. 그래도 잘 배운다면 나중에 우리 딩턴이나 남편옷도 만들어줄 수 있고 늙어서도 좋은 취미생활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은퇴 후 생각하고 있는 반농반X의 X가 재봉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집에 가서 씻고 밥을 먹고 다시 나왔다.

  구입한 공구함과 도구들에 모두 내 이름을 써두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 다음은 첫 과제인 북커버만들기를 진행할 천들을 골랐다. 나름 잘 어울리게 고른 것 같다.


  다음은 패턴을 뜨고 가재단 후 심지를 붙이고 본재단부터 했다. 첫 시간이라 강사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원래 반듯하게 줄 긋거나 자르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데 비싼 원단 날릴까봐 엄청 조마조마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재단 완료샷은 사진을 찍지도 못했다. 심지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데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소품이 흐물흐물해진다고 하셨다. 심지를 붙이기 위해 다름질도 하고 진짜 처음하는 생소한 작업에 멘붕의 연속이었다. 그 중에 대미는 역시 재봉틀이었다. 처음 만져본 낯섬과 함께 기계치인 내게 너무 복잡한 과정이었다.

[재봉틀 세팅 시 주의점]
1. 밑실을 감을 때 북알의 안쪽에 실이 끼우고 진행한다. 바깥쪽에 실을 꿰니 북알이 아닌 기둥에 자꾸 실이 감겨서 푸느라 힘들었다.
2. 밑실을 끼울 때 실이 풀리는 방향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진행한다.

  재봉틀에 그림으로 순서가 다 그려져있지만 따라하기 정말 생소했다. 다음주 월요일에도 수업을 예약했는데 셋팅방법을 다 까먹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셋팅을 마치고 드디어 천 조각에 재봉틀 직선박기를 연습했다. 처음한 것은 실이 노루발에 다 꼬이고 끊어져버렸고 두번째 한 것은 삐뚤어졌다. 다음회차 수업 때는 재단해 놓은 북커버를 모두 완성해야할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수업 중간에 아주머니 두 분이 손님으로 왔었는데 할 일 없어서 나도 이런거나 배우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좀 기분이 나빴다. 나도 7년간 노예처럼 일하다 태교를 위해서 하고 있는거고 오전에는 체조 다녀오고 나름 자기계발 중인데 꼭 할일 없는 아줌마가 된 기분이었다. 신경쓰지 말아야지 하고 무시해버렸다. 옆에 같이 수업을 듣던 분은 강사과정을 진행중이었는데 3시간 수업동안 뚝딱 가방을 만든 것 같았다. 나는 언제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너무 부럽다. 나도 나중에 우리 딩턴이 옷을 뚝딱 만들 수 있는 솜씨 좋은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업을 마치고 마트에 들러 고기와 꽈리고추를 샀다. 오늘 너무 일정이 타이트했는지 집에와서 바로 뻗었다. 잠은 자지 않았지만 일어날 수 없었고 마침 남편이 운동을 먼저한다기에 저녁상을 차리기 전에 좀 여유가 있었다. 쉬다가 돼지고기를 재워놓고 밥을 했다. 돼지고기는 바로 청양고추와 꽈리고추를 섞어 볶았다. 돼지고기 고추볶음은 지용성인 고추의 영양성분이 돼지고기 기름에 흡수되고 캡사이신이 함유되어 있어 갈색지방을 녹이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음식도 수육처럼 먹고나면 살이 빠지는 음식이다. 맛도 좋고 영양가도 많다. 닭가슴살이 조금 지겨워져서 오늘은 돼지 뒷다리로 단백질을 채운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남편도 상당히 좋아하는 메뉴이다. 아직 2번 정도 먹을 분량이 남았으니 당분간 뭘 먹지? 라는 고민은 없을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남편이 설거지를 해주는 동안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강의수강이 끝나고 남편이 우리 딩턴이를 위해 책을 읽어주었다. 오늘은 순산체조와 재봉틀까지 배워서 체력이 딸리는 하루였다. 다음부터는 순산체조가 있는 화, 목에는 절대로 재봉틀 수업을 넣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금요일이니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꼭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10시도 안되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힘들었지만 나름 보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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